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4/05/05 19:02:14
Name sy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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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OCL 관전일기 - 폭풍은 저그의 미래다
OCL 관전일기 - G-Voice 2004 온게임넷 1st 챌린지리그 3주차  (2004년 5월 4일)


폭풍은 저그의 미래다

‘폭풍’ 홍진호 선수는 저그의 미래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면 저그의 현재이며, 미래다. 홍진호 선수는 ‘공공의적’ 박경락 선수와 달리 경기 초반에 무리수를 두지 않으며, ‘목동’ 조용호 선수와 달리 최종 테크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 ‘조진락’으로 상징되는 2세대 저그 플레이어들의 선두에 홍진호 선수가 자리할 수 있는 이유이다.

박경락 선수와 조용호 선수가 ‘20세기 저그’의 기본에 자신만의 미장센을 덧붙여 테란을 곧잘 잡아왔지만, 운영의 근본에 대한 해석은 최진우 선수와 강도경 선수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반의 안정적인 멀티, 혹은 후반의 더 많은 멀티에 기대 상대를 제압하는 ‘힘의 논리’는 과거를 향수하게 하는데 성공했지만, 오늘의 영광을 거머쥐기에는 힘이 달려 보인다. 이에 반해, ‘21세기 저그’의 시작을 알린 홍진호 선수는 테란과 프로토스의 진화에 발맞춰 저그의 힘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기동성을 십분 활용하는 플레이 스타일로 저그 최강의 자리를 지켜 왔다. 홍진호 선수의 기동성에 힘을 더 실은 ‘뉴웨이브’ 변은종 선수와, 힘을 조금 빼고 더 스피디한 경기를 만들어내는 ‘Jr.폭풍’ 박성준 선수가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서 폭풍의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것은, ‘폭풍’ 스타일이 3세대 플레이어들에게도 여전히 유요하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다.  


1경기 <노스텔지어> : 홍진호(Z11) vs 김동진(T1)

결과적으로, 홍진호 선수의 6시 몰래 멀티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테란과 저그의 위치가 가까울 때는 가능한 테란의 진영에서 먼 자원에 해처리를 펴야 한다. 테란의 병력이 6시에 도착했을 때쯤이면 방어 라인이 구축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설사 저그가 아슬아슬하게 막지 못한다 해도 본진에서 생산한 병력을 테란의 본진으로 쏟아 부으면, 테란이 그 병력을 막아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한 김동진 선수는 바이오닉의 귀재답게, 홍진호 선수의 앞마당을 교묘하게 빠져나가 본진에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잠시, 정말 잠시 병력에서 눈을 뗀 사이에 진출한 병력을 모두 잡혀버리는 불운에 빠지고 만다. 히드라 리스크 덴을 강제 공격할게 아니라, 그냥 어택 상태로만 유지시켰어도 경기는 또 다른 양상으로 흘렀을지 모른다.

이후 2가스를 원활히 수급한 홍진호 선수는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저글링-러커 드랍을 선택했고, 김동진 선수의 대규모 러시는 갈 곳을 잃은 채 홍진호 선수의 앞마당을 제거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경기 초반 저글링 난입을 허용하여 러시 타이밍을 한 차례 잃은 점은 신세대 테란 플레이어답지 않은 실수였다.


2경기 <레퀴엠> : 전상욱(T) vs 권정호(P)

지난 스타리그에서 강민 선수는 질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역전패를 당했고, 오늘 권정호 선수는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을 자초하고 그대로 승리를 내주었다. 긴장한 권정호 선수의 많은 실수로 경기 결과가 결정되었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레퀴엠>의 가장 큰 특징은 본진간의 거리가 극도로 가깝다는 것이다. 러시 거리가 가까울 경우 프로토스와 저그를 상대하는 테란은 괴로운 경기 초반을 맞을 수밖에 없고, 일단 초반을 무사히 넘기면 손쉽게 승리할 수 있게 된다. 이 세상 모든 일에는 반대급부가 있기 마련이므로 테란에게 딱히 나쁘다고 말하기에는 어렵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그냥 괴로운 것이 아니라 너무나 괴롭다는 것이다.

프로토스를 상대로 테란이 바이오닉 혹은 바카닉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 간혹 바이오닉 혹은 바카닉 테란에 무너지는 프로토스를 확인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답은 간단하다. 테란이 무엇을 준비하는지 프로토스가 몰랐기 때문이다.

<레퀴엠>의 가장 큰 함정은 ‘테란의 전략을 확인하고 테크 트리를 올려도 늦지 않을 만큼 가까운 러시 거리’이다. 먼저 게이트를 소환하고, 가스를 채취할지 혹은 게이트를 하나 더 늘릴지, 아니면 캐논으로 푸시할지 고민하기 전에 프루브로 테란의 전략을 확인할 수 있다. 테란의 입장에서 프루브의 정찰을 막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은 입구를 막는 것인데, 모두가 아는것처럼 입구를 막고 시작하는 테란은 정상적인 드래군 압박도, 질럿-캐넌 푸시도 막아내기가 정말 힘들다. 이유는 한 가지, 본진간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이다.

엄재경 해설 위원의 말씀처럼, 테란 플레이어들에게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스타 크래프트에 존재하지 않는 유닛, 존재하지 않는 건물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일이다. 입구를 막느냐 마느냐로 시작되는 테란 플레이어들의 고민은 한동안 계속 될 것 같다.

아참! <레퀴엠>을 빼자는 이야기는 접어두자. 그건, <라그나로크>에서 '저그 킬러' 임요환 선수를 상대했던 홍진호 선수를 두번 죽이는 일이니까.

