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기사라서 퍼왔습니다
르까프 조감독님이 이 인터뷰 요청에 쉽게 OK 못했던 점도 이해가 가고요
어렵게 나갔던 것도 esFORCE지에서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팬들이나 매니아들 등 모르는 분은 이러쿵 저러쿵 잘알지도 못하면서 말들 많았던걸로 기억 납니다
당시 조감독님 마음이 오죽 했겠습니까?
하지만 지난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 하는 원수 같았던 사람을 다시 금 품에 받아 들이는 저 마음이야 말로 본받고 싶네요..
~~~~~~~~~~~~~~~~~~~~~~~~~~~~~~~~~~~~~~~~~~~~~~~~~~~~
원문:
http://www.fighterforum.com/news/news_read.asp?cat=ISS&idx=16778
'회한(悔恨)'과 ‘화해(和解)’는 닮았지만 내포하고 있는 의미는 전혀 다르다. 회한은 한을 품다는 뜻이고 화해는 복잡다단하게 얽힌 무언가를 푼다는 의미다. 두 단어 모두 ‘한’과 관련된 단어라는 점에서 연관성을 갖고 있다.
르까프 오즈 조정웅 감독과 MBC게임 히어로 박지호, 이스트로 조용성의 공통점은 회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3년전 박지호가 MBC게임의 전신인 POS로 이적하고, 조용성이 무단 이탈했을 때 조정웅 감독은 고난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당시 플러스 팀의 주력 멤버였던 박지호와 조용성의 공백으로 인해 조 감독은 쉽게 가로질러 올 수 있는 길을 돌고 돌아서 와야 했다. 선수 때문에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선수들이 팀을 떠나야 했던 현실, 자신의 무능력 때문에 눈물 흘리기도 여러 번. 회한의 나날이었다.
이들이 3년만에 다시 만났다. 과거의 회한은 떨쳐내고 화해하기 위해서였다. 쉽지 않았던 결정, 그리고 눈물의 사연을 들어보자.
◆어색함과 서먹함 사이에서
“안녕하세요”라는 단어가 이토록 어려웠을까. 약속시간보다 3분 정도 늦은 조정웅 감독에게 인사를 건네는 박지호와 조용성의 목소리는 ‘소근거리고’ 있었다. 조정웅 감독도 인사를 잘 못들었는지 박지호에게 “우승 축하한다”는 말을 다시 꺼냈다. 이후 삼겹살 집까지 가는 동안 내내 정적. 조정웅 감독과 선수들 사이에서는 어떤 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3년 동안 쌓아 놓은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던가. 어쨌든 삼겹살집까지 도착했다.
조정웅 감독(이하 조감)=(소주를 권하며) 정말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지호부터 이야기나 들어보자.
박지호(이하 박)=잘 지냈지요. 새로운 팀에서 적응도 빨랐고, 요즘 우승도 해서 분위기 좋습니다. 그런데 감독님 목소리가 많이 차분해 지셨어요. 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요.
조용성(이하 조)=(조용히 고기를 뒤집으며) 저도 이스트로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박=서래마을로 숙소를 이전한 뒤 이학주, 김성곤이랑 자주 만났어요. 이 친구들에게 “조정웅감독님 잘 계시냐, 같이 만나 뵙자”고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는데 학주랑 성곤이가 빼더라고요. 그래서 ‘감독님이 아직 나에 대한 앙금이 안 풀리셨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 때마다 아쉬웠죠.
조감=병주고 약주는 구나. 지난 날의 이야기를 끌어내서 ‘너는 이랬는데 서운했다’는 것을 이 자리에서 풀어 놓아봤자 아픈 기억밖에 안 된다. 나는 아픈 기억이나 좋은 기억이나 박지호, 조용성과 만난 것은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옛날 이야기 가운데서도 좋은 것부터 꺼내 놓자꾸나.
조=저도 조 감독님과 함께 했던 시절을 잊을 수가 없어요. 이지호 감독님도 정말 잘해주시지만 제가 데뷔할 수 있었고, 보살펴 주셨던 분이 감독님이시잖아요.
