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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6 11:36
종교의 장점은 그 공허함을 떨쳐버리게 하고 삶에 의미를 부여해준다는 점이죠. 그걸로 삶에 어떤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요. 저는 비록 더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지만요.
+ 24/11/26 13:05
공허함 자체를 바라볼수 있고 그게 '나의 취향'이란 걸 직시한다면 그것 또한 좋은 선택입니다. '그것만이 이성이고 합리고 유일한 것이다'라고 하면 오만한 거지만 말이죠.
+ 24/11/26 13:36
맞습니다. 삶의 공허함을 극복하기위한 인간의 노력이 종교인것이죠. 많이들 주장하는것처럼 종교가 우선인것도 아니고 그 종교가 기독교일 이유도 없구요. 다만 공허함의 극복을 위한 신앙이 가지는 부정적인면도 다양한 작품들에서 엄청나게 많이 묘사되고는 하니 어려운 부분입니다.
+ 24/11/26 12:43
흔히 종교인이나 독재정부는 "이것이 진리(정답)이다. 이것을 믿고 따르라"라는 절대주의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하지만 그런 정답이나 진리는 일단 증거 혹은 근거가 없고, 일부의 집단에게만 통할 뿐,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동의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죠. 심지어는 그런 집단 내에서조차요. (종교집단은 내가 진리고 너희는 이단이라며 끊임없이 분열합니다) 사실 '답'을 한다는 건 설명을 한 발 뒤로 미루는 일입니다. 사실 절대주의에서 말하는 진리라는 건 (실제로 끝에서 찾아낸 정답이 아니라) 그런 끝없이 후퇴하는 설명의 과정 중 어딘가에 독단적으로 STOP 사인을 내걸고 (가능한 경우 폭력을 써서라도) 더 이상의 질문을 차단하는 일일 겁니다. "그건 신밖에 모른다" "인간이 어찌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 있으리오" "그런 건 경전에 나오지 않는 내용이니 중요한 게 아니고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다" "레닌 동지의 교시에 의문을 가지다니 넌 반동이다" "모든 것은 그것을 받쳐주는 게 없으면 밑으로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 이 땅은 코끼리가 받치고 있고 코끼리는 거북이가 받치고 있고 거북이는 뱀이 받치고 있으니 즉 뱀이야말로 우리 세상의 궁극적인 기반이다. 뭐? 뱀은 뭐가 받치고 있냐고? 뱀은 궁극적인 받침이라서 더 이상 받쳐주는 게 필요없다니까?" "무언가가 있으려면 그걸 만든 누군가가 있는 게 당연하니 우주는 신이 만든 것이다. 뭐? 그럼 그 신은 누가 만든 거냐고? 신을 누가 만들었냐니 그런 바보같은 생각이 어디있냐" 결론은 "그러니 내가 하는 말만 따르라."입니다. 이런 절대주의와 반대되는 세계관, 즉 과학적 사고방식이나 (다원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민주주의 같은 것이 그런 폭력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방법론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세계관의 공통적인 출발점은 '인간은 무지하다' '모든 것을 의심하라' 라는 거고, 서로간의 합의, 계약이 있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들어간다는 점이겠지요. (물론 그런 과학적 사고방식이나 민주주의를 절대시한다면 그 또한 절대주의입니다.) 저는 우리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공리로 받아들인 이상, 절대주의는 거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24/11/26 12:57
민주주의에서 비이성적인 행태들은 제해져야하나요?
그리고 신학도 본문 작가들처럼 나름 이성과 합리를 찾으며 질문을 해갑니다. 댓글 중 만든 누군가, 즉 인과가 있어야 하고, 신이라는 존재는 인과와 물질 외의 초자연적 존재의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지요. 그 답이 저는 훨씬 이성적이라고 보입니다.
+ 24/11/26 13:33
- '비이성적인 행태들은 제해져야하나요'라는 게 어떤 의미이실까요?
- 저같은 성향으로서는 "인과와 물질 외의 초자연적 존재의 가능성"이라는 건 인간이 사고할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비트겐슈타인 식으로 말하자면 '말할 수 없는 것'이겠죠. 그냥 밑도끝도 없이 그런 상상을 해볼 수야 있겠지만, 그런 것이 "있다"거나 "옳다"라는 식의 어떤 사고, 표현을 하는 건 그 자체로 모순이 아닐까 합니다.
