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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11/13 00:55:39
Name 문별
Subject [스타1] ASL 결승전 직관 다녀왔습니다.

*글을 들어가기에 앞서. 경기 외적인 감상밖에 없는 긴글이니까 두괄식으로 요약 하고 가겠습니다.

저는 현장에 가서 너무 즐거웠고, 두 선수의 최선을 다한 경기를 즐겼으며, 꽉 차서 시야방해석까지 오픈한 객석 보고 감탄하고 왔습니다.
큰 경기 큰 무대, 깔끔한 진행과 관객 통제, 스폰서에 대한 대우 등 소소하게 인상적인 부분도 많았습니다.
스1은 앞으로도 사랑하는 팬들이 있는 한 크든 작든 지속될 것이라고 현장에서 느꼈습니다. 개인적인 감상이니 여기에 굳이 시비 거시는 분이 없으셨으면 하는 바람에 적는 후기입니다. 왜냐면 저는 스1을, 워3을, 스2를 지금도 보고 응원하듯 계속 응원할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ASL시즌 4 결승전 직관을 다녀왔습니다.



우선 "저는 고인물입니다"로 시작하겠습니다. 99PKO부터 방송 봤고 파나소닉부터 직관을 다니기 시작했고요,
질레트부터 스타 봤으면 뉴비 아니냐 라는 딱 그정도의 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연식이 드러나지만 그저 인생에 가장 놀기 좋고 머리 잘 돌아가고 부지런하고 의욕 넘치던 시절을 e스포츠에 꼬라박았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태생이 한번 정을 주면 못 끊는지라 이 선수가 좋으면 저 선수도 좋고, 통째로 응원하고, 프라임리그가 한창일때부터 워3에도 관심가져서 쭉 같이 보고, 뭐 이런 특이한 사람입니다.

저는 사실 리그가 평소 진행 중일때 관전 다니는걸 더 좋아했습니다. 큰 무대는 큰 결심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솔직히 직관하시는 분들께는 최악의 관전환경이었던 메가웹시절부터 관전 다녀서 그런데 만성이 되어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도 큰 결승전들은 꾸역꾸역 갔던 기억이 나네요.
직장인이 된 후에도, 스1, 스2, 워3판 골고루 꾸준히 챙겨 봤구요. 그러다보니 수많은 명경기. 사건사고들을 현장에서 목격하거나 생방송으로 봤지요.

그런데 ASL의 경우, 저한테는 조금 다른 느낌의 리그였습니다. 워3보시는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온라인으로만 이루어지는 리그만 봐도 정말 재미있거든요. 제가 직장인이 된 탓도 있겠지만 저한테 그간 봐왔던 ASL은 그런 느낌에 가까웠어요. 그정도의 소소한 내 즐길거리 라는 느낌이었죠. 
이번 시즌도 그랬어요. ASL은 더군다나 본선 일정이 진행되는 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선수들 방에서 경기를 함께 보며 그 선수의 관점에서 해설을 들으면서 같이 볼 수 있다는게 또 다른 매력이었으니까요. 공식 해설과 중계도 좋지만, 플토선수가 출격하는 날에는 도재욱 선수나 박정석 선수 방을 찾아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특별히 이번 시즌 결승을 가게 된건, 제가 특별히 이영호 선수나 조일장 선수의 팬이어서도 아니었고요, 지인분이 문제의 KT 기가 인터넷 고객 특전 200명 관객석을 이야기하며 절 꼬셨기 때문입니다. KT-KTF 프리미어리그 때 생각나면서 맞아 그랬었지! 하게 되라구요. 그때 받았던 마우스패드를 아직도 고이 간직하고 있는 저라서요. 저를 스연게에서 보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공방 뛰어보면 방송국 놈들의 행태에 치를 떨게 되는데, e스포츠판에서는 항상 VIP 대접 받으면서 큰무대 볼 수 있었거든요(읭 하시는 분들 많으실텐데 상대적인 겁니다. 이렇게 아이돌 팬질이 해롭습니다?). 갓 스폰서 KT. 간접광고 아닙니다.

