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19 19:41:41
Name 4aK
Subject [잡담] 군인 이라는 이유로...
아래 글은 제가 군 복무 당시에 한 카페에 썻던 글 입니다.
군에 있는 친구의 여자친구가 새 남자가 생겻다고 친구보다 저에게 먼저 오늘 얘기를 해주더군요.
벌써 주위에만 4번째 입니다.
너무 화가 납니다.
그리고 너무 밉습니다.

저도 군에 다녀왔고, 같은 일을 겪어 보았기에 얼마나 미치고 환장할 정도로 힘든지도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현역에 복무 중이신 PGR21 가족 분들중에서도 이런일을 겪으셨다면 힘 내십시요.
그리고 화이팅 하셔서 더 좋은 여자 만나 십시요.
위기 뒤에 찬스가 오듯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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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서 신병이 일병쯤 되고 첫 휴가 갑니다.
갈땐 애인볼 생각에 신나게 가지만 복귀할땐 백에 구십오 이상은 얼굴이 굳어 옵니다.

그날밤에 그중 하나와 경계근무 나가면 평소엔 얘기도 잘 하던 놈들이 말이 없습니다.
달보고 한숨쉬는 디자인이 그중 제일 흔하죠.

말 안해도 대충 스토리 뻔~ 합니다.
직접적으로 헤어지자 했거나,
연락이 않되던가,
새 남자 생겼던가
뭐 이런거죠.

안 믿어도 됩니다만 그럴땐 이렇게 했습니다
"울고 싶냐?"
- "아닙니다"
"울어도 빠졌다고 않할 테니까 울어라"
"실컷 울고 내일 아침부터는 잊자"
"그리고 내일 나하고 얼굴 마주칠땐 웃어봐라"
하면 우는 애들 많습니다.
엉엉 우는 놈은 없지만 달 보면서 눈물만 흘립니다.

그 모습 보면 그 여자들이 밉습니다.
얼굴도 잘 모르고, 나하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지만 진짜 밉습니다.
나는 갈구고 구박할지언정 내 후임 내 자식 이거든요.  

이게 저와 군에있던 또 지금 군에 있는 혹은 곧 갈 군인들의 한 모습입니다.
꼭 그래달라고는 못하겠습니다만, 어렵지 않다면 기다려 주십시요.

말 그대로 지금 그에게 당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그리고 가장 그리운 사람이고 이름입니다.

휴가나온 애인이 별로 않 멋잇죠?
다른놈들이 더 멋있을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건 다 그놈의 군복탓이지
당신의 애인이 못나서가 아닙니다.
주변에 있는 다른 사람들 잡아다가
군복입히고 이등병 마크 붙여놓으면 그만도 못합니다.
만일 그래도 그 사람이 멋있으면 제가 성을 갈도록 하겠습니다.

군에 있는놈들 무지 힘듭니다.
그놈들 밤에 침낭 뒤집어 쓰고
행여 고참이 알세라 후래쉬 조심스럽게 켜고
당신의 사진을 보면서
히~ 하고 바보같이 웃는 불쌍한 놈들입니다.

하지만 제 애비 빽이나 돈으로 군대 면제받는
비겁한 쓰레기들 하고는 차원이 다른 훌륭한 진짜 남자들입니다.
(그런편법이 아니고 어쩔 수없이 면제된 분들은 열외 입니다)

여러 숙녀분들 이 불쌍한 인간들..
당신이 아니면 누가 지켜주겠습니까?
부디 당신의 애인을 잘 지켜 주시길 바랍니다.
그러시면 그들은 더욱 강한 군인이 될 겁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중간 중간 놈이라는 표현을 쓴것은 이해 부탁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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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초록이
03/11/19 19:46
수정 아이콘
훈련소가서 느낀건데... 가장 많이 생각나는건 엄마고, 그다음이 애인이죠... 짝사랑하는 여자친구 사진 행군하면서 몰래보고 했던 기억이 나네여.. 자대는 안갔습니다^^
쉬면보
03/11/19 19:53
수정 아이콘
윽.. 군대가기 3주도 안남았는데, 얼마전에 저는 솔로부대에 입대를.. ^^;;
하얀응가
03/11/19 20:08
수정 아이콘
이제곧 군대를 가야하는 저로서는 너무나도 고마운 글이군요..ㅜ_ㅜ
이 나라 모든 여성이 이 글을 읽길 바라며....^^;
sad_tears
03/11/19 20:26
수정 아이콘
ㅠ.ㅠ..........ㅜ.ㅜ.ㅜ.ㅜ.ㅜ.ㅜ.ㅜ 티티티티티티....

전 서로 좋아하는 여자는 없고. 혼자짝 사랑하는데. 그 여자 사진 보고 혼자 울것 같네요.

우리과에 강의시간에 군대에 있는 애인에게 편지쓰는 여자가 있던데... 아직 2등병이라고... 그 맘 변치 않길 바랍니다.

