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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5/02 00:20:53
Name RinPana
Subject [스타2] 부활하라, 테러리스트
정명훈, 과거 브루드워 시절 이영호와 함께 테란을 이끌어갔던, 이들의 이름 석자만으로도 테란을 상징했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메카닉의 역사를 새로 쓰며 방황하던 테란의 구심점 역활을 하며 테란은 건재하고 든든하다는 느낌을 주었던, T1의 정통 국본이자, 테러리스트, 정명훈.

그의 영광의 시대를 만들었던 브루드워 시대의 끝을 함께하며 동시에 맞이한, 스타크래프트2 시대, 택뱅리쌍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던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은 종목 전향을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였고 기존의 강자들은 기대와 함께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야 하는 도전을 받아야 했습니다.

새로운 시대에서도 끝끝내 적응에 성공하여 현재의 시대에 강자로 남게 된 선수도 있었고, 택뱅리쌍의 그림자는 물론 기존의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이 선수가 오래 갈 수 있을까 했었던 선수가 한번에 환골탈태하여 또 다시 현재의 시대에 이름을 남긴 게이머가 되는 혼돈의 시기.

이 시대를 맞이한 정명훈은 병행시즌과 그 다음 시즌에서는 프로리그에서도 승수를 챙겨주고 WCS 체제에서 자주 이름을 올리는 활약을 펼칩니다. 강자라고 하기에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김택용처럼 몰락하지는 않은 미미한 행보를 이어나갑니다.

하지만 2013년 후반기부터 덮쳐온 테란의 침체기는 결국 그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각 팀들은 프로토스 라인을 보강하기 바빴고, 테란 명가라고 불렸던 T1은 어느덧 정윤종, 원이삭, 김도우등을 앞세운 프로토스의 명가가 되어 2014년을 맞이했고, 정명훈은 그들 사이의 경쟁에서 결국 밀려버렸습니다.

과거 T1에서의 영욕의 세월은 무색하게, 그는 하루하루 의기소침한 모습의 연속이 이어졌고, 일부 사람들은 그에게 "프로게이머 생명의 끝이 다가왔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재계약도 성사하지 못한 채, 그는 수많은 명예를 안겨주고, 팀에게도 많은 명예를 안겨줬던 세월을 뒤로 한 채 정들었던 T1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팀을 찾아 나갔던 동료들은 이미 재계약 전에 수많은 팀들이 그들에게 오퍼를 주고 빠르게도 팀을 찾았지만, 팀내 경쟁에서 밀려난 그는 같이 나온 동료들과는 달리 꽤나 오랫동안 팀이 구해지지 않았습니다.

그에게 달콤한 유혹이 다가왔습니다. 아프리카로 돌아오라고, 너의 명성이면 앞으로의 생활도 걱정없을거라며...

게이머 생활동안 위기라고 겪어보지 않았던 그에게 처음이자 어찌보면 빠져나가기 어려울지도 몰랐던 최악의 위기.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스타를 그만뒀으면 그만뒀지 스타1로 돌아가지는 않을것이라는 결심, 스타2에서도 자신의 이름 석자를 역사에 남기고 싶었을 것입니다. 브루드워 시절 자신이 그랬던 것 처럼...

그리고 그에게도 드디어 해외팀 입단이 결정되었습니다. 꾸준히 개인방송등을 통해 경기력을 회복하고 군소 해외대회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폼을 회복합니다.

양대리그의 부활로 기회가 많아진 국내 스타판을 노크하기 시작한 그는 초대 SSL에 진출합니다. 그리고 동시기에 GSL 진출에도 성공하며 많은 팬들을 기대하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의 강자들은 폼을 회복하여 이제 다시 발돋움을 시작한 그의 다리를 꺾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군소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어도 여전히 국내의 강자들에게 또 다시 좌절하면서 일부 사람들은 "이제 은퇴하는게 어떻겠느냐"라는 우려와 조소섞인 반응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난 3월, IEM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동료였지만 경쟁에서 밀리며 자신을 좌절시키기도 했었던 정윤종을 만나 완벽한 경기력으로 그를 격침시켰습니다. 비록 조성호에게 좌절당했지만 조성호와의 경기에서도 2:0으로 밀리고 있다가 2:2까지 따라붙는 끈질긴 경기로 많은 팬들을 또 다시 설레게 했습니다.

그리고 4월, 오랜만에 만난 이제동마저 완벽하게 격파하고 그 대회 결승에 올랐으나, 결국 원이삭에게 좌절당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사람들은 다시 정명훈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또 다시 진출한 GSL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경기를 선보였습니다. 상대는 어윤수, 항상 정명훈에게 좌절당했던 어윤수였지만 2014년 한 해를 풍미했던 저그로 그 폼이 많이 죽었지만 이제는 내가 너보다 위라는 듯이 어윤수는 정명훈의 메카닉 운영을 상대로 이리저리 정명훈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나, 정명훈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긴 정보 취득으로 저그의 체제에 맞춰가는 병력 운용, 끈질긴 수비로 끝끝내 버텨냅니다. 승부는 결국 엘리전까지 치달은 상황, 생산건물을 전부 장악당한 정명훈은 마지막 남은 자원으로 해병들을 생산합니다. 저그의 기지들을 찾아내서 다 부순 메카닉 병력들도 무리군주의 공생충에 전부 고철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그에게 남은 것은 소수의 바이킹, 그리고 끝내 승리를 견인했던 마지막 남은 감시군주를 잡은 해병, 그리고 1초만 늦었으면 황천길로 갔을지도 모르는 은폐 밴시 하나.

