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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0/01 14:41:21
Name Vesta
Subject [LOL] SKT 응원글) Let it B-story. (수정됨)



Aretha Franklin - Let it be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좋은 날이 있으면 힘겨운 날도 있고, 눈 앞이 캄캄해지는 상황에 처하다고도 서광이 빛추는 날이 온다는 것 역시도 인생의 한 단면이죠. 그럴때마다 사람들은 비슷한 늬앙스의 말들을 합니다. 인생사 새옹지마니, 이 또한 지나가리라.

슬럼프란 갑자기 찾아오기에 슬럼프입니다. 그래서 더 잔인하고 반갑지 않은 손님이죠. 마치 그 옛날 '마마'와도 같습니다.
병이 드는 원인은 분석이 가능하지만, 현상 자체의 갑작스러움에는 대응할 길이 없죠. 고스란히 앓는 수밖에는.
그때 그것을 만지지 않았더라면, 좀더 청결한 위생에 신경을 썼더라면...
하지만 처한 상황과 마음가짐에 따라 다르듯, 항상 완벽하고 조심스러울 순 없는 것이 사람입니다.

2015년 이래로 그동안 간간히 보였던 환절기에 찾아오는 감기나 잔병치레 따위의 '기복'이 아니라, 이처럼 특정 기간 동안 기량이 급격하고도 뚜렷하게 저하된, 그래서 지독한 '유행성 질병'과도 같은 슬럼프를 처음 겪고 있는 선수. SKT T1의 Bang입니다.





Bang! Bang!! 그리고...


시즌 5부터 라이엇의 팀 통합 및 전 지역 리그 포맷의 일원화 방침으로 인해 2014년에 뼈저린 실패를 맛봤던 SKT T1 역시도 변화의 기로에 섰습니다. 그래서 태어난 팀은 쏘린의 표현대로라면 벵기-페이커에 S팀의 3명을 가져다 붙인, SKK의 열화판에 불과한 통합 SKT T1이었죠.

그렇게 시작된 시즌 5 프리 시즌 매치. SKT와 KOO의 전신인 Huya의 첫 대결에서, 마린의 리산드라가 스멥 나르를 솔킬내고, 라인전 하나는 14부터도 그 임프-마타마저 이길 정도로 강했던 뱅-울프가 프레이-고릴라를 라인전에서 더블킬 낸 순간, 그 장면이 15년 전체의 판도를 축약해서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나 다름 없었다는 걸 당시엔 아무도 의식하지 못했습니다. 마치 작년의 삼성이 롤드컵 결승에 가리라고는, 올해의 롱주가 롤챔스 우승을 하리라고는 시즌 초에 예견한 사람이 거의 없었던 것처럼.

그리고 뉴 SKT의 중심에는 마린이 있었습니다. 페이커와 함께 역대 최고의 미드 원투펀치 스쿼드였던 이지훈, 흑염룡으로 부활한 벵기 등 상위권 언저리 선수 정도로 기억되던 S팀이나 14년의 부진을 이겨낸 선수들이 각광받았지만, 결국 그 시즌에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텔레포트+민병대 이니시와 압도적인 라인전,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탑라인의 페이커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그 2015 MVP 마린이었습니다. 탑-정글 메타였던 2015 롤드컵은 바로 그 마린을 위한 대회였죠.

모든 라인이 캐리가 가능하다고 해도, 하나의 경기가 진행될 때 모든 라인에서 동시에 정글의 투자를 받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장기에서 포진을 선택하듯, 공, 수 역할을 각 포지션이 밴픽과 연계된 인게임 전략에 맞춰 분배하게 되죠. 그리고 탑-정글이 주효한 메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15 SKT에서, 수비의 비중이 높았던 쪽은 역시 '바텀'이었습니다.

보통 원딜이 잘크면 후반의 보루가 된다고들 하지만, 15 시즌의 뱅-울프는 상대적으로 탑과 미드에 자원을 많이 배분받는 환경에 맞추어 그만큼 생존과 파밍을, 본인들 말대로는 '거지처럼' 해야 했습니다. cs도 잘먹어야 하고 라인을 너무 압박당해 다이브 각을 줘서도 안되고, 상대 정글러의 갱킹은 잘 회피해야 하고, 기회가 보이면 좋은 딜교를 통해 라인을 만들어놓은 다음, 탑에서 이긴 것을 바탕으로 바텀 텔->폭파.

이런 문법 속에서 뱅은 코그모, 징크스와 같은 후반 캐리력이 뛰어나지만 생존이 어려운 챔피언보다는 이동기가 준수한 코르키, 루시안, 이즈리얼 등을 정말 수십판에 이를 정도로 '지겹도록' 하게 됩니다. 그게 필승전략이었으니 당연한 것이죠. 이런 패턴이 이어지다보니 뱅은 '안정적이지만 캐리력에는 물음표가 붙는다'는 평가가 따라붙게 됩니다. 마치 벵기처럼. 그것이 대회에서는 가장 좋고 승률이 좋아서 쓰는 것이지만, 주인공이 다섯명일 수는 없는게 LOL이니까요.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롤판의 평가라는건 참 변덕스롭고 때론 이중잣대나 막연한 이미지로 섣부른 일반화를 하는 경향이 심합니다. 특히 이 장면으로 새겨진 이미지라는 건 쉽게 해소가 안되고, 좀 심할 정도의 일반화를 하게 만듭니다. 그러다보니 주인공이 아닌 역할을 하는 선수에게는 항상 저평가의 꼬리표가 따라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때때로 주인공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고 해도 이미 고정관념이 생겨린데다 팀 내에 주인공으로 각인된 선수들이 있다면 더욱 고정된 이미지에 맞춘 기억이 '선택'됩니다. 벵기가 말했듯이, 그것은 막강한 커리어를 갖춘 선수들에게는 어찌보면 숙명과도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때때로 그마저도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준이 선명하지 못한 것을 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듯 합니다.

