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17 15:43:05
Name malicious
Subject 존칭어 사용에 관해....
아마도 PGR21이기 때문에 존칭어 사용에 대한 지적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입사해서 가장 난감했을 때가 직장상사에 대한 호칭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부르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내 직속 상사(부장이라고 가정하자)의 메시지나 현재의 상황을 상급자에게 보고할때 그런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말해 부장의 말을 상무에게 전달할때 "OOO부장이 저에게 OO를 하라고 지시하고, OO는 상무님께 드리라고 말했습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하지만 늘 사내에서 '부장님'이라고 부르던 사람을 갑자기 존칭을 생략한채 'OOO부장이'라고 말한다는게 알면서도 쉽지 않더군요...

아시다시피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상대에게 특정인물을 얘기할때는 만약 특정인물이 대화상대보다 직급이 낮을 경우 '님'자는 물론 '하셨다'는 등의 표현도 '했다'로 낮춰야합니다.

상무 : OOO씨, XXX부장 지금 어디에 있나?
나 : 네, X부장은 지금 거래처 사람과 함께 사우나에 갔습니다. (맞는 표현)
나 : 네, X부장님께서는 지금 거래처 사람과 함께 사우나에 가셨습니다."(틀린 표현)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하는게 아니냐고요?

그런데 게시판에서도 이런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선수나 특정인에 대해 글을 쓸때 자주 등장하죠...

"OOO님이 어제 게임에서 어떤 전략을 들고 나오셔서 승리를 거두셨습니다." 같은 표현들이죠

또 "OOO 감독님이 이번 게임에 OOO님을 투입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라는 표현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표현입니다.

이 표현을 직접 대화형식으로 구성하면 이렇습니다.

기자 : 내일 게임에는 어떤 선수들을 내보낼 생각인가요?
감독 : 네, 요즘 컨디션이 좋은 OOO 선수님을 투입하시겠습니다.(??)

게시판,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쓰면서 특정인을 거론할때는 존칭을 생략하는 것이 기본원칙입니다. 물론 팬의 입장에서 자신이 존경하는 선수를 낮춰 부른다는게 좀 어색할지 모르지만,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게 자연스럽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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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상
03/11/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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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군대 생각이 나네요.존칭은 군대 갔다오면 정말 확실하게 배우게 되죠. ^^
malicious
03/11/17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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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이등병때... 병장이 OOO상병 어디갔냐고 물어봤는데... "OOO상병님, 조금전에 식사하러 가셨습니다"라고 말하면 바로 죽음이죠...
쉬면보
03/11/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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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군을 앞두고 있는 저로써는.. 벌써부터 지레짐작 겁먹게 되는군요. ^^;;
malicious님의 글은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지만, 생각하고 있어도 잘 실수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키도록 노력해야겠죠. ^^;
항즐이
03/11/17 16:30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 것과는 다릅니다.

===========

아시다시피 자신과 대화하고 있는 상대에게 특정인물을 얘기할때는 만약 특정인물이 대화상대보다 직급이 낮을 경우 '님'자는 물론 '하셨다'는 등의 표현도 '했다'로 낮춰야합니다.

==========

이건 일본의 경우이고,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 항즐아, 애비 어디갔냐?
항즐이 : 아, 아버지 밖에 나가셨어요. 금방 오실거에요.

이게 틀린 표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요. 제가 잘못 알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의 경우가 글쓰신 분이 말하신 대로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장 : 다나까 부장 어디있나?
말단 항즐이 : 다나까는 지금 자리에 없습니다.

사장 : 김부장 있나?
말단 항즐이 : 김부장님 나가셨는데요. 곧 오십니다.

제 경험 (회사, 학교)은 위의 대화가 옳다고 말하고 있습니다만..
03/11/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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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감!!! 군대갔다온사람은 그 개념을 잘 알겁니다 ^0^
항즐이
03/11/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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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회사나 군대에서 글쓴 분이 말씀하신대로의 문화가 정착되어 있다면,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일본식 존칭 체계가 일제하의 군문화를 거치면서 정착된 거라고 밖엔 생각할 수 없습니다.


