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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05 00:16:24
Name 나와 같다면
Link #1 보닌
Subject [연예] 호아킨 피닉스 '조커', 찐따왕의 탄생 (스포 있음)
1. '조커' 감상 후 저도 좀 이 영화는 위험한 영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국 평론가들 반응이 이해가 가기는 가더라고요.


2. 쉽다면 쉽고 어렵다면 어려운 영화여서 저도 보고 난 이후에 짱구를 좀 굴려봤습니다(는 실패)
근디 짱구 굴리던걸 멈추려던 찰나에 갑자기 '아서..?'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더군요.
얘 이름이 왜 아서지. 이 의문이 아서왕과 아서를 연결짓기 시작했습니다.


3. 아서왕(King Arthur)을 대표하는 무기는 칼, 아서(Arthur Fleck)의 대표무기(?)는 총입니다. 아서왕의 칼은 서양 대표 명검, 아주 그냥 전승을 때려부운, 존재 자체가 신화인 검 엑스칼리버죠. 반면에 아서의 총은 그야말로 걍 권총. 고담이 상징하는 나라인 미국에서라면 너무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무기입니다. 유니크함이 1도 없죠.


4. 아서왕은 풀네임도 간지나는 아서 팬드래건입니다. 반면에 아서는 아서 플렉. 플렉을 검색해보니 얼룩, 조각. 쪼가리, 부스러기 뭐 이런 뜻이더군요.

선택 받은 영웅서사의 대표격 인물인 아서왕, 선택 받지 못한 자 아서. 10강 성공한 신화전설간지폭풍아이템사용자 아서왕, 생필품 사용자(..) 아서, 이름부터 간지 그 자체인 아서왕, 아서 쪼가리인 아서 플렉. 아무튼 둘은 뭐 어느쪽으로 봐도 엄청 다릅니다. 한쪽은 전설적인 영웅이고 한쪽은 사회차상위계층인 정신질환자죠.

근데 저는 둘다 똑같은 '왕'이라고 느껴지더군요.


5. 아서는 찐따 중에서도 정말 최상급으로 불쌍한 찐따입니다. 그리고 동시에 그 어느 찐따들 이상으로 인내심이 훌륭합니다. 아서 플렉은 압력밥솥계의 에이스였습니다.(쿠쿠 방빼). 그는 꽤 오랜 시간, 어머니가 늙고 자신도 중년 남성이 될 때까지 잘 버텼죠. 근데 이렇게 버틴게 아서 본인에게 이득인가요 그를 무시 할 수 있는 세상에게 이득인가요.

아서의 삶 중 희망편은 모두 '농담'이었고, 고통편은 전부 '진담'이었습니다. 희망이 손 안에 들어오는 환상을 마주하다 그걸 놓쳐도 앵간하면 참았죠. 하지만 그는 참을 수 없게 됐고, 굳이 참지 않기로 했습니다. 조커의 탄생이죠.


6. 안에서 끓어오르는 팽창을 잘 버텨왔던 압력밥솥의 폭발은 매우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뭐 여러모로 의도한건 아니지만, 여튼 그가 한 행동들은 덜 숙성된 찐따, 컨셉 찐따, 찐따를 가장한 인싸들이 절대 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찐]이어야 가능한 것이죠.



7. 영화 속 아서 플렉의 모습은 그야말로 찐따들의 이상향 중 하나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힘순찐'이죠.  담배 뻐끔거리고 눈 좀 부라리면 남을 움찔하게 만들 수 있는. 가진거도 없는 불행 그 자체인 삶이지만 어쩐지 얕볼 수 없는. 심지어 좀 멋있는 것같기도 한 찐따. 결국 나를 무시하는 인싸들에게 큰거 한방(레알 큰) 먹여주는 찐따. 크...



