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희대의 월급루팡이자 하드 철권 유저 김제피입니다.
철권PC/콘솔 버전이 발표된 이후 겜게나 질게에 철권 관련 글이 많아 흡족하게 보고 있다가, 저도 도움이 될까 하여 키보드를 두드려 봅니다.
기존 레이오네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커맨드와 용어, 프레임, 딜캐, 횡신 등 철권 관련된 기본적인 지식을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저는 조금 방향을 달리해 '심리와 파해'에 대해서 적어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기술 파해에는 어쩔 수 없이 딜캐가 들어가니 이전 글들에서 딜캐의 개념은 확실히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강캐와 약캐는 어느 격투게임에나 존재하지만 버그가 아닌 이상 기술 한 두 개로 이길 수 없습니다. 특히 철권처럼 기술이 많은 게임은 더욱 그렇죠. 다시 말하면 어떤 기술도 파해와 역파해가 존재하고 이 사이에 가위바위보를 통해 심리를 하고 승패가 갈리는 셈입니다.
이 글의 제목을 쉽게 이기는 방법이 아닌 '쉽게 지지 않는 방법'으로 잡은 것은 간단합니다. 쉽게 이기는 방법은 없고 쉽게 지지 않는 방법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쉽게 지지 않으려면 최소한의 공부는 필요합니다. 여러분들이 철린이로 남아 레버 쾅쾅하며 욕하고 레버 파는 대신 그래도 철권 하는 잠깐의 시간 만큼은 심리적 우위와 파해 나아가 승리의 기쁨을 맛보시길 바라는 마음에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0. 사기는 없다. 파해만 있을 뿐.
철권에서 카즈야의 나락 쓸기(-23프레임)를 막고 띄우지 못하는 캐릭터는 없습니다. 기상어퍼가 없다면, 일어나서 어퍼, 그것도 없다면 소점프 컷킥, 아니면 그에 준하는 띄우기가 전 캐릭터에 존재합니다. 자기 캐릭터로 나락쓸기를 막고 띄우지 못하면 상대방은 리스크가 큰 기술을 남발할 환경이 주어집니다. 나락 맞고 으아악 하는 건 편하지만, 상대가 나락을 남발할 수 있게 내버려 두지 마세요. 이게 이 글의 핵심이 될 겁니다.
브라이언의 쵸핑(4LP)은 중단 기술이며 히트는 물론이고 가드 시켜도 이득프레임을 가져가는, 언뜻 보면 사기 기술입니다. 카운터 나면 콤보까지 맞아야 되요. 리치도 꽤 길어서 중거리에서 한 번씩 쓰는데 뭘 하질 못하겠네요.
시계 횡신을 해보세요. 피해지네요. 반시계를 해보세요. 피해지네요. 네, 쵸핑은 좋은 기술이지만 양횡에 모두 털리는 반쪽 짜리 기술입니다. 게다가 백대쉬로 헛치게 만들 경우에는 경직이 어마어마하게 커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와서 띄울 수도 있습니다.
시스템을 활용해 파해만 할 수 있다면 사기 기술은 없습니다.
1. 최소한 자기가 운영하는 캐릭터의 기본적인 프레임, 딜캐, 자세, 판정 등은 외우세요.
이건 격투게임에 대한 일종의 예의(?)입니다. 자기 캐릭터의 기술 프레임과 딜레이 캐치만 외워도 게임이 한층 쉬워집니다. 상대가 뭘 할지는 몰라도 내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알 수 있으니까요.
1-1. 모든 캐릭의 중단, 하단류 콤보 시동기, 주력기는 모션과 판정을 외우고 딜캐해줍니다.
짜잘한 기술의 딜캐(-10~12)는 경험을 통해 배우지만(쳐 맞아가며) 큰 기술에 콤보를 맞으면 게임이 금방 터지는 게 철권입니다. 콤보 데미지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소한 자주 만나는 캐릭(이왕이면 전캐릭)의 큰기술류는 모션을 외워두는 게 좋습니다. 어렵지 않아요, 어차피 우린 계속 맞을 거니까요.