아침 10시부터 줄을 서 계시는 분들 틈에 저도 서서, 저를 꼬신 지인의 동반 1인으로 표를 바꾸고 생각보다 많이 뒷번호라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그러나 결론은 200명 안에 든 승리자가 되었고요.
상쾌한 기분으로 버스를 타고 조금 이동해서 찍어놨던 맛집에서 점심 맛나게 먹고, 신나게 수다떨면서 가장 최근의 경기부터 2004년도의 이야기까지 꼬리를 물고 거슬러가는데, 역시 같은 팬질 한 사람이 아직도 저랑 같이 다녀주는건 너무도 감사한 일입니다. 한 마디 던지면 바로 같이 크으~ 하는 기분이 너무 좋더라구요.  

그렇게 재미있게 놀고 한양대로 돌아와서 깔끔한 입장통제에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생각보다 참 앞뒤양옆 얼굴 받치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현장에서 옛적에 안면 텄던 분들을 발견하고 서로 반가워하기도 했고요.
저만 일방적으로 아는, 이영호 선수 응원하러 오신 박정석 선수 지나다니시는거 보면서 옆사람이랑 손잡고 반가워하면서 잘생겼다를 연발하고요.

경기 내적인 이야기를 한줄만 쓰자면 저는 숨도 못 쉬고 재미있게 봈습니다. 
1세트 이영호 선수가 칼을 빼드는 순간부터 선수들 움직임 하나하나에 감탄을 연발했고요,  3세트는 스1 스2 모두 저그를 플레이하는 유저로서 조일장 선수에게 존경심까지 들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 넘치게 몰입하면서 봤어요. 
스코어로는 알 수 없는 일이지요. 선수들의 표정이나 움직임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더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신나게 즐기고 와서 좋은 기분으로 쉬려고 자리에 누웠다가 굳이 글을 적는 까닭은 이 다음부터입니다.

스1과 워3을 같이 보던 시절에, 경기 한번 안 챙겨보시면서 어디서 스코어만 주워 들으시고 굳이 워3게시판까지 찾아오셔서 한 마디씩 하시던 분들이 계셨거든요. 하루종일 행복한 상태로 자리에 누워 pgr에 들어왔다가 그런 분들 때문에 노이로제 걸릴 지경이던 때가 생각나서 허허 하고 헛웃음 지으면서 글을 적고 있습니다. 

대체 그때부터 별 들을 소리 못 들을 소리 다 들어가면서 게임 봤고 이 꼴을 보면서까지 내가 이 팬노릇 계속해야 하나 생각도 많이 했지만
어쨌든 지금 많은 분들의 노력과 팬들의 사랑으로 워3판도 계속 굴러가고 있습니다. 
선수들 개인방송이며 해외 온라인대회, 최근 하는 AWL, 감사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 
제가 보고 후원하고 응원합니다. 그러면 충분하지 않나요?

적어도 여기 pgr에서는 그게 뭐가 됐든간에 초들 좀 그만 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게임이 이 리그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고 하는 것은, 다 결과론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제 삶이 있고 하니 내가 이 게임판 최후의 1인 짱짱팬이 되겠어!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제가 그정도로 애정이 있고 관심이 있는 게임과 그 리그들이 아니라면 그에 관해서 훈수 둘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애정이 있고 관심이 있는 게임이라면, 제가 더 많이 봐주고 즐기면 그뿐입니다. 

제게는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여러 모로 오프를 간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실컷 누렸지요.
아침 10시에 간 보람인 기념품 보따리,
눈에 띄는 선수들마다 붙잡고 받은 사인이 양손 그득 남았고요
꺾어 쓰는 야광봉과 괴발개발 그린 치어플도 추억속 컬렉션에 추가될 것이고요,

무엇보다 선창에 맞춰서 화이팅을 목청껏 외쳤고,
일꾼 하나의 움직임마다 일비일희 하면서 3초 후면 틀릴 겜알못 예측을 신나게 하는 것.

