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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9/10/31 21:45: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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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핑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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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퀸덤] 결승을 앞둔 단상 |
본래는 장기 프로젝트로 계획했던 글을 저번주부터 하나한 올릴 생각이었는데, 개인 신상에 중대한 일이 생겨 멘탈이 박살난 관계로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제가 작년 10월에 아이즈원의 데뷔곡을 보는 순간부터 글을 하나 써야지 생각했는데, '라 비앙 로즈'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현 걸그룹 퍼포먼스의 메타를 나름 정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걸 정리하다 보니 9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갔는데 그 시기에 '비올레타'가 발매됩니다. (각혈)
이 두 무대를 설명하기 위해 다시 글을 다듬는데, 고작 발표한 곡이 두개인 아이즈원을 이용해 여자 아이돌 퍼포먼스 메타를 설명한다는 것은 어그로만 잔뜩 끌어놓고 딴소리 하는 격이라 중간중간 메타를 대표하는 다른 친구들이 필요 했습니다. 그래서 글을 리셋하고 새출발했더니 분량이 너무 방대해집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무엇이 잘못되었나를 돌이켜 보니 모든걸 설명할 수도 없는데 억지로 있어보이는 척 하며 설명하려 했던게 패착임을 깨달았습니다. 이게 글로만 설명하는 것은 무리라 움짤을 써야 되는데, 자료를 구하기도 만들기도 너무 어렵더라고요. 특히 박자 같은건 설명하려면 소리가 같이 재생되는 영상으로는 간단한데 움짤로는 에프터이펙트로 BPM에 맞춰서 카운트를 넣어야만 했거든요. 세개 정도 만들고 나니 현타가 오더군요.
시작은 거창하게 했는데 하다보니 노동이 되어버려 좌초하던 중, '퀸덤'이 시작해 버립니다.
지금까지 프롤로그였습니다; 프롤로그가 너무 길어져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최초 퀸덤 관련 이야기가 기사 등으로 나오기 시작했을 때, 많은 팬덤에서 우려를 표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방송사가 엠넷인데 설정이 너무 자극적이었거든요. 하지만 이 와중에도 오디션 중독자인 저는 항상 긍정 일색의 의견을 주장 했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말' 실력있는 친구들이라면 포맷과 별개로 실력이 드러난다고 보거든요. 이것이 지금 마치 망한마냥 저를 비롯한 극소수만 보고 있는 걸로 생각되는 '보컬 플레이 2' 와 '노래에 반하다' 같은 프로그램도 꼬박꼬박 챙겨보고 있는 제 생각입니다. 뭘해도 근본이 출중한 자는 티가 납니다...
서바이벌을 재미있게 보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승부를 '엄대엄'으로 만들거나 '응원할 팀'을 만드는 거죠. 제가 서두에서 퀸덤과 관련없는 프롤로그를 쓸데없이 길게 적은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사실 퀸덤 라인업이 발표되고 경연방식이 공개되자마자 승부는 기울었다고 보는게 아주 보편적인 시각일겁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다만 변수가 ‘하나’ 있다고 봤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걸그룹 퍼포먼스를 정리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공통점과 특이점 같은게 도출 되었는데, 그 중 아주 인상적인 특징을 가진 그룹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우연하게도 이 그룹이 퀸덤 라인업에 포함되었는데... 바로 오마이걸입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그룹이겠습니다만... 특히 PGR에는 홍보대사가 계셔서 더 잘 아실 겁니다. 숨은 퍼포먼스 맛집이죠;
이 팀의 퍼포먼스 특징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메인댄서가 두명인데, 그 두 명이 서로 완전히 다른 타입의 댄서입니다.
예로부터 퍼포먼스 맛집 팀은 메인 댄서가 둘이고 그 둘의 스타일이 달랐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요즘 잘나가는 그룹을 예로 들면 좀 너무 포장하는 것 같으니 대표적인 올드비를 예로 들자면 HOT나 젝스키스, 신화 전부 성향이 다른 메인댄서 둘이었죠.
오마이걸의 퍼포먼스적인 장점은 걸그룹 풀을 통틀어 누가 꼽아도 세 손가락 안에 반드시 들어갈 '유아'라는 메인 댄서가 가운데서 프리롤로 날뛰는 와중에 '미미'라는 안무 이해도가 굉장히 높은 댄서가 군무의 밸런스를 잡아주고 있다는 겁니다.
현행 k-pop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퍼포먼스적 특징을 뭉떵그려서 말하자면, 보이그룹은 개성을 표현하는 와중에 인상적인 몇개의 시퀀스로 군무임을 보여줍니다. 반면 걸그룹의 경우에는 개성을 통제하고 통일된 동작과 호흡을 통해 안무 전체를 이른바 ‘칼군무’로 만들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체로 걸그룹에 속한 특출난 메인댄서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보이그룹에 비해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지 못합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죠. 춤 잘 추는 보이그룹은 그 자체가 인기상승의 요인이 되는데, 춤 잘 추는 걸그룹은 딱히 별 메리트가 없어요. 사실이 그렇습니다; 춤 대충 묻어가는 예쁘고 가슴큰 친구들이 인기를 끌죠.
