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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5/13 14:23:59
Name 내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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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k #1 http://naver.me/xaFDuZx1
Subject [연예] 유아인 “유병재, 내겐 캡틴 코리아 슈퍼히어로”


B의 농담을 빌리자면 싸움은 입으로만 잘 할 것 같고, 키도 작고, 머리도 꽤 크신듯 하고, 이(빨)도 점점 더 누렇게 변해갈 테지만 내게는 그가 캡틴 코리아 슈퍼히어로처럼 느껴진다. 그의 최근 작업인 스탠드업 코미디쇼 'B의 농담'은 한 개인의 경력을 넘어 한국 코미디 쇼 역사의 빛나는 성취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켜내는 것으로 쇼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변주하고 순간에 적용하여 표현의 도구로 사용해 제대로 쇼한다. 그의 농담과 조롱의 코미디는 점점 뜨겁고 날카로워지지만 그 작업에서는 동시대의 의식과 질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문제들을 타인과 함께 풀고자하는 창작자의 의지가 담겼다.

거짓이 미덕인 세계에서 그는 거짓을 경계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규정하지 않고, 솔직한 척하지 않고, 대범하게 행위 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현실세계와 거짓으로 합의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방조한 우리 안의 찜찜한 마음을 유쾌하게 고해의 방으로 끌어올린다. 그는 유머와 공감의 힘으로 자기 일의 가치와 본분을 매 순간 새롭게 정의하며 그 책임을 수행하는 듯하다. 

그는 신의 놀이로 군림하지 않는다. 꽉 막힌 스승처럼 강요하거나 철부지 애처럼 저항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 모든것을 다 해낸다. 그리고 평범한 자신을 투영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비범한 힘으로 농담을 펼친다. 그것은 자학이나 조롱이 아니라 말씀이고 구원에 가깝다. 

결정적으로 그의 유머에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단순히 폭력적인 유머로 불쾌감을 상쇄하는 것이 아니라 유머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의 방식, 함께 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그려볼 수 있게 한다. 감사한 일이다. 

이토록 잘 짜이고 진취적인 쇼는 한국식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외에서 빌려온 잘 팔리는 쇼 비즈니스 형태에 가두지 않고 또 다른 층위의 광범위한 사회적 예술 활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한국말로 한국에서 한국에 대해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는 세계적인 공감대를 이루기에 모자람이 없다.

위로가 절실한 시대다. 치유와 환기와 성찰이 더욱 절실한 시대다. 그것으로 우리는 지금을 함께 통찰하고 우리의 행위를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위로해온 한국 코미디는 그저 가벼운 것으로 폄훼당하고 요란하고 천박한 것으로 수도 없이 오독되어 왔지만 이제 어떠한 장르의 창작 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서 대중과 함께 하고 있다. 

그를 보며 배우로서 부끄러울 때가 있다. 쿨하고 멋지고 성스러운듯하지만 도무지 가지거나 닿거나 이룰 수 없는 판타지로 무장해 현혹하고 강요하는 것이 자랑할 만한 일인가. 아니다. 똥폼이다. 자주 민망하다. 또 겸연쩍다. 우리는 웃고 떠들고 환호하고 침묵하며 공허하다. 즉각적인 위로가 빼곡히 진열되고 간편한 만족이 더 큰 결핍과 상처를 만드는 지금. 

거리의 언어를 사용하고 솔직하기를 사명으로 삼아 그가 스스로 창조한 유병재라는 캐릭터.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인간 유병재가 매우 반갑다. 최근에는 많은 코미디언들이 의기투합하여 부산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을 개최하기도 했다. 외롭고 두려운 역할을 감당하는 모든 코미디언 분들에게 큰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


작년 8월에 올린 글이고 유병재가 답글도 달았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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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ioritis
19/05/13 14:36
수정 아이콘
드라마 재밌다고 했다가 사과하신분
바카스
19/05/1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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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빛이 나서 읽을 수가..
19/05/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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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인 글 참 잘써요.
치토스
19/05/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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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아인... 내용과는 별개로 글 자체는 정말 잘쓰네요.
19/05/13 14:51
수정 아이콘
피지알에는 이상할 정도로 유병재에 반감을 가진 분들이 많아서 개인적으로 의아한 생각이 듭니다.

블랙코미디 한다는 사람이 선택적으로 골라서 코미디 소재로 쓴다고 까지를 않나, 페미들이 행패부리는 거에 사과했다고 '소신없는 놈'이라고 까지를 않나 말이죠.

