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11/07/18 14:09:16
Name Love&Hate
Subject 죄수의 딜레마.
여기 A,B라는 두명의 공범인 죄수가 혐의자로 잡혀와 있다. 수사관은 그들을 격리시켜 놓고 각각에게 이렇게 말한다.
"모두가 자백한다면 5년의 형을 주겠다. 모두가 자백하지 않고 부인한다면 각각에게 1년씩 형의 부과하겠다."
그리고 또한 이렇게 덧붙혔다.
"만약 한명만 자백한다면 자백하지 않고 부인해서 고생시킨 녀석이 괘씸하므로 자백한 사람은 석방시켜주고, 부인한 녀석만 9년을 때려버릴꺼야."




이런 조건을 내민다면 결국 모두 자백해서 각각 5년형을 살게 된다는 것이 널리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다. 이렇게 행동하게 되는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A의 입장에서 B가 자백을 하든지 부인하든지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 꼼꼼히 따져보자면 만약 B가 자백했다고 가정한다면, A가 자백하면 5년 부인하면 9년을 살게되므로 A의 입장에서는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 또한 B가 부인했을때를 가정해도, A가 자백하면 석방 A가 부인하면 1년이므로 이쪽에서도 A는 자백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국 B가 어떤 쪽을 선택하든지 A는 자백하는 것이 최소한 부인하는것보다 유리하고, B역시 똑같은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며 모두 자백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애시당초 A,B가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인 모두 부인해 각각 1년의 결과를 이룰 수 없는 것은 A,B 각각이 자신만을 경계로 system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system이란 우리말로 번역하면 '계'인데 우리말이 오히려 더 와닿지 않는 느낌이 든다. 어째든 이 system을 제대로 풀어 설명하기 다소 난해하지만 간단하게 설명해 보자면 '설정된 범위' 정도라고 풀어 낼 수 있겠다. 다소간의 설명이 좀더 필요한것 같아 흔히 말하는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예를 들어 system을 설명해보면, 여기서 뜨거운 공을 찬물이 담긴 냄비 속에 넣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공의 입장에서는 온도가 내려가서 에너지를 빼았겼지만, 냄비의 입장에서는 공이 빼앗긴 에너지만큼 물이 에너지를 받았으니 냄비가 가진 에너지의 총량은 보존되었다. 이때 경계를 공으로 설정하면 system은 공이 되고 에너지를 외부환경인 물에 빼앗긴 상황이고, 냄비 전체를 경계로 설정하면 system은 냄비가 되고 외부환경의 요인이 없으므로 에너지가 보존된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죄수의 딜레마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이 죄수들은 각각 이익을 생각하는 범위는 자기자신뿐이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공을 system으로 설정, 즉 자신만을 경계로 system을 설정하였기 때문에 그 나름 최선의 이익을 따르기 위해 자백하지만,  냄비 즉 "A,B를 묶은 계"를 중심으로 생각해보면 결국 합이 2년이라는 최선의 결과도 아니고 합이 9년도 아닌 합이 10년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죄수가 자신만을 system 으로 설정하게 된 것은 정보차단의 결과로 설명할수도 있고, 최악의 결과는 피하고 싶은 위험회피로 설명할수도 있고 근본적으로 신뢰의 부족으로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여튼 죄수의 딜레마는 사람사이의 관계 특히 연애에서도 공히 적용될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나선다. 자신을 위해 부인한 사람에게 나의 형량을 조금 가볍게 하기위해 위해 상대에게 큰 형량을 부과한다. 자신을 위해 부인한는다는 그 사실이 자신에게만 유리한 일로 적용될뿐 최선의 결과로 향해 나아가지 않는다. 상대의 자백하지 않은 신뢰와 믿음이 개인의 조그만 이익으로만 쓰여지고 그것은 곧 상대에게도 전체에게도 좋은일이 아니게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상대역시 "나도 못참겠어. 나도 그냥 자백해버릴래.."라고 나선다. 그러면서 함께의 행복은 서서히 요원해진다.





서로를 위한 부인, 상대를 위한 희생이 결국 전체의 이익으로 큰 보상을 받는다. 그것이 우리가 연애를 하는 이유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기반이 된 희생이 단독으로 보면 손해일지 몰라도 커플을 놓고 보면 혼자서는 이루기 힘든 큰 행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임이 없는 곳에 사랑이 없고 희생이 없는 곳에 사랑은 없다.








그 사람과 내가 동일한 경계로 묶인 하나의 system이 되길, 이전이든 현재든 앞으로든 언제나 그렇게 되길 기도한다.


