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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8/07 22:48:30
Name SCVgoodtogosir
Subject 괜찮다.
(분위기상 존칭을 생략했습니다. 너른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작년의 광안리 우승 이후.

정말 강해진 T1은 적수가 없는 듯 했다.

FA시장에 나온 이제동 선수를 사라, 사라 하고 외치고 있었는데

그마저도 'T1저그는 더욱 더 강력해졌고, 강력해질 것이니 필요없음' 이라고 말하는 프런트에게 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럴 자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테란 명가라는 명성은, 정명훈 선수 하나만으로 부족했었던 것 같지만, 그래도 정명훈이었기에 만족할 수 있었고

도재욱과 김택용 선수는 누가 오더라도 상대할 수 있을 만한 든든한 토스라인이었으며

박재혁을 필두로 한 나머지 저그들은 저저전에서도 두각을 보였고 테란, 토스전에서도 평작을 해주리라 기대했다.

특히 박성준(전 삼성) 선수의 동생인 박재혁 선수는 오래 전 부터 눈여겨 봐왔었는데

그가 화승전에서 보여준 모습을 떠올리며 이번 시즌에서도 대 활약하며 결승에서도 점 하나를 크게 찍어주길 바랐다.

그 점이 KT 우승의 마침표가 될 줄은 몰랐지만.



하지만 T1은 시즌 내내 약간의 상승세와 꽤 여러번의 부진을 겪어야 했고

김택용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고, 도재욱은 더이상 토스전의 무적이 아니었으며 T1저그는 본래 모습으로 돌아갔고

역시 테란 명가답게(?) 정명훈만이 제 자리를 겨우 지켰다.

전상욱과 박성준(현 STX), 그리고 부상당한 정영철 선수가 제자리를 잘 잡았다면, 정말 좋았을텐데, 좋았을텐데 라고 되뇌이면서도

어느새 T1은 저력을 발휘해 6강 플레이오프를 넘보는 수준을 뛰어 넘어 3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시작된 플레이오프.

CJ에게 1세트를 내주며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파죽지세로 결승전 까지 올라왔고

(내가 기뻐했던 CJ와의 3차전은 조규남 감독님을 뵙는 마지막 경기가 되어버렸지만..)

시즌 중반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광안리까지 오게 되었다.



그들의 패배에 대해 괜찮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패배를 맞이하는 자세는 언제나 분노와 격정이 가득해야 한다.

오늘의 이 패배를 결코 잊지 않아야 하며 오늘의 패배를 교훈삼아 더욱 더 매진해야 한다.

우리는 충분히 강했지만, 우승할 정도로 충분히 강하지 못했으니

다시 우승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강해져야 한다.

내가 괜찮다고 말하려는 것은

T1 선수들의 노력과, 눈물에 대해서다.

결승전이 끝난 후 2위가 아닌 이들은 아무도 울지 않는다.

2위라는 높은 성적을 거두고서도 오직 2위만이 이날 눈물 흘린다.

하지만 2위라는 성적이, T1 선수들이 게으르지 않았음을, 그동안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 왔음을 말해주는 것이기에

그들의 노력과 눈물 앞에서 그들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승리는 달콤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못한다.

우승한 KT, 그리고 그 중심 축인 이영호 선수와, 오늘 잘 싸워준 우정호, 김대엽, 고강민, 박재영 그리고 많은 KT선수들도 그것을 잘 알 것이고

다른 팀의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그것을 잘 알 것이다.

이제, 그만 울어도 괜찮으니까

허탈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쉬고 다시 마우스와 키보드를 잡았으면 한다.

오늘 패배했기에, 내일 승리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음을 기뻐할 줄 아는 선수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T1 선수들은 그러할 것이다.


그러기에.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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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10/08/07 22:50
수정 아이콘
아임가나비오케이 아임비오케이
대구청년
10/08/07 22:54
수정 아이콘
패배의아픔가지고 너무 낑낑되면 더큰병되요.. 저는그렇기에 승부에세계는 냉혹하지만 쉽게잊을수있는거같습니다.
우리티원팬여러분!! 한번졌다고 힘들어하지마세요!!!
네오제노
10/08/07 22:57
수정 아이콘
그동안 다른 팀팬들이 느끼는 감정이 이런 거였군요;;
괜찮습니다 티원! 화이팅!
밤톨이
10/08/07 23:00
수정 아이콘
사실 그렇죠... 팬들이야 쉽게 털어낼수 있다고 해도 경기를 직접 하고 관중들에겐 보여준 당사자들 입장에선......
지금 이제 이 멤버로 우승 한번, 준우승 한번 한 셈이 되는데 선수들이 오늘의 경기를 미래를 위한 좋은 자산으로 생각할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티원이 준우승을 안한게 아닌데, 준우승 하고 그걸로 계속 추락한게 아니라 결국 정상까지 다시 올라와서
우승했었고.. 그런 과정의 반복이었죠. 앞으로도 티원이 잘하리라 믿습니다.
빅토리고
10/08/07 23:04
수정 아이콘
이번 시즌 티원저그의 모습은 왜 이제동을 영입안했는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하더군요.... 그리고 오늘은 전략싸움에서 완패였습니다. 특히 고인규 선수의 1경기 기용은 너무 속보였어요.....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초반 전략에 대해서 경계했을겁니다.
SCVgoodtogosir
10/08/07 23:28
수정 아이콘
박재혁 선수.

이 글 볼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본다면.. 이 괜찮다는 말을 누구보다 더 박재혁 선수에게 해주고 싶습니다.

잘 해주었습니다. 팀의 마지막을 맡았고, 마지막 까지 실망스럽지 않은 모습으로 잘 싸워주었습니다.

다음 시즌엔 더 강해집시다.
10/08/07 23:44
수정 아이콘
티원저그 포스트시즌에 욕 좀 먹긴 했지만, 정규시즌에 도택이 무너졌을때 티원저그가 활약을 해주었죠. 너무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10/08/08 00:04
수정 아이콘
비록 졌어도 결승까지 올라가는 과정이 그무엇보다 극적이였고 또 재미있었기 때문에
티원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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