OOO 감독님이 이번 게임에 OOO님을 투입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 이 표현의 잘못은 존칭 중복이지 존칭 자체가 아닙니다. 감독님이 이번 게임에 ~선수를 투입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정도라면 문제가 없죠.

존칭에 있어서, 높여야 할 대상의 물건이나 행동마저 높여버리는 실수가 아니라면 존칭 자체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이 틀렸다면 지적바랍니다. 어릴적부터 집안 촌수나 존칭에 꽤 까다로운 교육을 받았던 저로선 당황스런 부분이라서요.
낭만드랍쉽
03/11/1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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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항즐이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제가 행정실에 근무하고 있는데, 교장선생님께서 오셔서, "윤군 실장어디갔나?" "예. 김실장 나갔습니다." 라고 말한다면, 결코 좋아보이지 않죠-_-

교장 : "윤군, 실장어디 갔나?"

윤군 : "예. 실장님은 출장가셨습니다." 가 틀리더라도 더 좋아보이는 군요. 아직 사무실같은 곳에는 않다녀봐서 모르겠지만,

지금 근무하는 학교에서나, 전에 일했던 익스프레스에서는 저보다 높은 사람은 사장님 앞에서도 뒤에 호칭과 '님'을 붙였었죠. 이게 틀린거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할 거 같습니다. 쭈~욱-_-
정현준
03/11/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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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알기로도 그렇고, 회사 생활에서도 그렇고 항즐이님의 말이 맞을 것 같네요. 부장님이 저한테 "이 과장 어디 갔나?" 하셨다고 제가 "이 과장 잠깐 화장실 갔습니다." 이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
太上老君
03/11/17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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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존법(壓尊法)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의 가정에서는 특수한 경우에 주체높임을 억제하는 압존법이 있었다. 가령 손자(화자)가 할아버지(청자)께 아버지(주체)에 대해 말할 때 아버지를 높이지 않고 말했다.

(5)ㄱ.할아버지, 아버지가 아직 안 들어왔습니다. <압존법>

그러나 현대에 와서 언어 생활의 간편함을 추구하다 보니 청자-주체-화자의 관계를 고려하는 압존법이 번거로워 표준화법(1992)에서는 압존법을 무시한 다음 표현도 허용하였다.

ㄴ.할아버지, 아버지께서 아직 안 들어오셨습니다. <비압존법도 허용>

위 예는 화자인 손자 기준으로만 판단해 청자인 할아버지나 주체인 아버지를 모두 높였다.
한편,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자기 아들에 대해 말할 때도 아들을 낮추어 말하는 압존법이 있다.

(6)ㄱ. 00야, 아버지 좀 오라고 해라. <압존법>

그러나 이 경우도 다음과 같이 청자인 손자 기준으로 아들을 높여 말하는 것도 잘 쓰여 역시 허용된다.

ㄴ. 00야, 아버지 좀 오시라고 해라.<비압존법도 허용>

단, 회사 내의 경우는 다음 예처럼 윗사람에 대해서는 듣는 사람이 누구든지 ‘-시-’를 넣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전통 압존법을 불허하여 가정의 경우와 차이가 난다.

