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사네요.
기쁜 기사는 아니지만..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general&menu=issue&issue_id=87&mode=view&issue_item_id=4411&office_id=117&article_id=0000063604
[마이데일리 = 김선문 기자] 한때 여성 프로게이머의 전성기가 있었다. 이은경, 김사비나, 이지혜, 김가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을 정도로 e스포츠계의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 선수들이 존재했다. 여성팬보다 남성팬이 많은 e스포츠에서 여성 프로게이머의 활약은 남성선수의 인기를 뛰어넘는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성 프로게이머는 그 자취를 감췄다. 특히 국내 e스포츠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여성 프로게이머는 점점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던 여성 프로게이머의 인기가 지금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 여성 스타리그의 현주소는?
e스포츠의 초창기라 할 수 있는 2000년 즈음엔 여성 스타리그의 인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2000년 온게임넷에서 방송됐던 롯데리아배 여성 스타리그를 비롯, 많은 여성 대회와 선수들이 등장했다. 일부 여성게이머의 인기는 남자 프로게이머들보다 인기가 더 높았다. 이벤트전 중심이다 보니 리그의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었지만 그래도 여성 프로게임리그의 가능성이 있었다.
현재 e스포츠는 해를 거듭할 수록 많은 발전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기업들의 프로게임단 창단과 리그의 체계적인 시스템, e스포츠의 국제화 등 발전의 성과는 눈에 띌 정도다. 하지만 이와같은 e스포츠의 발전에 비해 여성 프로게이머는 퇴보했다. e스포츠의 초창기에 전성기를 누리던 여성 프로게임계는 이제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바로 경기가 재미 없다는 것이다. 남성 프로게이머들의 경기에 비해 경기의 박진감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여성 프로게이머의 얇은 선수층으로 인해 실력차이도 있었지만 상위권의 선수들도 병력의 중앙싸움만 펼치며 일명 '한방러쉬'에 의존했다. 상대의 허를 찌르며 경기 초반부터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만드는 남성 프로게이머들에 비하면 경기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경기의 지루함은 곧 시청률의 저조함으로 나타난다. 온게임넷과 MBC게임은 여성부 스타리그의 시청률이 저조하자 해당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그 예로 2005년 MBC게임의 레이디MSL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레이디MSL은 남성부 스타리그인 MSL이 끝난 이후 이벤트 경기로 진행됐다. 서지수, 이은경, 김영미, 이종미 등 인기 프로게이머들이 출전하며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남성부 스타리그의 재방송보다 레이디MSL의 시청률이 한참 저조했던 것. 0.1%의 시청률 하락에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케이블방송에서 시청률의 하락은 큰 타격일 수 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레이디MSL은 더이상 개최되지 않았다. 온게임넷도 시청률 저하의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금은 게임TV의 '스카이라이프배 레이디스 스타 챔피언쉽'만이 여성 스타리그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칸 소속의 여성 프로게이머 김영미는 여성 스타리그의 현주소에 대해 "게임방송이 여성 프로게이머들을 단절시켰다"며 "지난 프로게이머 워크샵에서 여성 프로게임계에 힘을 써달라 부탁을 했지만 노력하겠다는 이야기일 뿐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여성부 스타리그에 무관심한 방송사의 태도에 아쉬움을 나타낸 모습이다.
▲ 남성 프로게이머들과의 실력차이는 인정한다. 그러나…
여성 프로게이머와 남성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차는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사고, 공간지각, 연산 등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주장도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 상황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속설도 있다. 하지만 e스포츠 관계자들은 여성 프로게이머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즉 여성부 스타리그가 없고 대회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여성 프로게이머들의 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온게임넷 스파키즈의 여성 프로게이머 이종미는 "여성이 남성보다 게임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렇게 된 이유는 여성 프로게이머가 노력을 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여성부 스타리그가 없으니 프로게이머를 하고 싶은 후배들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가고 실력있는 선수들은 게임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프로게이머란 직업 하나만으로 살아가기 힘들다.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남성 프로게이머들 보다 사회생활의 진출이 빠르다. 보통 여성 프로게이머의 사회생활 진출은 20대 초중반이 되자마자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에 명맥이 오래 가지 못한다. 그 예로 이종미는 대학 강의와 쇼핑몰 운영, 김영미는 BM소프트라는 게임업체의 마케팅팀장을 겸하고 있다. 여성으로 프로게이머 활동을 한다는 것은 미래가 더욱 불안할 뿐이다.
삼성전자 칸의 김가을 감독은 "여성 프로게이머를 육성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는다"며 "어린나이에 뛰어들만한 여성 선수가 없고 23~24세가 될 경우 게이머 생활을 하기에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사회생활로 인해 오래 지속되기 힘든 여성 프로게이머의 활동은 얇은 선수층과 남성 프로게이머와의 실력 차이를 계속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여성 스타리그를 바라보는 KeSPA의 입장
과연 여성 프로게이머를 바라보는 한국 e스포츠협회(이하 KeSPA)의 입장은 어떨까?
KeSPA의 입장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이야기한다. 지금으로써는 프로게이머가 되기위한 커리지 자격이 힘들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현재 e스포츠의 기본을 만들어가는 시기고 여성 프로게이머를 선발한다 하더라도 드래프트 할 팀이 없다는 것이다. 한때 많은 인기를 끌었던 여성 프로게임계지만 지금은 남성 프로게이머의 중심으로 스타리그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를 가졌던 여성 프로게이머들은 이젠 옛말이다. 서지수와 김영미, 이종미를 제외하고 새로운 선수 등장할 수 있는 커리지매치도 없을 뿐더러 여성 프로게이머를 보유하고 있는 팀도 그리 많지 않다.
그나마 삼성전자는 김영미, STX는 서지수, 온게임넷의 경우 전신인 KOR시절부터 이종미를 비롯한 강현, 최안나, 조혜림 등 여성 프로게이머를 다수 확보하고 있을 뿐, 그 외 다른 팀에선 여성 프로게이머를 찾아보기 힘들다. 르까프 오즈는 전신인 플러스 시절에 여성 프로게이머를 몇명 보유하고 있었지만 르까프의 창단과 더불어 여성팀을 해체했다.
KeSPA 사업국의 이헌구 차장은 "여성 프로게이머를 양산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다"며 "지금도 e스포츠의 기본이 잡혀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여성 프로게이머의 일정 확보가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지금으로써는 KeSPA가 여성 프로게이머의 양산을 위한 방법이 없다는 이야기다.
▲ 여성 스타리그, 이대로 좋은가?
처럼 지금 여성프로게이머를 키우는 것이 시기상조라면 차후 여성 스타리그는 e스포츠의 역사속에만 남아있을 수도 있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보이는 프로게임계, 그 남성들 안에서 프로게이머로 살아남기 위해 총력을 다하는 여성 프로게이머들의 땀과 노력은 지금 상황에서 헛수고일 뿐이다. 아마 중도에 포기해버린 여성 프로게이머들이 현재 남아있는 여성 프로게이머들보다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록 꿈은 접었지만 말이다.
여성 프로게임계, 예전의 부흥은 어려울지도 모른다. 다만 여성 스타리그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소수의 인원이나마 준프로게이머 자격증을 부여할 수 있는 기반은 마련돼야 하지 않을까? 최소 여성 프로게임계가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여성 게임리그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사진은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여성 스타리그인 제 6차 스카이라이프배 레이디스 스타 챔피언쉽의 한장면. 사진 = 김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