유병재 본인은 애초에 자신이 '블랙 코미디'를 한다고 선언한 적도 없을 뿐더러, 나저씨 논란으로 사과한 것도 본인이 진행하는 스탠딩 쇼에서 오히려 이용하면서 페미들 뒤통수 친 적이 있는데 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떤 남자들은 '다 지난 다음에 쇼한다'고 비난하고 있죠. 쇼하는 사람이 '쇼'하면 안 될게 뭐 있나요. 유병재가 여러가지 매체들을 통해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캐릭터는 '대한민국 평균 이하의 소시민'의 모습에 가깝습니다. 대한민국의 부정부패를 처단하는 블랙코미디의 대가가 아니라요. 유병재는 김제동이 아니잖아요.
19/05/13 14:52
수정 아이콘
김제동은 본인이 블랙 코미디를 한다고 선언한 적이 있나요?
19/05/13 14:54
수정 아이콘
그건 잘 모르겠네요.
야부키 나코
19/05/13 14:57
수정 아이콘
저도 나름 유병재 입장에서도 억울한면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왜 없겠어요..

근데 말씀하신 부분에서 '대한민국 평균 이하하의 소시민의 모습'이라 하셨는데 YG 우산밑으로 들어가는 순간 진짜 애매해졌죠. 형용모순이...
개인적으론 YG입사한 시점이 유병재의 고점이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그 뒤론 보여주는게 별거 없어서... 폼만 유지했어도 지금처럼 까이진 않았을듯...
달포르스
19/05/13 15:06
수정 아이콘
YG입사후 스탠드업 불모지였던 한국에 단독 스탠드업 코미디쇼 런칭시키고, 이제는 다른 홍대등지에 스탠드업 코미디 붐이 일고 있죠. B급 게스트로 방송 나오는것보다 본인 주역으로 오프라인 공연에서 날아다니는게 더 대단하죠. 그저 방송에 좀 드물게 나올뿐, 유병재 폼은 최상입니다
특히 스탠드업 코미디 쇼는 무대와 공연이란면에서 가수들 콘서트랑 비슷해서, 수입면에서도 엄청나요.
19/05/13 15:07
수정 아이콘
저는 연예인이 특정 이미지로 소비되는 것과 어떤 소속사에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해서요. 연예인이 좋은 조건 제시하는 소속사 계약하는 게 나쁜 일도 아니구요.
야부키 나코
19/05/13 15:17
수정 아이콘
저도 대형기획사 들어간거는 충분히 할 수 있는선택이라 봅니다. 괜히 가수 연습생들이 목을매고 대형기획사 들어가려고 하고, 일반인들이 대기업에 목매는거랑 같은거죠. 잘못도 아니구요.

근데 YG들어가는 순간 '서민'은 딱지는 뗐어야 한다고 보고, '힐링', '공감'등등의 느낌도 관객들에게 예전처럼 다가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포지션이나 컨셉 변화는 했었어야 했는데, 너무 변화없이 그대로 간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어요.
제이홉
19/05/13 15:03
수정 아이콘
그 사과가 쇼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그 쇼 보고 유병재에게 실망하는 것도 개인의 자유 아닌가요?
1perlson
19/05/13 15:06
수정 아이콘
그렇죠 모두 개인의 차원에서 가능한 일이죠. 다만 모두가 유병재 스탠딩 코미디까지 보고 그에 대해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니까 전체적으로 다 보고 별거 아니었네? 정도로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또 의야한거죠. 어차피 서로 설득하는게 의미가 있는게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냥 서로 그렇구나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 뿐이죠. 서로 강요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19/05/13 15:11
수정 아이콘
개인적 실망은 자유죠. 근데 그 비판의 지점이 적절하냐는 의문은 제기할 수 있죠. 유병재가 애초에 자기 스탠딩 쇼에 써먹으려고 저런 사과문을 올린 것일 수도 있는데, 나중에 '태세변환했다'라고 비난하는 건 옳지 않으니까요. 제 3자가 '태세변환이다' 또는 '쇼다'이라고 단정지을 순 없죠.
제이홉
19/05/13 15:18
수정 아이콘
저야 뭐 유병재씨가 사과를 한게 스탠딩 쇼에서 소재로 써먹으려고 빅픽쳐를 그렸는지 일단 욕먹으니 사과하고 나중에 정신승리하려고 쇼에서 그랬는지는 모르니까요. 유병재 본인 말고는 아무도 모르겠죠. 제가 실망한건 정말 유병재 본인이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 굳이 사과를 했다는 점이구요. 그렇다고 딱히 제가 유병재씨를 비하하거나 싫어하지는 않아요. 다만 그 사과 전에는 유병재씨에게 호감이 50정도는 있었는데 이제는 호감이 0이 되었을 뿐이죠.
19/05/13 15:23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요. 그게 쇼인지 쇼가 아닌지는 제 3자가 확실하게 판단할 수 없으니, '쇼한다'고 까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에는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사과했다고 까고, 그 해프닝을 이용해서 다시 본인 스탠딩 쇼에 이용하니까 그건 쇼한다고 까고. 가불기도 아니고 너무 비겁하잖아요...
제이홉
19/05/13 15:29
수정 아이콘
저는 유병재씨가 쇼한다고 까지는 않았어요.
가불기를 맞을 상황을 만든 건 유병재씨의 선택이었구요. 1차 대응만 잘했어도 저 가불기는 안맞았겠죠.
19/05/13 15:34
수정 아이콘
네 저도 제이홉님한테 말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근데 가불기를 맞을 상황을 만든 게 유병재 본인이라고 하는 건 이해하지 못하겠네요. 이상한 가불기 논리를 펼치는 사람들이 잘못된 거지, 그걸 맞는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니죠.
맥핑키
19/05/13 15:19
수정 아이콘
이상할 정도는 아닌게 본인이 줄을 타면 한 번 떨어지고 나서 다시 탈 수가 없습니다. 노홍철이 그랬고요
사람들은 동전이 세로로 선다고 생각하지 않죠. 전형적인 캐릭터를 생각하지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현실에서 상대하느라 이미 충분히 피곤하니까요.