(7)ㄱ.(평사원이) 사장님, 이 과장님은 출장 가셨습니다. <원칙>
ㄴ.(평사원이) 사장님, 이 과장은 출장 갔습니다. <압존법 불허>

한편 자기 부모를 남에게 말할 때 낮추는 압존법도 있다고 주장하는 이가 있는데 이는 잘못이다. 자기 부모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말할 때나 반드시 높여야 한다.
太上老君
03/11/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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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이런 원칙이 있네요.
귀여운호랑이
03/11/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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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법 규정과 현실과 어느정도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죠. 음. . .국문학과인 저로서도 참 고민되는 문제네요. 배울때야 압존법을 쓰는 것이 맞다고 배우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쓰기는 힘들거든요.
03/11/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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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제가 대학교양과정에서 배운 바로는 malicious님 의견이 맞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 유래까지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어서 한 번 찾아봐야겠네요.
03/11/17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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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은 위의 압존법을 준수하는 것이 맞습니다. 군대 내에서 압존법이 엄격하게 행해지는 것은 일제의 잔재와는 무관한 것입니다. 예절의 엄격한 준수, 존칭의 엄격한 구분, 위계문화가 압존법의 형태로 나타난 것이구요. 92년에 공표된 표준화법을 통해 압존법과 비압존법의 병행이 허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압존법이 쓰이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어렵긴 합니다.
malicious
03/11/17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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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저도 회사안에서는 압존법에 따라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말해놓고 나서도 제가 '건방진 놈'으로 비춰지는게 아닐까하는 느낌이 들때가 있죠... 하지만 오히려 대화하는 상대를 배려한다면 대화속 인물을 낮춰부르는게 예의에 맞는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제가 거론한 부분 가운데 일반적인 정서상 '높여부르기' 정도는 허용해도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OOO님께서 드랍십을 상대 본진에 떨구셔서 승리하셨습니다'와 같은 표현이나 "OOO감독님이 OOO님을 투입하시기로 하셨다'는 등의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것이......
박진상
03/11/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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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국문학을 전공으로 하면서 많은것을 느겼는데 이 세상에 완벽하게 우리말을 하는 사람은 없을겁니다.제가 생각하기엔 신문이나 뉴스가 가장 정확 하다고 생각 했었지만 자세히 보면 잘못된 점이 아주 많더군요.그리고 언어라는 것이 항상 변하고 새롭게 태어나고 없지기도 하는데 규칙을 정해서 지킨다는거 자체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현대인과 500년전 사람이 의사 소통이 가능 할까요?100년전 사람과도 완벽하게 의사소통이 될지도 의문입니다.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보면 원래는 자장면이 표준말이죠.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짜장면이라고 쓰는데 굳이 자장면이라고 해야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언젠부터인가 tv에서 앞장서서 고쳐말하던데 꼭 그래야만 하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또 소위 말하는 외계어라는것도 그런 언어가 정착 되고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된다면 그것이 표준이 되야하는게 아닐지 라고 혼자 생각합니다.사실 혼자 생각만 하다가 교수님에게 이런 말 햇다가 혼 낫었죠.
malicious
03/11/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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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즐이님.... 몰라서 잘못 사용한 것이라면 바로잡아주는게 좋지만, 단순한 오타 정도는 좀... 물론 글쓴 사람이 먼저 (오자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해야겠지만요... 저도 자판을 빨리 치다보면 오타가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그걸 지적하면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더군요...
쉬면보
03/11/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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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프트키의 압박 일까요. ^^;; 피씨방가면 쉬프트키가 잘 안눌러지는 키보드가 많아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켁.. 무슨상관인거지.. -_-)
malicious
03/11/1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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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그리고 낭만드랍십님... 비압존법을 허용하더라도 이 표현은 잘못된 것 같군요... [교장선생님께서 오셔서] -> [교장선생님이 오셔서]
♬민성이
03/11/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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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 00씨 김과장 어디갔어?
나 : 김과장 회의갔습니다. <-- 순간 당황하지만 대충 넘어갑니다.
때로는 김과장님 회의 가셨는데요.. 라고 대답합니다. <-- 상당히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는?

부장님, 나 , 과장님 셋이서 회의를 한다.
부장님 : 저번에 지시한 거 어떻게 되었나?
과장님 : 00씨 보고드리게.
나 : ...이리하여 저번에 과장한테 넘겨 받은 자료를 살펴보았습니다만...
순간 당황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박진상님.이런 농담이 있죠?
자꾸 짜장면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태클이 들어오자, 한마디...
그럼 짬뽕은 잠봉이냐...? 갑자기 생각나서 ^^
malicious
03/11/17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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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존법도 하다보면 자연스러워집니다. 익숙하지 않은것에 대한 불편함뿐이죠... 저는 요즘은 오히려 압존법이 자연스럽기까지 하던데요...

