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4/03/26 00:06:06
Name sylent
Subject OSL 관전일기 -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레인보우.
<OSL 관전일기 - 2003 온게임넷 3rd 듀얼토너먼트 B조>

차기 스타리그의 첫 저그 진출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 2003 온게임넷 3rd 듀얼토너먼트 B조의 경기에서 '무지개토스' 김성제 선수와, '도끼' 최수범 선수가 무난히 승리를 거두며 차기 스타리그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공공의 적' 박경락 선수에 이어 '도둑 저그' 나경보 선수 마저도 2연패를 기록하며 차기 스타리그 진출에 실패함으로서 게임 팬들 사이에 조금씩 자리잡아가고 있는 '저그 암울론'에 힘을 실어주게 되었습니다.


성장을 넘어 성숙으로, 레인보우

"성적에 비해 인기가 높은 프로 게이머"라는 꼬리표를 잘라내기 위해서라도 차기 스타리그에 반드시 가야만 했던 김성제 선수였기에 오늘의 2승은 자기 자신에게도, 팀 동료들에게도, 그의 팬들에게도 무척 값진 결과입니다. 흔히 '프로토스 4대 천왕'으로 불리우는 '몽상가' 강민 선수, '영웅' 박정석 선수, '악마' 박용욱 선수, '안전제일' 전태규 선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던 김성제 선수는 지난 NHN한게임배 온게임넷 스타리그를 계기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주더니, 급기야 나경보 선수와 최수범 선수를 손쉽게 제압하며 성숙한 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였습니다.

소울 저그인 나경보 선수와 비교적 메카닉을 잘 다루는 최수범 선수를 상대로 평범한 경기 운영으로는 승기를 잡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한 김성제 선수는 '센터 게이트웨이'와 '몰래 다크템플러'라는 기습적인 전략을 시도하였으나 나경보 선수와 최수범 선수의 침착한 정찰로 인해 경기 초반에 파악되고, 결국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합니다. 하지만 쉽게 경기가 기울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리버와 하이템플러를 이용해 경기를 잡아내는 모습에서 더 이상 '리버에 살고, 리버에 죽던 시절'의 레인보우는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미칠 듯이 쏟아지는 물량도, 극악의 컨트롤도, 깜짝 놀랄 전략도 가지지 못한 김성제 선수이지만, 그가 일신우일신 할 수 있는 것은 '미남 프토 성공기'를 바라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때문이 아닐까요?


노익장의 한계

시간의 파괴력은 모든 사람의 능력을 감퇴시킵니다. 안타깝게도 세월이 가면 늙는 것이 이치입니다. 오늘 보여준 '대나무' 조정현 선수의 플레이는 힘은 있으나 진부하였습니다. 부상 때문에 연습에 충실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숨가쁘게 변해가는 요즘의 전략과 전술을 배우는 것 조차 게을리 했기에 오늘의 결과에 한치의 변명도 해서는 안됩니다. 많은 병력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 최수범 선수와의 <노스텔지어>전, 상대의 전략을 간과한 <남자이야기>전의 뼈아픈 패배로 스스로를 부러뜨려 새순을 돋게해야 할 것입니다.

'도끼' 최수범 선수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비록 조정현 선수를 잡고 차기 스타리그에 안착하였으나, 상대가 '휘어진' 조정현 선수였기에 가능한 승리였음을 부인해서는 안됩니다. 힘과 스피드를 고루 갖춘 신예 테란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유로운 체제 변환과 병력의 집중에 대해 고심해야 합니다.


'소울 저그'스러움

소울 저그의 강력함은 '든든한 드론'에서 시작된다는 건 자신도 알고, 관중도 알고, 상대 선수도 아는 사실입니다. 김성제 선수가 리버를 선호한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김성제 선수는 드론 사냥을 위해 리버를 사용했고, 나경보 선수는 자신이 만족스러울 만큼 드론을 생산했기에 김성제 선수가 승리하였습니다.

레어 저그가 테란을 압도하는 순간이 잠시 라는건 자신도 알고, 관중도 알고, 상대 선수도 아는 사실입니다. 조정현 선수가 많은 멀티의 힘으로 소모전을 즐긴다는 것 역시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조정현 선수는 '히드라 + 러커'를 상대로 끊임없이 소모전을 펼쳤고, 나경보 선수는 레어로 승부지으려 했기에 조정현 선수가 승리하였습니다.

