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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30 22:54:28
Name 바보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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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기타] 전래오락한 일기: 구 공화국의 기사들 2 (수정됨)




전래오락한 일기: 구 공화국의 기사들 2

1.

지난 5월 초, 스팀에서 ‘May 더 4th 비 위듀’ 행사로 스타워즈 게임을 왕창 할인했습니다.

뭐 대부분은 했거나 할 생각 없는 것들이었는데, 구 공화국의 기사들 2가 (이하 구공기2) 창작마당을 지원하는 게 편리하게 보이더라고요. 가격도 별거 없는데 하고 구공기1, 2를 사고, 사는 김에 제다이 아카데미를 샀습니다.

이걸로 한 게임을 세 번 사는 호구 해트트릭을 달성했습니다.

2.

구공기 시리즈는 스타워즈 게임으로서도, D&D 룰 제휴 게임으로서도 좀 특이한 게임입니다. 당장 스타워즈 게임이란 관점으로만 봐도, 말만 스타워즈지 당시 기준 캐넌의 인용보다는 독자적인 설정을 더욱 많이 만들어서 써먹었거든요. 특히 만달로리아 전쟁에 대한 상세한 설정과 다스 레반이란 인물, 라카타라는 종족은 나왔을 당시 스타워즈 덕후들 사이에선 꽤나 골칫거리 내지는 비난의 대상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아니 그런 글자 몇 개 있는 토막설정을 은하계 일대사건으로 만들어 놓으면 어쩌냐? 다스 레반이라니 이건 또 뭐냐? 제다이 추방자란 건 또 뭐고? 어쭈, 아주 그냥 이것들이 엑사르 쿤이고 다스 베인이고 다 갈아마시는 대단한 놈들이라고? 인정 못 해! 이건 또 뭣이여? 아니 시스 역사에 이름도 있을까 말까하던 툴라크 호드가 사실은 전설의 시스 군주인 나가 사도와 동급이라고? 그게 말이여 빵구여? 라카타? 이딴 이름도 못 들어본 메리 수 종족을 보았나! 내는 이런 근본 없는 것들은 용서 몬한다!

......뭐 대충 이런 반응이었어요.

(*결국 레반은 온라인 게임에 등장했을 때, 무자비한 너프를 먹고 말았죠. 앞뒤 다른 오퍼레이션 보스보다 심히 떨어지는 난이도에, 이야기에서조차 시스 황제한테 결국은 형편없이 얻어맞고 깜빵에서 300년을 썩어버린 바보로 나오니까요)

D&D 게임으로서도 이 게임은 다소 특이한 게임이었는데, 애초에 D&D 세계관엔 은하공화국 같은 건 안 나오잖습니까. 원하는 만큼 포스를 펑펑 써대는 제다이와 시스에 대한 개념도 D&D에는 없었죠. 결국 위저즈 오브 코스트는 바이오웨어 및 옵시디언의 건의를 받아들여서, 테이블탑 RPG가 가지는 전술자원의 제약 부분을 상당 부분 희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표현을 따르자면 “드래곤 퀘스트에나 쓰던” MP의 개념을 도입한 거죠. (아니 근데 드퀘가 뭐 어때서.)

휴식 단위 사용, 전술 단위 효과로 유명한 D&D의 주문=포스 효과도 이 게임에서 상당 부분 칼너프를 하거나(한 번 쓰면 내내 적용되는 버프류 주문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어마어마한 버프를 줘야 했습니다. (공격류 주문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어차피 무한으로 쓰는 거 지루하게 굴 거 없이 팍팍 쓰고 빨리 끝내라고요)

이로 인한 여러 밸런스 파괴가 거론되었고, 다시 이를 바로잡기 위한 패시브 피트의 조정 역시 이루어져서, 결국 구공기 시리즈가 나왔을 때 실제 D&D와는 용어만 비슷하지 실제 룰 면에서는 굉장히 동떨어진 아주 희한한 게임이 나왔습니다. 그러고도 밸런스가 안 잡혀서 나중에는 뽕맞은 솔져 VS 포스스톰 난사하는 컨설러의 방패와 창 대결이 주가 되는 게임이 돼버린 건 안비밀.

