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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6/06/14 04:40:28
Name 하늘바다
Subject [기타] [펌글] 인간들이 비굴해서 그래...
개소문 잡다구니 글입니다. 싫어하시는 분들이 많은걸 알지만 너무 공감이 되어서
같이 보고 싶어서 퍼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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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가난뱅이들이 갑자기 돈이 생기면 어쩔 줄 몰라 허둥대다가 다시 거지가 되고 그러는 경우가 많다. 아마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고도 어느새 그 많은 돈을 다 탕진해 버리고 오히려 더 비참한 처지에 놓이게 된 사람들의 얘기를 적잖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돈이 생겨도 도무지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돈만이 아니다. 낮은 자리에서 성공하면 낮았던 시절에 대한 컴플렉스와 성공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쓸데없이 오버하다 몰락하는 경우 역시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고아에서 일약 한 지방의 패자가 되었던 삼국지의 공손찬이나, 일개 농민에서 일본 전국을 지배하는 간바쿠의 지위에 올랐으니 강박에 가까운 과대망상증으로 조선을 침략했다가 후사조차 남기지 못한 토요토미 히데요시가 그 예라 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얼마전까지 세계의 변방이었다. 조선시대까지는 세계의 중심이라 - 소중화라는 게 세계의 중심은 이제 조선이다라는 선언이었다. - 여겼었건만, 일제강점기를 거치고 한국전쟁을 거치고, 다시 미국이라는 거대한 그림자에 가려, 비참한 가난과 싸워오느라 어느새 자신을 낮춰보는 데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오죽하면 인터넷에서 한국이나 한국역사에 대해 조금이라도 좋은 소리를 하면 국빠라 그런다. 국수주의자라고. 그리고 한국과 한국인, 한국역사를 비판하면 그만큼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 된다. 그만큼 피해의식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그런 한국인에게 세계 11위의 경제대국, 세계 10위권의 군사강국, 그리고 월드컵 4강이라는 현실은 감히 감당하기 힘든 너무 무거운 현실이다. 좋기는 한데, 그게 좋은 것인지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주한미군을 감축한다고 하면 나라가 망하기라도 하는 양 호들갑을 떨고, 환율이 오르면 그날로 세계가 끝장나기라도 하는 양 난리가 아니게 되어 버린다. 한국의 실력과 국제적 위상이 예전의 그것과 결코 같지 않음에도 말이다.

마찬가지로 축구에서도 한국인은 한국이 강하다는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쉽게 오버하고 쉽게 좌절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4강을 말하다가도, 조금만 부족한 점이 발견되면 그것을 놓치지 못한다. 강하다고 하는 것은 그러한 부족한 점이나 약점조차 포함하는 것임에도, 그것이 마치 전부인 양 멋대로 흥분해서는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 것이다.

결론은 열등감이다. 뿌리깊은 열등감. 강자라는 것을,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열등감이 잘 하고 있음에도 자신을 믿지 못해 이렇게 비굴하게 만드는 것이다. 자기 자신의 의견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빌어, 다른 사람의 눈과 다른 사람의 판단을 신경쓰며 강하다고 하는, 이겼다고 하는 현실조차 제대로 즐기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지지리도 못살고, 지지리도 약하던 나라에서 너무나도 빨리 제법 국제사회에서 행세 깨나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어 버린 부작용이라 할 수 있다. 이상은 높은데, 현실은 따라주지 못하는, 아니 관념은 저 아래 바닥에 있는데 현실이 너무 앞서 추월하는 바람에 따라잡지 못해 생긴 괴리. 그래서 모든 것이 의심스럽고 모든 것이 불만인 게지. 대개 한까들은 이런 부류들이다. 한 마디로 찌-질이들이라는 거지.

강자들은 안다. 강하기 위해 노력해본 사람들은 안다. 강하다는 게 뭔지. 이긴다는 게 뭔지. 그래서 굳이 그렇게 안달하지도 그렇게 자학하지도 않는다. 이기면 이기는대로 기뻐하고 지면 지는대로 아쉬워하며 다음을 기약한다. 그것을 그래서 강자의 여유라 하는 것이고. 그런데 정작 그 강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강자들조차 인정하는 결과조차 즐기지 못하고 있으니 불쌍하다 해야 할 지 한심하다 해야 할 지... 비굴함도 이 정도면 병이라 할 것이다.

좀 당당해지자. 좀 더 뻔뻔해지고. 한국은 그럴만한 주제가 된다. 경제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그리고 스포츠에 있어서도. 어찌되었거나 이겼지 않은가. 월드컵 32강 본선에서 무려 1승을 거두었다. 그것도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운 날씨에, 아데바요르라고 하는 세계적인 공격수가 버티고 있는 토고와의 경기에서 2대 1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그것만으로도 자랑할만하지 않은가. 뭐가 그리 불만들인가. 승자는 우리인데 말이다.

그 어려운 경기를 승리로 이끈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더욱 당당히 더욱 유쾌하게 승리를 즐길 때다. 승리를 즐기고 즐기고 또 즐기며 다음 승리를 준비할 때다. 쓸데없는 순결주의로 자학에 빠져들 것이 아니라.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것들을 가지고 눈치를 있는대로 보면서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자학에 빠져 있으면 누가 알아주는 사람이라도 있는가? 바보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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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14 04:54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06/06/14 05:38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2)
2002년 월드컵 끝나고서 딴지일보에 비슷한 논조로 글이 올라온적이 있었는데..심하게 공감가더군요.
06/06/14 05:39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3) :>
Nada-inPQ
06/06/14 05:49
수정 아이콘
동감이 안 됩니다.

