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거창하나 별 전문적 내용은 아니구요.
30년이 넘은 고전영화지만, 온라인 커뮤 주력세대 40대분들은 다들 보셨음직한 영화 도망자를 다시 봤습니다.
마침 우연히 미국경찰관련 책도 읽었고, PGR에 글은 성의있게 길게 써야하는 부담으로 자세하게 끄적여 봅니다.
오래된 영화니 스포 생각않고 첨부터 끝까지 주요부분 위주로 써봤습니다.
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어수룩하고 무능하게 묘사된 지방경찰(로칼 캅)이 수사하다가 범인이 주 행정구역을 넘거나 하면
주인공급으로 나오는 FBI나 연방보안관(US마셜)등이 지휘권을 받아가는 장면이 종종 나오는데요.
주인공 킴블이 탈출후, 죄수들을 호송하던 일리노이주 교정국 직원들을 지역경찰무리의 책임자급 보안관(셰리프)이
심문중인데 US마셜 제라드가 와서 수사권을 넘기라고 하고 셰리프는 못마땅한듯 툴툴대다 넘겨줍니다.
(제라드가 자기 소개 하는 장면에서 "I'm deputy US marshal" 이라고 하는데, 부책임자? 흔히 미국 영화 드라마에서 책임자급에게도 deputy, deputy 하고 부르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 미국 군경에서 deputy가 가리키는 이미지가 궁금합니다)
이후 제라드가 지휘하고, 추적 끝에 마주친 터널 하수도에서 킴블은 제라드에게 총을 겨누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는데 제라드의 대답은
"I don't care" 입니다.
무심코 들으면 탈주범이 총을 겨누고 있으니 그냥 그렇게 대답하나보다 할수도 있는데,
알아보니 연방보안관의 임무 자체가 진짜로 범죄수사는 하지 않고 주로 수용자 관리, 탈주범 검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 정부 공식 범죄자 추노꾼이랄까요.
증거 모으고 순찰하고 수사하는건 지방경찰과 해당지역의 치안책임자인 셰리프의 역할이고요.
그러니 진짜로 "I don't care" 할수밖에요. 이 대사는 수미상관으로 끝부분에 다시 나옵니다.
미국의 3대 대도시 뉴욕, LA, 시카고 중에서 각각 영화 다이하드시리즈, 리쎌웨폰시리즈 등 수없이 많은 영화에도 나오는
NYPD, LAPD에 이어 도망자에는 CPD 시카고경찰이 나옵니다.
NYPD는 1년 예산만 60억불이 넘고 경찰숫자만 3만6천명 이상이고요. CPD는 17억불/1만6천명, LAPD는 10억불/1만1천명쯤 됩니다.
킴블이 시카고로 돌아온 이후 CPD 책임자급이 제라드 사무실에 불려와서 취조(?)를 당하고 사건기록들을 제라드에게 넘겨줍니다.
참고로 감독인 앤드류 데이비스가 시카고 출신이라 그의 영화(형사니코, 도망자, 체인리액션등)에는 시카고가 줄창 나오는데요.
쇼생크 탈출의 원작자 스티븐 킹의 작품에는 그의 고향이자 거주지인 메인주가 줄창 나오는것처럼요.
미국의 행정구역은 크게 주(state), 카운티, 시/타운/빌리지 3단계로 구분되는데,
시카고 '시티'가 위치한 쿡 카운티여서 주 무대중 하나로 쿡카운티 병원이 나옵니다.
무심코 넘어갔던 장면이지만, 시카고병원 이 아니고 쿡카운티 병원이 나오는것도 이렇게 보니 눈에 들어오더군요.
비중은 많지 않지만, 유명배우 줄리앤 무어의 젊은시절 예쁜 모습도 볼수 있고요.
전직 CPD로 진범인 사익스가 45세라는 설정인데... 저 외모가 나랑 비슷한 나이인가 현타가 옵니다 크크크
공권력이 센 미국이라, 미국 영화 드라마에서 경찰에 대한 범죄는 엄청난 죄로 다스리는데
굿윌헌팅에서 윌이 재판정에서 해박한 지식으로 자기변호로 대응하자 판사가 경탄하면서도 "경찰을 때린건 용납할수 없다"라며
윌의 기소 기각신청을 기각합니다. 도망자에서도 사익스가 킴블을 죽이려다 CPD를 죽이자, 제라드 부하가
킴블이 CPD를 죽인줄 아는 CPD가 킴블을 잡아죽이려 들거라고 걱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미국 경찰이나 소방관이 순직하면 엄숙하고 성대하게 시내를 운구하는 장면이나 장례식 장면이 꼭 나오는것이
그런 맥락에서 인상적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씬인 힐튼호텔에서의 사투에서, CPD 책임자는 제라드에게 이제 자기네들에게 맡기라고 하지만
제라드는 쿨하게 씹고 쳐들어갑니다.
킴블을 사살하려는 CPD와, 그의 결백과 진범을 어느정도 확신한 제라드는 CPD헬기를 철수시키라고 소리칩니다.
결국, 제라드의 목숨을 구해준 킴블과, 아직은 공식적으로 탈주범인 킴블을 경찰차에 태우며 한결 온화해진 분위기로 수갑을 풀어주고 얼음찜질을 해주는 제라드에게 킴블이 말합니다.
"I don't care 라고 하지 않았나?"
"어 맞소"
씩 웃는 두 명을 비추며 영화가 끝나는데요.
시종일관 거의 공동주연급인 토미리존스의 명연기가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무력을 지닌 법 집행기관이 하도 많아서... FBI, DEA, US마셜, 지방경찰(주경찰 시경찰 대학경찰 공원경찰...), 보안관, 주방위군/연방군 등등등...
하지만 철저히 권력분산과 주 권한 유지등 넓은 국토와 역사적 배경에서 발달해온 맥락을 이해하며 보아야 할거 같습니다.
전국 250여 경찰서, 13만명 경찰관이 청장 1명의 지휘로 같은 시스템으로 같은 법을 집행하는 한국과,
전국 1만8천여 경찰서가 각각 독립적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50개주 50개 주경찰이 6만명 경찰을 움직이고
3천여 보안관 사무실에서 deputy부보안관18만명을 거느리고 1만2천여 기초지자체 경찰서에서 경찰관 46만명을 고용.
NYPD가 3만6천명인데 비해 경찰서 전체의 75%가 경찰관수 10인이하이고, 심지어 경찰서장만 있는 1인경찰서도 전체의 10%라고 하는군요.
그냥 이런저런 배경을 어느정도라도 이해하고 영화를 보니,
훨씬 재미있게 볼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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