* OrBef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1-07-21 11:34)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강동원
11/07/18 14: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일었습니다. 제목과 글 초반에는 상당히 흥미가 있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눈물만 흐르는 것은 저뿐인가요.
11/07/18 14:22
수정 아이콘
세번째 문단에 애시당초 A,B가 모두에게 최선의 결과인 모두 자백하는 > 자백하지 않는 인거 같네요.

아래의 연애와의 비유와 비교하다가 잘못쓰신 것 같습니다.

언제나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올빼미
11/07/18 14:24
수정 아이콘
결국 남을 신뢰할수있느냐의 문제죠. 여담이지만 몇개월전 마늘밭에 백억원을 묻어둔분은 . . . 신뢰했습니다만
배신당했죠.
단 하나
11/07/18 14:26
수정 아이콘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문체도 그렇고 글을 풀어가는 능력 또한 대단하시네요.
피지알 자게 보물이셔요.
낭만토스
11/07/18 14:41
수정 아이콘
네 저도 공감합니다.
서로 자백만을 요구하고 진정한 사랑은 점점 멀어저만 가니까요..

난 상처받기 싫어. 난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
상대방의 자백을 이끌어내는 연애기술 어디 없나?
난 자백했는데 쟨 자백안하네? 어장인가?

내가 자백안했는데 상대도 자백하지 않는다면 인연이 아닌 것이고
내가 자백했을때 상대도 자백한 그런 사람을 만나야겠죠.
물론 상대의 자백을 믿었다가 9년 먹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모두 인생의 경험이며 성장의 밑거름이 되죠.
11/07/18 14:44
수정 아이콘
죄수의 딜레마를 거쳐 커플이 된 이들은 서로의 죄수가 된다. 응? [m]
11/07/18 14:45
수정 아이콘
이런 글 읽으러 피지알 오는 거죠.
Nowitzki
11/07/18 14:4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열역학 제 1법칙이 쉽고 이해는 되지만 좀처럼 와닿지 않는 이유가
system을 자기자신으로 두는데 익숙해져서 그런 것이었나요..

뻘플이었습니다;;
11/07/18 14:56
수정 아이콘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덧붙이자면,

단 한 판짜리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아닌, 시행을 n번(죄수들은 n이 어떤 수인지 모른다고 가정)할 때는,

무조건 배신(자백)하는 것만이 최선의(안정적인) 전략이 되지는 않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들이 중요하긴 한데,,,

이 글의 경우에 예로 드신 한 명 자백, 한 명 침묵 시에 침묵 쪽이 받는 벌이 8년 미만이면 상대를 믿어 보는 전략이 우세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갖는 의미는, 서로 자기 자신만을 system으로 보고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하여도, 선한 전략(상대를 조건부로 믿는)이 득세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지요.

개인이 자신 만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 것이 곧 전체의 작은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를 연애에 적용해보자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이기적으로 행동해온 연인일지라도,

서로 함께 한 시간이 많다면 그렇지 않은 연인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나은 이유가 아닐까 싶네요.


서로 믿는 커플이 오래되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요 ^^
몽키.D.루피
11/07/18 15:34
수정 아이콘
부인한다는 건 이미 9년을 각오하고 부인하는 거죠. 만약 건너편 죄수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면 부인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위해 희생(9년을 각오하고 부인하는 것)할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입니다. 두 죄수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합리적 사고를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그 상황에서 부인을 통한 1년형을 암묵적으로 합의하기는 무리입니다. 두 죄수가 합리적 사고를 극단적으로 추구한다면 그 상황에서는 둘다 부인해서 1년형을 각각 선고 받는 게 가장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냉정한 사고를 할만한 설정이 아니죠.
그냥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죄수가 아닌 가족이나 쌍둥이 자매로 비유한 더 처절한 설정이 있었던 거 같은데 기억이 잘 안나네요..
11/07/18 16:08
수정 아이콘
경제학의 game theory군요.
스치파이
11/07/18 16: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 참 마음에 와닿는 것 같아요.
11/07/18 16:35
수정 아이콘
잘 가다가 왜.......... 아닙니다 잘 읽고 갑니다 흐흐
andante_
11/07/18 16:37
수정 아이콘
으으, game theory 네요...

