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훈아는 프로필상 1947년생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실제로는 50년생이라고 합니다. 데뷔가 1966년 서라벌예고 2학년때라고 하는데, 당시 10대시절 일찍 데뷔하는 경우 나이를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요일은 밤이좋아를 부른 김종찬도 10대때부터 밤무대에서 노래를 불렀기에 당시에는 4살 올려서 활동했다고 합니다)
7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인기가수로서 우뚝 서게 되는데 당시 남진과의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던 것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당시에는 남진이 인기가 더 많았고, 나훈아는 2인자 혹은 다크호스 정도로 자리매김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합니다. 연말 가수상도 남진이 거의 독식하다시피 했고 나훈아는 72년에 KBS가수왕상을 한번 수상한 정도. 비교하자면 남진이 HOT, 나훈아는 젝스키스 정도의 인기였다고나 할까?
오빠부대의 원조 라고 하면 보통 조용필을 꼽지만, 10대 20대 여성들의 열정적인 팬덤이 처음으로 형성되었던 것은 이때 남진, 나훈아 시기였다고 보는 이들이 많습니다.
공교롭게도 나훈아와 남진 두 사람은 부산과 목포라는 지역적 라이벌로 불릴 수도 있었고, 서민출신 투박한 터프가이와 말끔한 부잣집 아들이라는 계층적 라이벌로서의 이미지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언론과 팬들로부터 대결구도로 몰아가는 식이 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 남진은 부친이 5대 국회의원에 목포일보 발행인이었을 정도로 부유한 집안 출신)
그래서인지 72년 나훈아가 스토커로부터 테러를 당하여 얼굴을 70바늘이나 꿰메는 일을 당하자 남진으로부터 사주받은 것이다 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는데, 그 시절의 루머가 보통 그렇듯 아무 근거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한창 인기를 얻고 있던 60년대말~70년대초는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김세환 등이 활동하던 이른바 '세시봉'시절과 겹치는데, 10대 2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얻었던 것은 공통적이지만 그 팬들의 분포가 상당히 달랐다고 합니다.
대학생을 비롯한 엘리트 계층에서는 세시봉 사단의 포크음악이, 진학을 하지 못하고 일찍부터 산업현장에서 일하던 이른바 '공순이'들에게는 남진 나훈아의 노래들이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었다는 거지요.
73년 공군으로 입대하여 군악대에서 복무한 나훈아는 제대후 인기를 막 이어가던 76년에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하는 스캔들의 주인공이 됩니다.
한때 대한민국 원톱의 여배우였던 김지미와 동거에 들어간 거였습니다. 김지미는 1940년 생으로 이미 두 번의 이혼을 경험하고 최무룡과의 사이에 딸도 있던 차였기 때문에 호사가들은 물론 장안의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나훈아와 김지미는 실제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고 6년간의 사실혼 관계 이후 헤어지게 됩니다.
나훈아가 남진을 뛰어넘어 불세출의 트롯 싱어송 라이터이자 아티스트로 거듭난 것은 이러한 우여곡절을 겪고 난 80년대 중반 이후였습니다.
고향역이나 물레방아 도는데 같은 정통 트롯을 불렀던 70년대와 달리 80년대의 나훈아는 사랑, 무시로, 잡초, 울긴 왜 울어, 갈무리, 건배 같은 세련된 트롯을 직접 작사작곡하여 연이은 히트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들 노래가 히트하는 데는 공중파 TV가 별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가끔씩의 TV출연이 있긴 했지만 앨범 판매와 밤무대 활동만으로 수많은 곡을 슬로우 히트시킨 거지요.
나훈아의 신비주의 전략이 시작되던 시기이기도 한데, 그럼에도 인기는 하늘을 찔렀으니 당시 밤무대에서 다른 가수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최고중의 최고 개런티를 주어야 하는 가수가 딱 2명 있었는데 그게 바로 조용필과 나훈아였다고 합니다.
90년대 00년대를 걸쳐 나훈아는 계속해서 앨범을 내고 대형 콘서트를 기획해 점점 전설의 반열에 접어듭니다. 이혼과 각종 루머 등 구설수에 오르기도 하지만 특유의 카리스마로 정면 돌파를 하기도 했고요. 2008년 이후 거의 10년만에 컴백하여 요즘 활동을 이어가는 걸 보니 역시 나훈아는 죽지 않았다..라는 말을 저절로 되뇌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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