3.

그런데 좀 신기한 게, 막상 출시를 하니 이게 호응이 꽤 괜찮았어요. 하긴 뭐 파워! 언리미티드 파워!를 [아무 제약 없이] 외칠 수 있는 최초의 게임이 욕이야 먹건 말건 인기가 없었을 리가 없죠. 부정형의 인물을 만들어 내가 플레이함에 따라 제다이도 시스도 될 수 있다는 점도 호평이었고요. 이쪽은 토먼트가 워낙에 큰 반향을 줘선가 큰 화제거리는 못 됐지만요.

독자적인 설정 때문에 까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또 당시의 캐넌을 거스르고 그러지도 않은지라 (애초에 그러려고 제 3의 설정을 넣은 건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좀 흘러서는 자연스럽게 스타워즈 구 세계관의 한 장을 담당하는 게임으로, 그리고 D&D의 확장성을 드러낸 뭐 참 괜찮은 게임 대접을 받았어요. 이때의 데이터가 이후 D&D에 일어난 일대 격변에 영향을 끼쳤.......는지 안 끼쳤는지는 모르겠습니다.

4.

막상 텍스트 기반의 쌍방향 탐색을 주로 다룬 “80년대 PC기반 게임”을 지지하는 그룹이, 구공기 시리즈 초기에는 뭐라도 될 듯이 이 게임을 찬양하려다 출시한 결과물을 보고서는 흥칫뿡 이딴건 RPG가 아니야! 하면서 폐급 딱지를 붙였습니다. 신기하죠?

저도 게임에 대해서 꽤나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90년대 꼬마딱지라, 그쪽 의견도 일리는 있다고 봅니다. 결국 이게 뭐냐면 선의 문제거든요. 게임은 어느 선까지 게임성을 양보할 수 있느냐, 해야 하느냐. 좀 지겨우실 고백입니다만, 당장 저도 플레이어 참여 요소가 콜옵보다 더 성의 없는 게임은 선 넘은 걸로 치고 더는 게임 대접 안 해주거든요. (당장 최근에 리뷰 쓰기 포기한 게임 몇 개 있음) 알아요, 어느 누군가에겐 저도 꼰대죠.

저들은 바로 그 선이 콜옵보다 한 단계...... 어쩌면 두세 단계쯤 더 위에 있는 것뿐이에요. RPG는 따질 게 많은 게임이다 보니, 그이는 상한선의 높이 또한 좀 더 위에 있을 테고요.

그런데, 선이 너무 보수적인 것도 절대로 좋은 게 아닙니다. 본인의 도덕적인 (고작 게임에 무슨 도덕이냐 하시겠지만, 의외로 이런 문제는 대부분이 도덕에 대한 감정과 취향 때문에 생기더군요) 만족감은 채울 수 있겠지만, 대신 세상에 널려 있는 다른 재밌는 장난감들을 자기 아집 때문에 못 갖고 노는 거면 거 얼마나 억울합니까. 그렇다고 선이 너무 없는 것도 문제지만요.

게임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 합니다. 컨트롤이 뛰어나단 소리가 아니라, 재밌게 잘 갖고 놀다가 끄고 나서 행복하다는 소리예요.


여러분 게임 다양하게 골고루 많이 해야 돼요. (박승현 아조시 톤으로)


5.

"You will serve her until I release you."
"And if I refuse?"
"You will not. If you do, then my silence will be broken. And then, Atton, you will be broken."

“넌 내가 풀어줄 때까지, 제다이 추방자를 도와야지.”
“거절하면?”
“그럴 리가. 네가 거절하면, 그땐 내 침묵이 부서질 테니까. 그럼, 애튼, 그땐 네놈이 부서질 것이야.”