예를 들어 카즈야의 나락 쓸기를 막고 기상킥을 하는 철린이가 있습니다. 기껏 나락을 막았는데 야속한 손가락이 자꾸 RK를 누르네요. 해결법은요? 기상킥을 하느니 딜캐를 하지 마세요. 느리게 딜캐 하더라도 컷킥, 기상 어퍼 등 확실히 띄울 수 있는 기술로 딜캐하는 연습을 하세요. 뇌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연산이 느려서 딜캐가 가드 당해도 좋습니다. 핵심은 RK를 누르지 않는 겁니다.
풍신류는 많고 나락은 얼마든지 가드할 기회가 있습니다. 큰 중단, 큰 하단 등 막고 띄울수 있는 기술들은 정확하게 띄우시는 버릇을 처음부터 들여놓지 않으면 녹단에 가서도 나락 막고 기상킥으로 딜캐하게 됩니다. 나락을 컷킥(띄우기)으로 딜캐하는 연습을 하며 녹단을 간 철린이와 기상킥으로 딜캐하며 녹단에 진입한 철린이의 대전은 안 봐도 블루레이입니다.
2. 완벽한 기술은 없습니다. '발악'을 하며 파해를 시도 해보세요.
풍신류의 강력한 띄우기인 초풍신권은 가드 당해도 큰 이득이고 가드백도 엄청 큽니다. 발동 프레임도 14프레임이며 판정도 굉장히 사기스럽습니다. 초풍 – 초풍- 초풍만 해도 철린이는 심장이 벌렁거리고 레버를 뒤로 당기고만 있게 됩니다.
하지만 풍신권은 상단입니다. 앉아서 피하세요. 기상킥을 해보세요. 맞습니다. 피하고 바로 15프레임 기상어퍼를 해보세요. 맞습니다. 아하, 초풍신권은 사기기술 같지만 상단이며, 심지어 헛쳤을 때 경직이 매우 큰 기술이군요. 기상킥이 익숙해지면 기상어퍼로 바꿔가며 딜캐 능력을 키웁니다. 나중에는 초풍 타이밍을 귀신 같이 노리고 컷킥을 하는 경지에 오르게 될 겁니다. (물론 그가 통발을 쓴다면)
파해법은 또 있습니다. 철권의 꽃 횡신이죠. 초풍신권 타이밍에 반시계 횡신을 길게 땡깁니다. 하늘로 뜹니다. 반시계 횡보를 땡겨봅니다. 하늘로 뜹니다. 아하, 반시계를 엄청 잘 잡는 기술이군요.
시계 횡신을 쳐봅니다. 맞을 때도 있지만 피하는 경우가 많군요! 횡신을 깊이 넣어봅니다. 잘 피해집니다. 아, 초풍신권은 상단이며 시계 횡신을 잘 캐치하지 못하는 단점이 더 많은 기술이었습니다.
참고로 풍신류의 나락 쓸기도 시계횡에 쉽게 피해집니다. 아하 우리는 풍신류(특히 카즈야)를 상대할 때 시계횡과 횡보를 주로 땡기면서 게임을 해야겠군요. 주력기인 초풍과 나락이 모두 시계횡에 털리니까요! 라는 대략적인 캐릭터 파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사족으로 대표적인 시계횡 고자는 카즈야가 있으며, 리리도 시계횡에 약하다는 건 중견 철권 유저라면 모두 숙지하고 있는 상대법입니다.(이건 다음번 캐릭터별 상대법에 자세하게…)
자, 반대로 미겔의 컷킥을 볼까요? 앉아있으면 맞으니 중단이고 발동이 대부분 15프레임이지만 막히면 -13프레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원투류(LP RP) 하이킥(RK), 고유 딜캐를 모두 갖고 있습니다.
반시계 횡신에 종종 피해지긴 하지만 잘 안 피해지네요. 막고 딜캐하는 게 가장 안전합니다.
3. 연계기는 모르면 맞을 수밖에 없지만 맞으면서 모션을 외우고, 다음에는 그냥 맞아주지 마세요.
보통 연계기는 단발성이 아니고 상중하의 판정이 섞여있습니다. 게다가 버튼 하나 차이로 이래저래 판정이 달라지는 파생기도 많습니다. 많은 철린이들이 연계기에 몸과 마음을 유린당하고 레버를 중고나라에 내놓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그래왔듯이 극복할 겁니다.
