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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8 16:04:24
Name ocean
Subject [LOL] 나는 왜 이스포츠를 시청하는가(LCS Final 후기)
LCS에 대한 좀 자극적인 발언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정 선수들에 대한 저열한 표현들이 있습니다. 문제가 된다면 수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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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S를 보게된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습니다.
금요일날 엠넷의 이런저런 프로그램(쇼미라던가..)들이 끝나면 새벽 1시인데;;
잠은 오지않고 나겜이나 돌려보던 중
딱 시작된 EU LCS 프로겐의 얼라이언스와 페케의 프나틱 대전을 보게되면서 부터였습니다.
아마 2014년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물론 이때 저에게 재미와 암을 동시에 주었던
나진.. 이... 있었기 때문에 LCS는 그저 띄엄띄엄 보게되었고

정말로 LCS를 정말 각잡고 보게된 것은 2015 EU LCS SUMMER였습니다.

그해 롤드컵 보다 재미있었던..아프리카 멸망전
그 중 홀스팀 뚱후니의 입담과 똘끼(?) 그리고 좋은 인성을 보며
아 저 친구 잘됬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레인오버 선수와 함께 유럽의 명가 프나틱에 합류하여
첫 시즌에 우승을 해버리더군요

이때는 원딜 분이 온전히 유틸을 담당하시고, 미드는 지나치게 모범적인 CS수급에
라인전 한정 현지화된 후니, 여전히 던지는 레인오버, 혼자만 프로다운 옐로스타..
전체적 합이 아직은 부족한 모습에
한창 롤챔스(롤드컵 선발전의 나진을 본..)로 눈이 높아진 저로서는, "나가수보고 위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나진이 그렇게 되고) 레클레스가 팀에 합류를 하고, 팀 자체가 옐로스타의 오더 아래에서
한팀한팀 학살해가는 Summer시즌은 금요일 새벽과 토요일 새벽을 꼬박 새게 만드는 묘미가 있었습니다.
마치 어른이 아이들 귀잡고 서울구경 시키는 기분이랄까요?
결승전에서 프나틱의 심장이었던 페케의 오리젠과의 3:2 명승부는 Summer시즌 최고의 백미였습니다.
초월팀에 자극받은 유럽의 고대 병기와... 이를 가까스로 진압하는 최강팀..

롤드컵에서 LCK의 타이거즈에 박살이 나고
EU 최초의 슈퍼팀이라 불리던 팀의 핵심 탑정글 듀오가
분식의 나라 NA로 떠나고 나서, 시청하는 EU LCS는 이전과 같은 느낌이 아니더군요

응원하는 팀의 확연한 기량저하 기대했던 한국인 듀오의 부진(던지는 스피릿, 수동적인 감수..)과
어느새 얼라이언스 시절 무색무취의 원딜로 변한 레클레스, 옐로스타가 아닌 서폿
그리고 어느새 영고가 되어버린 "플레이메이킹이 안되는 페비벤"
새롭게 3강이라 불리는 3팀이 탄생했지만 뭔가, 이전의 프나틱이 주었던 자극적인 재미가 없더군요

그래서 북미로 떠난 한국인 듀오를 찾았습니다.
이모탈스, 한국인 듀오와 각 팀에서 줏어온;; 선수들로 만들어진 팀이
북미를 평정하는 모습을 보며 다시 15년 프나틱이 주던 감격을 느꼈습니다.
물론... 월요일 회사 근무시간이 겹쳐서 절반은 스포 당한 상태에서 유튜브로 봤지만요

그리고 오늘 EU결승전 부터 NA결승전까지 장장 10시간에 이르는 LCS Final이 막을 내렸습니다.
EU는 로열로더, NA는 챔피언이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습니다.
10시간의 시청

종종 LCK를 보면서 조는 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밤을 꼬박 새다니요..

