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09. 01. Arsenal 2 (Lacazette 45+2', Aubameyang 71') - 2 Tottenham (Eriksen 10', Kane 40')


이상하게 어제 경기는 집중이 잘 안되더군요. 후반 첫 10분은 아예 놓쳣고... 이상한 헛소리를 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의견과 지적을 매우 환영합니다.



1. 제 3자의 팀 팬들에게는 꿀잼 경기, 토트넘 팬들에게는 선방인 경기였지만 아스날 팬들은 결코 웃을 수 없는 경기였습니다. 이제 일반적인 구도가 토트넘이 아스날보다 한 보 앞선 팀이라는 것은 아스날 팬들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사실이며, 맨시티와 리버풀이 아예 한차원 높은 수준의 전력을 구축한 것으로 보이는 이 때 아스날의 강력한 챔스 티켓 경쟁자 중 하나를 홈에서 이기지 못했다는 것이 시즌 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생각만 할 수록 머리가 아픈 일이고... 당장 지난 시즌 불운에 휩싸여 승점을 드랍했던 토트넘 원정을 이겼더라면 아스날은 유로파 조별리그 추첨이 아니라 챔스 추첨 자리에 앉아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죠. 가뜩이나 분위기가 안좋던 토트넘의 상황을 고려했으면 이 경기는 무조건 이겼어야 했습니다.




2. 해리 케인은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아스날을 상대로 통산 10골 이상을 기록한 3번째 선수가 되었습니다. 토트넘 경기를 매번 챙겨보는게 아니라 확신하지는 못하겠지만 이전 시즌들에 비해 그의 영향력이 많이 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지난 시즌 장기부상의 여파인지, 그냥 일시적인 부진인건지...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몇 없는 결정적인 찬스에 케인이 꼭 관여되어있는 모습을 보자면 클래스는 클래스다 싶긴 합니다.

3.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프리미어리그 50호골을 기록. 토트넘 소속으로 50골 50어시스트를 기록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습니다.

4. 한편 포체티노는 토트넘을 맡은 2014-15 시즌부터 27번의 빅 6 원정을 가졌는데 이 중 승리가 단 3번 밖에 없다더군요. 총 기록은 3승 9무 15패.

5. 토트넘이 역사상 아스날에게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드랍한 승점은 총 42점. 프리미어리그 팀들을 상대로 한 기록 중에서 최다 기록이라고 합니다.

6. 아스날은 지난 시즌부터 카운트했을 때 골로 연결되는 결정적인 실책을 13개나 기록하면서 프리미어리그 최다 실책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 6개는 바로 레노의 실책. 동기간 실책 1위 선수도 레노입니다. 정말 잘하는 선수이긴한데 결정적인 실책이 너무 잦아요. 지난 시즌 초반에도 그랬고... 그것만 고쳐도 훨씬 좋은 선수가 될 거라고 봅니다.

7. 어제 아스날의 핵심 전술 포인트는 2선 중앙 미드필더의 생략. 그리고 4-3-3으로 선수들을 세워놨는데 이게 거진 망했습니다. 토레이라는 에메리가 요새 왜 선발로 쓰지 않았는지를 보여줬으며 자카는 그말싫. 반면 토트넘의 우측 풀백 땜빵으로 나온 다빈손 산체스와 대니 로즈가 측면을 준수하게 틀어막았습니다. 전반 40분 전까지 두 팀의 슛팅 갯수는 6-7. 아스날의 6개 슛팅은 전부 골대 밖을 향했고 토트넘의 7개 슛팅은 전부 유효 슛팅이었습니다. 라카제트의 만회골도 전술적인 측면보다도 분위기와 스피릿으로 밀어부친 골이었고... 참고로 이번 경기는 에메리가 포체티노와의 홈경기 맞대결에서 승리하지 못한 첫 경기라더군요. 발렌시아와 에스파뇰로 맞붙던 시절까지 포함해서.

8. 아스날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계속 자카 욕을 쓰는 것 같은데... 이걸 뭐 어찌해야하나 모르겠네요. PK를 내준 어처구니 없는 태클은 그의 삽질을 가장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일 뿐이고, 근본적으로 들여다보면 문제 투성이입니다. 첫 실점 때도 자카가 케인과의 공중볼 경합에서 (소크라티스와 함께) 어처구니 없이 실패한게 발단이었습니다. 이전 경기 후기 글에서도 똑같이 했던 이야기지만 빌드업도 귀앵두지가 다해요. 이번 더비에서는 그게 노골적으로 드러났고... 전진 패스 못해, 공중볼 경합도 못해, 태클도 못해, 활동량이 좋지도 않아, 그러면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입니다.. 센터백들의 역량이 특출나지 못한 팀에서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가 수비를 못하면 그 영향이야 불보듯 뻔한거고.

75분을 넘어서면서 압박이 거의 없어져서 그런건지 좋은 중거리 캐논 슛을 날리고 나서는 예전의 자카가 보여주던 질 좋은 패스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는데 지금이 2009년도 아니고 3선 미드필더한테 압박 안하는 팀이 어디있겠습니까. 이 모습을 보니까 아직까진 아예 폐급이 된건 아니고 멘탈 문제가 아닐까 하는데... 원래도 멘탈이 좋은 선수는 아니라는게 더 문제. 경기가 끝나고 'PK 내준거 빼고 자카는 잘함'이라고 인터뷰하던데,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면서 계속해서 중용하다간 본인 자리가 위험해질지도.

9. 그 와중에 미키타리안은 로마로 이적 옵션을 달고 있는 임대를 갈 것이라는 루머가 떴습니다. 쇼케이스로 보여주려고 출전시켰나 싶기도 하고... 결정적인 퍼스트 터치는 엉망으로 하고 역동성을 잃어버려서 아예 축잘러 수준으로 공을 차지 않는 이상 경쟁력이 없어보이는데 아스날에게는 그나마 희소식일 수도 있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