그리고 끝내 그는 밴시 하나로 피가 꽉꽉 들어찬 부화장과 하나 남은 가시 촉수를 끝내 파괴하면서 승리를 따냅니다.

다음 상대는 지난 시즌 자신을 좌절시켰던 이병렬, 정명훈은 한동안 잘 쓰지 않았던 그리고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를 받았던 해불기토 조합으로 이병렬을 잡아내고 멘탈을 다잡지 못한 이병렬의 정신력을 흔들면서 이병렬에게 통쾌한 복수를 성사시키며 16강 진출에 성공하게 되었습니다.

생애 처음으로 맞이하는 GSL 16강, 우승까지는 갈 길이 먼, 그저 첫 단계를 거쳐간 것이지만 위기를 맞이했던 그의 노력을 알기에, 그의 고통을 알기에 많은 사람들은 오늘 경기에서 많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경기를 보는 저도 16강 진출이 결정되자 박수를 치면서 크게 감동했습니다. 누가 옆에서 더 말하면 눈물날것 같더라구요

그의 16강 진출은 단순한 진출이 아니라, 많은 귀감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많은 게이머들의 과거의 명성과는 무색하게 침체를 겪고 있는 게이머들이 많습니다, 그의 경쟁자였던 이영호도 지금 그런 상태라고 볼 수 있겠죠. 침체를 겪는 프로게이머들이 자신의 프로게이머 인생 최고의 위기일지도 모르는 이 순간을 맞이하며 은퇴와 전진의 기로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져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명훈은 오늘 경기로 많은 것을 보여줬습니다. 위기에서도 끝까지 노력한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까 포기하지 말고 한 번 더 도전해보자고, 그의 은폐 밴시는 그 마나 1을 남긴 촌각을 다투는 그 상황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해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트위치 방송에서 팬들과 만나며 FanTaSy란 아이디를 만든 계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던 팬에게 그 의미를 대답해줬던 그 때가 생각납니다. 환상적으로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작명했다고 하였죠, 많은 사람들이 환상이 계속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품지만 아직 환상은 끝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우승을 할 수 있을까 한다면 글쎄? 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그가 이번 리그에서 오래 생존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같이 우승해버린다면, 한때 그의 아프리카 복귀를 넌지시 물어봤던 당사자와 결승전 상패 전달에서 그때 일은 신경쓰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담은 겸연쩍은 웃음을 주고 받는 그런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감동적인 그 모습이 나올지도 모를거란 기대를 해봅니다.