그리고 전 얼마 후 군대가서 울지 않을꺼라고 다짐해봅니다.
03/11/19 20:30
수정 아이콘
군인은 군인이라는 이유 하나 갖고도 자부심과 긍지를 갖어도 된다고 생각 합니다. 현역이시든 곧 입대하실 분들이든 모두 화이팅 하시길 바랍니다 ^^
마술사
03/11/19 21: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힘낼께요!!! (아자! 6달남았다!)
게임의법칙
03/11/19 22:17
수정 아이콘
군대에서 일병 달자마자 채이고...
지금 여자친구를 만났죠.
군대 2년을 못 기다려줄 여자라면 어차피 나중에라도 헤어질 겁니다.
그리고 예비역의 인기는 병역미필자와는 다른 맛이 있죠 ^^
neogeese
03/11/19 22:26
수정 아이콘
저도 일병휴가때 여자친구에게 채여서 좀 고생을 했죠.. 휴가 나가서 새로운 남자 친구와 있는 걸 보고 '둘이 잘 살아라' 하고 돌아 섰을때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ㅜ.ㅜ

군대 가시는 보든 분들... 모두 힘내시길 바랍니다.
포로리야~
03/11/19 22:45
수정 아이콘
그치만 끝까지 기다리면 독하다고(?) 차이는 일도 희귀한 일은 아니죠...
어쨌든 인연이 닿는 사람들은 끝까지 함께 하더라구요.
군인 여러분..
화.. 화이팅이요! (이게 이 상황에 맞나요?=_=)
엘케인
03/11/20 02:14
수정 아이콘
중대고참후임 다 합쳐서 한 200명이 넘었을텐데..
유부남 두명 빼곤 전부 다 깨졌죠.. 제 군생활 도중에..

저만 아직까지 만나고 있답니다.. "고대산 결사대"의 전설.. ^^;
쉬면보
03/11/20 03:04
수정 아이콘
고대산... 연천에있는거죠? 북한땅 보인다는.. ^^;;
엘케인
03/11/20 04:46
수정 아이콘
쉬면보// 엇?? 고대산을 아시나요?? 이등병때 있던 부대 간판이 "고대산 결사대"였죠.. 결국 일병을 달며 GOP로 가서..(철원 대마리였죠..) 그리 오래있진 않았지만.. 앞뒤좌우 산으로 꽉꽉 막힌 부대 위병소를 통과하며 본 "고대산 결사대"글자를 잊을수가 없네요.. ^^;;
물빛노을
03/11/20 08:0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퍼가겠습니다^^
쉬면보
03/11/20 11:41
수정 아이콘
엘케인님 / 저는 아직 군대 안가서 모르지만 (다다다음주에 감니다..;;)
아는형이 얼마전에 숨은 명산이 있다고 하여 따라가봣는데
고대산이더라구요 ^^;; 생각보다 꽤나 높던걸요
ProtossLady
03/11/20 12:41
수정 아이콘
....항상 차이는 군인 쪽 입장만 모든 이의 이해와 배려를 받는 듯 한데, 차는 군인은 또 얼마나 많은지 사람들은 관심이 없죠. 군인이 여자를 차면, "여자가 얼마나 xx하면 군바리가 차냐"는 식으로 비아냥대고, 아니면 "기다리게 하는게 미안해서 그랬겠지"라고 좋게 생각해주고.

사실은 양다리 삼중다리 문어다리 걸쳐서 편지써줄 여자 모으고 가는 그런 나쁜 사람도 정말 숱하게 많이 보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여자쪽이 유학이나 기숙사 일자리 같은 것으로 몇달에 한번밖에 못보게 되는 일을 할 경우 남자쪽이 기다려주는 상황도 정말 적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서로 떨어져있을 때 배신하고 돌아서고 힘들게 만들고 하는 건 서로 비슷한데도, 언제나 군인들은 이해해줘야 될 사람들이고 여자들은 괘씸하고 미운 존재가 되죠. 군대도 안가면서 군인의 마음을 아느냐고 한다면 당연히 모르고 이해도 못한다고 밖에 말 못하지만,

기다리지 않는 여자분들도 나쁜 거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그럽니다. 군대 다녀온 분들이 사귀더라도 1-2년 내에 헤어지는 커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수많은 커플들이 사귀지만, 수많은 커플들은 헤어집니다. 그런데 왜 단지 군대에 갔다는 이유로 2년을 기다려줘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서로 진짜 인연이라고 여기면 기다리는 것이고, 아니면 헤어지는 것입니다.

게다가 또 제대하고나면-_- 여자 보는 눈이 달라져서, 다 기다려준 여자분을 참 많이도 차더군요. 또 점점 식상해서, 상병말쯤 되면 여자친구를 차버리는 군인들도 정말 많이 봤습니다. 군인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분들의 동호회들은 어딜가나 거의 절망적일 정도로 괴로운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아무도 염려해 주거나 맘아파해 주지 않죠.

예전에 군복무중인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선언한 적이 있고, 지금 남자친구가 군복무 중입니다. 이별과 사귐은 이 사람이 진정 나의 인연인가 아닌가, 사랑인가 아닌가의 문제이지 단순히 기다려야 한다는 의무감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곁에있으면 괜찮고 단순히 멀어져있다고 마음이 식는 관계라면 나중에 결혼하고 출장-_-갔을 땐 어쩌려고-_-.... 애초에 사랑이고 인연이면 그런 것과는 상관이 없어야 하는 거죠.

기다리지 않는 여자친구는, 서로가 인연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헤어지는 수많은 다른 커플들과 같은 것입니다. 여자들은 지지 않고 있는 군역을 남자들이 지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회적 연대감을 느끼고 배려해 줄만한 일이지만, 커플사이에서의 기다림은 그런 걸로 강요되어야 할 일은 아닌 것 같군요.
03/11/20 18:25
수정 아이콘
ProtossLady님// 의견에 공감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맞는 말 입니다.

하지만 사회에 있을때 헤어지는 것과 군대 있을때의 헤어짐.
그 뒤에 느끼는 후유증은 너무나 틀립니다.

사람 마다 개인차가 있으니 아닐수도 있겟지만,
저의 경우에는... 상당한 차이를 느꼈습니다.

이별후에... 사회에서는 다른 여자를 만날 기회와 술 한잔... 그리고 친구들의 위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군대 에서는 기회와 위로 보단 그리움과 허전함만이 생기더군요.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

* 저 역시 이별을 통보하는 여자분들을 이해 못하는것은 아닙니다. 다만 조금 아쉬울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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