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09/26 14:20:12
Name Yureka
Subject [일반] 축구에 있어서, 실리주의 내지는 실용주의는 무엇인가.
*Inverted Pyramid의 저자이며 축구판에서 전술이나 축구사 관련 글로는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한명인 조나단 윌슨은 '실용주의'가 축구에서 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축구에서 실용주의는 흔히 수비 축구, 예를 들어 빅 샘이나 토니 퓰리스의 축구와 동의어로 쓰이는 반면, 이상주의는 펩 과르디올라, 잔 피에로 가스페리니, 마르셀로 비엘사와 연결되곤 한다고 하고 실제로 우리도 그렇게 사용하곤합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이분법이 정확한가에 대한 의문 역시 제기했죠. 비엘사를 특히 강조하면서 비엘사는 누가봐도 확고한 원칙과 철학을 세우고 그걸 추구하기 위한 감독으로 비춰집니다. 그러나 비엘사가 자기 축구관을 고집하고 절대로 다른 방법을 택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이 가장 결과를 얻어내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얘기로 펩이나 미켈 아르테타의 포지셔널 플레이, 나아가 위르겐 클롭이나 랄프 하센휘틀의 고강도 압박 축구까지 모두 실용주의의 반대되는 축구로 봐야 하는 것일까요?

펩 본인도 항상 자신을 실용주의자라고 주장해왔습니다. 축구에서 목표는 누구나 승리이며, 자신이 구사하는 축구가 승리로 향하는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축구의 본질은 상대방 골대에 상대보다 더 많은 골을 넣는 것이다. 라고 얘기하고 있죠.


허나 반대 진형의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펩의 축구는 너무 고차원적인 축구이다 라고 하면서 모두가 따라할 수 없는 방법이라고 얘기했죠. 실례로 알레그리는 유베 2기가 오기 전 쉬는 기간 동안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펩의 축구와 그 축구를 따라하는 사람들을 비판했습니다. 왜냐하면 먼저 공격을 당했기 때문이죠. 아리고 사키는 전통적인 이탈리아 축구관을 너무나도 반대했고 평생을 그 축구관과 싸웠던 사람이었습니다. 유벤투스같은 이탈리아 리딩클럽이 알레그리 같은 축구를 하고 있는건 안된다라고 비판했죠.  알레그리는 이 비판에 대해 애기하면서 축구판에 '철학자'들이 너무 많다라고 얘기했습니다. 축구는 철학적인 것이 아닌 '장인' 기술의 영역이라고 하면서 구름위에 가있지말고 발딛고 봐라봐야한다고 얘기했습니다.

이를 보면 알레그리는 그 누구보다 실리주의 실용주의 축구를 구사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레그리가 유벤투스에서 시도했던 직선적이고 종적인 축구가 과연 승리를 하기위해 혹은 선수단에 걸맞는 축구였을까요.



지금은 UAE감독으로 간 벤투시절 한국 축구에 있어서 항상 논의되는 화두는 지금의 주도적인 축구를 월드컵에서도 해야한다 아니다, 월드컵에서는 '실리적인'축구를 구사해야한다 였습니다.  사실 말이 '실리적인' 실제로는 내려앉은 역습축구를 구사해야한다였죠.    벤투의 선택은 기존 축구였습니다. 아마 벤투가 그 축구를 고집한 이유는 이 축구가 월드컵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이었겠죠.


실리주의에 대해서 제가 최근에 하고 있는 축구팟캐스트에서 아는분들과 떠들다보니깐 이 실리주의라는게 참 어려운 말이더군요.  기존 축구를 고집하냐 안하냐의 문제일지, 아니면 선수단 퀄리티를 상대와 고려해서 그에 맞는 축구를 구사한다 일지, 혹은 전술을 언제든지 유연하게 바꾸는 것을 얘기할지.


여전히 전 실리주의축구를 수비적인 역습 축구로 생각하고 쓰기야 하겠지만 쓰면서 한번씩은 말을 내뱉으려다가 멈칫할 듯한 느낌이 듭니다. 여러분은 실리주의라는 용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Inverted pyramid는 우리나라에 축구철학의 역사로 번역되어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4/09/26 15:11
수정 아이콘
이 문제는 애초에

"실리"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거죠

약팀들이 강팀을 상대로 하는 축구를 일반적으로 실리축구 실리축구 하는데 사실 그들이 실리축구를 앞세워 뭔가 이뤄내려 했던게 아니라는겁니다

상대적으로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수비를 앞세워 실리를 취하는것 처럼 보이는것 뿐이죠

펩의 축구는 실리 축구가 아니다 그것도 이상하죠

그저 펩이 생각했을때는 그가 맡은 팀에서는 그것이 실리를 위한 최선이라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상대적으로 강팀의 입장이 되면 주도권을 지키는게 실리가 되는거죠 . 왜냐면 지지 않아야 하니까요.