미겔의 기술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미겔의 왼어퍼(3LP)는 파생되는 연계기가 많습니다. 그 중 3LP LP RP는 중상중이라는 판정이고, 3LP LP LK는 중상하 판정이며 3LP RP는 중중 판정입니다.
3lLP LP 는 2타가 상단이라는 걸 모른다. 2타까지만 쓰면 사실상 초보들에게는 딜캐 없는 무적의 기술입니다. 하지만 사기 기술은 없습니다. 파해를 해보죠.
파해 순서를 숫자로 표기했습니다.
1) 미겔의 3 LP LP 2타까지 막고 반항하려고 원투를 했는데 3타가 나와서 제가 얻어 맞았습니다.
2) 그러면 3타까지 막고 원투로 개겨봅니다. 원투가 들어갑니다. 3LP LP RP는 최소 -10이상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11프레임 딜캐도 해보고 12프레임 딜캐도 해보고 어디까지 들어가는지 확인을 하시면 됩니다. 상대가 3LP LP LK로 3타 하단을 노립니다. 똑같이 하단을 막고 기상킥을 해봅니다. 기상킥이 들어가네요! 마찬가지로 프레임을 늘려가며 딜캐 허용 범위를 확인하세요. *참고로 3타 RP는 -12, LK는 -10입니다.
3) 3LPLP 시리즈의 마지막 RP는 원투 딜캐, LK는 기상킥으로 파해가 되는군요.
4) 상대가 3타(RP or LK)를 막히고 딜캐를 당하지 싫어 다시 2타만 씁니다. 2타를 막고 똑같이 원투로 개깁니다. 역시 가드 되네요.
5) 앉아봅니다. 앉았는데 피해지네요. 아하! 3LP LP류 기술은 모두 2타에 앉아서 피할 수 있는 기술이었습니다. 2타를 앉아서 피하고 3타가 나오기 전에 모두 기상킥으로 응징해줍니다. 이 기술은 이제 무적이 아닙니다. 철린이의 자양분이 됐습니다.
6) 어떤 기술은 3타 혹은 4타까지 연계하는 데, 막고 원투를 했는데 가드됩니다. 3타 또는 4타가 상단일 가능성이 매우 농후합니다. 아니면 2타가 상단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왜냐면 철권에 사기 기술은 없으니까요. 따라서 연계기류는 마지막타가 상단인지, 이전타가 상단인데 중간에 하단 판정이 언제 있는지를 하나씩 파해해 나가면 됩니다.
7) 상대가 심리를 바꿔서 갑자기 3LP RP를 씁니다. 2타에 앉으니 얻어 맞습니다. 아 이 기술은 중단입니다.
8) 2타까지 막고 원투를 해봅니다. 원투가 들어가네요. 3LP RP는 중중이라는 판정이지만 원투 딜캐가 있습니다.
9) 미겔이 연계기를 안 쓰고 왼어퍼(3lp) – 왼어퍼(3lp) – 왼어퍼(3lp)로 심리를 합니다. 당황합니다. 앉았다가 맞고 계속 가드만 하게 됩니다. 하지만 철린이 여러분. 당황하지 마세요. 사기기술은 없으니까요.
10) 대부분의 왼어퍼는 발동이 13프레임입니다. 미겔도 그렇구요. 왼어퍼를 막고 다음 상대의 왼어퍼 사이에 우리의 철린이는 뭘 하죠?
네 원투로 개겨봅니다. 상대가 왼어퍼 - 왼어퍼를 사이에 원투를 맞습니다. 아하, 왼어퍼는 최소한 가드시키고 +프레임이 아닙니다. 상대방은 가드를 하거나 횡신을 해야할 타이밍에 말도 안 되는 억지 심리를 건 겁니다.
11) 미겔 vs 미겔이라고 가정하고, 상대의 왼어퍼 – 왼어퍼 사이에 우리도 왼어퍼를 해봅니다. 상대의 2번째 왼어퍼 사이에 제 왼어퍼가 히트합니다. 13프레임(가드) - 13프레임 사이에 제 13프레임 기술이 들어가니 미겔의 왼어퍼는 가드 당하면 최소 0프레임 이하. 즉 –프레임입니다.
