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3/11/06 18:15:03
Name 구라미남
Subject 만화는 저의 꿈 이었죠.
어릴적부터 형이 만화를 좋아해서 따라서 만화를 많이 봤었습니다.
미술학원을 오래 다녀서 미술에 관심이 있었기에 자연히
만화를 직접 따라 그리는 것을 즐기게 되었죠.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으니 고등학교 무렵에는
나름대로 만화를 잘 그린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중고등학교때 보면 한반에 한두명은 꼭 만화 그리기 좋아하는 애들
있죠? 저도 그런 부류 였습니다. 고1때에는 같은 반의 친구랑
의기 투합해서 함께 마커나 스크린톤 같은 만화도구를 사서
사용해보기도 하고 펜칠 하는 연습도 했었습니다. 만화동아리 활동도
했었구요.

보통 만화 그리는 아이들의 연습장에는 생각없이 똑같이 웃고 있는
미소녀들만 나열되기 일쑤였지만 저의 연습장은 좀 달랐었죠.
패러디,에로,친구 놀리기등 다양한 분야에서 저의 상상력이 분출되는
대로 표현하였고 친구들은 저의 연습장을 보며 배꼽을 잡고 폭소를
터뜨렸었습니다.
수업시간에 만화 한장 그리면 반 전체를 돌면 여기저기서
웃음을 참느라 쿡쿡 거리는 친구들을 보는것이 정말 큰 행복이었고
즐거웠었습니다. 그러다가 선생님께 걸리면 제작자인 저도 혼났었구요.
연습장이 다른반까지 흘려갔었는데 거기서도 걸렸다고 하더라구요.
다행히 저희 교실까지 제작자를 찾아 오시진 않더군요.

당시 친구들중에 애니메이션 감독을 진지하게 꿈꾸는 녀석이 있었는데
성격도 무척 진지한 놈 이었습니다. 저의 만화를 높게 평가했는지
어느날 저에게 만화 분야로 나가보는게 어떻냐는 제안을 하더군요.
상상력과 표현력이 뛰어나다고 하면서요.
영화감독을 꿈꾸는 또 다른 친구도 저의 상상력과 기발함이 부럽다면서
만약 자기가 나중에 꿈을 이루면 나의 아이디어를 많이 참고 하겠다고
했었습니다. 그 두 녀석다 지금은 영화학과로 진학하여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때가 고1무렵이었는데 그 전까진 만화를 직업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잠시 고민했었습니다.
프로가 될 자신도 없었거니와 나름대로 주위 어른들이나 친척들에게
공부잘하는 아이로 인식되어 있어서(비평준 지역에서 운 좋게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입학하면서 더욱 기대치가 높아졌었습니다.정말로 운! 이었습니다)
차마 만화가가 되겠다고 할때의 어른들의 비난을 견딜 자신도 없었죠.
그래서 그 뒤로 간혹 프로만화가가 될것이냐는 친구들의 물음에는
"취미로 할때 즐거운 만화가 만약 일이 된다면 힘들꺼야,즐거운 일로
괴로워지는건 싫어서 그냥 취미로만 할꺼야"
라고 멋지게 변명하였지만 실상은 공부가 최고라는 주위의 시선이라는
현실에 굴복하였던 것입니다. 저도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었구요.

고1까지는 인체뎃생도 해보고 만화구도나 연출,컬러링,펜칠등 한창 진지하게
연습에 열중하였었지만 현실에 순응하겠다는 결정을 내린뒤로는 취미로만
틈틈이 만화를 그렸고 제 만화를 보고 친구들이 낄낄거릴때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여서 고1때 흔들렸던 성적(수석입학에서 반25등까지)을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컴퓨터를 전공하는 평범한 대학생이 되어 군대갈 날만 기다리고
있지만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그때 좀 더 만화쪽의 길에 노력하였다면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겠죠.
언젠가는 프로 만화가가 될거라는 기대로 만화가 문하생으로 있거나
아색기가나 트라우마 같이 사람들이 배꼽잡는 기발한 만화를 언젠가는 스포츠신문에
연재할 수 도 있었겠죠. 제 이름이 붙은 만화책도 나올 수 있구요.
아니면 유명한 동인지 작가라든가 최소한 디씨인사이드의 카툰캘러리에서라도
어느 정도 이름을 얻을수 있었을 것입니다.
대학에 간 이후로는 통 만화쪽으로는 손을 놓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평범한
스타와 만화등을 좋아하는 대학생일 뿐이죠.
그렇지만 지금 제가 걷고 있는 이 길을 후회하지도 않고 또 고1때까지 만화에
열중했던 청소년기 또한 후회하지 않습니다.당시 그걸로 즐거웠고 열중 했었다면
그걸로 된 것이니까요.


