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2/05/19 11:17:40
Name Neandertal
Subject Excuse me, where is the toilet?
몇 년 전에 석사학위 하나 딴다고 영국 런던에 약 1년 정도 머물렀던 때가 있었습니다.
런던에 있었다고는 하지만 기숙사 생활을 했고 만나는 사람들도 같은 목적으로 영국에 온 우리나라 사람들이거나 제 3국 친구들이 많았고 현지 영국인들은 교수님들 그리고 같은 학과에 다니는 몇몇 친구들이 전부여서 사실 영국 사회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거나 영국인들을 삶을 잘 알게 되는 그런 기회는 가질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1년 짜리 관광객 생활이었지요.

그래도 한 번은 정말 영국 사회에 상류층이라는 사람들이 존재하는구나라는 점을 직접 느낄 기회가 있었습니다. 캐임브리지에서 박사 공부를 하시는 한 한국분이 놀러 오라고 초대해서 한국 친구들 몇명과 함께 캐임브리지를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그 분 안내로 시내 이곳 저곳을 돌아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 분이 먼 발치서 우리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두 사람을 가리키면서 "저 사람들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하더군요. 20대 정도로 보이는 두 청년이 우리를 향해서 걸어오고 있었는데 두 사람 다 말쑥하게 차려입었더랬습니다. 그런데 복장이  우리가 회사 면접보러 갈 때 입는 양복이 아니라 영화 "셜록홈즈"에 나오는 등장인물들이 입는 것 같은 스타일의 복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 다 모자를 쓰고 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친구는 분명히 지팡이까지 들고 있었습니다. 마치 빅토리아 시대의 신사가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로 날아온 것 같았습니다. 우리 일행들 앞을 지나쳐 가면서도 우리 쪽으로는 눈길 한 번 주지 않더라구요. 저희를 안내해주시던 분께서 말씀하시길 저런 친구들이 진짜 상류층이라고 하더군요. 영국사회에 계급이 존재한다고 말로는 많이 들어왔었지만 정말 그때 그런 사실이 제대로 실감이 났었습니다.

갑자기 위에 쓴 경험이 생각난 이유가 요즘 케이트 폭스라는 영국 인류학자가 쓴 영국의 발견(Watching the English)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 영국 사회에서 상류층이 쓰는 단어 중류, 하류층이 쓰는 영어 단어의 차이에 대한 내용이 있었서였습니다. 책에 따르면 상류층과 중상층을 가를 수 있는 7개의 단어가 있다고 합니다. 이 단어를 쓰는 경우 바로 여러분들이 중중층이나 하류층이라고 여겨지게 된다네요. 우리하고야 아무 상관이 없지만 한 번 재미삼아 알아볼까요?

1.  Pardon?
상대방이 한 얘기를 잘 못알아들었을 때 "뭐라고요?"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라는 의미로 Pardon?을 쓰게 되면 바로 나는 하류층입니다라고 선언하는 셈아리고 하네요...중상층은 Sorry?, Sorry-what?. What-sorry?, 상류층은 What?이라고 한다고 하네요. 상류층들한데 Pardon?은 거의 욕보다 더 나쁘게 받아들여지는 단어랍니다...--;

2. toilet
화장실을 toilet이라고 하면 중하류층, 중중층, 노동계급의 지표랍니다. 중상층과 상류층은 loo, lavatory랍니다...제가 런던에 있을 때 "화장실 어디있어요?"라는 저의 공식 표현은 언제나 "Excuse me, where is the toilet?"이었습니다. --;; (하기야 우리나라에서 못이룬 신분상승이 영국 간다고 이루어지겠습니까?...크크)

3. napkin
우리가 알고 있는 냅킨은 중상층이나 상류층이 쓰는 단어랍니다...이건 우리가 제대로 하고 있네요...^^ 중하류층 사람들이 프랑스어에서 나온 "서비에테(serviette)"라는 단어를 쓴다고 하는데 이것은 프랑스어를 씀으로써 신분 상승을 꾀했던 잘못된 정보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4. dinner
dinner라는 단어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이 단어를 점심이라는 뜻으로 쓰면 노동계급이랍니다...저녁식사를 tea라고 불러도 노동계급 낙인이 찍힌답니다 (근데 저녁을 왜 tea라고 부를까요?). 상류계급은 저녁을 dinner 나 supper라고 부른답니다. 디너는 서퍼보다 더 거창한 식사를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5. settee, couch
집안 거실에 놓여있는 2~3인용 푹신한 가구를 settee나 couch라고 부르면 잘 봐줘야 중중층 이하라는군요. 중상층이나 그 이상은 sofa라고 한답니다. 저는 이것을 항상 sofa라고 불렀으므로 상류층??? --;