누구나 실리를 따집니다, 입장에 따라 형태가 달라질 뿐인거죠
레드빠돌이
24/09/26 15:25
수정 아이콘
과정에 집중하냐 결과에 집중하냐의 차이라 봐요

강을 건널때 그냥 땟목을 타고 건너도 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리를 만들어서 건너는게 더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거죠
수메르인
24/09/26 16:25
수정 아이콘
좀 글쎄요 싶은게.. 실리라는 건 감독이 운용가능한 선수, 스쿼드 역량을 100퍼센트 끌어낼 수 있는 전술, 철학이 가장 실리적인거라 하고 싶네요.
본문에서야 펩, 알레그리 이야기 나오지만 비슷한 관점에서의 일화 자체는 이미 90년대 아리고 사키나 카펠로 같은 감독들 시절에도 있었죠. 사키의 밀란처럼 축구하고 싶어하던 카펠로가 당시 팀 스쿼드의 한계로 아예 다른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당시 지금 펩과 같은 위상이던 크루이프의 바르셀로나를 4:0으로 격파한게 한 예시겠습니다.
어느 팀이든 그 팀과 선수가 해낼 수 있는 축구가 좋은 축구가 아닐까 합니다. 당장 어제 골때녀를 보면서도 그렇더라구요. 강등전도사 소리듣던 김병지가 월드클라쓰 맡더니 다른 팀에선 아무도 못하던 스위퍼 키퍼 운용으로 우승하는거 보니.
24/09/26 17:27
수정 아이콘
우선 mb축구랑 사비볼은 이도저도 아닌듯요
국수말은나라
24/09/26 17:37
수정 아이콘
실리의 끝판왕이 안감독이죠 아직까지 이분 이상의 실리축구는 못본듯
손금불산입
24/09/26 17:44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오용되고 있는 단어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효율적이라는 단어도 스포츠계에서 비슷한 뉘앙스로 많이 변질되어 쓰이죠. 따지고보면 실리주의와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에이치블루
24/09/26 18:56
수정 아이콘
승점을 더 많이 따는게 목적이라고 하고,
상대방의 전력과 우리의 전력을 제약이라고 하면,
상대에 따라 다르게 전술을 가져가는게 맞지요.

극단적으로, 부탄을 상대로는 수비를 많이 할 필요가 없고,
맨시티 상대로는 역습 기회에만 치중해야겠지요.


언제나 우리만의 축구를 한다...는 사실 최고의 수사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 어느 감독도 그렇게 안할겁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360 [일반] [팝송] 포스트 말론 새 앨범 "F-1 Trillion" [1] 김치찌개3158 24/09/29 3158 1
102359 [일반] <새벽의 모든> - 밝음과 따뜻함으로, 그 모든 어둠과 추위를 품고. [4] aDayInTheLife3145 24/09/29 3145 0
102358 [일반] 특이점이 오면 부동산은 어떻게 될까요?? [28] 이리떼8597 24/09/28 8597 3
102356 [일반] 혐오 문학의 정수 [5] 식별5710 24/09/28 5710 12
102355 [일반] [역사] 유럽과 중국의 역사적 평행관계와 분기(divergence)에 대한 고찰 [22] meson4084 24/09/28 4084 15
102352 [일반] 오프라인·배달 가격 이원화 시행하는 업체들 [70] 주말10207 24/09/27 10207 0
102350 [일반] [일본정치] 이시바 시게루, 결선투표 끝에 자민당 총재 당선 [50] Nacht8135 24/09/27 8135 3
102349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6. 불길 훈(熏)에서 파생된 한자들 [12] 계층방정3891 24/09/27 3891 4
102348 [일반]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의 순례길 [11] 식별8044 24/09/27 8044 25
102347 [일반] 아이폰으로 교통카드를 사용하다. [48] 김삼관8148 24/09/27 8148 1
102346 [일반] [2024여름] 홋카이도 비에이 사계채의 언덕(四季彩の丘) [13] 烏鳳3950 24/09/26 3950 7
102344 [일반] [2024여름] 시원한 여름을 만들어 주는 삿포로 경치 [6] 워크초짜3977 24/09/26 3977 4
102343 [일반] [2024여름] 대관령의 일출 [2] 니체2859 24/09/26 2859 5
102341 [일반] 숱 조금만 쳐주시고요. 구레나룻은 남겨주세요 [40] 항정살7510 24/09/26 7510 11
102340 [일반]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1] 아몬4534 24/09/26 4534 10
102339 [일반] 축구에 있어서, 실리주의 내지는 실용주의는 무엇인가. [7] Yureka4214 24/09/26 4214 1
102337 [일반] 어느 분의 MSI A/S 후기(부제: 3060 Ti가 4060과 동급?) [8] manymaster3266 24/09/26 3266 0
102336 [일반] 스며드는 어이없는 개그의 향연 '강매강' [19] 빼사스6304 24/09/26 6304 1
102334 [일반] 갤럭시 S25U 긱벤치 등장, 12GB 램 탑재,아이폰 16 프로 맥스보다 높은 멀티코어 [41] SAS Tony Parker 6902 24/09/26 6902 1
102331 [일반] [역사] 히틀러의 무기에서 워크맨까지 | 카세트테이프의 역사 [4] Fig.15245 24/09/25 5245 3
102329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35. 돌 석(石)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4834 24/09/24 4834 3
102328 [일반] 최종 완결된 웹소설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26] 아우구스투스9638 24/09/24 9638 1
102327 [일반] 나이키런 블랙레벨 달성했습니다.(나의 러닝 이야기) [21] pecotek6749 24/09/24 6749 1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