구공기 2를 실제로 플레이했을 때 제일 플레이어들이 재밌다고 지적해온 부분은 대사와 퀘스트 간 호흡입니다. 특히 대사가 진짜 쎄요. 야하다는 뜻이 아니라, 이게 뭐래야 됩니까, 펀치라인이 있다고 할까요? 간지가 있다고 할까요? 첫마디의 문맥이나 어구가 뒷마디 혹은 건너뛰고 마지막 마디와 정확히 맞아 들어간다든가, 점진법을 적절하게 써먹으면서 압운을 기똥차게 맞춘다든가 합니다.

그 중에서도 말의 간지가 절정에 다다른 인물이 크레이아입니다. 노익장 캐릭터로서의 간지, 지혜로운 철학자가 주는 매력과 위엄, 모사꾼이 주는 긴장감과 위압감,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세상 모든 것을 소모품으로 내다버리는 잔인함, 도대체가 제다이는커녕 제정신인 인간으로도 안 보이는 괴이함, 클래스는 적폐의 온상인 제다이 컨설러에 첫눈에도 맛이 간 능력치와 (다른 캐릭터가 레벨 24 돼야 찍는 스탯을 혼자만 레벨1에 찍고 나옴) 클래스보다 한층 더 OP인 고유 능력 등등등, 주인공이었으면 분명히 메리 수라고 욕먹었습니다.

그래 놓고도 모자라서 말빨 간지까지 또 가져갑니다. 이건 리드 디자이너가 솔직히 잘못한 거예요. 오너캐 편애도 작작 해먹어야죠.

하지만 아무튼간에, 플레이를 하고 있을 때만큼은 이 대사 간지가 끊임없이 작렬합니다. 얼마나 간진지 플레이 1회차엔 무조건 이 할머니 달고 다니라고 추천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입니다. (고유 능력을 통한 추가 경험치 및 버프 공유는 덤) 가끔은 파티에서 빼놔도 텔레파시를 동원해서까지 대화에 껴드는데, 그거 듣는 주인공이 귀찮지 플레이어 입장에서 들으면 간지가 안 나는 때가 없어요. 할매 목소리도 듣다 보면 완전 위엄 터짐.

한글화가 안 된 게 구공기2의 최대 단점입니다만, 이거 대사 간지 터지는 걸 쭉 듣고 있으면 한번씩은 한글화가 안 된 게 구공기2의 최대 장점도 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거 100% 번역하려면 황석희 선생님 모셔와서 닥스삼부터 시키고 봐야 될 것 같거든요.

6.

컴퓨터 RPG로서 구공기 시리즈는 다소 논란을 일으키는 위치에 있습니다만, 갓겜이라고 찬양하는 부류든 폐급 이단이라고 멸시하는 부류든 그 사이 어딘가에 있는 누구든간에 한 가지는 대체로 동의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도 말했는데, 이 게임이 퀘스트 호흡만은 기가 막히게 좋아요.

지겨울 겨를이 없습니다. 특히 구공기 2는 더욱 그래요.

메인 퀘스트가 생기죠. 그리고 앞으로(혹은 옆으로, 뒤로.... 무슨 말인지 아시죠?) 갑니다. 그런데 메인 퀘스트가 아니라 또 다른 이상한 떡밥이 있어요. 또 다른 퀘스트일 수도 있고, 그냥 읽고 지나치는 정보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있어요. 당연히 플레이어는 그걸 무시해도 되고, 늘상 그렇듯이 남의 집 서랍 여는 것처럼 상관없는 퀘스트를 들쑤셔도 됩니다.

그런데 진행을 해보면 이제 맞물려요. 메인을 하면 할수록 서브가 갱신됩니다. 서브를 하면 메인이 해결됩니다. 그래서 돌아보면 내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 하게 됩니다.

