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9/03/05 21:04:11
Name The xian
Subject 남은 눈물은, 나중에 더 높은 곳에서. 같이.
시합 전에 별별 소리들이 다 들렸더랬다
상대와의 경기를 앞두고 시간이 남아돌아 방송에 나갔냐는 어이없는 소리부터
3:0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소리까지 너무나 많은 허무맹랑한 소리가 들렸더랬다
분하고 억울해서 도저히 어떻게 하지 못할 것 같다가
내가 봐도 이런데 그대는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억울하고 얼마나 화날까 생각하고 겨우 마음을 잡았다


시합 전부터 사실 많이 불안했더랬다
상대는 나오는 경기마다 이겼고 그대는 들쭉날쭉했다
팬들도 이겨달라는 말보다는 좋은 경기, 후회없는 경기 해 달라는 말을 많이 했지만
나는 마음 속에서 오로지 그대가 이기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덜덜 떨리는 손발을 겨우 진정시키고 시합을 보았다


시합을 보면서 마음이 경기가 지나갈 때마다 바뀌었다랬다
첫 경기가 끝났을 때에는 주먹을 불끈 쥐었고
두 경기가 끝났을 때에는 다음을 기약했고
세 경기가 끝났을 때에는 마음을 훌훌 털었고
네 경기가 끝났을 때에는 하늘을 한 번 쳐다봤고
마지막 경기가 끝났을 때에는 눈물을 보이는 그대가 안쓰러웠다.
그러나 패배의 눈물을 보여도 다시 일어나던 그대의 모습을 기억하기에 걱정은 하지 않는다


언젠가 내가 있던 자리에서 그대가 이렇게 말했던 것을 기억하려나...
"다시 우승하게 되면. 정말 울 것 같다"라고.
나는 그대가 "내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봐 달라"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그리고...... "정말 하고 싶은 말은 4강에 가서 하겠다"라는 말도...... 나는 기억한다.


아쉽지만, 나는 그대에게 오늘 어떤 말도 들을 수가 없겠지.


그대의 말대로 그대는 허무하게 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대는 이기지 못했다.

그 남겨진 절반의 약속을 다시 지킬 날이 오기를 바라며.
오늘 남은 눈물은. 나중에 더 높은 곳에서. 같이. 기쁘게 흘렸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그 날을 위해. 나는 오늘 울지 않겠다.



- The xian -


P.S. 허영무 선수의 4강 진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윤열 선수 몫까지 열심히 해서 꼭 더 높은 곳에 가 주십시오.
* 라벤더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9-03-13 10:03)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가림토
09/03/05 21:06
수정 아이콘
클래스는 영원하다...라는 말을 다시한번 증명시켜주길 바랍니다..이윤열선수 힙내세요.
09/03/05 21:07
수정 아이콘
토요일날 힘내셔서 다시한번 살아나길 바랍니다.

여기까지 와준걸로 충분히 대단하지 않습니까...... 정말로.......

이윤열선수 그렇게 울고나서도 허영무선수에게 꼭 우승하라고 축하해줬다고 하더군요. 정말 그 허영무선수의 인터뷰보고 가슴 찡했습니다.......


진짜 오늘 두선수 재밌는경기 잘봤습니다~
가만히 손을 잡
09/03/05 21:08
수정 아이콘
아..이길 수 있었죠.
허영무선수 섬뜻했을 겁니다. 오늘은 이윤열선수가 참 잘했어요.
허영무 선수는 축하해요.
09/03/05 21:16
수정 아이콘
올드라는 말이 20대라는 이스포츠역사가 무색하게.. 당신은 이패배 또한 새로운 전설이라는것을 보여준것 같습니다..
밑힌자
09/03/05 21:27
수정 아이콘
한끝차였는데...
09/03/05 21:30
수정 아이콘
1 4경기는 정말 전율이었죠. `나는 아직 살아있다!`라고 온 힘을 모아 지켜보고 있는 사람 모두들에게 외치는

듯한 느낌이 모니터 앞으로까지 느껴졌거든요. 허영무 선수가 테란의 재앙이라서 5경기까지 오긴

힘들거 같았는데 마지막 순간까지 허영무 선수를 향해 주먹을 날리며 승리하려는 불 같은 근성을 보니

차기MSL에선 무슨 일 낼거 같네요. 예를들면 4강에서 허영무 선수에게 승리해내고 결승가는 일?
하이메
09/03/05 21:32
수정 아이콘
윤열선수 다시 한번 날아오를 수 있을까요? 아...

너무 멀고 험한 길을 다시 갈 수 있을까요...

