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기까지 34승 14패 승률 .708로 사실 리그 역사를 탈탈 털어봐도 손 꼽힐만한 성적을 기록 중인데... 승률 8할에 도전하는 정신 나간 팀이 하나 있는 관계로 저 성적을 찍고도 정규시즌 2위 확보밖에 못 하네요 크크크크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면 창단하고 두번째로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습니다. KBL 플레이오프 방식에서는 2위와 3위는 어쩌면 1위랑 2위보다 더 큰 차이를 주기 때문에 몹시도 중요한 일이였죠. 사실 한 4라운드 끝나고부터는 줄부상만 아니면 2위는 하겠다 싶었는데, 이 구단의 찬란한 개그의 역사들을 기억해봤을 때 그래도 조금은 불안하긴 했습니다 크크크크
어쨌든 정규시즌 2위가 확보된 김에 이번 정규 시즌을 살짝 돌아보려고 합니다(...)
이번 시즌 전자랜드 전력에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몇년간 제가 제일 죽도록 까댄 농구계 인사인 김영기 전 총재입니다. 이 양반이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을 도입해버렸죠. 그것도 200cm 이하로 말이죠. 그 덕분에 최근 몇년간 죽도록 상위픽에서 포워드들을 종류별로 수집해놓은 전자랜드가 갑자기 반사이익을 얻게 됩니다.
사실 그 놈의 풍4흉1 전통 덕분에 강제로 모은 것도 있지만요(...)
심지어 방출에 가까운 무상 트레이드, 박찬희 트레이드 등을 통해 몇명을 탕진했는데도 아직도 저렇게 포워드들이 많은 포워드 재벌이 되었죠.
정효근, 강상재, 김상규 이 세명의 2미터 포워드 트리오가 어쨌든 신장 제한이라는 제도 안에서 각자의 능력치를 뽐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죠. 거기에 정효근과 강상재는 국가대표를 들락날락거리며 오프시즌에 눈에 띄게 기량을 발전해왔습니다. 정효근은 드디어 BQ라는걸 장착하는데 성공했고-물론 아직도 가끔은 떼고 다닙니다-강상재는 수비력이라는 걸 갖춰왔죠.
두 선수 모두 기량 발전상의 유력한 후보로 언급 중입니다.
박찬희는 드디어 슛을 달고왔고-그래봤자 3점슛 30% 언저리지만-아시안 게임에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전역증을 거머쥐기 직전에 다시 자기 손으로 날려버린 김낙현도 우려와 달리 그 파울이 각성의 계기가 된 마냥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루키시즌부터 '쟤는 믿거고 라인 탈출하는거 아니냐?'소리가 슬금슬금 나왔었는데, 이번 시즌 보면 완전히 빼줘도 될 것 같아요.
하긴 대학 시절에서 믿거고 라인 중 유일하게 이승현-이종현-강상재 없이 팀을 우승 가까이 이끌어 본 경험이 김낙현에게 있긴 했죠.
이외에도 김상규-차바위도 여전히 소금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차바위의 슛감이 죽은 것과 가끔 나오는 김상규의 뇌절은 아쉽지만 식스맨급인 선수들인걸 감안하면 이미 차고 넘치게 해주고 있죠.
거기다 외국인 선수들도 잘 뽑아왔죠. 나올 때마다 100%도 아닌 몸으로 좋은 기량을 선보였던 머피 할로웨이는 아쉽게도 중간에 자진 퇴단을 했지만, 대체 외국인 선수로 돌아온 찰스 로드는 입단 전 우려와 달리 멘탈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상승세를 한층 더 끌어올렸고, 1,2라운드까지만 해도 첫 프로 커리어라는게 티가 나던 기디 팟츠는 3라운드 이후부터는 인천의 하든으로 거듭났습니다.
이런 요인들이 어우러져 창단 이후 두번째로 4강 플레이오프 직행을 확정지었습니다.
이번 시즌 이후에는 정효근과 강상재의 군 입대가 예정되어있고, 아마도 내년에는 김낙현도 군대를 가야겠죠.
이 셋이 제대를 하면 박찬희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될테고, 대구 출신이지만 이름부터가 연고지랑 떼어놓을 수 없는 정영삼과 KBL에서 보기 드물게 고향팀에 지명 받아 뛰고 있는 정병국 이 두 프랜차이즈 스타들도 없겠죠.
아무리 생각해도 선수단 구성이나 리그 제도 이 모든게 다 도움이 되는 지금 같은 시즌이 다시 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전자랜드의 시간은 지금입니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못 가본 팀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왔습니다.
남은 정규시즌 경기들 부상없이 잘 마무리하고 4강 잘 준비해서 꼭 해내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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