이런 빅 이벤트가 있으면 적어도 한 달 정도는 반짝반짝한 행복감을 가지고 삶을 힘내서 살 수 있지요.

그런데요, 저는 여전하다고 생각해요.
하루 일과가 끝나고 다음 일과를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저의 팬 생활이
이제는 휴대폰에서 울리는 트위치, 카카오, 아프리카, 유투브 알람이 되어 오히려 더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궁금했던 선수들 개인화면을 하루에 대여섯 시간씩 보고 
선수들이 제가 좋아하는 다른 게임 하는 것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들의 방송도 보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러분께서 즐기시는 게임이 있다면, 즐기세요.
응원하는 선수가 있다면, 응원하세요.
최선을 다해서 그 순간들을 즐기기에도 모자란 순간들입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게임과 선수들을 위해서 항상 그들을 응원하는 팬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저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각자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게임과 리그와 선수 앞에 축복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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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laehdwns
17/11/13 02:00
수정 아이콘
저는 직관은 하지 못했지만 중계를 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ASL이 흥하기를 바랍니다.
17/11/13 12:10
수정 아이콘
제가 저 플랫폼에 개인적인 원한이 있었던것과 별개로 ASL이나 AWL은 참 고맙더라구요 크크크
하나의꿈
17/11/13 02: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테란이랑 200싸움하면 이길수가 없는 게임이되었습니다. 벌처 마인 두개가되지않는 이상 언제나 이영호가 수비하다 200으로 공격가고 우승하는 대회가 반복될것 같네요
17/11/13 12:11
수정 아이콘
테사기에는 프징징으로 받으라 했지만 이 부분은 본문과 상관없는 것이라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크크크 저는 워3도 하는 사람이라 스타판 밸런스 논쟁에는 그저 웃을 뿐이라서요.
17/11/13 07:02
수정 아이콘
스1은 역시나 보는재미가 꿀잼이죠.
예상외로 3경기 역전해서 더욱 잼나게봤네요
17/11/13 12:12
수정 아이콘
3경기는 현장에서 보면서 정말 놀랍더라구요. 최종테크 유닛을 그런식으로 던져주고 저글링으로 온 맵을 뒤덮어 이기다니요 크으...
싸구려신사
17/11/13 07:44
수정 아이콘
저도 가려고 하다가 못가게 되서 아쉽네요.
근데 중간에 한마디 하신건 정확히 어떤걸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 이영호가 다 해먹어서 노잼이다고 말하는걸 비판하시는건가요? 아니면 스타판 망했다는 글(피쟐에서는 못본듯 하지만)에 대한 반응인가요.
스타를 좋아하고 이영호도 좋아하지만 노잼되는건 맞는듯요. 영호가 져야 꿀잼이더군요.
17/11/13 11:57
수정 아이콘
당장 유머게시판과 중계불판만 봐도 아실 것 같습니다. 자세히 적으면 규정 위반이 될 것 같아서 못 적습니다 크크크
그리고 저는 이영호 선수가 잘하면 잘 하는대로 이영호를 이겨라가 되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뭐 제가 현장에서 봐서 더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경기 내적으로 봤을때 결승전 경기들은 조일장 선수의 경기력 역시 인상깊었다고 생각합니다. 3시즌 연속 우승 한 선수가 이 선수뿐인것도 아니고, 그때도 노잼된다고 욕 많이 먹었지요. 그때 욕 먹었던 선수들도 저는 부당하게 욕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요. 지금은 다들 욕한걸 기억 못 하고 미화 하시면서 이 선수를 또 똑같은 이유로 욕하고 계신걸 보니 헛웃음만 나올 뿐입니다.
'와 너무 잘하는데 영호 지는거 한번 보고싶네.' 정도면 이해합니다만, 그걸 단정지어서 마치 이 선수때문에 리그가 망한다면서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말하는 분들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보통e스포츠빠
17/11/13 10:5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pgr21은 남들과 다름을 존중하고 성소수자도 나름 보듬어주는 분위기때문에 가입했는데, 유독 게임에 부심가지고 함부로 훈수 지적하고 팬덤 갈등이나 유발시키는것은 디씨와 다를게 없다고 느낄때가 많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것에 만족하고 응원하기도 바쁜데 조작과 날조로 다른게임 비방질하는게 그 좋은 추억에 얼마나 도움되는지 모르겠네요 크크크...
17/11/13 12:2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내가 재미있으면 되는데 남 재미있는 꼴을 못 보시는 분들이 꼭 계시지요. 선수들한테서 쏟아지는 컨텐츠가 워낙 많아서 요즘은 그거 다 챙겨보기도 바쁜데 말이죠
가루맨
17/11/13 11:55
수정 아이콘
이영호가 스타1 판에 복귀할 때만 해도 그렇게 환영받았었는데, 최근에 이영호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아진 걸 보고 놀랐습니다.
이영호가 리그에서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은퇴 후에도 가장 프로 의식을 가지고 노력하는 선수가 이영호인데 말이죠.