(상무, 부장, 나 외 다수 선배들이 회의하는 자리에서)
상무 : (나에게) 그 일은 누가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나?
나 : 일단 부장과 상의해봤는데, 부장은 모선배와 제가 담당하는게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저도 그게 합리적인것 같습니다.
(이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거북하게 들리겠지만 저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지네요...)
i_random
03/11/1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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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칭에 관한 토론 중에 죄송한데요..
집에 오는 길에 '미소지움 치과' 라는 간판을 봤습니다. 맞는 표기입니까?? 틀린 표기입니까??
이 치과를 다녀오면 미소를 짓게 된다는 의미를 내포하려고 만든 간판인 거 같은데.. 지움 이라는 말이 어색한 거 같아서...
03/11/17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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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상 님.
저도 국문학도입니다. 일단 같은 공부를 하는 이를 만나니 반갑습니다.^^
표준어는 이를테면 하나의 기준입니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언어는 필연적으로 변합니다. 그리고 물론 표준어도 그 흐름에 따라 변합니다.('X차 표준어 개정'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제 생각이지만, 다음 표준어 개정 때는 짜장면이라는 단어가 새로이 표준어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러나 그 전까지는 분명 자장면이 표준어이고, 짜장면은 틀린 말입니다.
물론 표준어는 언제나 당시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하여 그르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표준어의 의의는 앞서도 말했듯 하나의 기준이며, 복잡다난한 언어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에서 보다 많은 이들이 언어를 쉽게 이해하고 익힐 수 있게 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쓴다 하여 표준어를 무시하고 그렇게 쓴다는 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표준어는 모두를 위해 정해진 것이며, 서로 지키기로 정해진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분명 표준어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있어 상당히 늦은 모습을 보이지만 이는 언어가 보수적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표준어로서는 하나의 변화가 장기적으로 오래 갈 변화인지, 아니면 잠시 반짝였다가 소리없이 스러져 버릴 변화인지 파악해야 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하나 들자면, 몇 년 전에 TV를 중심으로 해 [당근이지](당연하지)라는 말이 전국적으로 유행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이 예전처럼 많이 쓰이지 않고 사라져 갑니다. 이렇게 한때 나타났다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변화들이 참으로 많기에 표준어는 그 변화를 늦고 신중하게 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외계어에 대한 입장도 같습니다. 앞으로 20년 이상 이 외계어들이 지금보다 더 많은 계층에서 더 많이 쓰인다면 외계어가 표준어로 인정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외계어를 표준어로 인정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습니다. 일단 사용계층이 매우 한정되어 있고, 생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습니다. (앞서 말했지만, 짜장면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그 변화가 상당히 오래 되었고 굳어져 가는 추세입니다. 남녀노소에 따라 그 언어의 사용층이 나뉘는 것도 아니지요. 그러나 외계어와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TV에서 바른말 쓰기 운동을 하는 것도, 이렇게 표준어라는 약속을 모두에게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저는 바람직하게 봅니다. 그리고 PGR에서 표준어 및 맞춤법, 오타 등을 지적해 주는 것도 이렇게 하나의 [약속]을 지키게 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지키게 해 준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03/11/17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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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_랜덤 님.
그 치과 간판은 물론 잘못되었습니다.^^
[지움][지우다]라는 동사에 명사형 어미 [-ㅁ]가 붙어 만들어진 명사형입니다. 두 가지 의미가 있지요. 지우개로 무언가를 지우다, 그리고 등에 어떤 물건을 지게 하다.
하지만 미소지움이라니 희안하군요. 미소라는 물건을 등에 지워 준다는 것인지, 아니면 웃으면서 들어가지만 나오면서 형편없는 의사 실력에 열받아 얼굴의 미소가 지워진다는 뜻인지 말입니다.^^
아마 그 치과의사의 의도대로 간판을 만든다면, [미소지음]이 되어야 합니다.
i_random
03/11/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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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저도 올해 수능을 봤고 과는 무조건 국문학과를 가겠다고 마음먹고 있기 때문에.. 국문학과를 나오신 분이나 글 솜씨가 뛰어나신 분을 보면 존경의 느낌이 듭니다.^_^(그런데 레포트가 많고 다른 과에 비해 힘든 면이 있다고 들어서 걱정입니다..)어쨌든 감사합니다.^_^
03/11/1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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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표준화법에서 압존법을 무시하는 것도 허용했다니, 부끄럽지만 태상노군 님의 글을 읽고 지금에야 알았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압존법을 쓰지 않는 말이 더 부드럽다고 느낍니다만, 아마 여태껏 그렇게 해 왔기 때문이겠지요. 군대 훈련소 있을 때 [소대장님, ~~~병장님께 용무있어 왔습니다]라고 했다가 엄청 혼났습니다.^^