그러나 뱅은 과거의 13 시절의 벵기나 임팩트, 그리고 동료인 울프 비해서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덜받았는데, 그것은 2015 최강팀 SKT 스토리의 진정한 시작점과도 같았던 그 경기, 롤챔스 스프링 CJ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보여준 루시안 플레이로 인한 이미지 각인이 되었기 때문일겁니다. 또한 MSI에서도 룰루시안으로 프나틱을 상대로 만골드 차이를 뒤집으며 펜타킬을 하기도 했으니. 조연치고도 주연 역할도 꽤 선명하게 많이 해냈던 덕인 듯 합니다. 딜러롤이니까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그리고 시즌 6가 시작되고 뱅은 그러한 '의문'에 대한 답이라는 듯, 시즌 초부터 이즈리얼, 루시안, 칼리스타 등으로 팀이 어려울 때조차 최후의 보루로서 활약하면서 주축 캐리롤로 부상하고, 마린의 빈자리를 훌륭히 메꿔냅니다. 그로써 이제 미드-바텀 캐리라는 13 시절 공식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해서 보여주기 시작했죠.

뱅의 인생경기, 혹은 경기력에 대한 상징적 장면인 첫번째 Bang!이 2015년에 루시안으로 터진 것이라면 두번째 Bang!!은 2016년에 이즈리얼로 터뜨린거라 볼 수 있습니다. 2016년에 뱅이 이즈리얼로 주인공이 된 경기는 보통 락스전 역전승을 많이들 이야기하지만, 사실 스프링 결승과 MSI에서의 이즈리얼이 제일 말이 안되는 퍼포먼스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정균 코치가 2014년에 말했던 이즈리얼 세계에서 제일 잘한다는 표현이 그대로 경기에서 나타난 순간들이죠. 2016 시즌이 거듭되면서 SKT가 겪은 고질적인 문제는 정글의 불안정성과 탑의 캐리 및 텔레포트 활용능력의 부재였는데, 여기에 한타 이니시를 미드나 원딜(!)이 하면서 동시에 어그로 끌고 살아나가서 죽어라 딜을 하는 미친 짓들을 수도 없이 합니다. SKT 특유의 기묘할 정도로 강력한 한타는 결국 미드, 원딜의 힘이라는 것을 여러번 증명했었죠. 만약 바텀이 잘해주지 않았다면 딱 2014년의 페이커 소년가장 공식 그대로 가는 상황이었니까요.

2016년 그러한 상황에서도 2015년 못지 않은 롤드컵, 롤챔스, MSI, IEM 월드챔피언쉽이라는 국제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고 원딜러 역사상 역대 최고의 커리어를 쌓았지만, 다시 한번 '증명'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스프링에서 다시금 그 증명에 성공했고, MSI에서 팀의 구심점인 페이커가 국제대회에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라인전에서 기복을 보였음에도 바텀과 정글, 탑의 활약을 통해서 무난하게, 결과적으론 압도적인 승리를 일궈냈었죠.

그리고 서머 시즌이 시작되었고, 리프트 라이벌즈에서의 패배는 SKT에게 국가대표로서의 위상을 추락시킨 전범이자 프로정신이 결여된 오만한 팀이라는 비난을 듣게 만들었으며, 시즌 초에는 스트리머 컨셉으로 나름 좋은 인상을 주었으나 사실 아는 사람은 알던 뱅의 경솔함에서 비롯된 '백인분 발언'은 도화선이 되어 분위기는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그 난리통 속에서 뱅은 결국 '역체원이자 유쾌한 스트리머'에서 '인성질이나 하는 폼 떨어진 원딜러'로 급전직하했고, 심지어는 일부 여론에서는 과거의 화려했던 실력이나 영광마저도 폄하받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작년 MSI 4연패 때-서머 플옵 역스윕 패배의 플로우에 못지 않은, 어쩌면 그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도, 어떻게 판을 씹어먹던 팀다운 저력을 발휘해 도장깨기를 하나하나 해나가면서, 미드와 정글, 그리고 새로 영입한 탑솔과 정신차린 서폿의 활약을 통해 롤드컵 직행티켓까지 따내는데 성공하지만, 결국 완전하지 못한 기량으로는 우승은 무리라는 것을 보여주며 롤챔스 7번째 결승만에 처음으로 준우승에 머무르는 걸로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런 가운데 리프트 라이벌즈 이래로 서머 2라운드와 포스트 시즌 내내 뱅은 그야말로 팀내에서 가장 좋지 않은 폼과 경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치 2015 MSI에서의 울프와도 같은 상황이죠.

인생사 새옹지마.
스프링-MSI의 뱅과 리프트 라이벌즈 이후의 뱅은 경기력과 프로로서의 이미지 양면으로 모두 극과 극이 되버렸습니다.
그나마 인간적으로 지지해주려던 팬들조차도 연습 태만이 도마위에 오르자 날선 눈빛이 되었죠.

정글 캐리메타에 적응하지 못하고 슬럼프를 맞은 뒤 정말 열심히 연습하지만 한계가 보이는 것 같았던 작년 벵기를 향한 팬들의 마음이 측은함과 안타까움이라면, 자기 스스로 프로로서 실력, 인성 양면으로 평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뱅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언젠가 뱅이 여러번 표하곤 했던 그 '권태로움'에 가까운 것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눈덩이에 맞고 죽었던 때 이후로, 뱅이 이런 평가와 위기를 겪었던 때가 없었죠.




The Dark Knight Rises

위에서 아래로 떨어진 것이 뱅이라면, 반대로 작년엔 한없이 바닥으로 침잠했다가 올해 끝없이 치솟는 선수. SKT T1의 Blank입니다.

잼구... 지금에야 그저 밈이 되었지만, 작년 그 '잼구'에 대한 SKT팬으로서의 기억은 그야말로 '끔찍함' 그 자체입니다.
스포츠팬이란 결국 까놓고 보면 보고 즐기는 콘텐츠를 얼마나 잘 해내냐를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존재입니다.
그 기능적 측면에 대한 흥미와 선호가 우선이고, 인간적인 애정은 그 이후에 부수적으로 생기는 것이죠.