구공기 시리즈가 또 RPG치고는 의외로 지역이 좁습니다. 좁은 곳에서 요기 요 사람은 요 퀘스트 주고 조기 조 사람은 조 퀘스트 정보를 갖고 있으며 고기 고 사람은 고 퀘스트의 마지막 목표다 하고 있으니, 게임 밀도가 안 올라갈 수가 없겠죠.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은데, 사실은 별 거 맞거든요. 이런 퀘스트 밀도를 못 맞추는 게임을 해보면요, 특히나 배경이 좁은 게임일수록 뺑뺑이를 많이 시키게 됩니다. 갔던 곳 또 보내고 또 보내고. 반대로 밀도가 지나치게 올라가도 문제인 게 탐험이 사라진 채 끝도 없이 대화 대화 대화만 할 수도 있어요. 그렇다고 필드가 넓으면 이제 게임하는 사람은 사막에 떨어진 전시 비행사 꼴이 나는 거예요.

     

이것 역시 결국에는 선의 문제입니다. 선을 안 넘고 탐험(자유 이동)과 대화(탐험을 위한 요인) 사이에서 적당히 재미있는 범위를 맞춰내는 거는 요즘 게임 제작자도 보고 한번 참고를 해봐야 되는 거 아니냐 싶습니다.


7.

이런 구공기 2의 두 장점을 만든 일등공신이, 겜덕들 사이에서 이름이 한번씩 오르내리는 크리스 파커(+조쉬 소여)와 크리스 아벨론입니다. 재밌는 건 이 두 사람은 성향이 정말, 정말 달라요.

조쉬 소여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티가 빼박 흘러넘치는 파커가 자타로 알아주는 RPG 그 자체의 덕후라면, 크리스 아벨론은 RPG를 어떤 수단으로 써먹고 싶어하는 것 같거든요. 뭐..... 자기 이야기라든가, 혹은 오너캐 자랑이라든가, 혹은 오너캐=확성기를 통한 자기 철학의 설파라든가, 그런 거 말이에요.

이걸 재밌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두 사람이 항상 서로 원한을 적립하고 툭하면 “쟤 때문에 내가 일을 몬한다”고 합니다만, (사실 아벨론은 POE 2 시점에서 이미 옵시디언을 나왔습니다만, 그 후로도 저 그룹은 한번씩 서로를 디스하더라고요.) 게임을 하는 입장에선 막상 이 두 사람이 같이 붙어 있었을 때 매번 가장 뛰어난 결과물이 나왔기 때문이에요. 구공기 2가 바로 그 중 하나고요.

반대로 천재가 (솔직히 이사람들 천재 맞는거같음) 폭주한다고 해서 또 반드시 창의력이 폭발하고 최고의 결과물이 나오냐 하면 그런 것 같지만도 않은 게, 바로 이 크리스 파커가 주도해서 만든 게 네버윈터 나이츠2 본편이거든요. 그리고 아벨론은 10년 뒤에 토먼트2 만들고...... 킹메이커 만들었음(쑻)

네버윈터 나이츠 2 본편이 쓸데없이 넓은 필드를 휘적휘적 뛰어가는 단점 때문에 지겹다고, 지겹다고 오지게 욕먹었고, 킹메이커가 기대와는 달리 탐험도 쌈박질도 안 하고 쓸데없이 말만 많은 생떼 겜으로 욕을 먹었거든요. (더구나 킹메이커 기본 규칙은 D&D조차 아니라 패스파인더임. 던전크롤에 몰빵한 규칙을 왜 너님 확성기로 쓰냐고) 토먼트2도 막상 플레이를 하면 이야기 따로 시스템 따로 노는 문제작이었고요. 뭐 그렇게 나쁜 게임도 아니긴 했지만요. (*오자 수정합니다.)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 때도 아벨론이 캐릭터 설덕질로 게임 분량 조질 뻔했다고 뒷담 나왔던 거를 떠올려보면, 결국 한 가지에 몰빵된 천재를 빛나게 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걸어주거나, 반대로 다른 분야에서 똑같이 몰빵을 해주는 조력자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인던에선 파티원에게 예절을 지킵시다. 그것이 예절이니까.