03/11/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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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_랜덤 님.
국문학과의 레포트는 좀 많은 것 같긴 합니다. 하지만 결국 교수님의 취향에 달린 문제지요. 한 학기 동안 레포트를 다섯 개 내야 하는 전공수업도 있었습니다만, 하나도 내지 않아도 되는 수업은 물론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문학 공부는 취직에 대한 실용성은 차지하고라도 매우 재미있습니다. 취향에 따라 골라들을 수도 있고요. (고전소설, 고전시가, 현대소설, 현대시, 언어학, 국어학 등등) 국문학과에 오신다니 환영합니다~
03/11/17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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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저도 박진상님이 고민하신 문제로 똑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요, 글곰님의 글을 읽다 보니 약간은 수긍하게 되는 군요. 교양시간에 배우길 언어는 변하는 것이라 표준어도 바뀌는 것이라 강사분께서 말씀하셨는데, '과연 그럼 표준어에 맞지 않는 표현들도 여러 사람이 쓰다가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표준어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지금의 표준어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하는 고민 말이죠. 글곰님의 글을 읽다 보니 상당한 공감이 가는군요. 감사드립니다. 약간의 답을 얻은 느낌입니다.
03/11/17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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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malicious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게시판, 또는 불특정 다수에게 글을 쓰면서 특정인을 거론할때는 존칭을 생략하는 것이 기본원칙이겠지만 pgr에서는 어법에만 맞다면 상대가 자신의 바로 앞에서 듣고 있다고 생각하고 구어체에 가까운 문체를 쓰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것이 아무래도 더 친근하고 편하기 때문에 그렇게 쓰고 있고 별다른 문제없이 잘 되고 있는데 굳이 지적할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여기는 그렇게 어색하게까지 맞춤법을 지켜야 할 정도로 공적이고 딱딱한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군대나 직장같은 곳은 더더욱 아니고요..
03/11/1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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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언제나 압존법을 지켜왔는데; 비압존법이 허용되는군요. 저의 경우에는 가끔 비압존법을 쓰면 상대방이 매우 기분나빠하시더군요;
malicious
03/11/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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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Canna님의 말씀처럼 특정인이 자신의 글을 보기를 바라며 글을 쓰는 것이라면 존칭을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예컨데 "임요환님, 앞으로도 좋은 플레이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처럼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쓰는 글이라면 특정인에 대한 존칭은 생략하는 것이 훨씬 보기 좋습니다. 제가 방송사에 근무하다보니 이런 부분에 예민해서인지는 몰라도, 심할 정도로 존칭을 사용한 글은 읽기에도 거북하더군요..
03/11/17 18:40
수정 아이콘
malicious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사랑의사막
03/11/17 18:42
수정 아이콘
언어가 변하듯이 표준어 규정도 당연히 변할 수 있습니다. 제가 고민하는 부분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앞은 현행 표준어이고, 뒤는 현재 많은 이들이 쓰고 있는 표현입니다.) 두루뭉술 -> 두리뭉실, 자장면 -> 짜장면 등과 같은 경우와 바람 -> 바램, 설렘 -> 설레임, 잠갔다 -> 잠궜다 와 같은 경우를 구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마치 우렁쉥이에서 멍게로 표준어가 바뀐 것처럼(이 경우에는 원산지를 고려하고, 대중성, 경제성을 모두 고려한 것처럼 생각됩니다.) 대중성 등을 고려하여 표준어 규정이 바뀌는 것도 괜찮다고 보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표준어로 승격될 수 있을까요?? 후자는 문법에서 예외적 일탈을 추가시키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되거든요. 그리고 기본형(바라다, 설레다, 잠그다)과의 연관성도 사라지게 되거든요. 글곰님께서 국문학도라시니 글곰님의 고견을 듣고 싶군요. ^.^;;
FreeComet
03/11/17 19:21
수정 아이콘
赤香님//압존법을 쓰지 않으면 상대방이 기분나빠하신다고요?;;
03/11/17 19:38
수정 아이콘
저도 사랑의사막님의 질문에 대한 글곰님의 답변을 듣고 싶군요 ^^. 저랑 비슷한 의문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보니 반갑네요.
03/11/17 19:42
수정 아이콘
한국남성들은 대부분 학교-군대-직장 이라는 서열 시스템이 완벽히 구축된 집단을 연속적으로 거치며 살아가죠. 그중 군대에서 철저히 교육되는 압존법(처음알았음..ㅡㅡ;)이 자연스레 직장으로 이동되어 쓰여지는 것 같습니다. 이 높임말이 직장이나 군대등의 '업무상' 대화 그리고 인터뷰 나 토론등의 '공적인' 대화 또 가까운 친지나 동네어르신 분들과의 대화 때마다 조금씩 다르게 사용되더군요. 한글 높임말은 정말 어려운거 같습니다. 그래도 생활하는데 큰 무리는 없더군요..;;
쉬면보
03/11/17 19:53
수정 아이콘
freecomet님 / 赤香님의 코멘트에서 기분나빠한다의 주체는 더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수도 있을꺼 같은데요. ^^;
03/11/17 21:36
수정 아이콘
/사랑의사막 님.
일단... 잔뜩 써 놓은 글을 Ctrl+a 후 Ctrl+c를 누르려다 손이 미끄러지는 바람에 몽땅 날려먹었습니다. 엉엉 울면서 다시 요점만 간단하게 적으려 합니다. 그리고 국문학도로서의 의견이 아니라 개인적인 의견이 되겠습니다. 사실 제가 좋아하는 분야는 언어학이 아니라 현대소설이거든요^^

