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 일은 제가 그대의 팬이 된 것만큼이나 예상 범위를 벗어났던 일입니다.

그대가 나보다 먼저 결혼하는 것 말입니다.


내가 그대의 팬이 되었을 때에 나는 내가 결혼을 지금 나이까지 할 수 없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한 적이 없고,
(그리고 지금도 결혼을 굳이 포기하거나 미뤄두거나 거절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주위에 누군가 없을 뿐입니다.)
그래서 한때는 내가 결혼을 하게 되면 그대를 하객으로 초청하는 것은 어떨까. 초청하지 못해도 청첩장을 줄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요.

나보다 먼저 결혼하는 그대에게 청첩장을 전달받았을 때, 내 마음은 그래서 약간 미묘했습니다.
그러나. 그 미묘함은 잠시일 뿐이었고, 지금 내 마음은 기쁘기 한량 없습니다.
그대의 결혼식을 살아서 볼 수 있고 그대를 내 눈으로 또 한 번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쩌면 그대의 결혼식에 갈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일 때문에 바빠서, 아니면 바다 건너에 있어서 갈 수 없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라면 차라리 큰 문제가 아니겠지요.
나는 지난 몇 년 간, 한동안 누워 있어야 할 상태이거나, 아니면 이미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르는 나날을 살아 왔습니다.
간신히 어두운 그림자를 벗어났지만 지금도 그렇게 좋다고만은 말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기쁘고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어쩌면 내가 약속할 수 있는 미래는 그렇게 길지 않을 수도 있음을 절감하는 요즈음입니다.

그래서 나는 -

그대를 바라보며 늙어가는 나날을 꿈꾸기보다,
그대가 앞으로 살아가는 나날만큼 먼 미래를 약속하기보다.

얼마 전 그대의 메시지에 응답한 것처럼,

그대가 부르는 가까운 미래의 약속에 기꺼이 응답하고,
현재를 기꺼이 축하해주려 합니다.

이제 몇 시간 뒤. 나는 그대와, 그대의 삶에 영원히 함께 할 사람을 만나고 축복해 주러 갑니다.


이윤열 선수.

그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그대에게 신의 축복이 영원히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