간혹 유게에 올라오는 넘나 자극적인 "분식의 나라"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고 웃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중요시하는 D팀의 MSG와 나트륨이 듬뿍담긴 오브젝트와의 사랑이야기
라인에 여유가 남거나, 할거 없을 때 가는 바론
어쩔때는 화려한 무빙을 겸해 궁극의 딜을 뽑아내지만, 어쩔때는 각종 CC기의 중심에서 노니는 덥립
그리고 "북미제일검" 등 각종 드립의 드립을 더한 후니의 특이픽 하드캐리 장면들

이러한 자극적인 영상을 몇달동안 보고 있자니
어느새 LCK를 보면 퀄리티 높은 BBC 다큐를 보고있는 것 같더군요
최고의 선수들과 해설자들이 만들어내는 최고의 리그

모든 순간이 치밀한 시나리오 처럼 짜여져
탑에서 솔킬이 나면, 스노우볼이 눈사태 처럼 불어나 게임이 끝나버리는
보면서 감각이 저려오고, 화아!라는 탄성을 짓게하는 LCK

하지만 어느새 한경기 한경기 거르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재미(흔히 이걸 나진이..)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LCS는 LCK보다 수준이 몇수 아래라고 생각합니다.
T1정도 팀이면 최소 밴카드 2개 빼줘도 무난히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이드온부시가 가갈갱 밴을 해도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LCS는 정말 분식집 같은 자극적인 재미가 있습니다.
아무리 한팀이 1만골드로 이기고 있어도
미드가 6킬 8어시로 적 미드에 고속도로를 뚫고 있어도
3억제기가 날아갔다 하더라도

LCS의 경기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몇번의 역대급 백도어와 미니언 하드캐리
탑신병자의 스플릿으로 어처구니 없이 게임이 끝나버립니다.

탑에서 쏠킬이 나도, 스노우볼을 못굴리고 5분후에 똑같은 CS와 어느새 밀리는 레벨링을 보게되고
라인을 다 이기고 있어도 어물쩡 거리다가, 드래곤 스택 놓치고
CC기는 못맞추는 건지, 다 피하는 건지 하다가 우르르 이니시 걸다가 그대로 끝나버리는 게임
이런 말도 안되는 게임을 어떻게든 드립으로 포장해버리는 나겜의.. 두 성인 란자 캐스터와 포짱해설..

그렇습니다.

LCS는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입니다.

오늘 새벽 5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마치 시장골목에서 먹는 비릿한 순대와, 뿔(불)어터진 떡볶이를 먹는 듯한
CLG와 TSM의 막장 예능 더비가 있었습니다.

미니언이 넥서스를 부시고
열심히 덫농사만 짓던 덥립
그와중에 돋보이던 비역슨과 아프로무
그리고 똘끼가 자제된 다르샨
최후의 주인공이된 슈퍼루키
마지막으로 전 파트너를 향한 북체폿의 칼디스

LCK에서 절대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자극적인 맛
그런 맛에 LCS를 보는 것 같습니다.

김정민 선수의 십만년 조이기로 스타를 배우고
이영호 선수의 플레이로 한을 풀고
프로스트 vs CLG EU 롤챔스 결승에서 롤에 빠지고
나진으로 울고 웃던 저만의 이스포츠 라이프가

어느새 새벽시간에 찾아오는 자극적인 LCS NA에 빠졌습니다.

여러분은 왜 이스포츠를 보고 계신가요?
만일 조금 허술하고, 수준은 낮지만 절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찾으신다면

LCS "The 분식집" NA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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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18 16:05
수정 아이콘
세상이 허락한 마약급이죠...
16/04/18 16:11
수정 아이콘
정말로 나겜의 해설진들은 탁월하더군요
이전 d와 에코폭스와의 경기였나요?
"정말 쓸모없는 없는 명경기" 이것이 LCS NA를 표현하는 최고의 미사여구라 생각합니다.