6. lounge
위의 5번 가구가 놓여있는 장소를 lounge 나 living room 이라고 부른다면 하류층, 그곳을 sitting room이나 drawing room이라고 부른다면 여러분들은 중상층 이상임을 보여준답니다. 자, 오늘부터는 집에 놀러온 친구들에게 거실을 가리키면서 "이곳이 시팅룸이야"라고 하십시다...^^

7. 후식
여러분은 앞으로 후식은 무조건 pudding이라고 하세요. 식사의 마지막 코스는 여하간 무엇이 나오든 푸딩이라고 합니다. 그래야 상류층이라네요...이것을 만약 스위트(sweet), 아프터(after), 또는 디저트(dessert)라고 하는 순간 그것은 천한 사람이나 쓰는 용서할 수 없는 단어가 된다는군요...

우리같은 외국인들이 보기에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다 웃기는 일이고 그저 콧방귀나 한 번 끼고 말 일이지만 어쨌든 영국이라는 나라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그들만의 문화인 것은 사실입니다...그들이 이러한 기준을 우리 같은 외국인들에게는 적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우리가 그러한 그들의 기준에 따를 하등의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다음 번에 혹시 영국에 가시게 되거들랑 화장실 찾을 때 "Excuse me, where is the loo?" 라고 하시고 상대방이 한 말을 잘 못알아들었을 때는 (분명히 이런 경우가 생길겁니다...그것도 아주 많이...--;) 절대로 "Pardon?"이라고 하지 마시고 약간은 거만하게 "What?"이라고 하세요...시팅룸(sitting room) 잊지 마시구요...냅킨은 그냥 쓰시던 대로 쓰시면 됩니다...^^
* 信主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2-05-28 10:2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2/05/19 11:26
수정 아이콘
화장실을 말하는 단어를 영국권에서는 toilet이라고 하더군요. 홍콩출신 친구들은 다들 처음 미국오자마자 toilet이라고 하더라는...
제가 아는한도내에서 미쿡에서는 주로 restroom아니면 bathroom이라고 하더라구요.

하기사 영국이나 다른 유럽같이 뿌리깊은 문화가 있는 곳도 아닌
(제가항상 사용하는 말이긴 하지만) 근본없는 미쿡사회다 보니 lavatory같은 말은 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더군요~
착한밥팅z
12/05/19 11:36
수정 아이콘
와 ^^ 재밌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려요 :D
12/05/19 11:44
수정 아이콘
미국영어를 배운 저로서는 아는 내용은 토일렛 밖에 없군요..

누구 왕세자비 부모님이 영국 여왕한테 toilet이 어디냐고해서 여왕이 결혼알 매우 반대했다는 가십을 신문에서 본 기억이 나네요..