어느 스포츠를 봐도 범죄자급이 아닌 이상(심지어 범죄자거나 도덕적으로 심각한 결함이 있다 할지라도...-_-;)
인성은 옵션이지 결국 프로스포츠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업에 대한 기량, 실력, 능력입니다.
그 점에서 작년 서머 이후 일정기간 동안의 '잼구'는 프로씬에서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최악의 선수였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팀 멤버나 환경을 고려할 때 그보다 더 못한다는건 말이 안되는거죠.

상태가 안좋아지긴 했어도 준수한 탑솔이었던 듀크와 말이 필요없는 페뱅울이 있는 팀에서, 정글 하나가 팀을 어디까지 망쳐먹을 수 있는지
그야말로 LOL에서 구멍이 없어야 한다는 것을 처절하게 절감시켜 줄 정도로 그 한계를 보여준 선수였죠.
그런 상황에서 셉티드에게 한 인성질까지 부각되면서 현재 뱅처럼 실력과 인성 양면으로 평가가 바닥을 찍어버렸습니다.
굳이 차이라면 뱅은 인성쪽 비중이 높고 블랭크는 실력쪽 비중이 더 높다는 정도인데...
그래서 SKT팬과 SKT팬이 아닌 사람들 사이의 반응이나 온도차이가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이, 결국 콘텐츠에 대한 대리만족을
원하는 팬들에게는 성질머리 못되거나 싸가지 없는거보다 못하는게 훨-씬 싫은게 인지상정이기에 그렇습니다.

작년 롤드컵을 우승하고 나서도 좋은게 좋은거라지만, 블랭크는 정글을 누굴 영입하건 간에 그냥 제발 이팀에서 나가줬으면 하는...
한마디로 '꼴보기가 싫다'. 이게 팬덤의 주류 반응이었습니다. 지금 뱅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없진 않아도,
작년처럼 분위기를 보면 9할 이상 방출 확정인 여론이 대세였던 상황에서, 잔류라는게 결정났을 때의 반응을 생각하면...ㅡㅡ;
그런데 그 잼구가 갓구가 되고, 벵기가 부활할 때 얻었던 흑염룡이라는 별명처럼 '다크 나이트'라는 밈으로 팬들의 사랑을 받게 되다니.

올해 내내 가장 폼에 변화가 없는 선수는 페이커 다음으로 블랭크라는 점도 되새길 수록 놀라운 일이죠.
물론 봄 시즌에는 주전으로 뛰질 않아서 경기 수가 적다는 것을 감안해도 대단한건 변함이 없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고 아예 로지컬을 기대할 건덕지도 없어보이고 경기에서의 멘탈도 바닥 중에서도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선수가
전성기 벵기 스타일과 가장 흡사하면서도 예기가 넘치는 날카롭고 영리한 플레이의 화신이 되다니.

이런 블랭크로 인해서 개인적으로 올해는 엄크펀성블이라든가 좀 안좋은 모습 보이는 선수들에 대해서도 단언을 못하겠더군요.
블랭크는 진짜 아예 '안된다'고 단언하다시피 한 선수였는데, 실제로 상위티어에서의 평가도 최악에 가까웠는데, 그 선수가 이렇게 되니.
엄티만 해도 그렇고... 내년에 저 다섯명 중에 A급을 넘어 S급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으니까요.
정말 롤판은 스타1 시절과 비교해도 괜히 우디르급 태세변환이라는 용어가 애용되는게 아닐 정도죠.
참... 보고 있자면 정말이지 새옹지마 그 자체입니다.

그리고 그런 고통스러운 슬럼프와 선수생활의 위기를 블랭크보다 앞서서 겪고, 괴로워하고, 이겨낸 선수가 있었습니다.



B의 의지


벵기는 참... SKT팬의 입장에서는 뭐라고 형언하기가 힘든 선수입니다. 이 선수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참 만감이 교차하니까요.
오히려 페이커는 간단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그리고 아마도 대다수의 SKT팬에게 있어서 페이커는 말그대로 알파요, 오메가일겁니다.
제가 SKT의 선수들을 응원하게 되는 그 시작, 그 선수들 개개인에게 애정이 생기게 된 매개체는 결국 페이커입니다.

13 시즌 페이커의 플레이는 저에게 그 옛날 임요환이 겜큐 스타리그에서 옵티컬 플레어 걸고 캐리어 잡던 모습, 1.07의 올멀티 저그 상대로 드랍쉽으로 역전하던 모습, 마린 1기로 러커 1기 잡던 장면에서 느꼈던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스타1 시절에 임요환의 팬으로 시작해 SKT의 팬이 되었지만, 오로지 그 플레이를 보고 페이커의 팬이자 그가 속한 SKT의 팬이 된 것이니까요.

그렇기에 SKT 선수들에 대한 애정도, 페이커의 동료로서 잘해주니 고맙고 든든한 마음에서 시작합니다.
SKT라는 구단에 방점을 찍고 그 틀안에 들어온다면 누구나 다 동일하게 좋아하는, 예컨데 야구의 지역연고 팀에 대한 것과 같은 방식의 팬마인드와 애정을 가진 분들도 있을테지만, 적어도 저는 그러합니다.

그리고 그 페이커의 동료로서 가장 고맙고 애정이 가는건 역시 벵기입니다.
전설의 13 페이커에게도, 15 시즌 마린에게도, 16 시즌 페이커에게도 항상 벵기가 있었습니다. 물론 14에도 크크...

세번의 롤드컵에서 세번 모두 우승.
그리고 세번의 롤드컵에서 모두 뛰어난 활약을 보여준 그 저력의 원천은 벵기가 가진 인내심이 아닐까 하고 가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SKT 선수들이라면 페이커라는 절대적 존재로 인해서 좋든 싫든 커리어와 동떨어진 저평가를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하는 면이 있습니다.
분명 일정 부분은 합리적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합리하기 그지 없는 이중잣대와 일반화의 오류를 내포하기도 하죠.
그리고 SKT 선수라면 겪을 수밖에 없는 저평가와 증명의 반복이라는 숙명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극복해온 선수가 바로 벵기입니다.

