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출처 :
https://www.theplayerstribune.com/en-us/articles/jurgen-klopp-liverpool-fc
번역 출처 :
https://www.fmkorea.com/2216745088, 에펨코리아 '3'
(서두~중반부 생략)
지난 밤, 나는 피파 최고의 남자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난 무대 위에 트로피를 들고 나 혼자만 있는 것이 정말 맘에 들지 않는다. 내가 이 축구라는 게임에서 성취해낸 모든 것들은 모두 내 주변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내 선수들뿐만 아니라, 내 가족, 내 아들들, 그리고 시작부터 함께 해준 모든 사람들 덕분이다. 내가 한 명의 아주 아주 평균적인 사람이었을 때부터 말이다.
(중략)
내가 20살이었을 때, 나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꾼 순간을 맞이했었다. 아직 어린애에 불과했지만, 그러면서 난 아버지가 되어버렸다. 완벽한 타이밍은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말이다. 그 때의 나는 아마추어 축구를 하는 사람이었고, 평소에는 대학을 다니던 사람이었다. 학비를 대기 위해, 나는 극장에 상영할 영화를 보관하는 창고에서 일했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젊은이들을 위해 말하자면, 지금 내가 얘기하는 건 DVD가 아니다. 그 때는 80년대 후반이었고, 아직 모든 것들이 필름을 통해 이뤄지던 시기였다. 트럭이 오전 6시에 새 영화를 실어서 오고, 우린 커다란 금속통에 담긴 영화를 실었다 내렸다 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꽤나 무거웠다. 거기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면 누구라도 네 개의 릴로 이뤄진 영화, 벤허같은 영화가 걸리질 않길 기도할 것이다. 그런 게 걸리면 운수 나쁜 날이 되는 것이다.
나는 매일마다 다섯 시간정도 자곤 창고로 향했었다. 그 다음엔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었다. 밤이 되면 트레이닝을 했고, 그 다음 집에 와선 내 아들과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었다. 매우 힘든 시기였다. 하지만 이 시기는 나에게 진짜 삶에 대해 알려주었다.
나는 어린 나이에 매우 진지한 사람이 되어야만 했다. 모든 내 친구들은 밤만 되면 같이 술집에 가자고 했고, 내 몸 속에 있는 모든 뼈 또한 근질 거리며 '그래! 그래! 나도 가고싶다고!' 라고 했었다. 하지만 당연한 거지만, 나는 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난 더 이상 나 혼자만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기란 당신이 지쳐있거나, 한낮이 될 때까지 자고싶다거나 하는 마음을 신경쓰지 않는다.
당신이 이 세상에 데려다 놓은 또 다른 작은 사람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한다면, 이 걱정은 진정한 걱정이라 말할 수 있다. 이게 진정한 곤경이고 말이다. 축구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이에 비할 건 아무 것도 없다.
가끔 사람들은 왜 내가 항상 웃고 있냐고 묻는다. 경기에 지더라도, 가끔 나는 그냥 계속 웃고 있는다. 그건 내 아들이 태어났을 때, 축구란 것이 삶과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니란 걸 내가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우린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지 않는다. 축구는 비극이나 증오를 퍼뜨리는 것이 아니다. 축구란 영감을 주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내가 봐온 건, 이 작고 동글동글한 공이 많은 내 선수들의 생명을 살릴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모 살라,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같은 선수들의 일대기, 그리고 내 애들 대부분의 개인사는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독일의 젊은이로서 내가 마주해야 했던 어려움들은 이 선수들이 맞서야 했던 어려움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이 선수들에게는 쉽게 포기할 수 있었던 순간이 너무나도 많이 있었지만, 이 선수들은 포기라는 걸 거부해버렸다.
이 선수들 또한 신들이 아니다. 이 선수들은 그냥 단순히 자신들의 꿈을 절대 포기하지 않은 것이다.
(중략)
아직도 내가 하는 말이 안 믿긴다면, 이렇게 생각해봐라. 내가 감독으로서 이뤄낸 가장 큰 성취조차 재앙에서부터 태어난 것이라고 말이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 홈에서 3-0으로 패배한 것은 상상할 수 있던 최악의 결과물이었다. 2차전을 준비할 때, 내가 진행한 팀 대화는 매우 직설적이었다. 이번엔 록키 얘기 안 했다. 대부분 전술에 대해 얘기했었다. 하지만 나는 선수들에게 또 하나의 진실을 말했다. 나는 "우리는 세계 최고의 스트라이커 두 명 없이 경기해야만 한다.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그게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너희니까 말이다. 너희기 때문에 우리에겐 기회가 있다."
나는 정말로 그렇게 믿었다. 우리가 축구선수로서 지니고 있는 기술적 능력같은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냥 우리가 어떤 인간인지에 대한 얘기였고, 우리가 각자의 삶을 살아오며 극복해낸 모든 것들에 대한 얘기였다.
내가 덧붙인 건 단 하나뿐이었다.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실패해보자고."
나한테 이런 말하기란 물론 쉬운 일이다. 나는 그냥 터치라인에 서서 소리지르는 사람일 뿐이다. 선수들이 실제로 해내는 것이 훨씬 더 힘든 일이다. 하지만 우리 애들이니까, 안필드에 54,000명이 찾아와줬으니까, 우린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축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무 것도 말이다.
불행하게도 챔피언스 리그 역사 상 가장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을 때... 사실 난 보지 못했었다. 어쩌면 이건 축구 감독의 삶에 대한 좋은 메타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난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트렌트 알렉산더아놀드가 천재성의 진수를 발휘하는 장면을 완전히 놓쳤었다.