◆추억에 젖다
3년의 세월, 그리고 그동안의 어색함과 서먹함은 오가는 소주잔에 모두 털어 삼켰다는 듯 세 남자는 추억에 젖어 들어갔다. 조용성의 인형 이야기와 박지호의 맥주 한 병 원샷 이야기, 조정웅 감독의 무지막지한 속도 본능 등 이야기 보따리가 터져 나왔다.
조감=용성이를 받았던 때가 새록새록 생각이 나는구나. 내 친구의 아는 분이 운영하는 PC방에서 가장 잘한다고 소문났던 저그 유저가 용성이였지. 당시 IS 팀이 운영되고 있었지만 연습생 시스템이 없어서 내가 몰래 뒤를 봐줬지. 예선에도 출전하고, 온라인에서 IS 선수들과 연습도 했지. 참 용성이 인형 세 개 아직도 갖고 있냐.
조=(얼굴이 갑자기 붉어지며 쥐죽은 듯한 목소리로) 네. 이스트로 숙소에 고이 모셔놨죠.
조감=지호, 너도 알거야. 용성이가 처음 숙소에 들어왔을 때 곱게 포장해서 가져왔던 인형 세 개가 있었지. 곰 인형이랑 사람 인형. 베게로도 쓰고 끌어 안고 자는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지호=기억 나요. 인형에 얽힌 에피소드도 있잖아요. 곰인형이 오래 돼서 속에 넣어 놓은 헝겊이 튀어나왔을 때 감독님이 “버리든지 꿰매든지 처리 좀 해라”라며 화를 내신 적이 있어요. 그 때 용성이가 조용히 나가서 꿰맸던 적도 있죠.
조=감독님이 청결을 강조하셨더랬어요. 그래서 저도 아무 말 못하고 나가서 꿰맸죠.
조감=박지호의 맥주 원샷 사건도 충격이었지. 우리가 <피망컵 프로리그> 예선에 출전했을 때 마지막 경기에서 패해서 리그 진입에 실패했잖아. 홧김에 당시 숙소가 있던 부천에서 회를 먹었는데 분위기가 너무 가라 앉아 있어서 맥주 한 병 빨리 마시기 내기를 했지. NRG의 노유민이랑 지금 <슈퍼파이트> 해설하고 있는 김양중 해설과 만원씩 갹출해서 내기돈도 걸었지. 그 때 지호가 700ml를 가장 빨리 ‘병나발’을 불어서 3만원을 가져갔어. 그 때 3만원 우리에겐 참 큰 돈이었어.
박=저는 조 감독님의 무시무시한 운전 실력이 생각나요. 중고 크래도스를 150만원에 구입해서 애지중지 끌고 다니셨죠. 시내에서 운전할 때 평균 시속 100Km, 고속도로로 나가면 무조건 140Km의 속도광이셨어요. 감독님 차만 탔다하면 뒤에 앉은 선수들도 안전벨트 매야 했고, 가끔 음주 운전하셨다는 소문도 있고요.
조감=그랬었지. 그래도 그 차가 없었으면 팀을 운영하기가 정말 어려웠을 거야. 우리의 발이 돼준 차라서 정말 애정이 간다. 5인승 차에 7명씩 타고 팀리그 출전했을 때가 좋았지. 자, 한잔 하자.
◆아픔을 토로하다
에피소드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던 세 남자. 취기가 서서히 올라 불콰해진 얼굴을 바라보며 고생했던 시절, 떠나야만 했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한다.
박=3년전에 제가 팀을 나가겠다고 감독님과 싸웠던 것에 대한 후회를 굉장히 많이, 자주 해요. MBC게임 히어로에 속해서 선수 생활을 하고 있지만 조 감독님이나 당시 플러스 선수들 얼굴이 자주 떠오르곤 합니다. 이제야 속죄하고 감독님을 뵐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조감=학승이부터 지호, 용성이, 성준이까지 일순간에 빠져 나갔지. 너희들이 나가고 나니까앞이 막막해지더라. 다들 각 종족에서 한 축을 담당하던 선수들이었는데 그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답이 없었어. 나에게는 팀을 접어야 하는 위기였지.