RTS 장르는 사양세를 탄 지 10년이 훌쩍 넘어가는 장르입니다.
정기적인 리그가 열리는 게임도 몇 안 되고, 아시다시피 그 게임들도 어려운 상황 속에 있죠.
이스포츠로서의 남은 수명도 그리 길지 않아 보이고, 그 시간동안 최대한 즐기고 응원하면 될 일입니다.
그리고 다른 게임을 까는 거야 자유지만, 까고 싶으면 좀 제대로 알고 깝시다.
게임을 모르면서 까면 결국 헛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어요.
17/11/13 12:33
수정 아이콘
e스포츠로서의 RTS 장르는 생명력이 계속 있을것이라고 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1대1 게임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워낙 유저 저변이 넓었던 시절이 있으니까요. 전에는 일개 팬인 주제에 이것도 해보고싶고 저것도 해보고싶고 많이 생각했습니다만, 생각보다 불씨만 살아있으면 오래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만 해도 그때는 코엑스 가는 차비도 부담스러웠던 꼬꼬마이지만 지금은 좋아하는 선수 방송에 하루 5천원 만원 정도는 후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얼른 더 커서 높은 자리에 올라서 리그 스폰서도 남발하고 싶습니다 크크크
라라 안티포바
17/11/13 15:40
수정 아이콘
전 선수시절 이영호 선수 별로 안좋아했는데...
인방보다 프로대회를 좋아하다보니, 인방컨텐츠보다 게임컨텐츠에 집중하는 BJ이영호가 좋더군요.
플빠입장에서 아쉽긴합니다. ㅠㅠ
17/11/13 18:43
수정 아이콘
마냥 스타 많이 하는 방송이면 박정석 선수랑 박성준 선수 방송도 추천합니다 다른게임 가끔 하셔도 정말 못(...)하셔서 금세 래더빡겜이나 팀플로 돌아옵니다 크크크
저도 테란 선수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입장이지만 어쩌다보니 이영호 선수는 데뷔경기랑 3-3-3달성현장에 모두 있게 된 선수가 되었네요
라라 안티포바
17/11/13 22:56
수정 아이콘
저는 워3를 즐겨보는데, 워3도 선수들 개인방송까진 챙겨보기 어려워서 AWL정도나 봅니다. 그마저도 저번에 한참볼때 구도가 너무 뻔하다 싶어서 접었다가 다시보니 나름 재밌더군요. 밑의 선수들도 치고 올라오고.
스타1은 이제동 복귀했을때 땡히드라로 이영호 밀었던 그 경기만 챙겨봤습니다.
광개토태왕
17/11/13 20:27
수정 아이콘
저도 직관 다녀 왔습니다.
3 대 0 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3세트에서 그래도 조일장이 한번 이겨주네요
17/11/14 13:25
수정 아이콘
3세트는 저그가 그 난국을 타개하는 발상 자체가 놀라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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