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4/10/15 08:08:14
Name 계층방정
Link #1 https://brunch.co.kr/@wgmagazine/89
Subject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1. 등불반짝거릴 형(熒)에서 파생된 한자들

39편은 외롭다는 의미로 쓰일 수 있고 소리가 '경'인 다양한 한자들로 마무리했다. 외로울 경(嬛), 근심할 경(惸), 외로울 경(煢). 嬛은 놀라서볼 경(睘)←성 원(袁)←둥글 원(〇), 惸은 홀로/공경할 현/경(㝁)←열흘 순(旬)←지렁이 인(蚓)에서 소리를 땄다. 오늘의 주제는 마지막 글자, 煢의 성부인 등불반짝거릴 형(熒)이다.

熒은 《설문해자》에서 '집안의 등잔 불빛이다. 불꽃 염/혁(焱)과 멀 경(冂)의 뜻을 따른다.'라고 풀이했으나, 옛 형태를 보면 이와는 조금 다르다.

670926da1d043.png?imgSeq=36122

熒의 금문 1, 2, 3, 소전. 출처: 小學堂

금문은 마치 횃불을 엇갈려 세워 놓은 듯한 모양이다. 홰 끝에서 타는 두 불꽃이 熒의 위쪽 두 火를 이룬다. 횃불의 받침대는 이어져 冂의 모양이 되었다. 아래의 火는 冂처럼 받침대가 변형된 것일 수도 있으나, 단순히 글자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들어간 것일 수도 있다.

금문에서 熒은 경영할 영(營)을 가차해 쓰이기도 했고, 일종의 청동기 이름으로서 줄 형(鎣)을 가차하기도 했다.

熒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금문을 보면 熒이 어떻게 지금의 형태로 바뀌었는지 더 잘 알 수 있다.

67092a76d60cb.png?imgSeq=36123

줄 형(鎣)의 금문 1, 2, 3. 출처: 小學堂

줄 형(鎣)은 위에서 말한 대로 熒으로 가차하기도 했고(금문 1), 熒의 금문 아래에 쇠 금(金)을 더해 뜻을 분명하게 밝혀 주기도 했다(금문 2, 3). 비록 2, 3에서 원래 횃불이어야 할 부분이 수풀 림(林) 같이 변해버리긴 했으나 기본적인 형태는 남아 있다.

이 鎣의 금문을 보면 지금의 熒에서 冂에 해당하는 부분이 횃불을 받치는 엇갈린 받침대에서 나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얽힐 영(縈)·영화 영(榮)의 금문도 마찬가지다.

67092cb282fab.png?imgSeq=36124

榮·縈의 금문 1, 2, 3. 출처: 小學堂

榮·縈 역시 처음에는 熒으로 가차했고(금문 1), 熒의 금문 아래에 가는실 멱(糸)이나 나무 목(木)을 더해 뜻을 분명하게 밝혀 주면서 지금의 글자가 되었다. 그런데 위의 금문은 1, 2, 3 순으로 오래되었고, 금문 2에서는 횃불과 받침대가 이어져 금문의 熒 모양이 남아 있지만 금문 3에서는 횃불이 火 두 개로 변형되고 받침대와 분리되어 지금의 榮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이 縈은 옥의 빛을 뜻하는 한자로서 옥돌 영(瑩)을 가차해 쓰이기도 했다. 한편 《설문해자》에서는 榮을 오동나무를 뜻한다고 풀이했고, 木에서 뜻을 가져오고 熒의 생략형에서 소리를 가져왔다고 보았다. 이 오동나무에서 현재의 영화, 영광 등의 뜻이 인신되었다.

등불반짝거릴 형(熒, 형촉(熒燭: 반짝거리는 작은 촛불), 청형(靑熒: 옥의 푸른 빛) 등. 어문회 준특급)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熒+土(흙 토)=塋(무덤 영): 영역(塋域: 산소), 선영(先塋) 등. 어문회 준특급

熒+女(계집 녀)=嫈(소심할/예쁠 앵): 인명용 한자

熒+木(나무 목)=榮(영화 영): 영화(榮華), 허영(虛榮) 등. 어문회 준4급

熒+水(물 수)=滎(실개천 형): 형양(滎陽: 중국 허난성 싱양시) 등. 어문회 준특급

熒+卂(빠를 신)=煢(외로울 경): 경경(煢煢: 외롭고 걱정스럽다), 경독(煢獨: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 등. 어문회 특급