본래 데뷔했을 때의 벵기는 '커버형'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 선수였습니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그랬지만, 그냥 우리가 익히 아는 일반적인 그런 정글러. 잘하면 라인 다 터뜨리고 다니는 그런 육식형 정글러였습니다.

그런데 데뷔 시즌에 오존에 막히자, 서머에 들어와서 SKK는 어떤 승리 공식을 적극적으로 주전략으로 내세웁니다.
정글의 철저한 미드 케어와 서포트. 탑과 바텀은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라인스왑을 통해서 무난히 버티고 미드 라인전의 우위를 정글러가 굴려서 스노우볼을 만든 다음 급해진 상대를 싸움으로 끌어들여 한타로 박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바텀라인전의 강화와 탑-정글의 성향 변화였고, 이 과정에서 벵기 역시도 팀플레이 지향적으로 변화시킵니다. 그러다가도 위기의 순간에는 본인만의 카드인 바이와 같은 챔프로 라인전을 지배하고 다녔고, 롤드컵에서는 그동안 쓰지 않던 리신을 적극적으로 쓰는 등 팀이 요구하는 적재적소의 서포트롤을 최대한으로 만족시키는 정글러였습니다. 그렇게 '커버형 정글러의 정점'은 시작된거죠.

플레이메이킹이라는 측면에서는 당시의 댄디나 카카오에 비해서 '주력'이라는 느낌이 들진 않았지만 그건 그럴 필요가 없었기도 합니다. 페이커가 있는데 벵기가 아무리 그들과 대등한 역량을 보유했다고 가정해봤자 의미가 없으니까요. 더 좋은 무기가 있는데.

LOL은 팀게임이고 주인공 역할이 빛나기 위해서는 열심히 서포팅해주는 조연의 존재는 필연입니다. 어느 라인에 무게가 실리든지, 그것은 모두 팀플레이의 개념에서 해석되어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일반화할 수 만은 없는 것이죠. 주인공은 주인공대로, 조연은 조연대로 그 맛을 살리는 역할을 다해줬다면 인정해줘야 하는데 이상하게 롤판은 수비수가 골 안넣었다고 저평가하는 식의 문법을 들고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팀 내에서 다른 역할을 하는 선수들, 프로로서의 스탯에 어떤 부분에 장점이 있는 선수들은 그것이 화려하고 두드러지는게 아니면 필요 이상의 저평가를 받게 되었죠. 그리고 그런 선수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게 벵기일 겁니다.

14 시즌의 암흑기와 15 스프링 초반의 암담한 시절을 통해 벵기는 전성기때도 겪었던 그 '페이커 버스'라는 평가가 거의 굳어져버리게 됩니다. 그 즈음에 듣던, 실은 원래 성향과도 동떨어진 '초식형 정글'이라는 평가는 앞서 말한 주인공과 기타 등등 이라는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버스'의 다른 말에 불과했고 그렇게 한 시절 적당히 잘해서 커리어 잘 쌓은 선수로 묻힐 위기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에 부활했습니다.

마린의 미드 상륙작전(얼마전에 듣기론 이거 뱅이 콜했다고 하더군요)이나 뱅윤발 등 15 SKT의 도약을 상징하는 수많은 요소들로 버무려진 그 경기에서 명실공히 주인공은 톰톰벵벵벵, 비밀병기 렉사이로 부활한 벵기였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렉사이 꿀빨러라거나 회광반조가 아니라는 것을 15 MSI와 15 서머, 15 롤드컵까지 꾸준히 보여주며 13 시즌에 비해 더욱 높아진 평가를 받게 되었죠. 특히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벵기 특유의 효율적인 라인커버+시야 장악 동선과 심리전이 버무려진 센스 있는 판단은 특유의 여유로운 움직임과 맞물려 묘한 포스를 풍겼고(실제로 톰이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했었죠) 그 모든 면들이 시너지를 내서13 시즌보다 더한 캐릭터성과 존재감, 기량을 인정받기에 이릅니다.

딱 여기까지, 여기까지만 했다고 해도 벵기는 저평가 받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본디 정상에 있다가 한번 나락으로 떨어졌던 선수가 정점으로 부활했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어렵고 힘든 일이니까요. 롤판을 다시 봐도 이런 선수는 기껏해야 다데, 프레이를 비롯해서 손에 꼽을 수준입니다. 페이커는 사실 14 시절에도 선발전 참사와 롤드컵 진출 실패의 그렇지 그 선발전 전까지도 여전히 최고의 미드 중 한명으로 꼽혔으니... 실제로 14 시즌 페이커에 대한 평가는 지금에 와서 하는 평가보다는 훨씬 높았죠. 그래서 다데 벵기 프레이처럼 그냥 바닥이라고 볼 만큼 추락한 적은 없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사실 데뷔 이래로 페이커만큼 정상권으로 본인의 위치와 평가를 꾸준히 유지한 선수는 롤판에 없는거라 봐도 무방하겠죠. 1위-5위권-1위-1위... 뭐 이런식이니...

그리고 정글 캐리 메타가 찾아오고... 어쨌건 라이너의 조력자라는, 스코어러라기 보다는 세터에 가까운 정글러의 태생적 틀에서 오래동안 선수생활을 했고 정점을 영위한 선수라서 그런지 아니면 잠시간의 여유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은 것인지, 벵기는 다시 나락으로 곤두박질칩니다. 아마 그 모든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었겠죠.

그리고 15의 부활을 기억하는 사람들조차도 갈 수록 이젠 '잼구'에게 기대야 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몰릴 정도로. 서머 1라운드와 스프링 1라운드의 잠깐을 제외하곤 벵기는 아예 전력 외였고, 가끔 투입되어도 잼구보다 딱히 나을 것도 없는 경기력으로 인해서 더 '끝'을 확인사살 시켜주는 거나 다름없었죠. 밤을 샐 정도로 열심히 솔랭을 돌리지만 점수가 계속해서 떨어지는 모습은 팬들에겐 안타까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라인 스왑을 통한 변칙적인 운영이 득세하던 흐름이 롤드컵이 가까워지면서 바뀌고 롤드컵은 어느새 맞라인전, 그 중에서도 미드 라인전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메타가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15 시즌의 탑-정글에 이어 16은 미드-정글의 역할이 제일 중요해지고 벵기는 노력의 결실을 롤드컵에서 그야말로 '역대급' 활약을 하면서 거두게 됩니다. 심지어는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니달리 캐리까지 보여주면서 진정으로 '신의 오른손'다운 면모를 보여줬죠.