유병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싶어 하지 않죠. 누군가가 그의 이미지를 특정시키려 만들고 배포된 자료로 판단하는 거고요. 단순하게 유병재는 사람들이 판단에 의문을 가질만큼 평소에 쌓은 덕이 없었던 겁니다.
19/05/13 15:25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페미알러지가 너무 심해져서 이제 페미에 굴복한 사람까지도 적으로 모는 듯..
19/05/13 16:04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한 일에 비해 과도하게 욕 먹고 있다고 봅니다.
페미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무슨 열사를 원하는 것 같아요.
누에고치
19/05/13 16:06
수정 아이콘
까는 사람들은 나저씨때문에 페미한테 굴복했자나에서 더 알지 못하더라구요. 그 이후에 이걸 역이용해서 까기도 하고 유튜브로도 페미까지도 하고 했지만 애초에 뭐 찾아보라고 할수는 없는 노릇이니...
게다가 유병재 인스타만 가봐도 매달 1천만원씩 여러 단체 돌아가며 기부하는 모습보고 한편으로는 대단하다고 생각도 했네요. 솔직히 개그는 제 취향이 아니긴한데 딱히 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스타카토
19/05/13 16:42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너무 과하게 욕을 먹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애초에 왜 욕을 먹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19/05/13 16:52
수정 아이콘
본인에겐 관대하고 남에게는 엄격한 사람들이 어찌 그리 많나 싶더라고요.
킥킥킥이나
19/05/13 18:24
수정 아이콘
극히 동감합니다. 이상하게 유병재 이야기만 나오면 비꼬는 늬앙스의 댓글들이 많이 보여요.
시린비
19/05/13 16:09
수정 아이콘
한일 찝찝하긴 했고 잘못이라고 생각할수 있다 싶지만
가끔 욕먹는게 범죄자 수준으로 욕먹는거 아닌가 싶을때가
있기는 했어요.

근데 이런 경우엔 욕하던 사람들이 욕을 멈추기는 쉽지 않죠
일정레벨까지는 욕했던 자신의 정당화를 위해서라도
계속 욕을 하기 때문에...
마도로스배
19/05/13 16:47
수정 아이콘
유병재 좋아요
The Special One
19/05/13 17:06
수정 아이콘
유아인은 왜 이렇게 글을 잘쓰는지.. 나중에 영화 각본쓰겠네요.
19/05/13 17:21
수정 아이콘
유병재 좋죠. 진짜 독보적인 예능인인듯.
anddddna
19/05/13 17:30
수정 아이콘
저도 재밌게 봤어요. 넷플릭스에 슬랩스틱 코미디 엄청 많은데 아무래도 정서상 이질감이 있죠.

유병재 아님 박나래도 슬랩스틱 굳이 안했죠.

지금도 엄청 잘나가는데
불가촉천민
19/05/13 22:24
수정 아이콘
스탠드업 말씀이시죠?
anddddna
19/05/13 22:42
수정 아이콘
그러네요 왠 슬랩스틱이 나왔지
눈물고기
19/05/13 17:47
수정 아이콘
B의 농담 안보신 분들은 꼭 봐보세요...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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