8.

앞서 이 시리즈 주인공이 부정형이라곤 했는데요, 사실 구공기2의 경우 캐릭터 만들 때 굉장히 치명적인 한 가지 정형 차이가 생기기는 합니다.

이 게임 남캐할 때하고 여캐할 때 최적 빌드나 세팅이 완전히 달라요.

어디서 차이가 생기느냐 하면 바로 동료 때문인데요, 남캐로 하면 시녀(핸드메이든)라는 캐릭터가 동료로 들어오고 여캐로 하면 수행자(디사이플)라는 사람이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이 두 명이 가진 능력이 천지 차이예요.

시녀는 솔직히 좋은 동료는 아닙니다. 맨손 쌈박질은 잘 하지만 그거야 더 딜 쩌는 공격 수단이 넘치는 게 이 게임이고. 떡대가 한하르 다음으로 뛰어나긴 하지만 한하르는 딜도 쎕니다. 한하르 대신 미라가 들어오면..... 미라는 애초에 맞고 다니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캐릭터를 데리고 다니면서 애정을 쏟아주면 나중에 버프를 주거든요. 전투 예지라고 해서, 주인공의 지혜 수정치를 방어 보너스로 추가하는 능력입니다.

어!?

주인공이 포스 사용자인지라, 빡대가리 센트마라를 만들지 않는 이상 지혜 수정치를 안 주고 만들진 않거든요. 더구나 클래스가 컨설러 마스터라면? 지혜 수정치가 무슨 +10 찍히고 만렙 달면 +20도 넘고 그런다면?

맨몸 맨주먹으로 줘패고 다니는 마법사(특:주문쓰면 더쎔)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이쯤 되면 동료도 필요가 없어서 그냥 혼자 다니는 게 더 강한데 심심해서 데리고 다닐 정도입니다.

여캐는 이런 거 못먹어요. 대신 느끼한 남캐가 들어옴. 여캐 전용 동료인 수행자는 시녀의 반대 컨셉인 티가 나는 게, 얘는 그냥 자기가 OP예요. 단투인에서 처음 만날 때는 떡대 찍은 솔저로 들어왔다가, 퀘스트 끝나고 나갈 때는 제다이 컨설러 돼 있습니다. 한 마디로 방탄마법사고 두 마디로 야생 노루예요. 포스 빠워로 랭커 한 떼거지가 나와도 얘가 혼자 다이김!

그런데 냉정히 보면, 결국 동료가 쎈 거지 여캐가 쎈 게 아니거든요. 그래서 얘가 파티에서 빠지면 난이도가 싹 달라져요. 더구나 3인 파티에서 주인공 있고 얘 있고 남은 한 자리에 누구 쓸 거냐 하고 골머리 또 썩습니다. 구공기2에 워낙 개성 쩌는 간지 캐릭터가 많아놔서. 그나마도 이게 파티 3인 모을 수 있을 때나 할 수 있는 고민이지 나중에 가면 파티가 쪼개지고 주인공은 혼자 있고, 그럴 때가 거듭 생기는데 이때가 아주 미칠 지경이 됩니다.

이거 때문에 처음 나왔을 때는 남캐 밸붕이다 여캐 밸붕이다 하고 나뉘어서 양쪽에서 제작사를 뚜들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워낙 옛날 게임이고, 난관 파훼도 다 됐고, 하는 사람들도 다들 n회차라 스스로 변태 플레이나 찾아다니는 사람들이고 하니까 그냥저냥 게임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네요.

9.

게임에서 말과 실제가 따로 노는 경우라면 제법 보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이 게임 다시 하니 이거도 가관이네요.

