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 게임계의 빅스타인 임요환이 10월 9일 입대한다는 뉴스가 보도된 바 있다. 임요환의 군입대 사실은 많은 e스포츠 팬들은 물론 e스포츠의 존재만 알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임요환 군입대=은퇴'로 간주하고 '임요환의 입대로 e스포츠가 몰락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과연 임요환의 군입대는 그들의 말대로 게이머 인생의 끝일까? 임요환을 비롯한 현 프로게이머들이 입대하는 공군 전산특기병은 어떤 병과인가?
▲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방의 의무는 예외없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국방의 의무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일부 스포츠의 선수들은 상무나 병역특례 등을 통해 국방의 의무를 해결하기도 한다. 하지만 e스포츠는 상무팀도 구성되지 않았고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도 없다. 그나마 올해 등장한 공군의 전산특기병이 프로게이머를 위한 혜택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전산특기병으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는 강도경, 조형근, 최인규 등이 있고 임요환도 공군 전산특기병으로 입대할 예정이다.
프로게이머에게 공군 전산특기병 입대는 희소식이다. 2년 가량의 군생활을 거치고 나면 기량이 무뎌지고 경기감각마저 떨어지기 때문. 지금까지는 예비역이 되면 예전 전성기때의 실력이 나오지 않아 은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비단 이런 문제는 프로게이머를 제외한 모든 스포츠 선수들에게 나타나는 공통과제였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프로게이머가 군 생활중에도 연습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에 경기감각을 살릴 수 있다.
▲ 공군 전산특기병이 하는 일은?
공군 전산 특기병이 하는 일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군 내에서 필요한 프로그래밍 제작및 유지하는 업무이고 또다른 업무는 군 내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일들에 대해 지원을 하는 것. 이 중 프로게이머는 주로 전산 지원을 담당하게 된다. 또 알려진 바와 같이 군의 전쟁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워게임 테스트나 병영생활 중 동아리 활동 지원 등에 투입되기도 한다. 선수들은 업무를 종료한 이후 자유시간에 연습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프로게이머들이 입대한 전산특기병은 다른 병사들의 활동과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프로게이머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좀 더 특별한 활동을 하게 된다. 아직은 공군 전산특기병과에 프로게이머가 입대한지 1년도 되지 않아 체계적인 지원은 아직 없지만 향후 많은 입대가 확대되면서 더욱 왕성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 군인 신분의 프로게이머가 대회에 나갈 수 있나?
많은 e스포츠 팬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입대한 선수가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여부다. 현재 공군의 입장은 소속 선수가 출전권을 갖게 되거나 여건이 되면 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까지 대회에 참가시킬 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임요환이 현재 프링글스 MSL 시즌2에 출전하고 있는 도중 군입대를 하게 될 경우 계속 MSL에 출전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공군 전산특기병 프로게이머의 프로리그 참가는 2007년 시즌에도 불가능할 전망이다. 프로리그에 참가하기 위해선 선수가 모여야 가능하다. 프로리그에 출전하려면 12인 로스터를 선별하고 e스포츠를 관장하는 한국 e-스포츠 협회(KeSPA)에 등록해야 한다. 현재 임요환까지 포함하면 프로게이머 공군 전산특기병은 4명이 되는데 이들만으론 프로리그에 나가기 힘들다.
▲ 스타크래프트 이외의 다른 e스포츠 종목의 경우는?
그나마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은 군입대 후에도 일부나마 선수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워크래프트 3와 같이 다른 e스포츠 정식종목은 어떨까?
공군은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육군의 경우 1인칭 액션게임인 '스페셜포스'의 경우 육군에서 전략적 지원을 하기 때문에 육군 자체 내에서 게이머들의 활동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다른 정식종목들은 해당되지 않는다. 아직까지 기성세대들이 게임을 바라보는 인식자체가 곱지만은 않음을 잘 보여주는 예다.
▲ 이창호와 임요환의 다른 점은?
한때 바둑 프로기사 이창호의 군입대 문제가 화제로 떠오른바 있다. 당시 바둑계는 이창호가 바둑으로 국위를 선양하고 국내 바둑의 실력을 널리 알렸기 때문에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병역특혜 관련법규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혔고 이창호는 군입대가 불가피해보였다.
이 같은 입장에 바둑애호가들의 반대 목소리는 계속 됐다. 심지어 105명의 국회의원들이 나서 국방부에 진정서까지 냈다. 이같은 요구가 계속되자 이창호는 한국기원에서 공익요원으로 대체 복무를 하게 됐다. 지금도 바둑기사들은 메이저급 국제 바둑대회 결승에 오른 바둑기사들은 대체 복무가 허용되고 있다. 최철한 9단, 박영훈 9단, 송태곤 8단, 박정상 9단이 대체 복무 수혜를 받은 바둑기사다.
반면 임요환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임요환은 e스포츠계의 아이콘으로 지금까지 e스포츠를 대중에게 어필하고 인기를 모으는데 큰 공로를 세운 인물이다. 하지만 게임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은 그를 여전히 대한민국의 게임 폐인으로 몰고 있다.
임요환은 지난 2003년 아침 토크쇼에서 '게임중독증'이란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패널로 출연한 임요환은 "게임머니가 100억이 있느냐", "게임에 중독된 것 아니냐", "플레이어 킬링(PK)을 하면 오프라인에서도 상대를 죽이고 싶으냐" 등 프로게이머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질문들을 받고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또한 2005년 9월 28일 KBS 2TV '추적60분'을 통해 방영된 '죽음의 덫, 게임중독'이란 긴급취재에선 게임중독의 실상을 이야기하면서 프로게이머들을 게임중독자로 연관짓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부 기성 매체들을 중심으로 프로게이머를 게임 대회에 출전해 전문적으로 경기를 벌이는 직업인 대신 게임이나 하며 돈을 버는 게임중독자들로 바라보는 경우도 아직 남아있다.
▲ 전산특기병, 프로게이머에게 빛이 될 수 있을까
대중적 취미로서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바둑과 게임은 이처럼 기성세대들의 인식차에 따라 다른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차이는 군 문제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제서야 겨우 윤곽을 그린 프로게이머의 병역특혜지만 여전히 기성 세대들의 곱지않은 시선에 의해 공군 전산특기병의 현역 활동도 제약을 받고 있다.
실력있는 프로게이머들의 입대가 이어질 지금 시점에서 프로게이머 활동이 보장받지 못한다면 '군입대=은퇴'의 e스포츠계 관습은 계속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반면 공군 전산특기병의 체계적인 활동이 보장받는다면 군 제대후에도 신예들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는 예비역 프로게이머의 실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입대후에도 일정한 연습시간이 보장될 수 있다면 말이다.
작성자 : 김선문 기자 (마이데일리)
출처 :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e_sports&menu=news&mode=view&office_id=117&article_id=0000059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