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4/03/24 23:03:13
Name sylent
Subject OSL 관전일기 - 전위, 매너리즘을 극복하라
<OSL 관전일기 - 2003 온게임넷 3rd 듀얼토너먼트 A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로 게이머들의 '스타리그 상륙작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진표 공개 후 시종일관 '죽음의 조'로 평가 받았던 A조. 팬들의 웃음과 눈물이 교차한 끝에 '악마' 박용욱 선수, '정석' 김정민 선수는 차기 스타 리그 진출에 성공하였고, '불꽃 테란' 변길섭 선수와 '삼지안' 박경락 선수는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되었습니다.


압박 프로토스의 진수

정확한 컨트롤과 꾸준한 물량, 자연스러운 테크트리까지 '악마'의 압박 플레이는 여전히 유효 했습니다.  질럿, 드래군 힘싸움 후 캐리어로 마무리하는 프로토스의 전형을 가감없이 보여주며 승리한 박용욱 선수. 차기 스타리그에서 박용욱 선수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박용욱 선수의 자로 잰 듯한 빈틈없는 플레이는 시종일관 게임을 주도할 수 있는 원동력이지만, 경기 양상이 조금이라도 틀어져 금이가기 시작하면 그 파편이 자신의 목을 겨누게 되기도 합니다. 지난 두 번의 16강 탈락을 기억한다면 시시각각 변하는 게임의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유를 체화해야 할 것입니다.


올드 테란의 희비

특유의 '현기증 조이기'로 프로토스와 테란을 격파해온 김정민 선수. 비교적 대 저그전에 약한 김정민 선수에게 박경락 선수는 분명 큰 부담이었습니다. 이런 부담감은 '정석' 김정민 선수가 도박적인 플레이에 손을 뻗게 만들었고, 이는 보기 좋게 성공합니다. 김정민 선수의 '센터 배럭'은, 강민 선수의 평범한 플레이 만큼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이런 '정석'답지 않은 모습은 다음 경기로 이어집니다. 박용욱 선수를 상대한 <네오 기요틴>전은 김정민 선수의 대 프로토스전 역사상 마인을 가장 적게 심은 경기로 남을 것입니다. 비록 아쉽게 패하긴 했지만, 자신만의 '현기증 조이기'를 버리고 이윤열 식 '토네이도 러쉬'를 감행하여 좋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슬기롭게 변화하는 '정석'의 문법이 다음 시즌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 흥미 진진합니다.

'챌린지 리그 2위' 변길섭 선수는 고질적인 약점인 대 프로토스전을 극복하는 듯 보였으나, 결국 박용욱 선수의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소수의 벌처로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변길섭 선수의 강박 관념은 경기 초반 벌처 4기의 낭비를 불러왔고, 결국 '벌처 4기와 마인 12개'의 공백으로 인해 첫 번째 교전에서 패하면서 승기를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빠른 멀티로 많은 물량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매끄럽지 못한 전진으로 인해 끝내 승리를 놓치는 변길섭 선수의 모습에서 대 프로토스전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의 필요성이 느껴집니다.


전위, 매너리즘을 극복하라

요즘들어 새삼스럽게 언급 되는 "저그 암울론"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증거 중 한 명인 박경락 선수였기에 그의 탈락을 예상한 팬들은 많지 않습니다. 어쨌든 '테란 킬러'이자 '저그 플레이어'인 박경락 선수에게 2 테란, 1 프로토스라는 조편성은 그리 나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경락 선수는 2연패라는 부끄러운 성적과 함께 챌린지 리그 예선의 험난한 길을 떠나야만 합니다.

분명 박경락 선수에게는 '승리의 타이밍'이 있습니다. 그 순간까지 경기를 잘 풀어나가는 것이 박경락 선수의 몫입니다. 하지만, 경기는 언제나 자신과 상대, 두 명의 변수에 따라 흘러가는 '2원 방정식'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나도현 선수와 강민 선수 덕분에 부쩍 많은 카드를 가지고 경기에 임하는 요즘의 테란, 프로토스 플레이어들을 상대하기에 '부자 저그'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초반 5분을 넘겨라!" 라는 팬들의 외침이 박경락 선수에게 전해지길 바랍니다.