8. 돈 많고, 사회적 지위도 쩌는 고담의 높으신 분들은 아주 그냥 유모아 감각도 뛰어나시더군요. 저는 아서의 개그가 웃기지 않았습니다. 그건 참입니다. 하지만 고담 윗분들의 개그가 웃겼냐. 그 또한 노-였습니다. 아서가 엄한거에 웃는건 이해가 안 갔지만 고담 인싸들의 유모아에 웃지 않는건 이해가 되더군요.

[너넨 그게 뭐가 웃기다고 쳐웃냐] 이게 솔직한 심정이었습니다.

영화 중간에 모던타임즈가 아주 잠깐 나오는데 그걸 보고 마냥 아 웃기다 이러고 있으면 어찌 님들을 지식인, 교양인, 사회지도층이라 부를 수 있겠어요 그냥 배부른 돼지지.(feat. 실제로 배부른 돼지)



9. 이러한 고담 인싸들과 달리 아서 플렉, 그리고 조커는 가난한자, 소외된자, 나아가서는 죄 지은자들의 얼굴이 됐습니다. 상류사회, 계단 위가 아닌 계단 아래, 낮은 곳에 강림하시어서요.

...어라 이거?

연상이 여기까지 미쳤을 때, 이 연상에 기반해 몇몇 장면들이 새롭게 해석이 될 때 저는 이 영화가 위험한 영화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흠많무.


근데 뭐 위험하기로 따지면 영화 따위보다야 현실이 백배는 더 위험하죠. 조커의 광기가 아무리 대단해도 그건 스크린 안에 있지만, 아무리 성능이 구려도 스크린밖에 있는 총은 딱 한발이면 사람을 죽일 수가 있으니.


10. 이 영화의 주인공이 굳이 조커일 필요가 있냐는 의견이 많은 줄로 아는데, 제 생각에 이번 조커도 배트맨 숙명의 라이벌 조커가 맞는거 같습니다. 결정적인 몇몇 장면 빼놓고 생각해두요. 대충 이유는 세 가지 됩니다.

1). 도시의 어둠을 청소하는자인 배트맨, 그리고 도시의 어둠 그 자체인 조커.
위(강한 신체, 우수한 무술실력, 쩌는 과학기술, 많은 돈)에서 아래(범죄자)를 심판하는 폭력인 배트맨.
아래(낮은 계급)에서 위(상류사회)로 빅엿을 날리는 폭력인 조커. 뭔가 아구가 딱 맞아요.

2). 저는  다크나이트에 나온 배트자경단이나 조커에 나온 조커자경단이나 본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을 보고 고뇌하는 쪽이 배트맨이고 흐뭇해하는 쪽이 조커인거죠.

3). 이건 아주 개인적인 이유인데, 조커 입장에서 봤을 때 [찐따왕]의 위치를 위협할 수 있는 (고담 내에서) 유일한 존재가 바로 다크나이트라고 생각합니다. 조커에게서 찐따들의 지지, 찐다 지분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이 다크나이트(뱃찐따 말고)에겐 있습니다.



이거와



이거의 대결이랄까.


물론 '피터 더 댄서'님께서 고담에 오신다면 저는 그분께서 원탑을 먹을거라 생각합니다. 둘다 댄서 스파이디한텐 안 됨.



머 위에 쓴 생각들이 저만의 생각일 가능성이 높다고는 생각하지만, 여튼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아무튼 그럼.

결론을 어떻게 내야할지 모르겠는데, 어차피 품격, 학식, 교양이 있는 '조커' 리뷰는 부기영화에서 알아서 다 해주실테니까. 이글은 '저 찐따놈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정도로 여겨주시면 될거 같습니다.