제목은 ‘옛 공화국의 기사들’인데, 막상 게임을 하면 옛 시대도 아니고 (당시 기준 ‘올드 월드’는 나가 사도의 시스 대제국 시대까지) 공화국도 아니며 (단투인, 카쉬크 같은 최고 변두리나, 공화국이라고 볼 수도 없는 타투인, 나르 샤다 같은 곳을 감) 기사들도 별로 안 나옵니다. 당장 주인공부터가 제다이 아님. (구공기 1은 파다완x3, 구공기2는 옷벗은 제다이 추방자)

이건 뭐 신성로마제국도 아니고.......

10.

말이 많아 각설합니다. 오랜만에 추억을 플레이하니 신이 나서 그렇습니다.

결론은 이겁니다. 행여라도 이 게임 하실 분은 무조건 남캐 하세요 남캐.

영고생착과 남캐 제다이 마스터를 금지 안 한 것이야말로 미국 법의 가장 큰 실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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큿죽여라
20/05/30 23:18
수정 아이콘
본문은 참 좋은데 TRPG쪽에 대한 언급에서 조금 사실 여부와 다른 부분이 있는 듯해서 정정합니다.
킹스메이커가 아니고 킹메이커고 패스파인더와 D&D는(정확히 말하면 패스파인더가 원형으로 삼은 D&D 3.5는) 사실 거의 같은 규칙이라고 해도 무방합니다(규칙책을 일부 수정해서 사용하는 게 크게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정도로는요). 발더스 게이트가 AD&D 2nd판을, 네버윈터 나이트 시리즈가 D&D 3판을 베이스로 한 것으로 알기에 미묘하게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던전 크롤에 몰빵한 시스템이라는 게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지만 D&D의 어떤 판본이건 패스파인더건 객관적으로 보면 다 던전 크롤에 몰빵한 시스템이고요….
바보왕
20/05/30 23: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말의 느낌이 조금 잘못 쓰인 것 같아서 먼저 사과드립니다. 갠적으론 99와 100의 차이 정도로 봅니다. D&D 3.5까지의 직업 설계 경향을 가만히 보면 "쌈박질이나 탐험에는 불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었다"는 티가 분명히 나는 직업이 있거든요. 바드라든가 바드라든가 섀도우댄서라든가 바드라든가...... 즉 쌈박질과 탐험 이상의 무언가를 전제를 하고 만든 걸로 봅니다. 그런데 패스파인더로 가면 이런 부분을 싸그리 뚜드려서 고쳐놨거든요. (완벽히는 아니지만.) 바드나 다른 깍두기도 전투원으로 써먹을 수 있도록 막 이것저것 버프를 해줬어요. 패스파인더 쪽이 더 쌈박질용으로 유용해뵌단 거죠. 뭐 그래봤자 앞서 말씀드렸듯이 99와 100의 차이지만요.

요는 디앤디 게임이었어도 쌈박질 안하고 자꾸 말만 늘어지게 하면 지겹다 소리 안 나올 수가 없는데, 패스파인더를 가지고 왜 그래쏘! 하는 거예요. 디앤디는 던전크롤 RPG가 아니다! 하는 뜻은 아닙니다. 실수한 원문은 그대로 두겠습니다.
그린우드
20/05/31 00:31
수정 아이콘
어릴때는 아무생각없이 여캐로 진행했었는데 이런 점이 있었군요. 구공기1은 바스틸라(맞나?)때문에 무조건 남캐였는데
머나먼조상
20/05/31 10:50
수정 아이콘
여캐충인데 여캐가 정설이라는 합리화까지 정해지며 남캐는 한번도 안해봤는데 차이가 컸군요 크크크크
요즘 친구들이랑 디비니티 오리지날 신 2 하고있는데 구공기 생각이 계속 나서 1 한번 더 깨려고 했는데 2를 해볼까 고민되네요. 뭔가 번잡한 느낌의 2보다는 스토리 구조가 단순하고 확실한 1이 부담이 없는 느낌이라 1만 계속 다시 깼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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