나도 인간인데 미워하는 감정이 없었겠니. 정말 많이 미웠다. 미운 정도가 아니지, 살면서 손 아랫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거든. 그런데 뒤돌아보니 지호나 용성이의 잘못이 아니더라고. 나도 못해준 것이 있고, 서로 불신이 쌓여서 그런 일이 일어났던 거지.
사실 며칠 전에 취중진담에 나와달라는 연락을 받은 다음 너희들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못 볼 것 같다고 했어. 고민이 많았던 거야. 웃으면서 과거를 말할 용기가 없었어. 자신도 없었고.
그런데 너희들이 보자고 했는데 어른된 입장에서 문을 닫아버리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아 나오기로 했다.
조=(눈물을 글썽거리며) 감독님, 제가 정말 생각이 짧았던 것 같아요. 우리를 위해서 그토록 열심히 뛰어주셨는데 눈앞의 이익 때문에, 잠깐 배고픈 것 때문에 팀을 나가고, 후배들과 감독님을 힘들게 하고….(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조감=사나이가 울어서 쓰겠냐. 용성아, 자, 술 한 잔 받아라.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잔을 돌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너희들은 나에게 의미가 컸던 놈들이야.
박=(얼굴을 붉히며)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제가 원래 어른들을 뵈면 말도 잘 못하고, 정도 못 붙이거든요. 그런데 조 감독님은 달랐어요. 언제나 친형 같았고, 우리와 이야기도 잘 통하는 분이었는데….(말을 잇지 못하고 소주를 들이킨다. 원샷으로 10잔 째다.)
조감=너희들이 빠져나간 이후로 웃음이 줄었어. 비기업 팀에선 선수 하나가 빠져나가면 팀의 색깔을 잃어버린다고 하는데 학승이, 지호, 용성이, 박성준이까지 나가니까 정말 힘들었다. 그때 너희들을 내보내지 않았으면 지금 플러스는 정말 정말 잘나가는 팀이 됐을텐데 아쉬워.
박=지나간 것을 푸는 것보다 또 만나고 싶고, 진심으로 자주 뵙고 싶었어요. 감독님도 아시다시피 가정이 정말 어렵거든요. 어머니는 행상을 하시고, 아버지는 환경미화원 일을 하세요. 이번에 창단되면서 어렵사리 부모님 앞으로 집을 마련하는데 제가 적은 돈이나마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요. 감독님도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오신 모습을 보면서 저도 효도해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감독님께 감사드려요.
조감=지호랑 용성이 모두 다른 팀에서 정말 잘해주니까 고맙더라. 너희들이 출전하는 경기를 모두 보고 있는데 마음 한 켠에서 뿌듯하더라. 만약 성적도 못내고 있었으면 ‘저렇게 하려고 나를 떠났나’라며 책임을 물었을지도 몰라. 성장하기 위해 나간 것이니까 그 점에서는 만족한다. 나도 잘못이 있어. 그 당시 너희들이 팀을 나간다고 했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던 것이 요즘 생각이 나곤 하지. 오늘처럼 잘 돼서 만나려고 우리가 그렇게 아팠던 것이 아닐까.
◆함께 미래를 이야기하다
조용성이 한 번 터진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계속 울었다. 달궈졌던 분위기가 삽시간에 식었다. 때마침 삼겹살과 소주가 모두 동이 났다. 퓨전 선술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영종과 <취중진담>을 진행했던 곳이다.
조감=지호가 프로리그에서 활약하는 것 감동적으로 봤다. 주장 역할을 톡톡히 하던데. 프로게이머로서 보람을 많이 찾았겠어.
박=보람은 우승만이 아니더라고요. 팀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 후배들이 저를 믿고 따르고, 제가 그 선수들을 앞장서서 지휘하는 것 등 여러 보람을 찾았습니다.
조=그런 면에서 제가 좋은 성적을 못내서 죄송하죠. 저를 프로게이머로 만들어 주셨고, 애정을 갖고 지켜보시는 것도 아는데 뵐 면목이 없습니다.