다른 건 모르겠는데, 자신에 대해 일정 부분에 관하여 불만을 말하고 이를 지적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거 같아요. 국민성에 대해서 조금만 지적해도 열등의식과 패배의식이라 말하고, 다른 것들에 대해서 또 지적하면 여유를 누릴 줄 모른다고 쉽게 치부합니다.
잘 모르겠어요, 전. 여유를 가지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여유나 자신감은 언제나 가장 중요한 요소이니까요. 하지만, 적당한 긴장과 좀 더 나은 것을 향한 끊임없는 자기 질책과 채찍질은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승리를 위해선 친구보다 라이벌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전 생각합니다. 우리의 경우에 오히려 조금의 지적에도 스스로 패배의식이나 열등의식을 남용하고 있지 않은지. 물론, 실제로 그런 의식의 발로도 있겠으나, 많은 경우 남용되고 있고, 그래서 현실에 대한 비판적 분석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긍정적인 부분을 보고, 그것을 즐기며, 누리는 것은 중요하고, 또 의미있습니다만, 부정적인 부분을 살피며, 그것을 고치려 노력하는 것은 일보전진을 위한 필수적인 자세입니다.
고진감래이며, 쓴 약이 몸에 좋다라는 말처럼, 듣기 싫은 소리가 여러 경우에 보다 좋을 수 있는데,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오늘 경기에 대한 얘기랑은 핀트가 살짝 벗어난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많은 이들이 패배의식과 열등의식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판단은 상이하며, 개인의 분석도 상이합니다. 자신만의 의견이 옳은 것도 아니고, 자신만의 말이 진실하지는 않는 법입니다.
오히려 '진정한' 승자의 여유는 설사 '앙칼지고, 감정적인' 비판이나 혹은 비난일지라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포용력이겠지요. 그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요.

p.s 아 그렇다고 '더러운 게임' 운운하는 사람들을 편드는 건 아닙니다. 그런 사람들은 이미 고려의 대상이 아니니까요.
06/06/14 06:35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4)
이상은 높고, 현실은 따라주지 않는 것. 자꾸만 공감이...-_-;
06/06/14 07:49
수정 아이콘
왤케 오바하는지 몰겠네요. 자학이라니. 그저 아쉬울 뿐입니다. 한국은 강팀이 아닙니다만 토고보다는 강팀이고 여러가지로 유리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기패턴을 가지고 가지 않은 것이 아쉽다는 거지, 무슨 열등감이니 패배의식이니.
결과적으로 오늘 프랑스랑 스위스가 비김으로써 한국은 남은 경기 중에 1승을 반드시 거둬야 16강 진출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었고 골득실도 중요한 상황이 나왔습니다.
VoiceOfAid
06/06/14 07:57
수정 아이콘
열등감은 무슨.....-_-
눈이 너무 높아서 그렇지.
여자예비역
06/06/14 09:45
수정 아이콘
아무리 그래도 이호선수는 빼야 합니다.. 어제 아쉬운 것은 이호 선수 였습니다.. 이호선수가 중앙에서 죽을 쑤니 가뜩이나 바쁜 을룡타 형님 전반에 체력 소모 다 하시고.. 송종국선수 전후방 뛰느라 욕보고.. 후반 4-4-2일때 공격적인 움직임 한번 안보여 줬으면서 아데바요르한데 패스나 해대고.. 이건 열등감이 아니라.. 못해서 진짜 혼자 여러 선수 피해줘서 머라고 하는 겁니다..
WizardMo진종
06/06/14 09:47
수정 아이콘
동감과 비동감 중간에서 서서 한번쯤 생각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오늘도한껀했
06/06/14 09:55
수정 아이콘
저도 강자의 여유라... 멋지네요
여기가어디냐
06/06/14 10:15
수정 아이콘
조선시대까지는 세계의 중심이라 - 소중화라는 게 세계의 중심은 이제 조선이다라는 선언이었다. -
--> 소중화주의가 무슨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란 소리인지.. 세상의 중심은 중국인데, 중국 주변국들 중에서는 우리가 그나마 낫다..고 하는 이른바 '2등주의'가 소중화주의입니다.
이뤄보자사장
06/06/14 10:59
수정 아이콘
홍명보 코치도 말했었죠.
'선수들이 좀더 건방져 졌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은 유럽팀만 만나면 체격의 열세와 내리깔아보는듯한 눈빛때문에 많이 주눅이 들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4강을 이뤄낸 경험을 바탕으로 좀더 당당해지고 남들이 아무리 욕하더라도 좀 더 뻔뻔 해질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레산도
06/06/14 11:12
수정 아이콘
선수들이 역전 까지 해 줬는데 욕까지 먹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아쉽더라도 잘 한 것이고 욕먹을 상황은 절대 아닌 것 같습니다.
루크레티아
06/06/14 13:30
수정 아이콘
좀 아닌데요...
글쓴이 자체가 이건 스스로 한국인을 팍 깎아내리면서 '니들이 다 그렇지. 이렇게 생각이나 해 봤냐?' 딱 이 소리인데 말이죠? 자신은 한국인 아닌가보죠? 스스로 선구자라고 생각하나요 그럼? 선구자는 국민들 무시하면서 이런글 써도 되나보죠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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