피지알 공인 프로게이머 지망생인 그랜드슬램님,물론 꿈을 이루어야 합니다만,만약
꿈을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미래의 어느날 지금의 노력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무엇인가에 열정적으로 매진하는 젊음은 아름다운거니까요. 저도 아직21살인데 마치
늙은이처럼 얘기하는군요.
오늘은 오랫만에 종이와 펜을 잡고 만화를 그려봐야 겠습니다.즐거웠던 그때를 기억하면서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MetaltossNagun
03/11/06 18:28
수정 아이콘
하하....ㅜㅜ
눈물뿐인 젊은날.
프토 of 낭만
03/11/06 18:37
수정 아이콘
...
밀가리
03/11/06 23:54
수정 아이콘
얼마전 학교에서 꽤 오래전에 방영종결된 "성공시대"를 봤습니다.
만화가 이현세님 편이었는데, VOD를 구해서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꺼라 생각됩니다.
엘케인
03/11/07 00:12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네요..
늘 님과같은 분의 글들로 인해 이곳이 더 멋지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14758 조심스럽게 옐로우의 우승을 예감하며... [19] 드론찌개3841 03/11/07 3841
14757 [잡담]수능은 인구억제정책? [18] 겸이스퇄2955 03/11/07 2955
14756 염치 없는 글입니다. [7] 구라미남2970 03/11/07 2970
14754 [펌] 최연성선수 올해 전적 정리 [11] 맛있는빵4803 03/11/07 4803
14751 나는 그를 믿습니다. [2] 오~ 해피데이2788 03/11/07 2788
14750 임요환 선수에서 이윤열 선수로 다음은 최연성 선수? [14] 햇빛이좋아5786 03/11/06 5786
14749 강민.. 그에게서 배운 플레이 [3] eritz3748 03/11/06 3748
14748 충격이 큽니다. [5] 비류연3933 03/11/06 3933
14747 破竹之勢... [Orion]iloveoov의 새로운 도전... [24] 낭만드랍쉽5336 03/11/06 5336
14746 꿈꾸는 소년. [8] 박정석테란김2893 03/11/06 2893
14744 나 아직 바라는게 너무나 많아요. [5] sad_tears2563 03/11/06 2563
14743 방금 MBC뉴스 보신분.... [11] 정태영5158 03/11/06 5158
14741 형, 이윤열이 졌어....!! [12] 이직신5007 03/11/06 5007
14739 얼마나 기다려온 스타크래프트인지.. [4] 임성호2615 03/11/06 2615
14738 [상담]답답하고 짜증나서 올립니다.. [8] 지나가는행인!2847 03/11/06 2847
14736 [함군] 2003년 명경기 (주관적인) 베스트 3 ^_^;;; [20] 함군5351 03/11/06 5351
14735 [문자중계]TG 삼보 MSL 루저파이널...이윤열 vs 최연성...! [293] 메딕아빠6701 03/11/06 6701
14734 만화는 저의 꿈 이었죠. [4] 구라미남2618 03/11/06 2618
14732 본 건 있어서.... [10] seed2564 03/11/06 2564
14731 이번 팬까페 리그 참여하시는분 계십니까??? [5] 거짓말같은시2450 03/11/06 2450
14730 오늘 친구이자 제 라이벌인 녀석과 스타를 했습니다. [5] 박대영3051 03/11/06 3051
14728 2003 온게임넷 챌린지리그 예선 아마츄어 6mm 촬영 대회 [4] www.gamenc.com3356 03/11/06 3356
14727 LG IBM 엠비씨게임 팀리그의 노트북 [15] 불가리4119 03/11/06 4119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6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1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