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4/04/14 00:22:40
Name sylent
Subject OSL 관전일기 - 빌드의 재구성
OSL 관전일기 - 질레트 2004 스타리그 프리매치 2/4 (2004년 4월 13일)


빌드의 재구성

그동안의 저그가 안정적인 (혹은 무리한) 멀티에 의존한 종족이었다면, 지금의 저그에게는 ‘빌드의 재구성’이 요구된다. <게르니카>와 <레퀴엠>의 경우 멀티 지역에 해처리를 건설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바람의계곡>은 왜곡된 위치에 해처리를 펴야 하며, <머큐리>에서는 제대로 지을 수는 있되 지켜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그가 무조건 앞마당을 펼 수 있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겠지만, 저그가 무조건 본진 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강제 역시 바람직하지는 않다. 두 번째 해처리를 멀티에 건설할지, 본진에 건설할지는 저그 플레이어의 ‘선택’이어야한다.

이번 프리매치에서 사용되는 맵 중 <노스텔지어>나 <남자이야기>처럼 ‘밸런스가 좋은 맵의 패턴’을 답습하는 맵은 없다. 덕분에 프리매치를 지켜보는 많은 게임 팬들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 중이다. 더 나은 두 개의 맵을 가려내기 힘들다면, 더 나쁜 두 개의 맵을 가려내야 한다. 그것만이 저그를 살리는 길이다!


1경기 <게르니카> : 박정석(P11) vs 박태민(Z1)

오늘 1경기에서, 엄재경 위원의 해설은 희비가 엇갈렸다. 박태민 선수는 <게르니카>가 <질레트 2004 스타리그>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라는 예상은 정확했고, <게르니카>의 러시 거리가 멀기 때문에 성큰 콜로니를 건설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석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과거 <레가시오브차> 같이 러시 거리가 먼 맵에서도 앞마당을 성큰 콜로니 없이 병력만으로 방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박정석 선수가 평범한 2게이트로 출발했다면, 박태민 선수의 언덕 성큰이라는 참신한 전략을 구경하지 못했을 것이다. 박태민 선수는 <헌터스>에서 경기를 펼치듯, 9드론 플레이로 초반부터 확실히 괴롭혀주며 멀티에 해처리를 펼 생각이었으나 박정석 선수는 보란 듯이 1게이트로 출발하였고 결국 박태민 선수의 ‘언덕 해처리’에 가볍게 무릎을 꿇고 말았다.

<게르니카>에서 펼쳐지는 ‘프로토스 대 저그’전은 <헌터스>의 그것과 많은 부분에서 유사하다. 저그가 앞마당 멀티를 쉽게 차지할 수는 없지만 본진 플레이로도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고, 프로토스가 본진 플레이로 적당히 압박할 수 있지만 저그의 앞마당 멀티를 원천 봉쇄할 수는 없는 애매모함. 그것이 <게르니카>의 몇 안되는 매력 중 하나이다.


2경기 <머큐리> : 이병민(T3) vs 강민(P5)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테란 대 프로토스’전인 <머큐리>에서 최연성 선수와 이병민 선수의 연이은 패배는 맵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한다. 지난주에 최연성 선수가 보여주었던, 그리고 오늘 이병민 선수가 보여준 어설픈 방어는 분명 테란의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는 두 선수 본연의 플레이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머큐리>를 빼기위한 테란 플레이어들의 의도된 패배가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언급되고 있다.

지난 관전일기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머큐리는> 테란이 초반을 무사히 넘기면 나름대로 할 만한 구석이 많은 맵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더 이상 ‘테란 대 프로토스’전을 만날 수 없다. 남은 것은 박성준 선수와 변은종 선수가 저그에게 나쁘지 않음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어쨌든, 저그는 <게르니카>와 <레퀴엠>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3경기 <레퀴엠> : 한동욱(T6) vs 나도현(T12)

한동욱 선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임요환 선수를 떠올리게 한다. 뛰어난 바이오닉 컨트롤과, 재치있는 전략과 전술, 그리고 부족한 뚝심까지. “초반에 흥한 자 초반에 망한다”고 했던가. 한동욱 선수의 마린 3기가 나도현 선수의 본진을 충분히 괴롭혀 주었고, 자원 수급의 차이를 놓치지 않은 한동욱 선수는 빠른 타이밍에 앞마당 멀티를 차지했다. 하지만 조급한 전진으로 대규모 전투에서 한 번 패한 후, 나도현 선수의 드랍쉽 게릴라에 승리를 빼앗기고 결국 GG를 선언하고 말았다.

최종방어선이 앞마당 멀티가 아니라 본진 입구라는 점은, <레퀴엠>에서 테란을 상대하는 모든 플레이어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공격’만을 요구한다. 덕분에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어 게임 팬들의 눈을 잠시 즐겁게 해줄 수는 있으나, 테란의 조이기가 성공하는 순간 프로토스와 저그에게는 비극만이 남아 있다.


4경기 <바람의계곡> : 최수범(T1) vs 김성제(P7)

영화 <황산벌>의 한 장면이다. 계백이 마누라와 자식 앞에 사약을 놓고 마시라고 종용한다. 계백 왈 “호랭이는 죽어서 꺼죽을 냉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혔다.” 계백의 마누라 왈 “아가리는 삐뚤어졌어도 말은 똑바로 씨부려야제. 호랭이는 꺼죽 때문에 디지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디지는 거여, 인간아”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죽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죽는다. 그렇다면 <바람의계곡>에서는? “앞마당 멀티에 욕심 부리다 디지는 거여.”