12) 왼어퍼 후에 상대가 원투를 합니다. 철린이는 상대의 왼어퍼 가드 후 정확히 –프레임이 얼마인지 궁금하여 다시 왼어퍼를 해봅니다. 제 왼어퍼가 지는군요. 13프레임 왼어퍼 가드 이후 – 이후 상대의 원 투(10프레임 발동) 기술을 썼는데 제 13프레임 기술이 지니 미겔 왼어퍼의 가드 프레임은 최소한 -1~2사이입니다. (-3프레임이면 원투가 동시 히트 하겠죠?)
*** 12번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12번이 이해가 안 되시면 아래 공개무시금지님의 글 링크를 따라가셔서 꼭 이해하고 오셔야 합니다.
사족. 사실 왼어퍼 같은 잘잘한 기술은 초고수급이 아니면 크게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건 왼어퍼 – 왼어퍼 같은 엉터리 심리를 우리가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게 됐다는 겁니다! 왜 기술을 막고 압박을 이어갈 때 원투로 개겨봐야 하는지 알겠죠?
13) 미겔이 다시 왼어퍼 이후에 LP 상단으로 저의 원투를 씹어 먹습니다. 그러면 다시 1번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예전의 철린이가 아닙니다. 최소한 미겔의 왼어퍼(+왼어퍼 시리즈) 만큼은요.
14) 철권의 모든 기술(호밍기 제외)은 가드할 수 있지만 피할 수도 있습니다. 횡신과 백대쉬로요. 대부분의 기술들은 가드했을 때보다 피했을 때 후딜이 큰 편입니다. 미겔의 왼어퍼는 가드하면 -2프레임이지만 횡신으로 피하고 원투류를 확정으로 꽂아줄 수 있습니다. 확실한 타이밍에 노리고 피하면 횡-컷킥도 맞출 수 있습니다.
15) 자 우리는 가드를 하고 +/-프레임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았으니 그 기술이 횡신으로 피해지는지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급하게 하지 마세요. 우선 확실히 가드하고 프레임의 +/-만 구분해서 우리가 역공을 할 상황인지 계속 가드를 굳히거나 앉아야 할 상황인지를 파악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16) 횡신으로 피하다가 맞는 것보다 가드하고 안전하게 역공을 하거나 딜캐를 하는 게 안전합니다. 횡신은 상대의 기술을 정확하게 예측해서 해야 하며 횡신 타이밍도 정확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의 특정 기술이 어떤 횡신에 파해되는지 알고 있다는 것이고, 어느 타이밍에 이 기술을 주로 사용하는지도 알고 있다는 뜻이겠죠? 횡신을 주로 이용하며 대전을 할 정도면 여러분은 이미 PC기준 노랑단~주황단에 안착해 있을 겁니다. 철권 동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횡신의 비중보다 가드 – 딜캐 - 기상심리 - 마이너스 프레임을 이용한 역공 등이 게임의 8할 이상이라는 걸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사족2. 왼손, 왼발류 기술은 시계횡신에 잘 파해되며 반대로 오른손 오른발류 기술들은 반시계에 잘 파해됩니다. 하지만 예외의 기술들이 적지 않습니다. 초풍만 보더라도 오른손 기술임에도 시계횡으로 파해가 되니까요. 어디까지나 참고용입니다. 추가적으로 예시에서 다룬 미겔 왼어퍼는 위의 사족대로 시계횡으로 파해되고 반시계를 굉장히 잘 잡는 기술입니다.
4. 같은 방식으로 파해 하지 말고, 개념 딜캐를 해보세요.
예전 아케이드 대전에서는 한 사람과 계급 승강단이 오갈 때까지 하는 소위 ‘데스 매치’가 많았습니다. 적게는 30분 많게는 몇 시간씩 데스를 하면서 상대의 심리를 파해-역파해 해가며 가위바위보를 했죠. 다만 PC버전은 리벤지가 1번밖에 되지 않아 데스 매치의 즐거움은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2판 정도 대전하는 가운데도 주력기와 특정 유저들이 특정 버릇이나 즐겨 쓰는 기술들이 있으니 기술을 잘 살펴보세요.
어차피 비슷한 계급, 비슷한 실력이라면 녹단에서는 잘 때리는 사람이 이깁니다. 하지만 노랑~주황단 이상부터는 잘 막는 사람이 이기게 됩니다.
