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2023/11/19 23:32:37
Name AMBattleship
Subject [LOL] T1 경기 비관람 후기
네. 저는 불판에 덧글 하나 입력하는 것조차 부정탈까봐 조심해야만 했던 전국에 있는 수많은 프로 관람 필패러 중에 한 명입니다.
전 직관은 고사하고 응원하는 팀 실시간 중계만 봐도 지더라고요.

작년에 얻은 교훈으로 올해는 불판도 안봤고 이 글도 사실 징동전 끝나고 썼지만,
게시판에 올리는 것조차 부정탈까봐 이제서야 올립니다.

작년 결승전이 생각납니다.
조별리그부터 4강까지 불판만 보면서 끝까지 참다가,
이정도 기도했으면 나도 페이커 우승하는거 실시간으로 볼 자격이 있지 않을까?
라는 방심과 함께 결승전 봤다가 그만...

신앙을 잃은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그 때 끝나면 실컷 울거라고 손수건까지 준비했었는데…

전 그 날이 제가 페이커를 응원할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어떤 스포츠의 팬인적도 없고, 선수의 팬을 해본적도 없는 제가 2017년 페이커의 눈물을 본 이후, 
그가 다시금 정점에 오를 때까지 응원하고 그 후에 후련하게 보내줘야지 했거든요.
그런데 그 날 패배했을 때, 이제 기회가 다시 오긴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2023년 LCK스프링 결승 패배, MSI 4강탈락, 이후 손목 부상, LCK서머 결승 또 패배,
그리고 스위스스테이지 TL전에서 보여준 다소 아쉬운 모습에 올해는 내심 기대를 내려놓았지요.

라이엇이 하필 스위스 스테이지 오프닝 티저 영상에 페이커 팬이라면 PTSD오는 17년 그 장면을 가져다 썼는지 원망스러웠습니다.
차라리 롤드컵이라도 마음 편히 보게 T1이 8강쯤에서 떨어지면 좋겠다라는 불경스러운 생각마저 했었네요.

그런데 젠지가 탈락하고, KT 대 JDG 경기를 보며 이거 할만해 보인다라고 생각되었기에,
LNG 전부터 결국 전 다시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저만의 응원 루틴에 들어갔습니다.

PC, 스마트폰, TV 모든 유혹을 물리치고 경기가 끝난 후에야 재방, 하이라이트, 리뷰를 탐닉했네요.

나이 마흔넘어 말도 안 되는 미신을 믿고 있는 것도 우습지만
작년처럼 힘들게 지켜온 공든 탑이 무너지길 원치 않았기에 오늘도 참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오늘 하이라이트만 겨우 보고 후기를 남기네요.

이정도 기도했으면, 후기 하나 정도 쓸 자격 있지 않을까요. 하하.

아무튼, 페이커의 4번째 우승으로 가장 기쁜 사실은
이제 17년도 그 영상을 봐도 울음을 참을 수 있다는 것이에요.
6년전의 상처가 이제서야 아물어가는 느낌입니다.

고마워요 T1.
고마워요 페이커.

그리고, 안 보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프로 직관 필패 형제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제라그
23/11/19 23:35
수정 아이콘
저도 관람 필패러였는데 오늘은 눈 딱 감고 오프닝부터 봤습니다. 부인이 미신이라고, 그래서 지는게 어딨냐고 하는데(당연한 말이긴 하죠) 그래서 둘이서 같이 보게 된. 그리고 속이 아주 시원해졌네요. 내일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하는데 잠이 올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제 징크스까지 같이 날려준 티원이었네요. 후후후...
고등어자반
23/11/19 23:35
수정 아이콘
저도 직관필패러로서, 지난 주부터 경기가 있는 날에는 오후 8시 50분이 될 때까지 인터넷 근처에도 안 가는 나날을 보내왔습니다. T1의 우승에 0.0000001%라도 보탬이 되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23/11/19 23:36
수정 아이콘
우리(T1팬) 정말 절실했구나 싶네요. 크크크. 지금까지 PTSD 올까 두려워 못 본 세체원 구마유시 다큐 보고 잠들 예정입니다. 편안한 밤 되시기를...
무딜링호흡머신
23/11/19 23:37
수정 아이콘
POG 드립니다
Karmotrine
23/11/19 23:37
수정 아이콘
집관도 못했습니다 퇴근하니까 딱 맞춰서 끝나더라구요 라이브로 보는 라이브에서 느끼는 즐거움이 있는데 다 알고 보는 다시보기 재미없어 따흐흑 ㅠ
원숭이손
23/11/19 23:38
수정 아이콘
저주를 풀어드릴게요❤️
님 이제 내년에 경기안보면 지는 저주걸림
AMBattleship
24/11/04 15:32
수정 아이콘
덕분에 올해는 CGV에서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살면서 이렇게 행복한 순간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였네요. 감사합니다.
마음속의빛
23/11/19 23:43
수정 아이콘
작년에는 DRX를 응원했고,
올해는 T1을 응원했는데
모두 다 우승하는 장면을 목격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롤알못이라 남들은 준결승에 비해 너무 시시하다고 할 수 있었겠지만
'사실상 결승전'이라는 그랜드슬램 도전팀 징동보다 웨이보가 강한 팀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고, 다만 팀 상성이나 전략의 변수가 존재해서 걱정될 뿐이었죠.