여전히 노련한 나경보 선수였지만, 여전히 딱딱한 나경보 선수였습니다. 다음 시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소울 저그'를 넘어 '다이나믹 저그'로 거듭나야 합니다.


확정된 차기 스타리거

강민(시드), 전태규(시드), 나도현(시드), 서지훈(시드), 박용욱, 김정민, 김성제, 최수범.


2004/03/25, syl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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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클져아
04/03/26 00:15
수정 아이콘
오늘.. 선수들.. 많이 긴장해 보이던데요... 김성제 선수와 최수범 선수..
스타리그에서.. 좋은 모습으로 활약하기 바랍니다..
그리고.. 관전평.. 눈에 쏘옥.. 잘 읽혀지네요..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합니다..
선풍기저그
04/03/26 00:42
수정 아이콘
오늘 올라간 두선수.. 물론 실력이 있었기에 올라갔겠지만..
운도 상당히 따른듯이 봐지네요..
김성제선수는 첫경기때 나경보선수와 대전에서 몰래 전진 게이트가 적당히 성공하였기에 게임의 흐름을 자기쪽으로 가져올수 있었고 그후 나경보선수의 지나친 배째 빌드에 딱 유효적절한 리버였기에 손쉽게 이긴듯 합니다.
두번째 경기도 첫멀티가 파괴돼는 아픔을 겪었지만..
끊임없는 다크와 하템드랍으로 상대의 일꾼을 줄여주었기에 승리를 거둘수 있었지만 반면에 최수범선수의 지극히 소심한 플레이가 김성제 선수의 승리를 도운듯.. 게릴라에 너무 당해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그뒤 드랍이 오지도 않았는데 멀티에 탱크2-3개와 터렛2개정도를 박아둔것은 오버방어 였죠...
구리구리
04/03/26 00:44
수정 아이콘
"미칠 듯이 쏟아지는 물량도, 극악의 컨트롤도, 깜짝 놀랄 전략도 가지지 못한 김성제 선수이지만, 그가 일신우일신 할 수 있는 것은 '미남 프토 성공기'를 바라는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 때문이 아닐까요?"
<--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아닌 말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태클성이 짙지만 태클 아니에요..^^;;)
이제 그도 떠야(?) 할 때가 오지 않았습니까?
예전 is 시절부터 지금까지 노력한 결과라 말하고 싶네요.
이제 그는 이기기 위한 게임, 재미있는 게임을 하는 법을 터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그의 경기가 기대됩니다.
그 누구도 생각해 내지 못한 그만의 스타일이 조금씩 완성되어 가고 있는 것 같네요.
오늘은 그의 승리에 맘껏 취하렵니다.^0^
냉장고
04/03/26 01:49
수정 아이콘
제가 아는 한 김성제 선수와 강민선수는 재미있는 경기에 대해서 고민합니다. 단순히 이기는것보다는 재미있는 게임을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팬들이 늘고 스타리그가 발전하기를..이 두선수의 글에서 본 내용이죠. 나이는 어린 선수들인데 어른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특히 여리고 예쁘장하게 생긴 김성제 선수는 더욱 의외라는 생각을 했었죠 이기기 위한 게임과 재미를 주는 게임사이에서 고민하던 레인보우가 그 두가지를 일치시키는데 더 가까워진것 같아서 기쁘네요
04/03/26 01:58
수정 아이콘
미남플토성공기.. 후후후;;
몇명되지 않는 리그에서 자주 보여지는 프로토스 유저들은 모두다 각양각색의 색을 가지고 있죠.
그중에서도 김성제선수는 서서히 자신의 빛깔을 찾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게임에 감동이 있고, 가슴떨린 긴장이 있어서 마냥 즐겁습니다.
[S&F]-Lions71
04/03/26 08:30
수정 아이콘
조정현 프로가 늙었기 때문에 실력이 감퇴하고 있다는 말씀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숨가쁘게 변해가는 요즘의 전략 전술을 배우는 것을 게을리 했다는 것은
그가 나이가 많다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언제나 부자저그를 고집하는 박경락 프로의 패배를 말씀하실때는 늙었다는 표현을 안쓰시더니
이번엔 과하시군요.

최수범 전태규 선수처럼 오랜 경력의 선수들이 약진을 보여주는 것 역시
늙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해야 할까요??