자 미겔의 3LP RP 같은 짤짤한 기술을 쓰다 막혔습니다. 상대는 원투로 딜캐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스네이크를 맞아서 당황한 경우가 있으실 겁니다. 이 경우는 반응은 이렇습니다. 1) 아무 것도 모르는 철린이거나 2)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심리를 걸어 상대의 멘탈을 흔들 줄 아는 고수이거나.
미겔의 원어퍼 투를 막으면(-12프레임) 우리의 원투는 확정 딜캐입니다. 이 기술은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이 이미 장악해버린 기술입니다. 하지만 9번 ~10번 가드하고 똑같이 원투로 딜캐 하기보다는 한 번 정도는 잡기도 해보고, 아 몰라 컷킥도 써보고, 횡도 쳐보고 아 몰라 나락도 써보고 한박자 쉬고 나도 왼어퍼 긁어보고. 등등. 여러 방식으로 심리전을 걸어보세요.
격겜은 그 캐릭이 그 캐릭이라 게임을 하다 보면 왼어퍼 가드, 히트시키는 뻔한 상황이 수 없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뻔한 상황을 뻔하게 만들지 않는 건 중요합니다. 그 조그마한 발악이 게임을 뒤집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컷킥 같은 걸 맞으면 상대 멘탈이 흔들리고 감정이 흔들리고, 사회가….흠흠.
게다가 격투게임이 재밌는 건 내가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서 상대의 대처법과 심리가 즉각적으로 변한다는 점입니다. 왼어퍼 – 투를 가드(히트 당했는데) 내가 묻지마 컷킥을 맞췄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통쾌함, 정의구현을 느끼고 상대의 분노, 당황, 심리의 급격한 변화를 엮어낼 수 있습니다.
A) 아 이 철린이 xx가 이거 막고 왜 컷킥을 써 제정신인가.
B) 아 이 사람이 -12프레임 기술을 막고 원투 안 하고 큰 하단이나 띄우는 중단 기술로 날로 먹으려고 하는구나. 나도 왼어퍼만 하고 컷킥 기다리면서 간 봐야지.
C) (침착하게)응 다음 번에는 내가 컷킥 막고 원투해줄게 개이득.(그리고 또 당해놓고 격노!)
D) 반시계로 컷킥 확실히 피하고 나도 컷킥으로 딜캐해줄게. 부들부들.
E) 응 왼어퍼 가드시키고 원잽 뻗어서 공중에서 격추해줄게!
5. 상대가 뭘 할지 예측하고 노려보세요.
마찬가지로 미겔의 왼어퍼 1타를 막았을 때 상대 미겔은 -2프레임이지만 사실상 큰 프레임 차이는 아닙니다. 빨강단 이상 고수급 싸움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죠. 딜캐 없는 기술로 서로 간보면서 백대쉬 하고 큰기술 피하기 기다렸다가 딜캐하려는 악랄한 천상계 대전의 모습입니다.
여하간 수많은 심리가 오가는 상황이라 정신없이 레버를 놀리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됩니다.
미겔놈의 야생의 왼어퍼를 가드했다! 천상계 미겔은 여러 생각을 합니다.
1. 미겔 : 왼어퍼 가드시켰으니 -2프레임. 가드 당기고 있어야지.
2. 철린이 쫄쫄? 원투로 압박 이어가야지.
3. 개쫄보?? 아싸 왼어퍼 – 왼어퍼 – 왼어퍼 캬캬캬캬캬캬.
4. 원 가드시키고 아 몰라 손나락 걸어봐야지.
5. 점마 시계횡 고자 카즈야니까 시계횡 치고 초풍 예상해서 앉아서 피하고 컷킥 해야겠다.
6. 이새끼 미쳐가지고 하단 걸 것 같아. 앉았다가 일어나야징.
7. 응~ 몰라 잡기 할거야~
미겔놈의 야생의 왼어퍼를 가드했다. 자칭 천상계 김제피도 생각이 많습니다.
1. 왼어퍼 가드 시켰으니 내 공격권임. 이제 가드 올려라?
2. 원투 할거지? 응 나두 원투로 개길거야. 내가 이김. 맛 좀 봐라!