얼마 전 뱅의 인터뷰를 보면서도 새삼 느낀 것이지만, 벵기는 참 SKT의 팬들은 물론이고 동료들에게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페이커가 그야말로 존재 자체로 영웅과 같은 의지가 되는 솔선수범하는 리더라면, 벵기는 묵묵히
동료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헌신하면서, 결정적일 때 팀에 큰 기여를 하면서 멘탈면에서도 잘 감싸주는. 그리고 그런 벵기가
처음부터 그렇게 멘탈이 대단했던 것은 아닙니다. 괴로운 경험의 연속에서 자신을 발전시켜왔기에 가능했던 것이겠죠. 또한 수없이
자신을 흔들어대는 칼날과도 같은 바람들에 대해서도 초연했던 것이 주효했을 것입니다.

동료들이 입모아서 이야기 할 정도로 선하고 영리했던, 위기의 순간에 그렇게나 강했던, 그래서 선수 생활 내내 등락과 저평가에 시달렸지만 결국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던 선수. 항상 화려한 주연의 뒤에 자리했지만, 결국 그 자신만의 길을 걸어 드라마를 쓴 참 멋진 선수.
그렇게 팬들과 동료들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안겨준 벵기는 시즌 6를 마지막으로 자신의 고향과도 같은 SKT T1을 떠났습니다.



2016 LOL Worlds 4강 직후 블랭크에게 B의 의지를 전수하는 벵기
[출처: 글로벌 인벤]





세번째 Bang!!!을 기대하며

올해 내내 kt와의 경기는 항상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단순히 그 한 경기에 현재와 미래에 걸친 너무 많은 것들이 걸린, 불리한 도박을 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단 네 글자. '빈집털이'에 대한 이야기는 뱅의 당시 인터뷰를 봐도 팬들은 물론이고 선수들에게도 심적으로 옥죄는 부담이었을테죠. 물론 이건 kt쪽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몇년에 걸쳐서 어렵게 이루어낸 빛나는 성취를 '재평가'라는 미명으로 훼손되어야 하는 입장에서 느끼는 긴장감이라는 이루 말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런 헛소리가 잠시 난무하고 말 것이라 낙관할 수도 있지만, 이미 LOL판의 여론의 흐름을 보면 대단히 즉물적이고 즉흥적인 경향이 큽니다. 그렇기에 아마 SKT 선수들 역시도 끝없이 그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오다보니 지금과 같은 커리어를 쌓은 것이겠죠.

선수들이 말하던 올해만 먹었으면 좋겠다, 우승해도 본전이다... 이런 이야기가 어느새 SKT에게는 일상처럼 당연한 과제나 숙명이 되어버렸고, 남는건 끝 모를 부담을 이겨내기 위해 내달리다 지치는 일만 남은 듯 보였죠. 모두가 각자의 짐을 안고 살아간다지만, 성과를 이루는 것은 어렵고 한순간에 그 성과가 무시되는건 쉬운 판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원래 팬심이나 팬질은 깊어질 수록 본래의 즐거움보다는 공연한 걱정과 피곤함, 때론 버겁기까지 한 감정소모를 낳는 법인데, 이미 팬이 된거 어쩌겠습니까. 참 이게 사람 마음처럼 어떻게 안되는거죠...크크... 그런 상황 속에서 리라 결승에서 졌을 때의 반응을 생각하면 SKT 선수들이 측은해지기도 합니다. 그렇게 또 SKT T1의 네번째 롤드컵은 다가왔고, 제가 응원하는 이 팀은 내일 출국을 앞두고 있군요.

그렇게 때때로 변모하는 여론에 대해서도 초연하게 대응하던 벵기에 비해서, 뱅은 SNS에서 언젠가 썼던 글도 그렇고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도 그렇고, 그만큼 보는 사람이 불안해질 정도로 거침이 없습니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했듯이, 15년부터 툭하면 불거졌던 그러한 폄하성 이야기에 대해서는 SKT 선수들 전부 신경을 쓰는 눈치지만, 그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뱅이라고 느껴지더군요.

어떤 마음으로 그러는 건지 이해는 가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억울해도 프로가 그러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기량과 실력뿐입니다. 억울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죠. 따지고 보면 어떤 흐름과 같은 것이지 논리적 논쟁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한 그런 이야기를 듣는 선수 당사자에게 팬으로서 해줄 수 있는 말도 결국 '극복'이라는 두 단어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2016 LOL Worlds 4강 5세트가 끝난 직후 벵기의 두팔을 들어주며 경의를 표하는 뱅
[출처: 라이엇이스포츠]



봄과 여름을 거쳐 극과 극을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뱅에게 필요한 것은, 벵기가 보여줬던 굳건한 인내심입니다.
인간적 성숙이란게, 어느 순간의 정리된 사색을 통해 말 몇마디, 글 몇 줄로 표현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지리할 정도로 괴로운 순간을 거쳐야 결국 굳은 살이 배이듯, 인내심이 켜켜이 쌓여서 한층 성숙해지는 것이죠.

분명 이번 서머의 부진과 구설들로 인해서 많은 것을 느꼈을테지만, 그것을 어떻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승화시켜서
더욱 자신이 발전할 수 있는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일겁니다.

Boxer, Bengi, Blank.
B의 의지는 결국 Beyond. 스스로를 이겨내고 넘어선 자들의 역사였습니다.
날카로움과 냉정함이 조화되었던 그 재능에 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믿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롤드컵에서 자기 자신을 극복하고 발전한 SKT T1 Bang을 기대하겠습니다.