한줄요약 : 호아킨 피닉스 '조커',  찐따들의 왕 '킹 아서' 탄생 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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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5 00:24
수정 아이콘
저도 오늘 봤는데 영화가 생각했던것보다 더 무겁더군요. 다크나이트는 저리 꺼져 수준이라 보고나서 꽤 우울하던..
aDayInTheLife
19/10/05 00:24
수정 아이콘
피터 '더 댄서' 파커님이 원탑 인정합니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그때 당시에 비슷한 안톤 쉬거랑 비교되면서 '어디서 온지 모르는 무지막지한 악당. 속을 알수 없음' 같은 느낌이었다면
이번 조커는 어딘가 누군가의 옆집에 살고 있을법한 악당의 느낌이 물씬 풍기더라고요. 이때 악당이 되는건 몇번의 계기만 있다면, 어쩌면 엄청나게 꼬인 단 하루만 있어도 되어버릴 수 있는 거 같구요.
저는 오히려 조커 자경단?의 모습에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시위대를 생각했었어요. 베인을 추종하던 그런 캐릭터..들? 그때 듣기로 월가 점령 시위 연상을 많이 하셨다고 하는데 저도 좀 그랬습니다. 계층간의 분노를 그려낸 캐릭터고 개인적으로 조커에게 더 많은 배경 설정이 필요한지는 좀 오락가락해서 애매했습니다. 좋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랬어요.
개인적으로 마지막에 '농담이 하나 떠올랐어'라는 대사나, 중간중간 환상으로 끼워넣는 장면들이 참 좋더라고요. 다양한 버전으로 조커의 사실을 현혹하는 느낌이었습니다.
19/10/05 00:44
수정 아이콘
제목부터 스포같습니다. 이 영화에 찐따니 뭐니 하는거 자체가 간접스포라고 생각합니다.
도요타 히토미
19/10/05 00:52
수정 아이콘
중요한걸 빠뜨리셨어요
아사오는 소녀구요 아서는 아저씨죠. 우왕!
한쪽은 마력충전,,을 하고 다른 한쪽은 망상을 하죠
천칭토끼A
19/10/05 00:53
수정 아이콘
조커글에 글번호가 44444라니 덜덜덜
세오유즈키
19/10/05 00:59
수정 아이콘
오늘 봤는데 컨디션 안 좋아서 중간에 몇 컷 놓쳤네요.응아하고 뒤 안 닦은 이 기분입니다.재관람해야하나.....
그렇게 집중을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정말 무섭고 파괴적인 영화인게 느껴집니다.이동진 평론가가 말한 것처럼 정말 뒤흔드는 영화였어요.
평소 영화는 영화내적으로 소비되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외부에서 어떻게 비춰질지 걱정할 정도로 흔들렸습니다.
라스트씬은 정말 저 위치에 있지 않는 저 조차조 피를 끓게 하더군요.
무서웠고 그 기괴함을 표정하나 등 하나로 연출하는 호아킨 피닉스는 더 무서웠습니다.
그 자체가 조커였고 고담의 어둠이었고 어둠을 모르는 사람들을 향한 조소이자 총알이였습니다.
19/10/05 00:59
수정 아이콘
?? : 이봐, 친구. 찐따들의 왕이다!
19/10/05 01:03
수정 아이콘
글번호에 주제까지 완벽
처음과마지막
19/10/05 07: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영화 자체 완성도가 좋았습니다

특히 조커를 보고 폭동일으킨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가납득이 가게 몰입감이 대단했습니다

저도 몰입해서 보면서 조커를 응원하게 되더군요
사회 불만가진 일반인들의 아이돌 느낌도 잘살리구요
사회적 약자가 악인 보스 아이콘이 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구요

역사에서도 조커 같은 인물들이 있죠 당장 생각나는건 독일 히틀러가 생각 나더군요

물론 결과적으로 악인은 나쁘지만 악인의 탄생을 그린 새로운시도와 여러가지 시선과 심리 묘사가 참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기득권에게 하층민이 복수하는 느낌도 시원한 사이다 느낌도 있구요

올해 영화중에 기생충 하고 조커 는 제 기억에 남는 영화입니다 보고 나서 생각할것도 많아서 좋구요

제기준에서는 정말 아주 잘만든 영화입니다
물론 표현들이 과격하고 총기사건이 나는 미국에서는 위험하게 볼수는 있지만요 조커영화보다는 현실에서 총기를 판매하는 미국 시스템이 천배는 더 위험하죠
한국에서는 개인 총기가 금지되어서 더 편하게 볼수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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