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교야구에는 "문무양도(文武兩道)"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공부도 잘하고 야구도 잘하자"라는 것입니다. 일본 고교야구란 어디까지나 방과후 특별활동의 일환이라는 것이지요.

실제로 팬이나 언론들도 24시간 365일 야구만 시키는 야구 엘리트 학교보다는, 공부 할 것 다 하면서 야구도 잘해서 고시엔 진출하는 학교들을 더 밀어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공부도 잘하는 일명 '진학교'들이 야구 명문교를 깨뜨리면 언론에서도 엄청나게 호들갑을 떨어주지요.

그런데 이번 여름 고시엔에 진출한 야마구치현 대표 시모노세키 국제고교 (편차치 기준으로 이번 여름 고시엔 진출교 중 가장 공부 못하는 학교입니다.)의 사카하라 감독이 일본 고교야구의 문무양도 지향풍조를 공개적으로 디스하며 엄청난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사카하라 감독의 발언을 간단요약하면,
-문무양도란 말은 무지 싫어한다. 그런건 있을 수 없어.
-야구와 공부의 병행은 무리. 일류가 되려면 하나에서 일류가 되어야지.
-문무양도란 말은 도망치기 위한 핑계야. 공부할때는 "아니, 야구하니까요." 야구할때는 "아니, 공부하니까요."가 되어버린다고.
-(선수들의 자주성이란) 무능한 지도자가 도망치기 위한 핑계.
-하루 2시간 연습으로 뭘 할 수 있다고? 하루 2시간 공부해서 도쿄대에 갈 수 있겠어? (*주: 공립고등학교 야구부의 연습시간은 대개 하루 2시간 정도입니다.)
-(일본 정부가 체육부 활동의 휴식일을 보장하고 연습시간을 제한하려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소식에 대해) 연습시간을 제한하자고? 그럼 우리같은 학교는 영원히 고시엔에 못 가.
-(1회전 상대인 산본마츠 고교에 대해) 산본마츠 고교 선수들이 구장에서 빙수를 먹고 있더라. 우린 물, 과즙 100% 주스, 우유, 스포츠 드링크만 허용한다. 핸드폰도 금지.

사카하라 감독의 발언은 거의 폭풍같은 논란을 일으켰는데요, 뭐 이런 시대에 뒤떨어진 사디스트 감독이 다 있냐, 학생들의 자주성을 부정하다니 이게 교사가 할 말이냐, 아니 야구에 집중하자는 것은 일리가 있잖아 등등으로 찬반양론이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사카하라 감독의 시모노세키 고교는 1회전에서 본인이 디스한 "문무양도를 추구하고" "선수들에게 빙수 따위나 먹이는" 산본마츠 고교와 대결하여......





4:9로 무난히 완패했습니다 -_-


이 시합 전까지는 찬반양론이 격렬하게 맞부딪쳤지만 시합 후에는 여론이 일변하여 찬성파와 반대파 모두 사카하라 감독을 마구 까대고 있습니다. 2ch 반응을 간단요약하면,


-이제 선수들은 빙수를 먹을 수 있어!!!!
-와!!! 졌다!!!! 핸드폰 쓸 수 있다!!!!!
-빙수의 승리
-빙수 축제를 벌이자고!!!!!!!
-빙수의 유용성이 증명되었다
-산본마츠의 투수, 정말 열받아서 던진 것 같더라. 상대팀 감독의 헛소리가 불을 붙인거야.
-빙수의 저주다
-[낭보] 시모노세키 국제고교 3학년, 이제 포켓몬  GO 할 수 있음
-고시엔 구장 근처의 괜찮은 핸드폰 가게 가르쳐 줄까
-감독은 분명 내일 혼자서 빙수를 먹고 있겠지
-쓸데없이 입을 놀려서 다른 학교를 비판한 결과다
-산본마츠 고교의 빙수 타선을 찬양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