熒+卂(빠를 신)=煢→焭(외로울 경): 어문회 특급

熒+宮(집 궁)=營(경영할 영): 영양(營養), 경영(經營) 등. 어문회 4급

熒+玉(구슬 옥)=瑩(밝을 형|옥돌 영): 형철(瑩澈: 맑음), 최영(崔瑩) 등. 어문회 2급

熒+瓦(기와 와)=甇(목긴병 앵): 앵(甇/罃: 목이 긴 병) 등. 급수 외 한자

熒+示(보일 시)=禜(재앙막는제사 영): 영제(禜祭: 고려·조선 시대에 장마가 개기를 빌던 제사) 등. 급수 외 한자

熒+糸(가는실 멱)=縈(얽힐 영): 영선(縈旋: 휩싸여 빙빙 돌아감), 영회(縈廻: 영선) 등. 어문회 특급

熒+缶(장군 부)=罃(술병 앵): 앵(甇/罃: 목이 긴 병), 위앵(魏罃: 전국시대 위나라 혜왕의 이름) 등. 인명용 한자

熒+虫(벌레 훼)=螢(반딧불 형): 형광(螢光), 형설지공(螢雪之功) 등. 어문회 3급

熒+金(쇠 금)=鎣(줄 형): 전형필(全鎣弼) 등. 어문회 준특급

熒+鳥(새 조)=鶯(꾀꼬리 앵): 앵전(鷪囀: 꾀꼬리의 지저귐), 춘앵무(春鷪舞: 춤 이름) 등. 어문회 1급

榮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榮+山(메 산)=嶸(산가파를 영): 쟁영(崢嶸: 산이 높고 가파름), 증영(嶒嶸: 산이 높고 험함) 등. 어문회 준특급

榮+水(물 수)=濚(물졸졸흐를 영): 영수(濚水: 영산강), 윤자영(尹子濚: 조선 시대의 인물) 등. 어문회 준특급

榮+虫(벌레 훼)=蠑(영원 영): 영원(蠑蚖/蠑螈) 등. 급수 외 한자

滎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滎+水(물 수)=濴(물모양 영): 인명용 한자

營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다음과 같다.

營+心(마음 심)=⿰忄營(지킬 영): 인명용 한자

營+水(물 수)=瀯(물소리 영): 영계(瀯溪: 조선시대의 인물 신희남의 호), 영영(瀯瀯: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 등. 어문회 준특급

瑩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瑩+水(물 수)=瀅(물맑을 형): 김근형(金根瀅: 독립운동가), 김기형(金基瀅: 독립운동가) 등. 어문회 2급

鎣에서 파생된 한자는 다음과 같다.

鎣+水(물 수)=灐(사람이름 형): 이재형(李載灐: 대한민국의 국회의장), 허형(許灐: 일제강점기의 화가) 등. 어문회 준특급

670d9de6df3e1.png?imgSeq=36369

熒에서 파생된 한자들.

사소하지만, 熒에서 파생되어 다른 한자를 파생시키는 한자들은 모두 水(물 수)와 결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러면서도 다 조금씩 다르게 쓰일 수 있다.

熒은 횃불의 모양을 딴 한자이기 때문에, 파생된 한자들에는 불빛이나 조명 등에서 유래한 뜻이 있다.

螢(반딧불 형)은 虫(벌레 훼)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불빛을 내는 벌레인 반딧불을 뜻한다.

瑩(밝을 형|옥돌 영)은 玉(구슬 옥)이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빛을 내는 옥, 또는 옥 빛이 밝은 것을 뜻한다.

반딧불(螢)은 작은 불빛을 내기 때문에, 熒에서 파생된 한자들은 작은 것을 뜻하기도 한다.

嫈(소심할/예쁠 앵)은 女(계집 녀)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여자가 소심한 것을 뜻한다.

滎(실개천 형)은 水(물 수)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조그맣게 흐르는 실개천을 뜻한다.

또, 영(營)은 본디 사방을 흙으로 둘러싼 토실을 뜻하는 것이기에 이에서 파생되어 둥근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는 熒이 〇과 형성자의 성부로는 통하는 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塋(무덤 영)은 土(흙 토)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흙으로 동그랗게 두른 무덤을 뜻한다.

煢(외로울 경)은 卂(빠를 신)이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원 의미는 새가 빠르게 회전하며 나는 모습이고 이에서 나아가 외로운 모습을 뜻한다.

禜(재앙막는제사 영)은 示(보일 시)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띠풀을 둥글게 엮어 땅을 두르는 제사 의식을 가리킨다.

罃(술병 앵)은 缶(장군 부)가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조명용 기름을 담는 둥근 병을 뜻한다.

縈(얽힐 영)은 糸(가는실 멱)이 뜻을 나타내고 熒이 소리를 나타내며, 실로 둥글게 얽힌 것을 뜻한다.

이상의 관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670da23ae0e7a.png?imgSeq=36370

熒에서 파생된 한자들의 의미 관계도.

한편, 힘쓸 로(勞)는 힘 력(力)과 熒이 합한 글자 같이 보이지만 음이 형, 영, 경, 앵과는 다른데, 이는 이 글자의 기원이 熒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요약

熒은 엇갈린 횃불의 모습을 본뜬 상형자다.

