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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18 00:38:58
Name 피아니시모
Subject [스타1] 재능? 그냥 옛날 이야기 겸 주절주절

a.

예전 스타1 시절 프로게이머라는 저에겐 허황된 꿈을 꿈꾸던 시절이 잠시나마 있었습니다. (벌써 10년전이네요-_-)
그 당시 저는 테란유저였고 여러 사람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뭐 연습하다보면 이기고 지고 했죠. 근데 그 중에 도저히 이길 수가 없던 사람이 있었으니 최연식이었습니다.
지금이야 연락도 안됩니다만 그 당시엔 채널 돌아다니면서 알게 된 사이인데 여하튼 제가 그 당시 알게 된 사람중 유이하게 프로게이머를 해본 사람이 최연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신노열입니다.) (자랑좀 하자면 신노열에겐 몇판 이겼었습니다. 어느순간부터 한번도 못이긴 게 함정 그렇습니다 전 실력이 구립니다..ㅜㅜ)
진짜 거짓말 안하고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었죠.

그로부터 최연식이 커리지매치에서 우승하고 얼마 안가 소울팀에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확히 기억은 안납니다만 최연식의 얘기를 건너건너 듣게 되었는데 그 최연식 왈
"야 진짜 거짓말안하고 이제동은 무슨짓을 해도 못이기겠다"

그 얘기를 들은 직후 얼마 안가 꿈을 접었습니다.
제가 최연식을 못이기는 데 그 최연식은 이제동을 못이기겠답니다. 이걸 무슨 수로 경쟁하나 싶어서 바로 포기했습니다. 나름 꾸준히 커리지매치다 뭐다 도전해보고 있었는데 그냥 확 꺽이더군요(..) 생각해보니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러고 있었는데도 안된거 보면 제 노력과는 별개로 저의 실력자체가 별로였던 건 확실합니다.


b.

http://www.inven.co.kr/board/powerbbs.php?come_idx=2971&name=subject&keyword=%C7%C1%B7%CE%B0%D4%C0%CC%B8%D3&l=22593


인벤 내에서도 똥중의 똥이라 불리우는 매칼게입니다..(..) 하지만 그 똥중에서도 빛나는 것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제가 이 게시판에서 가장 인상깊게 봤던 그리고 많이 공감갔던 글중 하나가 위의 링크입니다.

그리고 그 안의 댓글에서 인상깊게 본 댓글은
1. 사람마다 '한계'라는 게 있다.
2. 그 '한계'를 노력만 하면 다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 '노력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노력'만 가지고 안 되는 것이 분명 히 존재한다.
3. 나는 '하루 18시간이라는 노력'끝에 나의 한계를 발견했고, 프로게이머의 길을 포기했다.
4.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자신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면 게이머의 꿈을 접는 것이 옳다.

댓글까지 포함하자면

5. 자신의 '한계'가 '아마추어 최고수 or 프로 밑자락' 정도라면 포기하는 게 낫다. 솔직히 암울하다.

이거였습니다.

네 제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직업이든 재능없이는 안되긴 합니다. 특히 예체능과 관련된 곳은 그 현상이 더더욱 심합니다.
저는 프로게이머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게이머가 다른 예체능보다 재능이 중요하냐?하면 그렇다고 확실하게 대답해드리긴 어렵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를 하기 위해선 재능이 필요하냐?하면 그건 확실히 대답할 수 있습니다. 네 무조건 필요합니다.



c.

그냥 비오는 날 밤 아니 인제 새벽인가요. 그냥 갑자기 기분이 꿀꿀해지더니 옛날 생각나서 주절거려 봅니다.
단순히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덜컥 쉽게 포기했던 건 아닙니다. 사실 위에는 그 얘기 듣고 포기했다고 썻지만 바로 포기한 건 아니고 잠시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그 이야기를 떠올려보며 포기했습니다.
그때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중 가장 똑똑했던 친구에게 상담을 받았는데 그러더군요 "너 해볼만큼 해보지 않았냐? 그럼 인제 현실을 봐야지"

현실을 바라보니 저는 너무 늦기도 했습니다. 왜냐면 그 당시 프로게이머들의 평균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었고 실력 또한 점점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와중에 저의 실력은 너무 형편없었거든요.-_-;
그래도 미련은 계속 남는 건 어쩔 수 없긴 하더군요. 그래도 별 수 없었죠..(..) 거기서 더 미련 남겨봐야 도움 될 게 없었기때문에 얼마 안가 스타1을 접었고 보는 걸로만 만족했습니다. (그리고 곧 군대로..)


d.