조감=지금까지는 아직 고생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해. 아직 e스포츠는 안정된 분야가 아니라는 것은 너희들이 잘 알잖니. 지호나 용성이나 1세대, 선구자라고 생각하고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한다.
박=제 꿈이 지도자거든요. 군에 다녀온 뒤에 e스포츠 업계에서 계속 활동할 수 있는 길도 지도자라 생각해요. 후배들에게 제가 가진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어요.
조=현진이형이 코치로 고생하는 걸 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현진이형이랑 술도 자주 마시고 이야기도 많이 하는 편인데 매번 같은 말을 되풀이 하더라고요. “선수 때가 백배 편하다”고요. 챙길 것도 많고 보살필 선수들도 많으니까 복합적으로 고민을 하던데요.
조감=아마도 그럴 거야. 감독이나 코치나 쉬운 일이 아니지. 외부에서 볼 때는 한가할 지 몰라도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관리하면서도 e스포츠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알아야 하니까. 현진이도 서서히 느껴가고 있구나.
박=그런 의미에서 저도 획기적인 일을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특히 세리머니 있잖아요. 그거 하려고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때도 있답니다. 팬들에게 재미를 주려고 연구도 많이 해요. 코미디도 보고, 스포츠도 보면서 다양한 포즈를 고민하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합장 세리머니와 물 뿌리기에요.
조감=후기리그 플레이오프할 때 물 뿌리기 세리머니는 정말 아프게 다가오더라. 성곤이랑 학주가 복수할 때는 재미있기도 했고. 그런 걸 보면서 e스포츠가 점점 재미있어지고 있다는 걸 느껴.
조=(눈물을 멈추고 웃으며) 다음에 제가 프로리그에서 이기고 나면 반대편 벤치에 가서 악수를 청하는 세리머니를 하려 하는데 괜찮을까요.
조감=(활짝 웃으며)그 세리머니는 사절한다. 충격이 정말 클 것 같아. 우리 서로를 아프게 하는 세리머니는 하지 말자.
박=그래서 더 하고 싶은데요. 하하하.
그렇게 세 남자의 화해는 계속됐다. 이야기에 푹 빠져 있기를 세 시간. 무려 10병의 소주를 나눴다. 다음날 기사를 정리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기자는 자리를 빠져 나왔다. 행복함에 젖어 있는 세 남자를 뒤로 하고.
다음날 조정웅 감독으로부터 남은 에피소드를 들었다. 눈물을 펑펑 짜내고 있던 조용성은 그 뒤로 한 시간 여 동안 울었고, 박지호는 조 감독을 숙소 정문까지 바래다 줬단다.
남윤성 기자 force7@ 사진=이 건 기자 force6@
지금껏 한 사람만 취재하다가 끝났던 취중진담이 최초로 3명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사례입니다. 박지호 선수가 테이프를 끊었죠. 술을 마시면서 가장 많이 했던 이야기가 바로 전 소속팀이었던 플러스의 조정웅 감독님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다음 상대를 지명할 차례가 됐는데 조용성 선수도 자기와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며 바통을 넘겼죠. 조용성 선수는 조정웅 감독에게 '토스'를 했고요.
세 사람이 갖고 있는 공통 분모는 바로 '어려운 시절의 플러스'라는 팀입니다. 조정웅 감독은 사비를 털기도 하고 돈을 빌리기도 하면서 정말 어렵게 플러스 팀을 끌고 갔고, 박지호와 조용성 선수는 그 아래에서 힘겹게-집에서 용돈을 타가며-선수 생활을 하고 있었죠. 가난 때문에 서로 화를 내기도 하고, 분란이 생기기도 했답니다. 박지호와 조용성 선수는 플러스의 열악한 환경을 참다 못해 이적을 선택했고, 조정웅 감독님도 내줘서는 안될 핵심 전력들을 이적시켰죠. 그 때 생긴 앙금 때문에 세 남자는 서로 인사도 제대로 못나누며 3년 가까이 보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