'바람'을 '바램'으로 쓰거나 '안 돼'를 '않 돼'로 쓰거나 '너무' 를 긍정적인 낱말 앞에다 갖다 붙인다거나 하는 잘못된 표현들을 저는 매우 싫어합니다.
그러나 그런 감정과는 별도로, 만일 30년 이후에도 무특정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용법을 사용한다면...... 이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 다음에야 표준어 규정이 바뀔 수 밖에 없겠지요.
왜냐 하면, 저는 표준어 규정의 궁극적 목적이 문법이나 어법을 수호하기 위함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표준어의 궁극적 목적은 한국어 한국말을 쓰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보다 편한 언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십 년에 걸쳐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식으로 사용해 온 잘못된 낱말이나 용법이라면, 이미 표준어 규정을 고쳐 그 자신의 옳음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게 된 것이라 봅니다. 그 낱말이 어떤 복잡한 어원을 지니고 있든, 아니면 어떤 복잡한 낱말 합성을 통해 나온 것이든 간에 말입니다. (이거... 계몽시대 혁명론이군요. Revolution!)
하지만 적어도 향후 20년 정도 동안은, 절대 [바램]이나 [않했다], [않돼], [아뭏든] 등을 용납하고 싶지 않습니다.^^
03/11/17 21:50
수정 아이콘
FreeComet님/예를 들면 이럴 때를 말한 겁니다^^; A라는 사람이 B보다 더 높은 사람일 경우 제가 A에게 "B는 너무 착해요."라고 하지 않고 "B는 너무 착하세요."라고 하면 A가 기분나빠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쓴 댓글이 좀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요^^;;;
FreeComet
03/11/17 22:36
수정 아이콘
赤香님//그렇군요^^; 제가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네요
kittycafe
03/11/17 23:09
수정 아이콘
압존법, 저 1학년 때 발표 주제였는데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네요. -_-
글을 일찍 봤으면 할 말이 많았을텐데..
다들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네요.
아직 군대에서는 압존법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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