좀 더 과거로 가서 그 당시엔 그냥 흘려들었지만 위의 일들이 있고 난 뒤에 다시 깨닫게 되었던 얘기가 하나 있습니다.
아마 그 당시 2003년도였나?정확히는 기억 안나는 데 아마 02~05 사이일 겁니다.
지금은 삼성 롤팀의 헤드코치를 하고 있는 최우범 코치가 그 당시 선수로써 스타리그 본선만 가면 맨날 3패로 탈락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듀토까지는 분명 패왕색패기(..)를 뿜내는 데 본선만 가면 당연하다는 듯이 3패로 탈락했죠.

그 당시 지금보다도 철이 없던 저는 그런 최우범(당시 최수범)코치를 비웃었죠
그랬더니 누군가 그러더군요

"야 저 사람이 저렇게 본선에서 저렇게 패배한다해도 마냥 비웃을 순 없다. 그럼 저 선수에게 패배해서 본선무대에 조차 올라가지 못한 선수는 무엇이 되느냐?그리고 그거 아냐?저 최수범이란 사람이 저기에 올라가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지 아마 저 선수는 자기 학교에서 가장 스타를 잘했을 거고 그 다음은 동네에서 1등이 되었겠지 그리고 지역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중 한명이 됬을 거고 / 저렇게 패배한다 해도 결국 저 무대에 올라가고 싶어도 올라가지 못한 선수가 진짜 한트럭은 넘게 있을 거다.  바꿔 말하면 그 동네에서 그리고 그 이후로 넘어와서도 아무리 잘해도 훨씬 더 재능 있고 잘하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는 거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는 거지. 그 경쟁속에 그래도 저렇게라도 본선에 꾸준히 올라가는 것도 정말 대단한거니깐 절대로 무시하지 말아라"

그떄는 저 말 그냥 흘려듣고 말았는 데 몇년 뒤에 되새겨보게 되더군요(..)



f.

그런데 지금의 저는 선수 못하면 왜 저러나 하면서 비판을 넘어서 비난을 하게 되더군요.
에휴 내가 또 왜 이러나.. 지금에서라도 다시 한번 반성해봅니다. (가장 애정있는 나진에게 가장 많이 비판을 가장한 비난을 했던거 같습니다..아 나진님들...)

...뭐 그냥 비도 오고 갑자기 기분이 꿀꿀해지더니 옛날 일 생각나서 끄적끄적 적어봅니다. 죄송합니다 이런 똥끌을 써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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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5/06/18 00:45
수정 아이콘
제가 신입시절에 소위 잘나가던 대리님이 해준 말이 있죠.

'열심히 하지마. 잘하면 열심히 안해도 돼. 그냥 잘 해.'

그때는 몰랐죠. 하지만 지금은 저도 신입사원에게 저 말을 해줍니다. 사회는 노력으로 평가하는게 아니라 결과물로 평가한다는걸 알게되었으니까요. 부지런한 무능력자만큼 주변에 폐끼치는 사람도 없거든요.
바위처럼
15/06/18 00:45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노력이라는게 참 추상적 개념이고 재능 역시 마찬가지죠. 시간을 많이들이는게 노력인것만도 아니고... 한계를 뛰어넘는? 노력이라는건 있긴 있다고 보지만 일상적인 노력의 개념은 아닌거같더라고요. 열심히 집중해서 지속하는 시간은 기본이고.. 거기에 질을 얼마나(방법론이나 지속적인 피드백, 자기검정을 통한 효율제고, 지식의 유기적인 구성시도 등..)높이려고 발버둥치는 부분이 합쳐지면 또 완전히 바뀌고 그러는거같기도 합니다. 재능있다는 것은 이런 노력을 구성하는 센스,효율등이 좋은느낌..
Rorschach
15/06/18 01:34
수정 아이콘
직접 겪은 일은 아니고 친구한테 들은 이야기인데, 군대에 있을 때 고등학교 때 까지 축구선수를 했던 후임이 들어왔었다고 하더군요.
그냥 공 몰고 뛰면 아무도 못 막는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도 축구선수로 대학진학을 못했다면서 프로 선수들은 진짜 차원이 다를거라고 했었어요.