2016 LOL Worlds 4강 승리 직후 기뻐하며 뱅을 껴안는 블랭크와 흐뭇해하는 울프
[출처: 라이엇이스포츠]




Beyond the best, Let it be history.

SKT T1 - 후니, 피넛, 블랭크, 페이커, 뱅, 울프
김정균 코치님, 최병훈 감독님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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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01 15:10
수정 아이콘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글 잘 봤습니다.

[프로가 그러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기량과 실력뿐입니다.]
이 부분에 참 많은 공감합니다.
심리적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뱅 선수는 자신의 잘못에 대해 비난하는 여론에 서운해 말고, 대체 본인이 어떻게 만회할 수 있을 지 절치부심했으면 합니다.
일시적인 폼 하락이기엔 그 기간이 꽤나 길었습니다. (서머 2라운드부터 LCK 결승전까지)

하지만 뱅 선수는 이제까지 항상 SKT의 최후의 보루였고, 앞으로도 그러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힘들 거라 의심받는 이 때, 다시 한 번 정점의 자리에서 웃음 짓는 SKT를 보고 싶습니다.
카발리에로
17/10/01 15:24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론 딜레마인게, 뱅 이 선수는 이제 더 이상 선수 자체로는 진짜 꼴도 보기 싫은데 현재 향로메타에서 SKT가 우승하기 위해서는 뱅이 각성해야 한다는게......

그냥 잘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올해 섬머 부진 + 인성 논란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역체원 자리 뿐만 아니라, 지금껏 쌓아온 커리어마저 의심받고 있는 상황인데 본인 스스로 뭔가 느끼는게 있다면 열심히 하겠지요.

이번 우승으로 프릴라 역체봇으로 밀고, 뱅은 페이커빨이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진지하게 머리속에서 스프링 때 플라이 크래쉬 엑페 달고 7위 찍은 건 머리 속에서 지웠나 봅니다.
Samothrace
17/10/01 15:25
수정 아이콘
skt에 대한 여론이면 몰라도 뱅에 대한 여론은 불합리하지도 않으며 억울할 것까지도 없습니다.
뱅이 본인에 대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건 기량이나 실력이 아니라 진심어린 태도와 변화뿐이죠.
17/10/01 15: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성질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한게 아닙니다. 과거에 쌓은 경력과 그 활약들에에 대한 폄하섞인 이야기에 대해 말하는거죠. 뱅의 인성이나 태도에 대한 여론은 그닥 불합리할 게 없습니다. 리라에서 SKT에 대한 여론은 상당히 불합리한 구석이 많았다고 보지만. 그래서 사실 이 글을 쓸까말까 되게 망설이긴 했습니다. 그래도 이왕 적기로 했으니 적어보자고 쓴거고... 리라때도 페이커 응원글 썼다고 타이밍 눈새라고 댓글로 한소리 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진짜 어처구니가 없는... 여튼 그거랑 달리 뱅은 그냥 자기 잘못이라서요. 경솔하면 욕을 먹는거야 뭐 자연스러운 일이라서.
Samothrace
17/10/01 15:3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그런 여론 자체가 인성질에서 나온다고 보거든요. skt에 대한 여론은 물론 불합리한 측면이 있지만, 뱅에게 쏠리는 여론은 그게 기량을 탓하는 것이든 뭐든 사실은 그런 내용이야 껍데기고 속은 인성질에 대한 것이라고 봅니다. 인간성이 변하지 않으면 결국 여론을 잠재우는 일이란 요원한 것이겠죠. skt에 대한 여론이야 말씀하신 것처럼 일종의 순환 같은 것일 수 있지만, 뱅에 대한 여론은 그 구실이 실력이든 뭐든 간에 순환이 아니라 순환의 탈을 쓴 뭔가니까요.
17/10/01 15:43
수정 아이콘
일부분은 동의하지만 꼭 그렇다고 보진 않아요. 인성질 때문에 실력 폄하나 경력 폄하가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인성으로 한끗발 날리는 선수들도 실력폄하는 안당하는 사례가 부지기수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 모든 요인이 얽혀서 묘한 작용을 한다고 볼 수 있을 겁니다. 뱅이 인성이 좋아진다고 해서 실력폄하가 사라질리는 만무하거든요. 어차피 인성면에서의 이미지 개선이라는건 본인의 성숙함을 긴 시간동안 자연스럽게 보여줘야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인간이 좀 변했네 하면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거라서 그 시간 동안의 실력측면의 평가나 폄하따위에는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지 않으니. 결국 폼 떨어지니 과거에 묻혔던 수많은 흑역사가 다 발굴되는거만 봐도 프로세계는 결국 실력이 우선입니다.
Samothrace
17/10/01 15:50
수정 아이콘
저도 실력이 우선이라고는 생각합니다. 다만 뱅 같은 경우는 좀 어그로가 많이 끌린 사례라고 생각하거든요. 누가 봐도 반박할 수 없을 정도의 슈퍼 캐리 나오지 않는 이상 결국 우승해도 여론 안 수그러들 거라고 예상합니다. 물론 예상일 뿐이지만요. 또 skt빨이니 페이커빨이니 그런 평가들 안 나오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런 공격들은 이미 뱅의 실력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결국 인성질에 대한 반감이 지속적으로 작용하는 것뿐이겠죠.
17/10/01 16:02
수정 아이콘
물론 인간적인 반감 때문에 좀더 거세게 감정적 발로가 나타나는 건 있겠죠. 그래도 그것도 끗발이 먹혀야 나오는 이야기라고 봐요. 인간성 개차반이라도 실력을 부정 못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널렸으니... 어쨌거나 작년 벵기가 그랬듯이 실력은 물론이고 앞으로 프로로서의 자세나 태도면에서도 좀 개선시켜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포프의대모험
17/10/01 16:52
수정 아이콘
누명을 쓴게 아닌 이상 불합리하고 억울한 여론은 없습니다. 그게 뱅이든 페이커든 블랭크든 들이든간에요.

