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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0/05/17 18:11:46 |
Name |
The xian |
Subject |
간단히 생각해 본, 승부조작 사건이 스타크래프트 II와 블리자드에 미치는 영향 예상 |
그냥 간단히 생각해 본 것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글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주관적 예상입니다.
일단, 어떤 형태로든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사건은 스타크래프트 II와 블리자드의 이미지에 '좋을 것은 전혀 없다'고 봅니다. 그 영향이 미미하든 아니든 간에요. 그리고 당장에 드러나는 영향보다는 지금 사람들에게 심어준 '불신'의 문제가 더욱 큽니다. 제가 얼마나 황당한 소리까지 들었냐 하면, 스타크래프트 II의 e스포츠를 블리자드가 직접 운영하겠다고 공표한 것과 이번 승부조작 사건을 제 멋대로 결합해서, 블리자드가 불법 도박 같은 것으로 뒷돈을 챙기기 위해 e스포츠 시장 진입을 노렸다고 말하는 얼토당토않은 3류소설을 쓰는 작자들도 있더군요. 불신이 낳은 헛소문이니 무시해도 될 일이지만(만일 그런 짓을 하면 블리자드는 스스로 진시황릉을 파는 거겠고 블리자드가 제정신인 이상 그런 일은 일어날 가능성이 0%라고 해야겠죠) 이런 헛소리가 어떤 작자들에게는 흥미 있게 받아들여질 만큼, 불신이 낳은 비뚤어진 산물들이 그만큼 무서운 것이고 어디까지 번질지,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마치 핵폭탄이 터졌을 때 방사능 낙진이 오랫동안 남아있고 피폭당한 이들의 자손 중에 오래도록 방사능 후유증이 이어지는 것처럼 말이죠.
물론, 스타크래프트 II의 서비스가 별 탈 없이 안정화되고 나중에 스타크래프트 II 관련 리그가 잘 개최된다면 승부조작 이야기가 여기에까지 직접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은 없겠지만, 잘 아는 게임팬들은 별개의 리그라고 선을 긋는다 해도 이것에 대해 잘 모르거나 모든 e스포츠 종목을 단일선상에서 보는 분들은 어차피 다 똑같은 조작판이라고 할 가능성이 상당히 있고 적어도 한동안은 그런 대접을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 이 일을 저지른 게 블리자드는 아니지만 말이죠.)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II 관련 대회 개최나 방송시 광고 수주 있어서도 한동안은 블리자드가 생돈을 들여야 할 수도 있습니다. 승부조작건에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기업이 e스포츠 자체에 투자를 안 하려고 할테니까요. 솔직히 저는 제가 마이크 모하임 사장이라면 KeSPA에게 이를 부득부득 갈 것 같습니다. 자사 게임에 대한 저작권도 안 지켜주는 작자들이 승부조작 문제를 불거지게 만들어 이미지를 깎아먹었으니 말입니다.
반면 KeSPA는 그동안 블리자드에 대해 주장해 온, KeSPA와 게임단 측이 스타크래프트의 판매와 홍보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주장을 할 명분을 이번 일로 완벽하게 잃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말이 났으니 말이지만 '홍보'에 있어서는 게임방송이 있으니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고 해도 판매량만을 놓고 보면 큰 목소리를 내야 할 것은 PC방 쪽이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스타크래프트 I 때도 제품에 대한 직접적 고객은 e스포츠로 인해 영향을 받은 개인사용자가 많은 게 아니라 1PC마다 정품 하나를 사용하는 것은 PC방이 훨씬 많았죠. (사실 KeSPA는 블리자드와 대적할 명분을 잃은 것은 둘째 문제고, 당장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고 내부 문제를 다스리는 데에 신경을 써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리고 이게 불행중 다행일지는 모르겠지만 문제가 이번에 터진 다음 추가적인 폭로나 비화가 없다면 스타크래프트 II의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출시일인 7월 27일 근방에 이와 관련된 다른 일이 또 터진다면 국내 판매량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저는 판매량 때문에 추가적인 일이 있음에도 덮여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이번 일을 블리자드는 허투루 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블리자드는 이미 자사 게임과 관련된 e스포츠에 뛰어들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사안은 상당한 반면교사가 될 것으로 보이고 상당한 고민거리를 안겨주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향후 스타크래프트 II e스포츠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치려고 하는 블리자드의 처지에서는 스타크래프트 II e스포츠를 직접 관리할 경우 승부조작을 비롯한 각종 대회의 부정행위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블리자드가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부담을 느껴야 한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지금 우리나라 같은 경우 블리자드가 주최한 대회의 경우 본인계정이 아니면 참가가 불가능하니 부정을 저지른 출전자는 프로게이머로 등록한 계정이야 밴 시킬 것이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해서 관리할 것이겠지만 그런 부정행위를 저질러 밴 당한 작자들이 우리나라같은 복잡한 실명인증이 필요없는 다른 곳에서 참가용 계정을 만들어서 블리자드의 손이 잘 미치지 않는 중소대회 등에서 활개치거나 브로커 등으로 활동할 가능성은 존재하니까요. 뭐, 선수등록하려면 추가적인 정보를 입력해서 실명계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런 게 있다면 그럴 위험성이야 좀 줄어들겠지만, 어떤 대책을 세우고 어떻게 관리하든 그만큼 e스포츠판에 뛰어드려는 블리자드에게는 부담이라는 것이겠죠. 그리고 그만한 각오를 하고 (어떤 형태로 뛰어들든) e스포츠판에 뛰어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이 판에 남아있는 골수 팬들은 상처를 받고, 받고, 또 받아서 상처를 기억나게 하거나 다시 상처를 입히는 이들에게 그만큼 완고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얼마든지 적대적으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블리자드라고 예외가 되지는 않을 것이고요.
블리자드가 지금까지 정식 발표한 게임들이 워크래프트 I 이래로 불패신화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승부조작 사태까지 겪은 팬들의 신경은 이미 날카로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보다 경미한 사안이 벌어진다 해도 인내심을 오래 발휘할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만일 블리자드가 e스포츠에 대해 제대로 된 계산 없이 뛰어들어서 여러 실책과 시행착오를 범하고 단기간에 신망을 잃어버리는 어리석은 일을 행하지 않으려면 KeSPA와 게임단이나 방송사 뿐만 아니라 블리자드 역시 이번 사례에 대해 머리 깨지도록 고민하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긴 그런 고민도 없이 e스포츠에 뛰어들겠다고 했다면...... 자살행위일 테고요.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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