늙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은 위험한 발언입니다.
[S&F]-Lions71
04/03/26 08:32
수정 아이콘
아참 그리고 81년 생이면 아직도 한참 어린 나이입니다.
23살이 늙었다면 대체 누가 젊은 건가요??
04/03/26 08:46
수정 아이콘
[S&F]-Lions71 // 조정현 선수의 물리적인 나이를 말씀드린게 아닙니다. 그의 오랜 경력이 관록이 아닌 진부함으로 배어나오는것 같다는 뜻입니다.
그림자
04/03/26 09:07
수정 아이콘
어떠한 한 분야에 오래 있다보면 관록과 함께 집착이 생기게 됩니다.
그 집착이 그를 발전하지 못하게 발목잡는 큰 원인이 되지요.
sylent님의 늙음과 진부함이란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 같네요.
그 집착을 뿌리치고 새롭게 비상하는 조정현 선수를 기대해봅시다.
미나무
04/03/26 09:25
수정 아이콘
저는 김성제 선수도 분류하자면, 강민과에 가까운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단, 강민의 전략형과는 또 다른 전략형이죠. 상당히 테크니컬한 운영을 즐기는 그의 플레이는 프로토스 유닛의 강력한 파워를 보여주어서 재밌는 경기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 같습니다. 충분한 테크를 탄 후의 운영에서 김성제 선수의 능력은 정말 눈부실 정도죠. 다만, 아직 전략이 흔들린 이후에 그것을 수습하는 방향이 리버 쪽으로 가는 경향이 많다는 게 단점이 되겠죠. 물론, 강점도 됩니다. 알고 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좀 더 다양한 카드 속에 리버가 섞일 때 김성제 선수의 플레이는 더욱 무시무시해 질 수 있겠지요. 이번 스타리그에서는 김성제 선수의 선전을 기대해 봅니다.
박근용
04/03/26 10:38
수정 아이콘
아직 저그가 한명도 없군요...
vividvoyage
04/03/26 13:48
수정 아이콘
요즘 경기마다 글 올리시네요. 매번 잘 보고 있습니다.

김성제 선수에 대한 느낌이라면 사일런트님과 마찬가지로 실력에 비해 인기가 '너무' 많다고 생각되네요. 다른 선수들이라면 스타리그 진출 정도가 아니라 우승했던 선수들이 받는 인기를 받고 있어서 적잖이 걱정됩니다.
박서vs마린
04/03/26 18:30
수정 아이콘
성제선수 서서히 극강 토스류로 흡수 된다???
04/03/26 18:36
수정 아이콘
인기가 '너무' 많은 것 까진 아니라고 보는데요.^^; 아무래도 김성제 선수의 외모의 덕도 있겠지만 물량보단 셔틀리버를 자주쓰고 가끔 깜짝 놀랄 전략을 선보이는 김성제 선수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리고 인기가 많은 것이 왜 걱정이 될까요? 자신을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을수록 선수는 더 힘을 내서 그 인기에 걸맞는 실력을 갖춰나가면 되는거겠지요.^^
레인보우의 차기 스타리그에서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 봅니다.
04/03/26 19:35
수정 아이콘
스타리그 확정된 8명중 4명이 테란,4명이 프로토스네요 ㅡ_ㅡ;
04/03/26 23:13
수정 아이콘
제가 봐도 '너무' 많아서 걱정하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토스들이 잘 나가고 있긴 하지만 스타리그 2연속 진출은 토스유저가달성하기 쉽지 않은 업적인 것은 분명합니다.
04/03/27 23:19
수정 아이콘
김성제 선수의 외모는 '양날의 검'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팬의 관심, 특히 여성팬의 관심(저도 김성제 선수 팬입니다^-^)을 모으는데 매우 효과적이기 때문에 선수 자신이 과대평가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임요환 선수나 홍진호 선수 등의 카리스마 외모계와는 좀 다르게 큐트계라 오히려 과소평가 될 위험도 있으니까요.
암튼, 위의 여러분들 말씀마따나, 최근 김성제 선수의 경기는 재미있더군요! 예전에는 기복이 심해서 어느 순간 확 게임이 말려버리기도 하던데, 요즘에는 끈기면에서 훨씬 더 강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김성제 선수의 경기 초반에 보면 해설자들도 늘 '리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요. 예전에는 리버 컨트롤이 잘 안 풀리는 날에는 정말 어이 없이 끝나버리기도 해서 경기 보다 맥이 풀릴 때도 종종 있었는데, 요즘에는 확실히 스스로 '리버 자제'를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역시 성장하는 선수를 보는 것은 팬으로서 큰 즐거움입니다. 이미 극강인 선수들의 팬인것과는 좀 다른 즐거움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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