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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14 00:34:33
Name 김사무엘
Subject [기타] 한국..... 이제 어른이 되었네요?
86년 멕시코 월드컵, A조 최종전 한국vs이탈리아.
한국은 비기기만 해도 무조건 올라가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역시 강해......라고 말하기 뭣한 편파판정으로 한골을 선취 득점합니다.
그리고 후반으로 넘아가 초반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 최순호 선수의 멋진 중거리 포가 이탈리아 골그물을 아주 쫙~ 갈라 버립니다.

문제는 바로 이때 부터입니다. 서로 잠그기를 들어가도 상관이 없는 상황에서 한국은 반 흥분 상태에서 공격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결과는 그 후에 2골을 허용하고 너무나도 늦은 허정무 선수의 만회골로 아쉽게 16강 진출에 실패하고 맙니다.
예. 32년만에 월드컵 출전은 거의 첫 출전이나 마찬가지였고 한국 축구는 이런 대형 국제무대 경험이 없다 시피 했습니다. 아시아권이라면 몰라도 전세계적인 규모로 말이죠. 그리고 처절한 국제 무대 도전사가 펼쳐집니다. 한국은 경험미숙에 따른 경기 조절 실패를 여러번 겪었어야 했습니다. 월드컵 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말이죠. 특히 90년 월드컵은 아시아 지역 예선을 29승 1무 무패의 완벽한 성적으로 올라 자못 우쭐했다가 졸전중의 상 졸전만 펼치고 돌아와야 했습니다.
94년 월드컵 스페인전, 한국은 놀라운 경기 내용으로 전반전에 스페인과 미들싸움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늘 압도당하는 것에만 익숙해있던 한국팀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상황에 익숙치 못함을 드러내고 오버페이스를 펼치다 2골을 먹고 맙니다. 물론 후반전 말미에 투혼을 발휘해서 동점으로 따라잡지만 뭔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98년 월드컵 멕시코전. 모두들 기억하실 겁니다. 한국은 그나마 '큰무대'에서 대등한 경기 운영을 펼치는데 익숙해짐을 보였지만, 선취골 이후에 들뜬 상황은 겪지 못하였고 선수들이 흥분에 휩쓸린 상태에서 선취골의 주인공 하석주가 퇴장당하면서 경기는 어렵게 됩니다. 물론 전반전에는 그럭저럭 리드를 유지했으나 후반전 들어 역전을 만들어내는 멕시코의 저력에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2002년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습니다. 월드컵 첫승을 해냈고, 16강, 8강, 4강까지 진출하면서 월드컵 토너먼트의 피말리는 긴장감속에서 경기를 치루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바로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그 후 유럽 무대 진출 선수들도 늘어나고 안정환과 같이 산전 수전 다겪은 선수나 박지성이나 설기현과 같이 꾸준히 계단을 밟고 올라간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말리전. 우리는 3골을 먼저 헌납하고 3골을 다시 따라잡습니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비겨도 8강진출을 확정 짓는 상태에서 무리하지 않고 '노련한', 그리고 '침착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한국이 큰 무대에서 중요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의 토고전...... 솔직히 말하죠. 제 3자가 볼때는 엄청 질질 끄는 게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팬으로서 한국이 정말 큰 무대에서 오바질 하지 않고 완급 조절을 능숙히 해낸 다는 것에서 왠지 모를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불굴의 투지로 달려들어 불태우는 모습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제 한국도 월드컵 무대에 연속으로 오른지 올해로 20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얻어 터지고 당하면서 쌓은 경험이 지금 세대에서야 천천히 나오는 듯 하네요.
그리고 한국, 뒤지는 상황에서 자멸하지 않고 역전승을 해냈다는 것을 진짜로, 정말로 높이 평가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한골 먹으면 투지를 불태우며 부딪히다가 아쉽게 분패, 혹은 아쉬운 무승부만 익숙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비록 약체 토고를 맞아 고전을 하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역전승을 이루어냈습니다. 중압감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것을 이겨내고 결국은 승리를 따낸 우리 선수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토고 한테 본선무대에서는 이렇게 하는거야~ 하고 한수 가르쳐 준듯 하네요.

박지성 선수.... 컨디션 좋을 때 나오는 지성턴이 후반전에 점점 등장하더니 결국 골 2개에 모두 관여를 하는 군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경고를 제조하던 공간돌파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그려~ 그리고 역전골에서 지성턴 이후 안정환 선수와의 절묘한 체인지가 예술이었습니다.

이천수 선수, 언젠가 피구 스페셜에서 보았던 프리킥과 왜이리 비슷한 킥과 볼의 궤적을 그리면서 날아가는지.... 정말 전율이었습니다. K리그 사기유닛이고 또 종종 프리킥으로 리그에서 상대방을 울리는 것을 보았기에 키커로 준비하자 이상한 예감에 휩싸여 흥분을 하게 만들더니 그냥 가볍게 넣어 버리네요. 하하..... 역시 K 리그에서 날리던 실력이 어디 갈까요? 멋진 프리킥이었습니다. 우리도 '큰무대'에서 데드볼 상황을 맞았을 때, 웬만한 팀 못지 않은 카드를 가지게 된것 같습니다. 정말 베컴이 팀을 프리킥 한방으로 자주 구했듯 이천수 선수도 프리킥 한방으로 팀을 구해냈네요. 아시아의 베컴이라고 자부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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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14 00:42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저는 어렸을때 봤던 월드컵이라 기억이 안나지만..
절실함이 느껴지네요..
Juliett November
06/06/14 00:51
수정 아이콘
참 반가운 글이네요... 축구 안 보는 사람이 게시판 들어왔으면 오늘 진 줄 알았겠어요 -_-;;

저도 2002년의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에 실점햇을 때, 가장 걱정이 된 것은 과연 이 중압감을 선수들이 이겨낼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멋지게 극복해내더군요. 더 공격을 했으면 하는 일말의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것은 그저 '욕심'일 뿐이죠. 저 막강한 공격력의 스웨덴도 10명의 트리니다드 토바고를 상대로 결국 골을 넣지 못했습니다.

아.. 너무 기분좋은 밤입니다.
이런 복잡한 얘기는 접어두고 그저 승리를 즐기고 싶네요.
완성형폭풍저
06/06/14 03:17
수정 아이콘
오늘은 3연전 중의 첫경기입니다.
비기기만 해도 진출이라든지, 승리만하면 진출이 가능한 특수한 상황이 전혀 아니죠.
게다가 상대는 이미 한명이 부족한 상황에 45분동안 공격을 당하여 반격의 기회보다 실점을 줄이는데 힘을 썼습니다.
오늘의 상대가 프랑스나, 스위스였다면 모든 국민들이 환호하고 탁월한 선택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상대는 최약체 토고. 게다가 한명이 적은 상황. 우리가 밀어붙이고 있어 골냄새가 풀풀 풍기던 장면에서 나온 그 프리킥의 모습은..
마냥 기분좋게 볼수만은 없더군요.
그나저나, 참 좋은 글입니다. 예전일들이 떠오르네요..
성장하긴 많이 성장했네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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