테란이 경기 초반부터 앞마당에 욕심을 부리면, 프로토스의 빠른 테크트리에 혼이 날 수 있다. 테란이 경기 초반부터 프로토스의 앞마당을 견제한다면, 프로토스의 미네랄 멀티에 당황할 수 있다. 테란이 경기 초반부터 빠른 드랍쉽으로 일꾼 사냥을 노린다면, 프로토스의 평범한 물량 체제에 쉽게 승기를 뺐길 수 있다.

<바람의 계곡>은 참으로 오묘한 섬맵이다. 아니, 반섬맵이다. 최수범 선수처럼 건물 날리기를 통해 재미를 볼 수도 있고, 김성제 선수처럼 빠른 스카우트로 테란의 앞마당 멀티를 견제할 수도 있다. 저그와 프로토스가 앞마당 멀티를 방어하기 힘들다는 사실만으로 <바람의계곡>을 ‘테란 맵’으로 정리하는 건, <바람의계곡>에 심어둔 수많은 함정 중 하나에 빠지는 길 중 하나일지 모른다.

언덕은 넓고, 유닛은 다양하다.


- sy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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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버윤희ⓥ
04/04/14 01:02
수정 아이콘
저그가 살아났으면
04/04/14 01:33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에 잔류한 노스텔지어와 남자이야기라는 맵이 저그의 입장에서 대 테란전에 특별히 힘을 실어주는 맵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요즘 저그의 암담한 상황은 정말 끝내주는군요..
프로토스 골수 왕 광팬인 저의 입장에서도 저그게이머들에게 동정심이 물씬 피어오릅니다.(보통 프로토스 왕 광팬은 저그를 싫어하지요.^^)
잔류한 2개의 맵과 이번 프리매치 4개의 맵을 아무리 머리 굴려 분석해 보아도 저그의 대 테란전 해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질럿의 사랑니
04/04/14 02:20
수정 아이콘
바람의 계곡 맵 참 재미있고 신선하더군요 만약 이번리그에 쓰이게 된다면 상당한 명경기도 나올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항즐이
04/04/14 06:01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는 엄재경 해설위원의 말씀처럼, 바람의 계곡은 테란에게 힘을 실어줄 만한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플토 상대로, 테란은 가까운 개스 멀티 (대 플토전에서 매우 중요한 개스 멀티를) 쉽게 가져갈 수 있는 반면, 프로토스는 상당히 곤란합니다. 미네랄 멀티 2곳 중 한 곳은 테란의 본진에서 포격이 가능합니다. (본진 센터 건물 바로 옆에서 말이죠-_-;;) 즉, 중반까지 미네랄 멀티 하나 정도만 가진 채 게임을 풀어나가야 합니다.

저그 역시 테란 상대로 너무나도 갖고 싶은 개스 멀티를 위해서 3해처리를 펴야 합니다. 물론 2인용 맵이고, 오버로드가 멀티들을 주욱 체크하면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 저그에게 힘을 줍니다(라고 믿고 싶군요 ㅠ.ㅠ)

저도 아직은 바람의 계곡이 저그를 위한 섬맵으로 가치가 높을거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테란 대 타종족의 밸런스가 확실히 걱정되는 것만은 틀림없군요.

(웬지 모르게 임요환 선수가 없는 것이 그나마 저그에게 다행일 것 같다는 생각이.. -_-; 맵들이 전략적인 형태를 갖는 경우가 많아 보여서 말입니다. ^^)
My name is J
04/04/14 11:31
수정 아이콘
바람의 계곡의 저그를 위한 섬맵의 가능성에는 동의하지만..
확신을 하기는 힘이 듭니다.
과거 패러독스의 유지를 주장했던 사람이기는 합니다만, 새로운 맵의 선택을 할때에는 현재로서는 가능한한 '저그'에게 유리한..곳에 한표를 던지고 싶기 때문이지요.
재미있는 경기가 많을것 같습니다만...한꺼풀 벗겨놓으면 혹 재미있는 답답함이 저그에게 찾아오지 않을까 무섭기도 하네요.
바람의 계곡에 대한 평가는 저그대 테란을 한경기라도 본후에 하고싶습니다.
아직 그 맵에서 저그는 구경도 못해봤지 않습니까.
노맵핵노랜덤
04/04/14 11:42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 맵을 선택할때 재미있을거 같다는 요소보다 밸러스의 요소를 더 높히 쳐줘야된다고 봅니다. 제작자입장에서 공평한 맵만 만들어주면 재미라는 요소는 선수들이 책임지는것이지요. 아무리 재미있어보이는 맵이라할지라도 밸런스가 무너지면 패러독스같은 운명을 갈거 같습니다.
스바루칸타빌
04/04/14 15:07
수정 아이콘
슈퍼테란들의 존재로 인해 일부러 밸런스를 프토나 저그가 유리하게끔 만들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게르니카와 바람의 계곡..재미있을것 같은데요..
04/04/14 15:53
수정 아이콘
이병민 선수
두번째 가스 러시 당하는건 좀 아쉽더군요.
지난 MBC특별전에서 임요환선수가 전태규 선수에게 가스러시 당할 때
가스통을 바로 파괴안시키고... 일꾼 잡고 나서야 가스통을 완전히 파괴시키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또 가스 러시 당하는 것은 막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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