참고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건 진심어린 태도 뿐만이 아니고 압도적인 퍼포먼스로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뱅이 패륜을 저지른것도 아니고.. 골텍 잊계 인섹 등등 수많은 인성러들이 세탁을 끝내고 날아올랐듯이 반성은 하는척만 해도 실력이 있으면 덮어주는게 스포츠판이에요.
Samothrace
17/10/01 16:54
수정 아이콘
그건 그렇겠군요. 정말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면 그깟 인성인 세계죠(개인적으로는 나름 긍정적인 세계라고 생각합니다)
bemanner
17/10/01 22: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SKT가 리프트라이벌즈 이기고 롤챔스 우승했으면 뱅 논란 98%는 사라졌다에 손가락 걸 수 있습니다.
대회에서 대리를 뛴 게 적발된 사람들조차도 천재형 서포터니 주님이니 하면서 찬양받는 걸요. 수많은 패드리퍼들도 그렇고.
뱅이 보고 있으면 한심하고 욕나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과는 별개로 뱅보다 더한 인간들도 실력만 좋으면 환호받는게 '프로'에요.
gallon water
17/10/01 15:32
수정 아이콘
와... 정성글 잘 봤습니다. 이정도면 skt 경기할때 김동준 해설이 한번 언급할만 하겠네요 크크
저는 슼팬이지만 참 그렇습니다. 뱅에 대해 기대와 애정이 떨어져서... 잘해주면 좋긴하겠는데
그래도 슼은 어떻게든 결승까지 갈거라고 생각합니다
17/10/01 15:38
수정 아이콘
솔직히 뱅이라는 사람 자체에 대한 선호도라든가 이런건 기대할 수가 없죠. 저도 본문에 적었듯이 '선수'로서, SKT의 팀원으로서 그 기량을 다시 빛내주길 바라는 것이지 인성 부분에 대해서는 본인이 저지른 그 무절제로 인한 파급력이 워낙에 어마무시해서... 그래도 정말 좀 이번 일을 통해서 본인이 느끼는만큼 차후에 정말로 인간적으로 더 성숙해지길 바랄 뿐입니다. 어쨌거나 당장은 뭐 언젠가 뱅이 말한대로 팬과 선수의 관계도 인간적으로 끈끈해지는 벵기나 페이커같은 사례라기보다는 그냥 '비즈니스' 느낌이 되어버렸죠 크크크...
카발리에로
17/10/01 15:41
수정 아이콘
이제 와서 끈끈해지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죠. 특히 며칠 전 터진 인성질은 심지어 반성한다던 인터뷰 기사 나온지 하루만에 터진거라.....
17/10/01 15:47
수정 아이콘
그일 자체로만 보면 그냥 찌질한 솔랭전사의 일상이라서 욕을 먹을 일이라도 이렇게까진 욕을 안먹을텐데... 모든건 맥락하에서 봐야 하는거니까 솔직히 이글 그 인터뷰 보고나서 그래 쓰자! 하고 마음먹었는데 바로 담날 그거 터지니까 진짜 의욕 싹날아가게 정나미가 떨어져서 크크크크크크크 그래도 2년 반 동안 선수로서 잘해준거 땜에 쓰는거죠 뭐... 좀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천성이 좀 컨트롤되는거야 앞으로 계속 나아지길 바랄 뿐이죠... 인성 쉴드 친다고 골머리썩힐거 없이 인간적인 매력은 없어도 잘하기라도 하면 페이커 고생안하니 그런건 뭐 이득... 프로는 진짜 못하는게 여러모로 고통이에요...
어제의눈물
17/10/01 16:05
수정 아이콘
SKT 선수들에 대한 애정은 식거나 흔들린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네요. 팀이 몰락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14시즌에도, LCK에 대한 저평가로 덩달아 박한 평가를 받던 15시즌에도, 블랭크의 악평이 주를 이뤘던 16시즌에도 말이죠. 팬이 된 이유는 페이커 때문이지만 한 팀의 팬으로 이토록 오래도록 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팀이 굳건히 자신들의 위치를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팀이 해체하거나 팀원이 떠나가 팬들이 마음 둘 구심점조차 희미해진 명문팀들이 수두룩한데 몇년간 우승이 아니면 만족 못하는 위치에서 팬들에게 마음 둘 곳을 지켜줘서 고마울 다름입니다. 올해 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되도록 오래오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17/10/01 16:18
수정 아이콘
슼팬이라면 다 말씀하신 그런 부분은 일정부분 공유하는게 있죠. 그래서 뱅에 대한 실망감 내지는 배신감이 더 컸을 겁니다. 특히 팬들 다수에게는 인성문제도 그렇지만 연습 태만이라는 부분이 정말 엄청났죠. 어쨌건 올해 내내 달리는 일정에서 지치기도 했을 겁니다. 서머 이후 이 한달의 공백기가 좋은 방향으로 SKT 선수들에게 재충전의 힐링을 선사했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제의눈물
17/10/01 17:03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론 솔로 랭크 연습량 문제는 선수마다 맞는 방법이 있으니 코치진이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해서...스크림과 그 지독한 피드백만으로도 충분했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것이구요. 최고의 자리를 계속해서 지켜왔으니 쉴틈없는 스케줄을 이유로 연습량을 좀 줄여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17시즌도 연패를 이어갔고 써머 롤챔스 우승에는 실패했으니 선수들 스스로가 그 이유를 찾고 고쳤을 것입니다.
올해 겪었던 여러 일들이 뱅 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팬들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팬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좋은글 언제나 감사합니다.
17/10/01 16:15
수정 아이콘
벵기는 이견이 있을 수가 없죠 15년 플옾 패패승승승 16년 롤드컵 벵블블벵벵 그리고 결승 3승1패까지 16년 롤드컵 피넛과 앰비션에게 어마한 정글차이를 선사하는 걸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라인에 개입하더라도 급하지 않고 센스있게해서 성공률도 매우 높았죠.
Sid Meier
17/10/01 16:23
수정 아이콘
뱅은 뭐 지가 롤이든 행실이든 잘해야지 방법이 없어요. 성실하고 잘하면 팬들은 그래도 응원해줄 거고 착하기라고 하면 대중들이라도 응원해줄텐데 허구한날 사고치면서 연습까지 열심히 안하면 응원할 이유가 딱 하나밖에 안 남아요 '니가 잘해야 다른 SKT 팀원들이 고통 안받는다' 근데 이렇게 응원하는 사람들은 뱅이 까여도 같이 멘탈 깎고 시간 써가면서 실드 안쳐주죠 애정이 없으니까요.