+ 24/11/26 13:01
민주주의라는 공리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게 저 책 내용입니다. 사실 있어야 할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적어도 일본과 중국은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죠. '우연히도' 전 지구에서 기독교 국가들만 그렇게 했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이지 않느냐'라고 말할수도 있겠죠. 기독교인인 이승만과 김대중이 그렇게 만들었죠. 무신론자이자 불자인 박정희가 없앨 뻔 했던 이상이었고요. 지금 (민주주의보다 철인정치, 엘리트 관료 정치라는 생각이 골자인) 박정희가 아마 노무현과 함께 대한민국 국민에게 가장 인기있는 대통령일건데 '민주주의라는 공리를 우린 받아들인 이상'이란 말을 하시는건 현실적이지 않은 관념적인 말로 제겐 보입니다. 심지어 젊은이들이 노무현을 더 좋아하고 박정희 좋아하는 사람이 멸종해가는 것도 아니죠.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공리가 있다는 바로그 주장 자체가 기독교인이라는 뜻이라고 체스터턴은 말합니다. '이단' 기독교인 말입니다. 진짜 상대주의자 무신론자라면 공리가 없어야죠. 윤리도 없어야 하고, 당위는 절대 존재하면 안 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니체의 말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어떤 사람이 기독교 신앙을 포기할 때, 그는 기독교 도덕성에 대한 권리도 끊어 버린 셈이다." "순진도 하다. 도덕을 승인한 신이 사라지는 상황에서 도덕이 존속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다니!" 역사가 톰 홀랜드는 본인 책 '도미니언'에서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하죠. 기독교가 스스로 세속주의로 다시 단장한 것은 기독교 신화들 못지않게 신화적이었다. "인잔의 존엄성, 노동의 존엄성 같은 환상"은 하나부터 열까지 기독교 적이었다. 많은 복음주의자들이 볼 때, 페미니즘과 동성애자 권리 운동은 기독교 자체에 대한 공격이었다. … 그런데 하느님은 정말로 그들을 증오했는가? 보수주의자들은 그들의 반대자들이 성경의 계명을 위반했다고 고발하면서 2000년 기독교 전통의 배경을 내세웠다. 하지만 자유주의자들도 양성 평등이나 게이의 권리를 주장할 때 역시 기독교 전통의 배경을 내세웠다. 그들의 즉각적인 모델이자 영감은 침례교 목사였다. “본질적인 가치에 등급을 달리하는 눈금은 있을 수 없다.” 마틴 루서 킹은 암살되기 1년 전에 이런 글을 썼다. “모든 인간의 개성에는 창조주의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새겨져 있다. 모든 사람은 존중되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 성별이나 성적 취향에 근거를 둔 차별에 저항하는 운동은 공통적인 전제 조건, 즉 모두가 내재적 가치를 지닌다는 양성 평등 사상을 공유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도와주어야만 계속 운동을 펼쳐 나갈 수 있었다. 니체가 무척 경멸하며 지적했던 것처럼, 이 양성 평등의 원칙은 프랑스 혁명도, 미국 독립 선언도, 계몽 운동도 아닌 성경에 그 기원을 두고 있었다. G. K. 체스트턴의 '이단'은 훨씬 더 명료하게 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도미니언은 좀 두껍기도 하고. '이단'을 더 추천합니다.
+ 24/11/26 13:26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공리계를 채택했는데,
말씀하신대로 민주주의라는 공리계가 있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단지 유용하니 사용하는 것 뿐입니다. 수학에서 사용하는 각종 공리계가 그렇듯 말이죠. 공리는 필요에 따라 '그렇다고 치자'는 것이지 윤리도 당위도 아닙니다. 인간이 평등하다는 것도, 기본권을 가진다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시 유클리드가 나름의 수학적 공리계를 만든 사고의 기초에 그리스신화가 있었다고 해도 그게 우리가 유클리드 기하학을 활용할 때 제우스를 숭배할 이유가 되지 않듯이 기독교가 민주주의에 영향을 미쳤다고 그게 기독교를 민주주의의 근거로 만들어주지도 않습니다. (기독교인들을 비롯한 야훼신화 신도들이 말하는 평등이나 민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평등이나 민주도 아니구요. 그들이 말하는 '인간'은 전통적으로 자기 부족의,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성인 남성이었고 여성, 어린이, 노예 등은 재산 정도의 취급이었으니.)
+ 24/11/26 13:27
글에도 썼듯이, "절대주의는 거부되어야 한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 또한 절대주의입니다.
저는 절대주의가 절대적으로 나쁘니 거부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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