초한지&삼국지 때 명장 vs 지략가의 대결에서 지략가의 전략은 전장에서 실시간으로 전술 지휘를 하는 명장을 당해낼 수 없다는 지론에 따라
어지간한 전략을 구성했어도 선수들 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고,
이미 8강, 4강에서 LNG와 JDG 상대로 그 폼을 확인시켜준 T1이 웨이보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경기내내 긴장되었지만, 우승하는 것까지 지켜볼 수 있었네요.
콩순이
23/11/19 23:50
수정 아이콘
누군가는 그깟 미신 이라 할진 몰라도 다들 그만큼 간절해서 그 미신에라도 기대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요. 전 징동전은 1경기만 보고 불판만 보고 오늘은 그냥 오프닝부터 안봤습니다. 저도 작년 월즈 결승전 정말 이길줄 알고 방심하고 라이브로 보다가 져서....... 저 하나 안본다고 달라질 건 없을것 같았지만 혹시라도 지면 저때문일까봐 안봤습니다. 저같은 분이 또 있어서 너무 반갑네요. 이제 마음 편하게 경기 돌려보시고 기뻐하세요~
자아이드베르
23/11/20 00:11
수정 아이콘
글에서 따뜻한 팬심이 절절히 느껴집니다. 이제 염원을 이루셨으니 내년부터는 편안하게 치맥이라도 하시면서 라이브 방송 즐기시기를 기원합니다.
R.Oswalt
23/11/20 00:19
수정 아이콘
저는 라이브로 다 봤는데, 동생은 끝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고 남자친구랑 놀러 나가더니 이제와서 거실 티비로 유튭 켜서 보고 있네요 크크
내 몫까지 같이 부두술에 힘 써준 고맙다 동생아...
보라바람
23/11/20 00:19
수정 아이콘
저도 기도하며 설거지하고 쓰레기통을 비운 뒤 자진해서 청소를 하며 덕을 쌓았습니다. 이제 돌려봐야겠네요!
거믄별
23/11/20 00:27
수정 아이콘
버텼습니다.
보면 이길 때보다 질 때가 더 많았기에...
8강부터 4강 그리고 결승까지 다시보기로 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어떻게든 외면했습니다.
5시에는 일찍 샤워를 해서 시간을 보내고
6시에는 일찍 저녁을 먹고 야구를 봤죠.
8시.. 제 방으로 돌아와 한 시간을 매트리스 위에서 뒹굴거리며 버텼습니다.
그리고 9시가 넘어 9시 30분... 휴대폰 스포츠란에 들어가니 웨이보 0 vs 3 T1 이 있더군요.
저의 징크스를 지켰기에 우승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기쁘더군요.
치킨을 시켜서 치킨을 먹으면서 다시보기로 이제 다 봤습니다. 너무 좋습니다.
오토노세 카나데
23/11/20 00:50
수정 아이콘
저랑 같은 징크스를 가지셨군요.... 친구들한테 카톡도 보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_=
HA클러스터
23/11/20 02:19
수정 아이콘
저도 결과보고 나서야 녹화방송 보면서 뒤늦게 뽕에 빠졌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형제여
여우사랑
23/11/20 06:13
수정 아이콘
저는 반대였습니다. 이상하게 이번 롤드컵은 T1이 제가 보면 지던 게임도 역전을 하더군요. 징동 1경기 보고 잠이들었다가 3경기 중간부터 다시 봤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새벽4시까지 우승하는거 보고 잤습니다!
청보랏빛 영혼 s
23/11/20 07:03
수정 아이콘
정말 감사합니다
좋아하는 팀경기 못보는게 얼마나 괴로운 일인데 그걸 해내시다니.
팬덤 계의 다크나이트세요!!
raindraw
23/11/20 09:39
수정 아이콘