@나름대로 <레퀴엠>에서 테스트 해봤습니다. 질럿이 난입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벌처를 생산할 수 있는 빌드를 썼음에도 불구하고, 질럿-캐논 푸시를 막아내기는 정말 힘들더군요. 그나마 한 번 막아낸 경기의 리플레이 파일을 첨부합니다. 저는 테란 중수 정도의 실력이라 깔끔한 컨트롤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만, 프로게이머들이면 최적화 된 빌드로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테스트에 도움을 주신 배틀넷 아이디 gapsoo님, in2the-1님 감사드립니다.


3경기 <머큐리> : 조용호(Z5) vs 박경수(T8)

<머큐리>는 종족간의 기본적인 상성(T>Z>P>T)에 솔직한 맵이다. 그리고 오늘도 솔직한 결과를 보여주었다.

조용호 선수 역시 홍진호 선수와 마찬가지로 몰래 멀티를 선택했고, 별다른 견제 없이 잘 유지시킬 수 있었다. 게다가 박경수 선수는 두 차례에 걸쳐 병력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조용호 선수는 마사지를 선택했다. 경기의 흐름은 1경기와 거의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조용호 선수의 러커 드랍은 박경수 선수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히 위력적이었지만, 크리티컬한 데미지를 주지는 못했다. 순간적으로 정산적인 자원 채취를 방해했지만 일꾼을 잡지는 못했고, 소수의 병력을 잡아냈지만 병력의 생산 자체를 원천 봉쇄하지는 못했다. 러커 드랍으로 어중간한 효과를 본 상태에서 가디언을 선택한 것 역시 악수였다. 조용호 선수는, 가스의 여유가 있었다면, 다수의 러커를 유지하며 디파일러를 생산했어야 했다.

요즘 들어 가디언에 승부가 결정되는 ‘저그 대 테란 전’을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다. 저그의 자원이 뮤탈리스크와 가디언으로 소모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테란의 병력을 막아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테란이 조금 더 적은 병력으로 레어 테크의 저그를 상대할 수 있게 되었으니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가스가 사라지는 버그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으나, 400의 가스가 승부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을지는 의심할 수밖에 없다. 박경수 선수 역시 깔끔한 바이오닉 컨트롤을 보여주지는 못했으나, 대형 테란 플레이어 못지 않은 생산력으로 ‘목동’ 조용호 선수를 잡아냄으로서 ‘신세기 테란겔리온’의 주인공에 한 발 가까이 서게 되었다.


4경기 <남자이야기> : 차재욱(T11) vs 박영훈(Z7)

‘5해처리 저글링‘이라는 엽기적인 운영으로 게임 팬들을 놀라게 했던 박영훈 선수가 차재욱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면서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멀티 욕심을 참고, 병력을 모으는데 집중한 박영훈 선수는 결국 빠른 디파일러의 활용으로 승기를 잡았다. 다수의 베슬이 모이기 전 타이밍을 노리는 빠른 디파일러가 저그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요즘, 교과서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어 마땅하다. 물론, 차재욱 선수의 베슬 관리가 아쉬웠지만.


- sy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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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강
04/05/05 19:08
수정 아이콘
역시 명확한 분석이십니다.
항상 관전일기를 보려고 게임리포트란을 둘러보게 되는군요. ^^
난워크하는데-_
04/05/05 19:29
수정 아이콘
전.. 그 영화제목 페러디부터 매우 기대됩니다. 언제나 이마를 치게 만드는 페러디 ^^*
지긋이 입술을
04/05/05 19:37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폭풍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메세지가 가슴에 와닿네요. 갑자기 저그로 전향하고 싶다는 생각이 팍팍 오게하는...글
개인적인 의문점은 박태민선수의 스타일은 어떻게 해석되어야 할까요? 그리고 사람들마다 평가가 많이 다른 성학승 선수 스타일은?
아는 분들의 코멘트를 부탁합니다.
04/05/05 19:40
수정 아이콘
저그의 과거였고 저그의 현재이고... 저그의 미래가 되기를...
Roman_Plto
04/05/05 20:25
수정 아이콘
언제나 잘 보고 있습니다!
카이사르
04/05/05 21:56
수정 아이콘
언제나 현재진행형인 그를 보면 입가에 미소만이 가득합니다.

그의 경기를 보려고 며칠 기다렸고 sylent님의 경기평 볼려고 며칠 기다렸습니다.
다음에는 빨리빨리 올려주세요~~~~~^^
좋은 경기평 감사합니다.
리드비나
04/05/05 23:27
수정 아이콘
폭풍은 저그의 미래 맞습니다!
04/05/06 00:47
수정 아이콘
너무 멋진 제목에! 그에 걸맞는 날카로운 분석입니다.
어디선가 테란에게 약한 곳이 생기면 틀림없이 몰아친다! 홍저그(홍폭풍)
제목보구 나름대로 패러디 해봤습니다!
04/05/06 02:32
수정 아이콘
흑. 리플레이 기대하며 보았으나.
원게이트 질롯캐논...=3=3=3
duinggul
04/05/06 13:41
수정 아이콘
'바람의 계곡'은 빠졌는데 그럼 홍진호 선수 두번 죽으셨군요 ;;
카에데
04/05/06 13:45
수정 아이콘
폭풍은 저그의 미래... 옐로우 화이팅!
장경진
04/05/06 14:55
수정 아이콘
폭풍은 저그의 미래다! 정말 멋진 문구입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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