저도 페이커 울프같이 오래 응원했던 선수들이랑 피넛 후니처럼 새로 들어온 친구들 그리고 SKT라는 팀이 좋으니까 그 팀원이 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뱅이 잘하기를 바라지만 뱅을 위해서 논쟁을 하고 까이면 실드를 쳐주고 이럴 만한 동력은 없네요
17/10/01 18:26
수정 아이콘
이승원 해설께서 허영무 경기에서 했던 얘기들이 생각나네요. 뱅 본인은 물론이고 팀 차원에서 그런 영상을 보며 프로로써 이번 시즌을 잘 마무리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있네요. 하지만 롤드컵이 시작되는데 솔랭보면 그동안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모습들이 반등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SKT의 롤드컵 전망은 부정적이네요...

다시 한 번 얘기하면 팀의 일원으로 이번 시즌 잘 마무리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아르카
17/10/01 18:55
수정 아이콘
뱅의 실력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번 롤드컵은 반쯤 포기하고 볼려고 합니다. 페이커의 폼이 롤드컵 모드로 돌아왔지만 탑,바텀이 이렇게 불안해서야 별 의미가 없죠. 그나마 후니에게 작은 희망을 걸어보려고 합니다. 구멍이 바텀 한 라인뿐이라면 어떻게든 버틸수는 있지요.
파이몬
17/10/01 18:59
수정 아이콘
며칠 전의 사건엔 뒷통수가 얼얼했습니다만.. 그래도 한 번 더 믿어볼렵니다.. 3년간 즐겁게 해줬던 선수니까요.
베스킨라
17/10/01 20:49
수정 아이콘
작년 2016 롤드컵 하면 기억 나는게 뱅기의 니달리 밖에 없습니다...크크
그 정도로 저한테는 엄청난 임팩트가 있었는데....
올 해에는 페이커가 폼 회복했지만 다른 라인들 때문에 아마 우승은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세인트
17/10/01 21:01
수정 아이콘
뱅 인성논란에 한마디 거들었다고 쪽지로 별 욕설까지 다받아본입장이라 뱅은 정말 좋게 봐줄래야 봐줄수가 없게 됬지만, 그거랑 별개로 Vesta님은 참 꾸준하게 SKT 팬으로서 좋은모습 많이보여주셔서 기분이 복잡미묘하네요. 아무튼 정성어린글 잘보았습니다.

아 그리고 전 오히려 SKT가 향로메타를 파훼할만큼 준비를 해서 오리라고 보구요. 그때 주인공은 아마 블랭크/피넛 그리고 언제나 기대나 상상 이상을 보여주는 페이커라고 생각합니다. 이선수는 나이랑 상관없이 진짜 존경할수밖에 없어요.
bemanner
17/10/01 22: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성이 야구의 이호성 수준이 아닌 이상에야) 선수는 퍼포먼스로 말하는 거고
뱅이 지금까지 뭔 짓을 했거나 간에 잘하면 묻히고 못하면 욕 먹을 겁니다.
근데 이번엔 롱주나 삼성이 SKT보다 강해보이네요. 욕먹을 듯...
코우사카 호노카
17/10/02 01:49
수정 아이콘
뱅 오랫동안 응원해왔는데 올해 봇이 제일 위태해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기본 클레스가 있는 선수니 잘하리라 믿습니다.
17/10/02 10:44
수정 아이콘
CJ 롤드컵 진출을 응원했던 입장에서 뱅의 루시안이나 이즈리얼이 정말 끔찍할정도로 싫었었는데, 어느새 skt의 발목을 잡는 롤이 되어있었네요. 프로는 실력으로 가치를 증명하겠죠.
티모대위
17/10/02 10:46
수정 아이콘
SKT 팬이 아니지만 벵기는 참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페이커마저도 14년도에 성웅이 형이 못한다고 생각했다는 인터뷰를 할 정도로... 본인 기량 뿐만 아니라 주위 인식과 여론마저도 절망적이었는데, 거기서 한번 더 일어설줄은 몰랐습니다. 그냥 일어선 것이 아니라 한번 더 롤판을 휘어잡아 버렸죠. 그 때의 벵기는 정말 역사상 최고의 정글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SKT 선수단의 멘탈 측면에서 벵기가 큰 역할을 했다는건 다들 익숙히 아는 이야기죠. 다툼이 있으면 항상 중재했다고 하고, 많은 선수들이 심적으로 의지했다고 하니까.. 참 멋진 선수입니다.
코코코
17/10/03 02:31
수정 아이콘
멋진 팬이시네요. 좋은 글 잘 읽었어요.
하지만 저는 세번째 BANG!!!은 절대 와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보인 몇몇 행동들은 철이 없음을 넘어서서 조금은 비열하고 잔인하고 반사회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선수가 성공하길 원하는 마음은 이해할 수 없네요. 이미 실패의 조짐이 계속 드러나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던 15년도 모습이 지금 뱅에게 필요한 모습이라고 봅니다.
5드론저그
17/10/03 22:06
수정 아이콘
기왕 올라간거 잘했으면 하고 잘하겠지만 솔직히 배준식이 잘 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농담이 섞이긴 했지만 승자 인터뷰에서 롤은 질리구요 이딴 소리하는거 본 후부터 진짜 싫어졋어요 퍼포먼스가 너무 좋아서 좋아하는 팀을 번번히 막았기에 짜증났을뿐 skt선수들을 싫어한적은 없었습니다 첫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싫어하는 선수는 배준식인거같아요 열심히 안 하면서 자기가 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는 선수가 잘 되는건 별로 유쾌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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