내가 본다고 지는게 어디있겠습니까? 제가 응원하는 팀들이 롯데 자이언츠, 새크라멘토 킹스라 저도 한 때는 그렇게 생각한 적도 있는데 생각을 바꿔서 내가 그런 초능력을 지니고 있을 리 없다는 생각으로 쭉 지켜보다 보니 드디어 킹스가 전 시즌에 플옵 진출 하더군요(그 전까지 16시즌 연속 플옵 탈락). T1 그리고 페이커의 우승 축하드립니다. (by 젠지 그리고 쵸비팬. 나 때문에 떨어진건가? ㅠ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8630 [LOL] T1 경기 비관람 후기 [18] AMBattleship13873 23/11/19 13873 49
78629 [LOL] 모든 노래는 저를 통합니다 [32] 원숭이손14832 23/11/19 14832 19
78628 [LOL] 마침내 우승을 목격하다 [15] 풍경14809 23/11/19 14809 32
78627 [LOL] 오늘은 막둥이 셋째 첫돌입니다 [25] 아이유IU11112 23/11/19 11112 34
78626 [LOL] 흥미진진했던 2023 월즈를 돌아보며 (및 숭배글) [25] 원장14196 23/11/19 14196 38
78624 [LOL] 안녕하세요. T1은 페이커 10주년 헌정영상 빨리 뽑으세요. [17] 아몬12723 23/11/19 12723 17
78623 [LOL] 과거 임요환 팬으로 페이커의 4번째 월즈 우승을 축하합니다. [14] style11634 23/11/19 11634 10
78621 [LOL] T1 우승 스킨 관련 선수들의 인터뷰 [78] 반니스텔루이16799 23/11/19 16799 0
78620 [LOL] 톰, 조마쉬, 양대인 광동 프릭스 관련 말말말 + 광동 안딜, 태윤 스크림 썰 추가(ver 3) [51] 고세구17695 23/11/19 17695 5
78619 [기타] 블리자드 히오스는 왜 판타지구현에 불리한 게임일까? (데이터주의) [13] 리포블리10499 23/11/19 10499 5
78618 [LOL] 대대대 감독 패배 인터뷰(의 일부) [211] roqur22086 23/11/19 22086 8
78617 역대 롤드컵 우승팀의 1년 전적 [39] HAVE A GOOD DAY13950 23/11/19 13950 10
78616 [LOL] 페이커, 티원을 비하하던 사람들에겐 할 말 없습니다. [54] 삭제됨14452 23/11/19 14452 3
78615 [LOL] 티원 우승 스킨 예상 [73] 묻고 더블로 가!15456 23/11/19 15456 2
78614 [LOL] "롤" [44] kapH13757 23/11/19 13757 31
78613 [LOL] 구마유시의 상상한 우승모습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29] 구성주의13906 23/11/19 13906 17
78612 [LOL] T1과 페이커의 월즈 V4 를 축하합니다! [129] 반니스텔루이17658 23/11/19 17658 38
78611 [LOL] 월즈 결승전 티저 [61] roqur17031 23/11/19 17031 7
78610 나를 믿는것으로부터 (T1 JDG 보이스 다큐) [14] SAS Tony Parker 10345 23/11/19 10345 0
78609 [LOL] T1 vs Weibo 결승전, 비전문가의 관전 포인트 [6] 랜슬롯15133 23/11/19 15133 8
78608 [LOL] Never say Never (T1:JDG 보이스) [57] SAS Tony Parker 17053 23/11/18 17053 17
78607 [PC] 마일스톤 이벤트로 인해 난장판이 된 FC 온라인 [5] 及時雨9062 23/11/18 9062 0
78606 [LOL] Worlds 2023 FAN FEST 라이브 콘서트 [118] 비와별14878 23/11/18 1487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