영국 갈 일은 없지만
어쨌건 영어는 미국이 본토.. -_- 라고 믿고살고싶은 1인 잘 보고 갑니다. 크크크 [m]
델몬트콜드
12/05/19 12:22
수정 아이콘
나...난 영국가면 반 상류층인건가!!!! 크킄
끝없는사랑
12/05/19 12:29
수정 아이콘
저도 중류층은 되겠네요..흐흐흐
OnlyJustForYou
12/05/19 13:00
수정 아이콘
pardon 보다는 sorry를 주로 썼는데 what을 써야겠네요 크크
toilet이 그런 뜻이군요. restroom이라는 단어는 미국에서만 쓰는 단어인가 보죠? 음..
lounge도 살짝 의외고.. 학교 도서관 앞에 lounge라고 써놔서 '오 조금 고급스런 느낌나는데?'그랬는데.. 아니었군요 -_-;;
pudding도 살짝 의외인 게 pudding하면 푸딩처럼생긴;; 그 그것만 말하는 거 같은데 후식은 푸딩이군요..
많이 배워갑니다. ^^
Neandertal
12/05/19 13:03
수정 아이콘
사실 영국 영어에서 계층을 가르는 기준은 단어 사용도 있지만 발음이라고 볼 수 있답니다. 특히 노동계층이 'h'발음을 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half past ten 은 "아프 파스트 텐(alf past ten), 손수건 handkerchief는 "앵커치프(ankercheef)" 이런 식으로요...이건 저도 직접 느껴던 부분입니다...그리고 우리가 BBC 뉴스 앵커들한테서 들을 수 있는 영어는 "교육받은"영어로서 상류층이라기 보다는 중상층 영어라고 합니다.
12/05/19 13:11
수정 아이콘
영어는 모든게 어렵군요 ..ㅠㅠ
greensocks
12/05/19 13:20
수정 아이콘
외국인과 대화할때 가장 많이 썻던 말이 Pardon이었는데..
12/05/19 13:24
수정 아이콘
하하하, 전 아직까지도 pardon은 커녕 sorry?만 씁니다. 아....
완전연소
12/05/19 13:43
수정 아이콘
오오~ 저 일주일 후에 영국, 런던에 가는데 꼭 써먹어야겠습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Paul Peel
12/05/19 13:51
수정 아이콘
캐나다에서는 보통 화장실을 washroom 혹은 가끔 restroom이라고 합니다. toilet은 잘 안쓰던데요..
그리고 what?이라고 물으면 조금 예의없어 하던데 나라 별로 다른가 봐요.
12/05/19 14:04
수정 아이콘
텍사스 방울뱀 형님은 왓을 외치다 못해 티셔츠까지 입고 다녔는데 완전 상류층이었네요.
하긴 백이 있으니 맨날 회장이랑 티격태격했겠죠....
Judas Pain
12/05/19 15:27
수정 아이콘
V for Vendetta의 원작자 알란 무어가 영화 V를 보고 영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유치한 작품이라고 평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강고한 보수주의와 유서깊은 계급문화 그러면서도 시드 비셔스와 오지 오스본처럼 끝까지 나대는 망나니들이 돌출하는 곳.
근대를 이룩한 산업혁명과 금융 자본주의의 본산이면서 전근대적인 왕권의 위엄이 군림하는 땅.

그리고 미국이라는 신세계로의 탈출. 영어로 묶이는 두세계. 영연방 vs. 미합중국.
2차대전의 승리 후 우리가 사는 국가의 모습을 결정지은 두 나라.

"영국은 승리할 것이다."
채넨들럴봉
12/05/19 16:25
수정 아이콘
외국 학교 다닐때 선생님 말을 잘 못 들엇을때 왓?하면 말하면서도 뭔가 "뭐?"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상류층 말투라 흐뭇...은 개뿔

영국 발음 오글거려요 [m]
12/05/20 09:32
수정 아이콘
그런데 관습상 그 계급에 해당되지 않는 사람이 상류층의 언어로 간주되는 말을 쓴다면 그 또한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요?
네버스탑
12/05/20 23:06
수정 아이콘
비속어만 아니라면 어떻게 쓰든 무슨 상관이라고..
유럽이 어떻게 보면 더 계급주의적에 차별주의적이네요.. 무섭습니다 참..
청바지
12/05/21 10:39
수정 아이콘
영국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도 상류층 못됩니다 크크.
sad_tears
12/05/28 21:50
수정 아이콘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있나요?

이런 몇마디 말 장난으로 신분을 구분하는 자체가 이상한 것 같아요.

영국에서 말하는 상류층이라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부의 축척인지 (아무래도 이건 자본 지상주의 미국을 표방하는 우리만의 사고방식이겠죠)
아니면 중세부터 내려오면서 프랑스나 독일처럼 큰 혁명을 가지지 못한 때문인지... (이것 또한 개도 아니고 21세기를 살면서 사람에게 뼈대있는 가문에서 품종 교배하자는 의미 이상은 없다고 봅니다.)
그것도 아니면 정확한 신분 기준은 뭘까요?