작년 계절학기 때 경제학을 들었을 때 이 부분은 고맙게도 교수가 이론만 간단하게 가르치고 넘겼습니다. 저희를 가르친 교수가 수학과, 생물학과 박사학위는 옛날에 땄는데, 경제학 학위를 딴지 2주만에 가르친 수업이라서, 경제학을 전부 수학으로 응용해서 가르쳤습니다. 사실 따지고보면 순수 경제학이라기보다 농업/자원경제학(Agricultural & Resource Economics)이라는 부서에서 가르치는 수업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이론을 깊게 파고드는 것보다 수학적 접근이 더 많은 편이어서 저한테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경제학과에서 Game Theory 에 대해서만 가르치는 수업이 있긴 한데, 전부 저 죄수들만큼이나 깊은 딜레마에 빠지는 것을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죠. 오랜만에 보니까 반갑네요. 거기에 마지막 부분에 위트있는 응용까지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사미르나스리
11/07/18 17:44
수정 아이콘
좋은 미괄식입니다. 크크
몇년전 읽었던 루시퍼 이펙트가 불현듯 생각나는군요.
쎌라비
11/07/18 20:45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한선생
11/07/19 02:37
수정 아이콘
위에 다크나잇 트레일러가 나와서 하는 여담이지만 다크나잇에서 후반부에 조커가 서로를 폭발시킬 수 있는 기폭장치를 각 함의 선장에게 주고 하는 놀이가 이거죠. 상대방이 상대방 자신에게 유리하고 나에게 불리한 행위를 범하지 못하도록 먼저 폭파시켜 죽여야 하는 극히 간단명료한(적어도 조커가 보는 비논리적이고 무질서한 세상에서는) 경우 임에도 스토리상 반전의 결과가 나오죠. 그것도 문신 애꾸눈 흑형의 어색한 정의감의 산물로...

아무튼 game theory가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모습인 이기심을 정말 효과적으로 묘사해 주지 않나 싶네요.
영원한초보
11/07/19 12:13
수정 아이콘
결론은 참 좋습니다!!!저도 그렇게 되는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현실은...
연예뿐만아니라 모든 일이 서로 win-win 하는게 좋지만
우리나라 재벌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생각해 볼때 한쪽은 win-win을 별로 바라지 않는것 같아요.
system을 공유 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는데요.
얼마전 논란이 되었던 초과이익공유제 자유시장주의 관점으로는 별로지만
사회전체가 system을 공유하자는 취지로는 좋다고 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드려면 한쪽을 system을 깨버려서 더 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만들어야 하는데요 가능할까요?
위의 실험은 두 죄수가 동등한 관계였지만
실험군을 다양하게 바꿔서 실험한다면 여러 흥미로운 결과를 볼 수 있을꺼 같네요.
다크나이트도 양쪽 배에 탄 사람들이 동등하지 않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924 지난 5년 택뱅리쌍의 전적(수정본) [37] 칼라일2112140 11/07/31 12140
923 대다수 네티즌을 위한 인터넷 보안 가이드 [47] Kivol10438 11/07/30 10438
922 MBC GAME과 함께 했던 추억들. [19] XellOsisM7419 11/07/30 7419
921 남한산성 이후 - 1. 해가 빛이 없다(日色無光) [63] 눈시BB6515 11/07/29 6515
920 '제가 슈마지오때부터 팬이었는데.....' [34] survivor12187 11/07/25 12187
919 [넋두리] 나는 시소 타는 직장인 [29] Artemis9075 11/07/19 9075
918 죄수의 딜레마. [26] Love&Hate13805 11/07/18 13805
916 다승왕을 정확히 이해하기. [57] 절름발이이리11518 11/07/14 11518
915 2ch-오유 펌) 이모가 돌아가셨다. [11] 부끄러운줄알아야지12410 11/07/12 12410
914 스마트폰 요금제 알아보기 [50] Nihil15912 11/07/10 15912
913 홍진호에 관한 마지막 잡설. [35] becker13979 11/06/24 13979
912 [Review] 진정한 철벽을 보여주었던 S급 테저전(김민철vs이신형) [10] 이성은이망극10552 11/06/16 10552
911 안녕, 홍진호. [32] becker11079 11/06/18 11079
905 4할타자 [23] 코세워다크23640 09/12/19 23640
902 <통계로 보는 PGR> 10월. (2) 분야별 분석 [59] Ms. Anscombe9158 09/11/18 9158
900 <통계로 보는 PGR> 10월. (1) 전체적 조망 [29] Ms. Anscombe9331 09/11/15 9331
899 클래스는 영원하다 (BGM) [38] 귀염둥이 악당16784 09/10/31 16784
898 스타리그 2000 매치 기념 짤방 원본 [29] Alan_Baxter15486 09/10/29 15486
897 부산오뎅 갖고 당진으로 [22] 굿바이레이캬12902 09/11/03 12902
896 라이터가 없다. [13] kapH11594 09/11/03 11594
893 스타리그 10주년 기념 특별기획 - 90 페이지에 담은 10년의 기록 [120] Alan_Baxter15491 09/10/02 15491
889 [L.O.T.의 쉬어가기] 대통령께 '보낼' 글 全文 [18] Love.of.Tears.11248 09/09/24 11248
888 [인증해피] 슬램덩크 캐릭터 신발 정리 1편. 북산고교. [60] 해피20916 09/09/20 20916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