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이핑크 콘서트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는 많지 않습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덕질'을 한번도 깊게 해본적이 없는 사람 입니다. 게임을 해도 업적이나 스킨 같은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가장 쉬운 난이도로 어찌어찌 클리어만 해도 만족하는 스타일이에요.
아이돌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인데, 스무살때 부터 지금까지 소녀시대-f(X)-레드벨벳-오마이걸-아이즈원을 거치면서 최애아이돌아 쭉 있어 왔었긴 했지만, 제 기준에서 덕질이라는건 타이틀곡 외에 수록곡도 듣거나, 직캠을 챙겨보거나, 주간아이돌 등 최애 아이돌이 메인으로 나오는 예능을 챙겨보는 정도였지 앨범을 산다거나 콘서트를 가는 등의 남들이 말하는 '덕질'은 해본적이 없네요. 언제나 제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는 콘서트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실제로 가본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쩌다 생각지도 않은 에이핑크 콘서트의 초대권이 생겨서, 생애 처음으로 아이돌 콘서트를 다녀오게 되었어요.
사실 작년 여름에 프듀48 컨셉평가 현장방청을 다녀오긴 했는데, 그 땐 콘서트가 아니라 방송 촬영이다 보니 갖춰진 무대를 즐길수는 없었고 엄청 힘들기만 했었거든요. I AM이 현장투표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지 못했던 것은 무대설치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길었던 탓이 컸다고 생각했을 정도니까요. 제가 그동안 다녔던 콘서트는 해외 락밴드(시티 브레이크, 프란츠 퍼디난드, 드림시어터, 자미로콰이, 주다스 프리스트 등)가 전부였구요,
저는 원래 걸그룹 전반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스연게를 꾸준히 눈팅하다 보니 에이핑크에 대해 전혀 모르는건 아니었는데 그렇다고 잘 아는것도 아니어서, 겨우 멤버들 얼굴과 이름을 매칭하고 타이틀곡 정도만 들어본 정도였습니다.
이번 에이핑크의 'PINK COLLECTION'을 다녀오면서 느꼈던건
1)멘트나 영상의 비중이 엄청 높다
노래 두세곡 하고 멘트 한참, 또 두세곡 하고 멘트 나왔다가 미리 촬영한 영상 나오고 그런 패턴이더군요.
제가 지금까지 다녔던 콘서트는 전부 해외뮤지션이다 보니 당연하게도 멘트의 비중이 거의 없었거든요. 굉장히 생소하게 느꼈던 점이었습니다.
뭐 멤버들이 멘트하는것도 예능보는 느낌으로 보다보니 나름 재밌긴 했는데, 좀 과하다는 느낌을 받긴 했습니다. 그건 제가 팬이 아니었기 때문이겠지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즈원의 멤버들이 그렇게 멘트치며 꽁냥거리는걸 봤다면 꿀잼이었을거 같긴해요. 그만큼 팬들에게는 좋은 시간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2)역시 노래는 예습하고 가야한다
해외뮤지션의 공연을 가더라도 셋리스트를 미리 예습하고 가는건 당연한건데, 이번에는 딱히 셋리스트를 찾을수도 없어서 평소에도 자주 듣던 타이틀곡(히트곡)만 듣고 갔네요. 당연히 공연의 절반은 모르는 곡이었고 수록곡이나 팬송은 진짜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좋긴 했지만 개인적인 감흥은0 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멤버들의 개인무대는 전부 다 아는곡이라 좀 더 재밌게 즐기긴 했네요.
3)음향세팅은 완전 보컬위주 세팅이다
제가 지금까지 다녔던 공연은 락밴드이다 보니 아무래도 세션, 특히 기타중심의 음향 세팅이 되어있었어요. 세션에 살짝 묻히는 듯한 보컬을 듣는게 맛이었는데, 이번 에이핑크 콘서트는 멤버들이 주인공인 공연이다 보니 보컬에 굉장히 힘을 준 느낌이더라구요. 제가 2층에서 관람해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요.
멤버들의 목소리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이돌 콘서트에서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불편하거나 거슬리진 않았고 색다른 정도였습니다.
4)팬심은 대단하다
아이돌 팬들이 단체로 응원봉을 흔들며 떼창을 하고 응원구호를 외치는 모습을 처음 봤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경외심을 느꼈습니다. 그런 것을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저로서는 부럽기도 했구요. 그런게 진정한 팬심이자 덕질이 아닐까 싶었어요.
사실 아무런 기대없이 다녀온 공연이었는데, 위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적어놓긴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재밌게 즐겼던 시간이었습니다. 걸그룹 콘서트에 가는 것은 나이먹고 주책 같아서 부끄럽기도 하고 돈아까울것 같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그런 편견들을 완전히 깨부수는 공연이었네요.
제가 좋아하는 아이즈원이나 오마이걸의 콘서트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잘 모르는 아이돌의 공연이라도 가볼만 하겠다 느겼습니다.
+)이번 신곡 최초 공개 무대를 봤는데, 제가 알던 에이핑크의 색깔과는 달랐지만 노래 트렌디하게 잘 뽑혔더라구요.
+2) 멤버들이 무대 전체를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인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2층까지 올라와서 멤버들을 1미터도 안되는 거리에서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비주얼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크크
+3)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영향이 대단하긴 했나봅키자. 이번 공연에서도 퀸 커버곡이 두곡이나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