오늘 끝나고 느낀 한없는 공허감이란...
16/04/18 16:11
수정 아이콘
저도 새벽에 잠이 안와서 lcs를 보기 시작했는데
진짜 자극적인 맛에 롤챔스보다 더 챙겨 봅니다.
16/04/18 16:13
수정 아이콘
정말 lcs가 주는 "짜릿"함은 LCK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경기력으로도 줄 수 없는
저렴함이라 생각합니다.
콩쥐팥쥐
16/04/18 16:12
수정 아이콘
근데 솔직히 EU는 노잼...
16/04/18 16:14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프나틱 그렇게 되고서 부터 못보겠더군요;;
한국인들을 너무 수입해서인지 게임이 너무 LCK스러운데

철저히 하위호환이예요;;
Bernardeschi
16/04/18 16:18
수정 아이콘
EU가 LCS NA-EU, LPL중에서 가장 한국인이 적은 리그죠.
16/04/18 16:27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15년에는 후니, 레인오버, 류, 호로 뿐이었는데
지금은 g2에 2명, 자이언츠에 2명, 류, 스피릿, 감수 숫자는 많지 않네요;; 생각해보니

한국선수 수입이 문제가 아니라, 이전에 EU가 가지고 있었던 참신한 픽이 나오지 않고
LCK의 메타를 답습하는 게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 같네요

지적 감사드립니다.
Bernardeschi
16/04/18 16:30
수정 아이콘
특정 메타를 따라가는게 더 잘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는 거일수도 있겠죠.
애초에 스포츠를 본다는 건 어떤 팀이나 선수가 자신들의 실력을 키우고, 상대편들을 눌러가면서 뛰어난 실력을 갖춰서 강자로 나아가는걸 보는건데, 그러면 사실 몇가지의 특정한 메타로 수렴될거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메타중 하나가 LCK 스타일일 수 있겠고, 아니면 또 EU 나름대로 새로운 방법론을 정립할수도 있겠죠. 최근만해도 진을 활용한 조합을 대회에서 제시한건 프나틱이니.

사실 축구도 강팀들이 서로의 실력을 뽐내는 유럽대항전을 기준으로 보면 그 대회들의 상위 라운드에 출전하는 팀들은 대체로 비슷한 요소들을 공유하죠. 그것들을 자기 나름대로 변주는 하지만요.
16/04/18 16:36
수정 아이콘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확실히 LCK 메타가 가장 안정적이고, 이기기 쉬운 메타이니까요
EU도 g2의 youngbuck이나 x페케와 같은 선출 코치들이 선임되고
보다 정형화된 밴픽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뭔가 EU스러운 참신한 픽에 대한 향수가 있네요
이전 M5나, 15년의 UOL이 선보이는 기상천외한 픽들이나
전 sk의 원딜 캔디판다의 베인으로 트포가는 특이한 템트리
이기기 위해 준비하는게 프로지만, 이전의 향수가 그립기도 합니다.
16/04/18 16:48
수정 아이콘
이제 유럽이나 북미도 리그가 다전제로 넘어가면서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것 같습니다.
단판에서야 깜짝 전략이 잘먹히지만 다전제로 넘어갈수록 밴픽으로 틀어막으면 끝이니까요.
skk가 삼화를 상대로 미드질리언으로 1세트 따갔지만 삼화가 바로 밴으로 변수 차단하고 남은 3세트를 가져갔던걸 보면 앞으로 그런 모습은 보기 힘들것 같습니다.
16/04/18 16:56
수정 아이콘
그런 의미에서 15년 UOL이 주목받았었는데.. 핵심이엇던 kikis가 떠나 버려 너무 아쉬웠네요..
후니가 롤러와에서 그랬죠 코치랑 상의해서 만든 밴픽 다틀린다고 UOL이랑 할때는 밴픽 내려놓고 한다고 흐흐
섬머때 좀더 높이 올라가 롤드컵 진출했다면 좋았을텐데 아쉽습니다
16/04/18 16:1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북미 LCS는 재미있는데 롤챔스 본 직후에 보는 건 추천하진 않습니다... 이게 LCS만 보면 자극적인 분식집잼인데 롤챔스 보고 바로 보면 답답한 발암경기처럼 보여서....
16/04/18 16:16
수정 아이콘
그래서 LCK를 안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고급진 음식을 먹으면..