사람은 지적추구, 내면의 성찰, 성찰을 통한 발전, 고생하면서 얻은 성취감이나 개인 발전과 같은 것들이 축척되면서 성숙해지고 개인 개인마다 삶의 의미가 뚜렷해진다고 봅니다.
돈 많고 좋은 직업이라고 명예롭다고 국회의원이라고, 의사라고.. 식구들이 다 사짜 돌림이라고.. 그 자체만으로 인정하고 인정 받을 수 있나요?

다만, 몇세기 전부터 뼈대있는 가문이었고 한번도 전쟁이나 가난을 겪은 적이 없으며 소작농은 해본적이 없고 권리소득으로만 살면서 지배계층으로써의 역할을 다하고 그러면서 아랫사람들에게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집안이 있다면, 그것이 상위계층이라고 한다면 이 글에서 말하는 중상위계층보다 격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 그렇게 성장할 가능성은 좀 더 클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글과 내용에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아무런 반박도 없이 "우아 .. 상류층!"과 같은 반응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리플만 있다는 건 조금 의아하네요.
12/05/28 23:32
수정 아이콘
예전 왕족들이 불어를 썼고, 불어에서 온 단어도 있고, 하다못해 여권에도 불어를 병기해놓길래 불어의 소양을 보이는게 잘보이는건줄 알았는데..그게 아니었군요. 흐흐.

사회 언어학 수업 들을때 영국 안에서도 계층별 사용언어가 조금씩 다르다는걸 처음 듣고 많이 놀랐었는데, 이렇게 흔히 쓰는 단어에서도 다르다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476 [디아3] 경매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 (악마사냥꾼) [49] 세르니안13621 12/06/08 13621
1475 [야구] 최고대최고 - 감독편 [42] 가양역턱돌신9725 12/06/08 9725
1474 해방 후 - 김구의 마지막 길 [32] 눈시BBver.210301 12/06/08 10301
1473 해방 후 - 거인이 쓰러지고, 옛 동지가 돌아오다 [25] 눈시BBver.211580 12/04/01 11580
1472 다시 보는 스2 밸런스의 역사 [48] 캐리어가모함한다11072 12/06/07 11072
1471 MSL, 스타리그 테마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해봅시다. [32] Alan_Baxter16873 12/06/05 16873
1470 1989년 - 바다를 사랑했던 사람들... [9] Neandertal10184 12/06/06 10184
1469 [오늘] 현충일 [45] 눈시BBver.211434 12/06/06 11434
1467 수도사 불지옥 가이드 [52] Cand12011 12/06/04 12011
1466 니가 진심을 주니깐 그녀가 널 받아주지 않는거야. [80] Love&Hate19659 12/06/01 19659
1465 [야구] 최고대최고를 모티브로 만들어봤습니다. [25] 가양역턱돌신10121 12/05/31 10121
1464 [LOL] Spring 시즌 하이라이트 영상입니다. [20] Cherry Blossom8931 12/05/30 8931
1463 [LOL] 원거리 딜러의 템트리에 대해... 피바라기vs무한의대검 [57] 작업의정석18109 12/05/29 18109
1462 기록 앞에 무너진 자, 기록 위에 서다. [25] 王天君12049 12/05/26 12049
1461 미친놈들의 축제는 막이 내리고 [22] nickyo11788 12/05/24 11788
1460 [LOL] 비주류 챔피언 탐구 - "전략적인 선택이군요, 소환사님" [19] 별비13665 12/05/23 13665
1459 [GSL 결승 리뷰] 4경기~5경기 [23] 캐리어가모함한다9269 12/05/22 9269
1458 [GSL 결승 리뷰] 1경기~3경기 [10] 캐리어가모함한다8022 12/05/21 8022
1457 Excuse me, where is the toilet? [22] Neandertal9895 12/05/19 9895
1456 [LOL] 통계로 보는 LOL The Champions & NLB 스프링 시즌 결산 [22] The_Blues8417 12/05/19 8417
1455 [오늘] 5.18 (2) [15] 눈시BBver.210066 12/05/18 10066
1454 [오늘] 5.18 (1) [4] 눈시BBver.28420 12/05/18 8420
1453 금단의 사랑 [16] happyend10286 12/05/16 1028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