3. 왼어퍼 또 쓸 거지? 넌 시계횡 컷킥이야. 하늘에서 보자!
4. 왼어퍼 가드시킨 주제에 아 몰라 하단 쓸 거니? 안녕! 난 컷킥이라고 해. 그리고 넌 뒤졌어.
5. 내 초풍 생각하니? 응 난 시계횡만 하고 가드 당길거야.
6. 응, 난 가드하고 묻지마 대쉬- 대쉬 해서 니 멘탈을 흔들 예정이야.
7. 아~ 몰라 양잡 할거야.
가상이지만 기술 하나 가드(히트)시키고 이렇게 다양한 심리가 오갑니다. 예측할 수도 있지만 예측이 어긋나면 크게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당황하지 마세요 어차피 가상의 선택지일 뿐이지 비슷한 프레임 내에서 저 심리를 모두 생각하진 못합니다. 보통 대부분의 고수들도 보통 어떤 기술을 가드하거나 히트하면 선택지는 1) 계속 가드하거나 2)역공하거나 3)횡치거나 4)앉거나 넷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게 아닙니다. 중요한 건 게임 내내 의식적으로 상대방의 다음 수를 계산하고 노리는 겁니다. 기술을 노리면 설사 틀리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횡 치는 것과 완전히 다른 심리전이 되기 때문입니다.
상대가 왼어퍼 판정이 좋은 미겔이니까 다시 왼어퍼를 예상하고 시게횡을 친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의 심리 싸움이 있습니다. 횡신이든 가드든, 노리고 하면 딜캐가 훨씬 쉽습니다. 더불어 왼어퍼 – 왼어퍼를 시계횡으로 피하고 컷킥이나 초풍을 한 번만 맞춰도 상대 멘탈은 금이 갈 확률이 매우 높으며, 왼어퍼 - 왼어퍼 같은 장난질을 잘 못하게 되죠.
딜캐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 초풍을 우연히 앉아있다가 피하면 기상킥 딜캐하기도 어렵지만 노리고 앉으면 기상어퍼도 어렵지 않게 넣을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같은 나락을 막더라도 어버버 하다가 막으면 기상킥 하거나 아예 딜캐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확실히 쟤는 나락 쓸 거니까, 라고 노리고 앉으면 띄워서 콤보 한 사발 먹여주기 훨씬 쉽습니다.
격겜 실력이 가장 느는 순간은 바로 게임 도중에 상대방의 다음 행동을 예측하는 가위바위보를 무한히 할 때입니다. 바로 심리와 파해, 오늘의 주제와 일맥상통하는 셈이죠.
여기까지입니다.
너무 길어서 자체 요약 들어갑니다.
1. 적어도 내 기술 판정과 프레임별 딜캐는 외우자.
2. 상대 캐릭터의 큰 중단, 하단 정도는 모션을 익히자.
3. 띄울 수 있는 기술을 막고는 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 띄울 수 있는 기술 막고 기상킥, 원투하는 버릇은 나중에도 고치기 힘들다.
4. 사기 기술은 없다. 맞고 절망하지 마라. 모든 기술은 정확한 파해가 있으며 연계기는 판정을 외우면 된다. 모두 이지선다의 심리전의 연장일 뿐이다. 모르면 맞지만 다음 번에는 아는 기술이 되고 1000번 맞으면 파해할 수 있는 기술이 된다.
5. 친구랑 5선승 하면 그 녀석의 버릇과 습성을 파악하고, 개념 딜캐로 놀래켜서 멘탈을 부수자.
6. 노리고 가드하거나 횡신하는 것과 어버버하면서 기술을 피하거나 가드하는 건 천지차이다.
시간이 남아 돌아서 썼는데 졸필이라 제대로 이해가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의 핵심 내용은 레이오네님의 기본 시스템 설명(
https://pgr21.co.kr../?b=6&n=61354)과 공개무시금지님(
https://pgr21.co.kr../?b=6&n=61435)의 글을 읽고 오시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철린이들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추가적으로 저도 제 지식을 바탕으로 쓰는 것이니 궁금한 점이나 틀린 부분은 수정 요청 부탁드립니다.
궁금증이나 질문은 덧글로 답변 드리겠습니다. 전 루팡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