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요무대에는 탄생 100주년을 맞은 현인 특집으로 꾸며졌다고 합니다. 현인은 해방 직후와 50년대를 대표하는 가수로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이라기엔 코미디언들이 다 따라했다고 한다) 본인만의 창법으로, 한국 가요사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죠.
생애도 파란만장한데 1919년 부산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후 일본으로 유학, 우에노 음악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하게 되고, 이후에는 일제의 징용을 피해 상하이로 피신, 상하이에서 '신태양극단'이라는 악단에서 활동합니다.
대중가수로 데뷔한건 1947년, 29세가 되어서였는데 이건 요즘 기준으로 봐도 늦은 나이죠. 성악공부를 했기 때문에 대중가수가 될 생각은 없었다는데 박시춘의 권유로 '신라의 달밤'이라는 노래를 취입하게 되고 이 노래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면서 인생이 이쪽으로 굳어져 버립니다.
비내리는 고모령, 굳세어라 금순아, 꿈속의 사랑, 베사메무쵸 등 우리의 귀에도 익숙한 명곡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본인이 직접 작사 작곡한 (작사 작곡의 현동주는 현인의 본명입니다) "서울야곡"이라는 노래입니다. 한국 가요 중에 탱고를 기반으로 한 노래가 그리 많지는 않은데, 그 중에서는 단연 최고의 명곡이라 생각합니다.
70년대에 전영이라는 가수가 리메이크하기도 했습니다. 현인의 스타일리쉬한 보컬과는 또 다른 애절한 분위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사가 정말 멋집니다. 이곡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찾지 못했는데 아마 40년대 말이나 50년대 즈음일 것이고, 그 시절 서울의 밤거리를 거니는 우수에 젖은 사내의 마음이 진하게 전해져옵니다. 특히나 충무로-보신각-명동으로 이어지는 공간적 배경은 수십년 세월이 지났어도 같은 공간에 같이 있다는 느낌을 주네요.
서울 야곡
봄비를 맞으면서 충무로 걸어갈 때
쇼윈도우 그라스에 눈물이 흘렀다
이슬처럼 꺼진 꿈 속에는 잊지 못할 그대 눈동자
샛별같이 십자성같이 가슴에 어린다
보신각 골목 길을 돌아서 나올 때엔
찢어버린 편지에는 한숨이 흘렀다
마로니에 잎이 나부끼는 네거리에 버린 담배는
내 마음 같이 그대 마음 같이 꺼지지 않더라
네온도 꺼져가는 명동의 밤 거리에
어느 님이 버리셨나 흩어진 꽃다발
레인 코트깃을 올리며 오늘 밤도 울어야 하나
베가본드 맘이 아픈 서울 에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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