분식이 비리고, 냄새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분식만 찾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NA만 보다가 LCK를 보면..
전 졸리더군요;;
16/04/18 16:20
수정 아이콘
그렇게 되더라구요... 만약에 롤챔과 LCS가 동시방영 된다면 LCS시청률이 더 높을 거 같습니다.
16/04/18 16:28
수정 아이콘
저도 동시 방영이라면 LCS를 볼 것 같습니다....
전 입맛이 너무 저렴해 졌어요;;
사랑해조제
16/04/18 16:16
수정 아이콘
lcs는 확실히 요상하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가끔은 발암물질같다가도 가끔은 넘나 통쾌하고.. 팀들간 라이벌리도 확실하고, 관객들도 화끈하고.. 물론 롤드컵이나 세계대회에선 좀 후달리겠지만, 우리가 꼭 잘하는 리그를 볼 의무는 없는 것 같습니다.
16/04/18 16:17
수정 아이콘
저도 크보보다가 므르브를 보면 재미가 없더군요
재미진 예능보다가 내셔널 지오그래픽 보는 느낌이랄까?
도도갓
16/04/18 16:38
수정 아이콘
킬스코어는 0대0인데 라이너들이 각각 2킬씩 당해있는 정말 뽕맞은;; 리그 크크크
16/04/18 16:51
수정 아이콘
정작 본인들은 적팀에게 킬 안줬다고 커뮤니케이션 했을 것 같네요 참
정말 d는 올한해 최고로 쓸모없는 명장면을 너무 많이 생산했네요
16/04/18 16:52
수정 아이콘
EU는 스타 플레어들이 NA로 가면서 좀 밍밍해졌는데 NA는 스타 플레어들도 계속 들어오고 경기 외적으로도 상당히 자극적이죠.
16/04/18 16:58
수정 아이콘
스타 플레이 유출 뿐만 아니라
기존 선수들도 좀 밍밍해 져버린것 같습니다.
오늘 소아즈만 보더라도
저 시점에서 던질 것 같은데 안던지고
어울리지 않는 안정감을 보여주더군요..
16/04/18 19:17
수정 아이콘
프로스트대 clg eu결승을 직관했는데, 아직도 손꼽는 명 결승전입니다. 기억하시는 분이 있어서 반갑네요.
3경기 cs먹는 기계가 블라디를 픽하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것 같습니다. 솔직히 3대빵인줄 알고 집갈 준비했어요
16/04/19 10:34
수정 아이콘
마지막 5경기에서 이즈 큐로 레드 빼먹어서 상대 정글 말리고
레드 버프 있던 상태로, 봇킬당하던 건웅갓이 생각나네요 크크
결과적으로는 그 스노우볼로 이겼지만 말이죠 크크

여러모로 롤이란 콘텐츠가 가장 재미있었던 시기 같습니다.
한국이 최강이 아니었고, 도전자이던 시대

시대의 강자였던 CLG EU를 상대로한 이제동 스코어
여러모로 가장 재미있던 시기였던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선수들의 플레이에 눈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LCK의 재미도 줄어든 느낌이 없지 않은 느낌입니다.
바보미
16/04/19 09:25
수정 아이콘
LCS는 그동안 관심을 덜 가졌었는데 댓글들 보니까 궁금해지네요. 영화로 치면 B급 영화 같은 그런 재미인걸까요?
16/04/19 10:38
수정 아이콘
B급영화라기엔 너무 결과를 예측하 수가 없어서 흐흐흐
만일 한번 보시고 싶으시다면, 결과를 미리 알아보지 마시고 보시길 바랍니다.
"아 이 게임이 이렇게 되나? 크크" 이런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약간 LCK가 BBC 다큐라면, LCS는 음악의 신? 같은 느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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