Go, FanT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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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ordfish-72만세
15/05/02 00:30
수정 아이콘
사실상 승자전도 최종전도 아닌 그냥 초반 1경기였지만 여기에서 오늘 정명훈과 어윤수의 이번 시즌 운명이 결정되었죠.
그것도 겨우 1초 사이에 말이죠. 그런데 정말 그때 엄청 전율 스러워서 본능적으로 박수 쳤습니다.
사랑하는너를위해
15/05/02 00:31
수정 아이콘
역대급 밴시....
리듬파워근성
15/05/02 00:33
수정 아이콘
역시 오늘 정명훈이 많은 분들에게 감동을 주었군요.
아직도 전율이 사그라지지 않습니다. 정말 최고였어요.
어윤수와의 엘리전은 제 모든 스타 인생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명승부였어요.
이후 이병렬과의 경기도 결코 운이 아닌 실력으로 이겨서 너무 기뻤습니다.
온갖 고생을 하면서 멀리도 돌아왔네요. 저는 이제 정명훈을 선수가 아닌 인간으로 존경합니다. 어떻게 이런 남자가 있을 수 있나요? 오디세우스도 아니고..
진짜 너무 멋있었습니다. 우승해라 정명훈!!
좋은 글도 감사드립니다. 너무 감동적이에요.
오뒤쎄우스
15/05/02 02:27
수정 아이콘
저요? 크크크크크크크
스타트
15/05/02 00:53
수정 아이콘
전 이영호 선수 데뷔때부터 팬이었는데, sk선수들은 그냥 이유없이 참 싫었엇죠. 근데 예전에 sk 나오고 나서 한 인터뷰보고 정명훈 선수 팬이 됐습니다.
화이팅입니다.
15/05/02 01:06
수정 아이콘
오늘 정말 전율이 이르는 경기력이었습니다.
정명훈선수, 화이팅입니다.
좋은 글이네요, 추천 드려요.
기사도
15/05/02 01:15
수정 아이콘
전쟁이었다면 영웅 밴시도 결국 감시군주를 잡아준 해병들의 뒤를 따라 운명을 달리했겠지만
그의 분투만큼은 정명훈 선수의 마음속에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정명훈 선수의 다음이 더 기대됩니다.
뽜이팅!
NoAnswer
15/05/02 10:30
수정 아이콘
황영재 해설 사랑해요 물론 남자라 싫어하시겠지만 크크크크크
라라 안티포바
15/05/02 01:42
수정 아이콘
와 정명훈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확실히 콩라인이라 불리우던 송병구, 정명훈 두 선수가 뭐랄까 뚝심? 은 대단한것 같네요.
오뒤쎄우스
15/05/02 02:28
수정 아이콘
정말 역대급 명경기였습니다.
WeakandPowerless
15/05/02 02:31
수정 아이콘
이제 정말 '도미네이트' 할 타이밍이 온 것 같네요. 화이팅 입니다.
초 치는 것 같은 첨언을 좀 하자면... 저막이었던 정명훈 선수에게 이번에는 정말 패치로 인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오뒤쎄우스
15/05/02 03:04
수정 아이콘
정명훈 선수 저막 아니에요
스타트
15/05/02 03:14
수정 아이콘
저번 ssl 뚫을 때부터 저그전이 정말 좋았습니다. 산개컨이 진짜 예술..
Otherwise
15/05/02 03:21
수정 아이콘
바이오닉으로 저그 잡기 힘든데 바이오닉으로 정말 저그전 잘 하죠.
15/05/02 03:30
수정 아이콘
정확히는 부르드워때 저막이요 흐흐;
스2에서는 저그전 잘합니다
그 예로 방명록이 있습니다
WeakandPowerless
15/05/02 11:13
수정 아이콘
아 브루드 워때 저막이었군요 저도 보면서 테란전 괜찮은데 왜 저막이라고 불리나 의아했네요 ;;
15/05/02 14:56
수정 아이콘
브루드워 때도 막판에는 저그전 지는 걸 보기 힘들 정도로 저그전 탑급이었습니다.
정명훈
vs T 10승3패 vs P 11승6패 vs Z 16승1패 total 37승10패
이영호
vs T 6승7패 vs P 13승7패 vs Z 16승1패 total 35승15패

기준은 공식전 브루드워 마지막 1년(2011/08~2012/08)이며 와이고수 전적 참조하였습니다.
15/05/02 16:43
수정 아이콘
와... 의외네요
오뒤쎄우스
15/05/02 03:45
수정 아이콘
오늘 이병렬 경기만 보더라도 패치와 상관 없었는데 진짜 완벽한 경기를 보여줬죠.
그리고 실제로 스타2 승률로도 저그전은 좋습니다.
마이클조던
15/05/02 06:44
수정 아이콘
게이머라는 특성상 나이 먹고 실력이 반등하는 경우가 없는데 정명훈 선수는 정말 대단한것 같네요.
파랑파랑
15/05/02 08:42
수정 아이콘
어제 밴쉬 엘리전 정말 대박이었죠
다 진 거 역전승하는 거 보고 박수쳤습니다 껄껄
15/05/02 09:17
수정 아이콘
마지막까지 포기를 모르는 선수죠
들쾡이
15/05/02 10:06
수정 아이콘
정명훈선수 어제 최고였어요 이번에 반드시 높은곳까지 올라가 주시길 바랍니다
여자같은이름이군
15/05/02 10:24
수정 아이콘
어제 정말 대박이더군요.
쿤데라
15/05/02 11:10
수정 아이콘
올해 본 경기중 최고의 경기더군요. 이번시즌 정명훈 선수 좋은 성적 기대합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5/05/02 11:54
수정 아이콘
이 날 경기만 보면 우승자급 포스
신용운
15/05/02 11:55
수정 아이콘
예전에는 정명훈 선수를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올드 선수들 누구라도 좋은 활약을 펼치면 다 좋은 마음이 들더라구요. 좋은 성적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작년 송병구 선수도 짧은 부활을 보여줘 아쉬웠는데 말이죠...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 스1 회귀 권유도 뿌리치고 노력한 열정이 빛을 발했으면 하네요.
15/05/02 13:00
수정 아이콘
진짜 '프로'게이머가 아닐까 싶네요!
The Pooh
15/05/02 13:16
수정 아이콘
마지막 부분에 해병으로 감시군주를 노렸던게 참 대단했습니다.
진출자 인터뷰에서 이길 방법은 그것뿐이다라고 생각하고, 그걸 이뤄낸 정명훈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16강에서 저격을 조심한다면 하이커리어를 달성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봅니다.
15/05/02 15:25
수정 아이콘
풀업무군 앞에서 1초만에 녹을 노업해병 뽑아서 뭐하나 했는데 진짜 소름 돋았습니다. 정말 운명처럼 감시군주 한마리를 잡아내고 전사...
카스트로폴리스
15/05/02 22:38
수정 아이콘
엘리전 지금 보고 왔는데 진짜 대박이네요...이런 근성있는 선수 너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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