확정된 차기 스타리거

강민(시드), 전태규(시드), 나도현(시드), 서지훈(시드), 박용욱, 김정민.


2004/03/24, sy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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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intheSea
04/03/24 23:34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sylent님 또 후기 많이 올려주세요^^
아~ 박경락 선수 아쉽군요.. 테란들을 벌벌떨게했던 경락선수..
저그가 암울하다 암울하다 하지만 이럴때 잘하면 더 빛나는거겠죠?^^
박경락 저그 화이팅~
엄마쟤흙먹어
04/03/25 00:28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글이네요~^^. 저는 박용욱선수가 대테란전할때 초반압박플레이 아니면 전략으로 이기는 것만 봐서 대테란전 실력을 잘 몰랐었는데 오늘 경기를보고 정말 잘하더군요. 정말 군더더기없는 프로토스의 최고 정석 플레이가 아니였나 싶네요.
이준신
04/03/25 01:03
수정 아이콘
부자 저그는 적절지 않다...ㅡㅡ'' 전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 경기는 노스텔지아...9드론 앞마당을 할 수 있었겠지만 정석 테란 김정민선수 였기에 12드론을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부자저그가 패인이라기 보다도 스타일 리스트가 스타일을 버릴떄의 무서움이 나타난 경기라 평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2번째 경기는 전 박경락 선수의 실수라 평하고 싶습니다. 2배럭까지 보았기에 스파이어를 않 지었다고 생각되지만 일반 로템에서도 2배럭 이후 빠른 테크트리 빌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약간은 실수를 범했다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어찌되었건 간에 부자저그가 힘들다는 것보다는 다른 쪽에서 박경락선수의 패인을 찾고 싶습니다.
또 한가지 부자 저그와 가난한 저그의 차이점을 찾아 보자면 홍진호 선수와 서지훈 선수의 경기와 박경락 선수와 한동욱 선수의 경기를 보면 홍진호 선수의 특유의 가난한 스타일이 무난히 서지훈 선수의 공격을 막아냄에도 불구하고 계속된 불안감이 들었다고 평하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그점이 가난한 저그의 특징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음에 가난한게 플레이 할 경우 멀티와 드론 그리고 유닛까지 지속적으로 생산 할 수 없기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느낌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반대로 박경락 선수와 한동욱 선수의 경기를 보면 멀티 욕심 내지 않아도 시종일간 리드 하고 물량에서도 앞서면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전 차라리 홍진호 선수의 가난한 스타일 보다는 한동욱 선수상대로의 탄탄한 플레이가 오히려 박경락 선수에게는 어울리고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다만 이번 듀얼에선 조금 탄탄한 플레이가 아쉬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황제의 재림
04/03/25 17:39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다만 전 박경락선수가 자기스타일을 버린다면 그건 더 약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도저도 아닌 스타일은 바로 슬럼프의 지름길이죠. 물론 임요환선수의 경우엔 스타일을 버리라는것이 아닌 중반이후 쌓이는 자원을 잘활용할것을 당부하는 거라 받아들일수 있지만 박경락선수의 경운 부자와 가난의 차이는 스타일자체가 달라지므로 반대합니다. 경기평으로 하자면 첫경기는 정말 재수가 없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가로방향이었는데 테란진영을 제일 마지막에 발견하는 바람에 대처를 못한거죠. 조금만 더 정찰이 빨랐다면 하는 아쉬움이...변길섭선수와의 경기는 윗분 말씀대로 박경락선수가 너무 안일했습니다. 로템에서도 스파이어테크를 가지않는다면 최소한 드랍업을 빨리해주는게 정석입니다. 하지만 전혀 무방비였죠. 이런면은 매너리즘이라고 말할수 있겠습니다. 너무 상대 스타일을 고려해 미리짐작했기때문인데 이런점은 고쳐야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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