熒에서 塋(무덤 영)·嫈(소심할/예쁠 앵)·榮(영화 영)·滎(실개천 형)·煢(외로울 경)·焭(외로울 경)·營(경영할 영)·瑩(밝을 형|옥돌 영)·甇(목긴병 앵)·禜(재앙막는제사 영)·縈(얽힐 영)·罃(술병 앵)·螢(반딧불 형)·鎣(줄 형)·鶯(꾀꼬리 앵)이 파생되었고, 榮에서 嶸(산가파를 영)·濚(물졸졸흐를 영)·蠑(영원 영)이, 滎에서 濴(물모양 영)이, 營에서 ⿰忄營(지킬 영)·瀯(물소리 영)이, 瑩에서 瀅(물맑을 형)이, 鎣에서 灐(사람이름 형)이 파생되었다.

熒은 파생된 한자들에 불빛, 또는 螢에서 온 작은 것, 또는 營에서 온 둥글게 둘러싸는 것의 의미를 부여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如是我聞
24/10/15 09:36
수정 아이콘
잘 배우고 갑니다.
계층방정
24/10/16 21:51
수정 아이콘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쿠아스점안액
24/10/15 10:14
수정 아이콘
그림에서 문자로... 참 재밌네요
계층방정
24/10/16 21:52
수정 아이콘
횃불이 불과 冂으로 바뀌는 과정이 흥미롭더군요.
24/10/15 21:03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제목을 얼핏 봤을 때 勞를 다루는 건지 알고 들어왔는데 아예 다른 글자였군요 크크
파생도 안 됐다니
계층방정
24/10/16 21:5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저도 글자 꼴만 보고 당연히 熒+力이 勞겠지 해서 큰 실수할 뻔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2481 [일반] 한강 작가의 수상소감 발표 [35] 유료도로당12208 24/10/17 12208 57
102480 [일반] 지금이 인적 서비스를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시대가 아닐까요? [22] 럭키비키잖앙9023 24/10/17 9023 4
102478 [일반] 항상 건강 관리 잘 하세요 여러분 [234] 모래반지빵야빵야10697 24/10/17 10697 198
102477 [일반] 공립 고교가 사라지고 있는 일본 고교 야구 (feat. 고시엔의 존폐) [15] 간옹손건미축5972 24/10/17 5972 51
102476 [일반] [2024여름] 일본 시마네현 아다치 미술관 [16] Karolin5430 24/10/17 5430 6
102472 [일반] [2024여름]여름 막바지 대만 여행 [3] Nothing Phone(1)4300 24/10/16 4300 3
102470 [일반] <조커2 : 폴리 아 되>에 관한 옹호론 (1,2편 스포有) [155] 오곡쿠키6456 24/10/16 6456 7
102469 [일반] [2024여름] Fourteen years ago and now [5] 제랄드2675 24/10/16 2675 8
102468 [일반] 2024년 노벨경제학상 - 국가간의 번영 격차에 대한 연구 [30] 대장군8730 24/10/15 8730 2
102466 [일반] 카리스마와 관료제 그리고 그 미래 [14] 번개맞은씨앗5254 24/10/15 5254 0
102465 [일반] [2024여름] 아기의 터 파는 자세 / 덤 사진 (움짤 용량 주의) [23] 소이밀크러버5619 24/10/15 5619 23
102464 [일반] [2024여름]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해봅니다. [6] 뿌루빵3652 24/10/15 3652 10
102463 [일반] 소리로 찾아가는 한자 41. 등불반짝거릴 형(熒)에서 파생된 한자들 [6] 계층방정2523 24/10/15 2523 3
102462 [일반] PGR21 2024 여름 계절사진전을 개최합니다 及時雨2461 24/09/21 2461 0
102461 [일반] [역사]빔 프로젝터는 왜 TV보다 비쌀까? | 프로젝터의 역사 [8] Fig.15248 24/10/14 5248 7
102460 [일반] 가을 테마 음원이 오늘 발매되었는데... 지금이 가을 맞을까요?-_-;; [2] dhkzkfkskdl3463 24/10/14 3463 0
102459 [일반] [예능] 흑백요리사 감상문(스포 있음) [14] 라울리스타5571 24/10/14 5571 24
102458 [일반] 병무청 설립이래 최초 "자발적 대리입대" 적발 [43] 계피말고시나몬8483 24/10/14 8483 1
102457 [일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이 드라마 미쳤네요!!! [44] Anti-MAGE8930 24/10/14 8930 3
102456 [일반] [서평]《왜 내 사랑은 이렇게 힘들까》- 모든 애착이 다 가치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다 안정 애착을 누릴 수 있다 [2] 계층방정3150 24/10/14 3150 4
102455 [일반] 전성기 이주일 선생님의 위상을 나름 느낄 수 있는 사진 [42] petrus10406 24/10/13 10406 4
102454 [일반] 요즘 본 영화 [8] 그때가언제라도9102 24/10/12 9102 2
102453 [일반] 『채식주의자』 - 물결에 올라타서 [18] meson8872 24/10/12 8872 3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