센게임결승전에서 진 후로 이렇게 아쉬운적은 처음이네요..
일년쯤이면
09/03/05 21:32
수정 아이콘
4경기 정말...
완전 전율이였습니다..
09/03/05 21:39
수정 아이콘
쩝. 다음 시즌도 이렇게 진출이 가능할까요.
불같은 강속구
09/03/05 21:46
수정 아이콘
윤열아 !
앳된 얼굴, 수줍은 모습으로 게임을 하던 널 너무 좋아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으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던 모든 게이머들을 아꼈지만
그 중에 널 제일 소중하게 생각했다.
마린,메딕 대 부대를 데리고 온 맵을 휘젓고, 셀 수 없는 탱크들을 토네이도처럼 몰고 다니던 너의 플레이에 감탄하면서 언제나 스타크래프트 최고의 플레이어는 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오늘 네가 우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최고는 그런데서 우는게 아니야.
언젠가 다시 한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상에 서는 그 날 오늘 흘린 눈물 다시 보여다오.
나는 그냥 걸어
09/03/05 21:50
수정 아이콘
울음으로 훌훌 털어버리고 진짜 전설을 향해 갑시다
아직도 시간은 많잖아요?
넫벧ㅡ,ㅡ
09/03/05 21:55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 오늘 정말 대단했습니다. 상대가 최근 최고의 포스를 뿜어내는 '허영무' 였기에, 오늘의 이윤열선수를 상대로 승리할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정도로요.
비소:D
09/03/05 23:42
수정 아이콘
오늘 이윤열 선수 눈물에서 뭔가 저는 희망을 보았네요.
아폴론
09/03/05 23:47
수정 아이콘
이번이 마지막이라고,마지막 기회라고 느껴졌습니다..
물론 마지막 GG는 보지 않고 화면을 껐어요;;; 지고 난 다음의 모습을 보기 싫어서요,,,,

pgr에도 가급적 안들어 올려고 했는데..
여러 격려의 글,,, 애정의 글을 보니 아직 이윤열 선수의 몫이 더 남아 있는 거 같군요

눈물의 의미... 아직도 열정이 남아있군요.. 재기하고 또 재기하는 이윤열선수의 모습 끝까지 따라다녀야져!!!
우왕크굿크
09/03/05 23:55
수정 아이콘
크흑... 윤얄선수.... ㅠㅠ 너무 잘싸웠고,, 또 아쉽고,, 고맙고... 크흑..

허느님도 정말 좋아하고 우승한번 해주길 바라는 선수지만... 오늘만은 야속하군요... ㅜㅡ

다시 또 붐이 미워지는 밤이로군요...(응? )
엡실론델타
09/03/06 02:01
수정 아이콘
왜 우나요 윤열선수... 수없이 이긴만큼 지기도 많이 졌잖아요.... 팬들은 이기던 지던 항상 그자리에 있는데요..
내가 아는 이윤열은
전태규 선수와의 스타우트 MSL 패자조결승 이후 내가 항상 지켜보았던 이윤열은 언제나 다시 일어났어요.
이윤열선수 울지말고..힘내세요.
팬들은 항상 같은자리에서 기다립니다.
09/03/06 06:46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 언제나 응원하겠습니다
신우신권
09/03/06 08:57
수정 아이콘
힘내 NADA!!비록 용태 선수의 팬이라 지난 시즌은 당신을 응원하지 않았지만 이번 시즌은 당신이 허영무 선수를 이기고 꼭 우승하길
바랬는데...좌절하지 말고 다시 힘내요!!
아름다운달
09/03/06 12:58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 화이팅^^
09/03/06 22:53
수정 아이콘
아주 옛~~~날 박성균선수한테 질때도 이제는 끝인것 같다 이런 반응 많았던 걸로 생각하는데..^^;

이윤열, 그는 끝을 모릅니다. 유일무이 스타판의 레젼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887 바둑을 두지 않고 바둑을 즐기는 법 - 바둑을 모르는 분들을 위한 바둑 강좌 [56] 디미네이트16610 09/08/25 16610
886 About Bisu - 김택용에 대한 찬사 (사운드) [44] 귀염둥이 악당16834 09/08/27 16834
885 씬 스틸러(scene-stealer) 변형태. [25] ipa13955 09/08/05 13955
883 안녕, 좁디 좁은 천하여 [41] 코세워다크21556 09/03/11 21556
882 흑백 테레비 [27] zillut.j13820 09/06/02 13820
881 J의 비극 [40] happyend14307 09/05/25 14307
879 [츄리닝의 재구성] 3편 : 지한과 백호, 그리고 의철 [27] Vision20934 09/05/10 20934
878 [야구] KBO 명예의 전당에 관한 글 [71] ClassicMild13070 09/05/04 13070
877 이영호vs조병세 리뷰 [30] 김연우17627 09/04/16 17627
873 남은 눈물은, 나중에 더 높은 곳에서. 같이. [20] The xian12792 09/03/05 12792
871 러브포보아의 09년 3월 초보를 위한 컴퓨터 추천견적입니다~!! [48] 러브포보아13599 09/03/07 13599
870 하늘의 왕. [28] 한니발16613 09/02/25 16613
869 리켈메와 이재훈, 이재훈과 리켈메 [43] 와이숑14039 09/02/23 14039
868 블루칩 이영호. [25] 한마 유지로12131 09/02/19 12131
867 그래프와 함께하는 커리어 랭킹 & 본좌 [83] ClassicMild16807 09/02/19 16807
865 [Ms. Anscombe 의 사회학 이야기] 사회학을 공부해볼까요?? ~ 일곱번째 이야기 [14] Ms. Anscombe10733 08/07/02 10733
864 손끝이 떨려온다. [33] kEn_14440 09/02/12 14440
863 통계로 보는 스타크래프트 [55] 김연우13302 09/02/12 13302
862 '비르투오조' 전용준, '마에스트로' 김철민 [138] legend22873 09/01/21 22873
860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 - 임요환... [12] Love.of.Tears.11048 09/01/27 11048
859 '판'님 스페셜 #1 - 동물의 왕국- [115] Timeless24246 09/01/23 24246
858 두번 다시 마주 잡은 이 두 손을 놓지 않으리라고 [37] Cand14567 09/01/19 14567
857 "좋아, 아직 할 수 있지" [62] 한니발18435 09/01/15 1843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