생각해보면 대학에서도 또 격차가 나죠. 고등학교에서 날아다닌다던 선수들이 모인 대학무대에서도 막을 사람이 없었던 안정환 같은 선수가 있는데
그 안정환도 세계 무대에서 먹힐 정도이긴 해도 최정상급엔 못 미치잖아요.

그러니 노력하는 사람이 결국 잘 되는게 아니라 재능있는 사람들 중에서 노력하는 사람이 잘 되는거죠 크크
15/06/18 05:09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경험있던게 기억나네요. 저희 소대에 고등학교때까지 도대회에서 우승하고 그러던 애들이 몇명있었고 항상 타 대대랑 축구할때는 넘사벽으로 발라버리던 축이었는데 대대 대항 축구대회나가서 상무나 경찰청 입단도 못한 포항 2군출신 동반입대한 이등병 두명있던 수색대에게 한골도 못넣고 지더라고요. 진짜 두명이서 한명 수비하고 한명 공격하는데 폭풍처럼 아무도 막을수 없던게 기억나는데.. 그래도 경찰청 입단도 못한 2군이라고 해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크크.
15/06/18 03:02
수정 아이콘
물론 노력한다고 다 되는 건 아니지만 노력의 방향성도 생각을 해 봐야죠. 18시간동안 혼자서 솔랭 죽어라 돌리는 것보다 8시간 솔랭 돌리고 2시간 분석하고 2시간은 더 고수한테 배우고 이런 게 더 질적으로 나은 노력일 수는 있으니까요.
Otherwise
15/06/18 03:08
수정 아이콘
최연식 선수는 스타2 프로하다가 지금은 은퇴했습니다. 가끔씩 스타2 갠방도 해요 노스클랜입니다.
그러지말자
15/06/18 03:23
수정 아이콘
친하게 지냈던 여자애 중 가장 똑똑했던 친구... 많은 여자사람 친구 중에 깊은 고민을 나눌만큼 친한 사람만 여럿이었군요.
피아니쉬모님이 부러워했던 재능의 소유자들은 어쩌면 그 이상으로 님을 부러워했을지도..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5/06/18 05:42
수정 아이콘
어떤 분야든 백날 주전 못나오는 후보라도 프로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친구들은 인간이 아니라고 봅니다.
ELLEGARDEN
15/06/18 10:19
수정 아이콘
중학교 시절에 프로게이머를 지망하며 열심히 연습하고 학교~동네쪽에선 잘한다 1인자다 해서 기고만장했던 시절에 커리지매치를 나갔었습니다. 인큐버스-레퀴엠-노스텔지어 순이였고, 1차찍을 했습니다.그래도 내가 다른참가자들보다 나이가 훨씬 어리니까 더 열심히해서 다음엔 붙어야지 하면서 자위하고, 대회 리플레이를 보면서 감탄하고, 결과확인을 했는데.. 나와 동갑인데 입상?우승한 테란이 있어서 바로 꿈을 접었었네요. 리플레이 보면서 뭔가 거대한 벽같은걸 느꼈었는데 크크 나중에보니 그게 염보성 선수였죠.
15/06/18 11:38
수정 아이콘
저도 한때 프로게이머를 꿈꾸면서 연습을 했었는데 아는 사람의 소개로 어떤 유명 토스게이머와 한판 붙고 바로 접었습니다. 정말정말 제가 생각하기에 너무 잘했는데 기본기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았었죠.. 당시만해도 저도 학교 일등, 타학교 일등과 붙어도 넘사벽 소리를 들었었는데 흑.. 갑자기 생각나네요 흐흐..
언제나그랬듯이
15/06/18 14:40
수정 아이콘
재능.......... 맞아요. 노력이란 건 그냥 자신의 재능 한계치를 확인해보는 작업에 불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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