나는 볼이 코너킥 때문에 옮겨지는 것을 봤었다.
트렌트가 그 코너킥을 처리하러 걸어가는 장면을 봤고, 샤키리가 따라가는 것이 보였었다.
그리고 나는 등을 돌려버렸었다. 왜냐하면 우린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수석 코치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 때만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다... 그 함성이 들렸다.
경기장 쪽으로 돌아봤고, 볼이 골문을 가르는 것이 보였다.
나는 다시 벤치쪽으로 돌아봤고, 벤 우드번을 바라봤다. 우드번이 이렇게 말했다. '방금 무슨 일인데요?!'
나도 말했다. '나도 몰라!'
안필드가 터져나갔다. 완전 미쳐버렸었다. 나는 내 수석코치가 하는 말도 거의 들을 수 없었다. 수석코치가 소리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 교체하는 겁니까?'
하하하하! 이 말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이 말은 항상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상상할 수 있겠는가? 18여년을 감독으로 보내며, 수백만 시간동안 이 축구라는 게임을 봐왔는데, 경기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장 대담한 장면을 놓쳤다는 것이. 그 날 밤이 지나고, 난 아마 디보크가 넣은 그 골 장면을 50만 번은 돌려봤을 것이다. 하지만 직접 본 건 볼이 골문을 건드리는 장면 뿐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내 작은 부트룸(사무실)에 갔을 때, 나는 맥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었다.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고요함 속에서 물 한 병을 마시며 웃고 있었다.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갔을 때, 내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내 집에 와 있었고, 모두가 파티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때의 나는 감정적으로 지쳐있었고, 침대로 향했었다. 내 몸과 마음이 모두 완전히 비어버렸었다.
그리고 난 내 인생 최고의 잠을 잤다.
최고의 순간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아직 그대로네. 진짜 일어난 거야' 라는 걸 깨달았을 때였다.
나에게 축구란 그냥 영화보다 더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일 뿐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그 마법이 모두 현실이 되는 것.
(중략)
나는 6월 이후, 우리가 챔피언스 리그 트로피를 리버풀 거리로 가져온 후에도 줄곧 생각하고 있다. 그 날의 기분을 설명할 단어가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버스를 타고 퍼레이드를 하는데, 그 자리엔 리버풀 시민이 더 나올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나와있었다. 우리가 코너를 돌아도 돌아도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정말 비현실적이었다. 만약 그 때의 감정, 흥분, 도시에 감돌던 사랑의 분위기를 담아서 병에 담을 수 있다면, 이 세상은 더 좋은 곳이 될 것이다.
그 때의 감정을 아직도 내 머리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 축구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을 선사해줬다. 하지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받은 걸 좀 더 이 세상에 돌려주고 싶다는 것이다. 말은 쉽다. O.K 그렇다. 하지만 우린 어떻게 해야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지난 몇 년동안, 나는 후안 마타, 마츠 후멜스, 메간 라피노에, 그리고 너무나 많은 축구 선수들이 커먼 골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을 보고 영감을 받고 있다. 이 선수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면, 믿기지 않는 일이라 할 수 있겠다. 120명이 넘는 선수들이 자신의 수입 1%를 전 세계에 있는 축구 관련 NGO에 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미 유스 축구 프로그램을 통해 남아공, 짐바브웨, 캄보디아, 인도, 콜롬비아, 영국, 독일 등 많은 나라에 도움을 주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부유한 축구 선수들만이 하는 일도 아니다. 캐나다 여자 대표팀 선발 열 한 명 또한 해당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일본, 호주, 스코틀랜드, 케냐, 포르투갈, 잉글랜드, 가나.... 여러 나라의 축구 선수들이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다. 이걸 보고 어떻게 자극을 안 받을 수 있겠는가? 이런 것이야말로 축구가 해야할 일이다.
나도 이 일의 일원이 되고 싶다. 그래서 난 내 연봉의 1%를 커먼 골에 기부하고 있고, 나는 전 세계에 있는 많은 축구계 사람들이 더 많이 많이 참여하길 바라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 얘들아. 우리 축구계 사람들은 상당히 부유하다. 특권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로서, 살면서 한 번의 기회가 필요한 전 세계 아이들에게 뭔가를 되돌려 주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우리에게 진짜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거품 속은 진짜 세상이 아니다. 미안한 말이지만, 축구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건 진짜 문제가 아니다. 이 축구라는 게임은 수익과 트로피보다 더 큰 목적을 지녀야 한다. 아닌가?
그냥 우리가 뭉친다면 무슨 일을 이뤄낼 수 있고, 우리가 버는 금액의 1%를 내는 것이 이 세상에 어떤 긍정적인 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생각해보자. 어쩌면 내가 너무 순진해빠진 것을 수도 있고, 어쩌면 난 그냥 미치고 나이든 몽상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우리 모두 빌어먹을 정도로 잘 알고 있다. 이 게임은 꿈꾸는 자들을 위한 것이란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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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응원하는 팀의 감독이라서가 아니고,
매니저로서의 열정뿐만 아니라,
삶의 자세 또한 본받을 게 많은 인물이라는 생각이 더욱 더 많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글 중반부에 감정 소모가 제법 있다는 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데,
본인만 허락한다면 정말 예전의 맨유 퍼기옹처럼 한 60세까지만 감독해주면 좋겠어요..
클롭이 부임한 건 리버풀에게는 너무나도 큰 행운이자 복이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