비밀정원 이전 오마이걸의 안무를 뜯어보면, ‘대중’이라는 접두어를 붙여놓은 상태에서는 제대로 해석이 안됩니다. 그나마 큐피드 정도가 대중적인 시선을 고려했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무대는 문제의 ‘클로저’를 시작으로 대중과 멀어집니다. 그 시절 무대의 남초 반응 일부를 살펴보면 ‘너무 격렬하다’ 혹은 ‘산만하다’ 등과 같이 그 속뜻은 ‘얼굴과 몸매를 제대로 볼 수 없다’로 수렴되는 것들이 종종 등장합니다. 아이컨택 직캠, 표정연기 등이 존재하는 이유가 뭐겠어요, 걸그룹의 가장 큰 경쟁력은 예쁜 얼굴인 겁니다.
뜨는게 급선무인 걸그룹이 웅크린채 땅을 보고 시작해서 플로어 동작 이후 ‘별자리 포메이션’을 시종일관 만드는게 클로저 무대에요. 심지어 이 별자리는 탑뷰로 보는게 아니면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국적불문 무대만 했다하면 다 박살내고 다니는 ‘셜록’과 비교해 보죠. 셜록의 주요 시퀀스는 우리가 흔히 아는 클리셰인 ‘범죄자를 추적하는 핀 조명’ 입니다. 조명이 짠-짠-짠-짠 하고 켜질 때 마다 멤버들은 각자의 포즈로 프리징을 하고, 그림자를 표현합니다. 이 일련의 동작들은 보는 사람의 성별은 물론 국적까지 초월해서 ‘정면의 카메라’에 생생하게 담기죠. 음악이라는 언어를 타고 말입니다.
반면 클로저는 트와이스급 그룹이 특별무대를 요청해야 간신히 해줄법한 시점의 앵글이 아니고서는 일반적인 시각에서 무대를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무대가 별자리를 그렸다 한 들 우리가 알고있는 별자리는 단지 이름 뿐이에요. 별자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만한 최대 아웃풋이 7 혹은 국자모양의 북두칠성과 W 모양의 카시오페이아 자리입니다. 이 둘을 제외한다면 얘네가 별자리를 그렸다 한들 대중의 시선에선 이걸 해석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들이 무대위에 명징하게 직조해낸 별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한다면, 그 뒤로 오버그라운드 씬과 괴리된 새로운 퍼포먼스의 세계가 펼쳐집니다. 클로저 이후 나온 3연타의 무대는, ‘안무를 만들고 파트에 맞게 동선을 짠다’의 개념에서 출발한 무대들이 아니에요. 이게 대체 어떤 도술을 부려서 결정권자들을 설득했는지, 아니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치 화가 한명이 8개의 붓을 사용해 4분동안 그림을 그린 것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쓰면 너무 거창한데, 지금 시점에 나오고 있는 대부분의 놀라운 동선과 ‘축’을 중심으로 한 무대 구성이 3년 전에 이미 나와버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동선이 들어간 무대를 ‘경연’같은 1회성이 아니라 ‘방송 무대’를 위해 만들었다는 점이 더 경악스러워요. 얘네는 이걸 방송 무대에서 밥먹듯이 하고, 행사하러 가서도 숨쉬듯이 합니다.
이런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건 직캠러들이죠. 오마이걸은 풀샷이 유독 많은데, 얘네가 액정을 통해 보면서도 ‘쟤네가 뭔가 심상치 않은걸 하고 있다’ 라는게 느껴진 겁니다.
사실 이런 무대를 만들어낸 ‘이솔미’ 안무가가 교체되었을 때, 개인적으로는 ‘아 이제 조졌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누가 와서 맡더라도 이 ‘대중 씬’과 괴리된 정체불명의 작품을 대체하는건 어려울거에요. 그런데 과거 프리마인드에 몸을 담았던 이솔미 안무가의 소개인건지, 아니면 본래부터 접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프리마인드가 이들의 안무를 담당하게 되면서 ‘비밀정원’이라는 퍼포먼스가 나옵니다.
이 무대를 처음 봤을 때에는 솔직히 말해서 조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냥 샤랄라한 걸그룹 중 하나가 되어버렸구나, 눈에 띄는건 기존에 안하던 왁킹 시퀀스가 간주에 추가되었다 정도...
그런데 수록곡 무대에서 기상천외한 뭔가가 나와버립니다; 제가 이걸 보고 ‘와 이거 뭐냐 뭘 한거지’ 하고 안무가를 찾아보고선 ‘됐다’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뒤로는 뭐 알려진대로 대중성을 조금씩 확보하면서 퀸덤에서 제대로 터졌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는건 ‘오마이걸’이란 그룹을 ‘응원해 주세요’ 가 아닙니다. 제 멘탈이 터진 이유는 태연 팬미팅 티켓팅에 실패해서 터졌고요. 저는 오마이걸 팬이 아니에요.
하지만 저는 ‘춤’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요 아래 김완선 글을 아주 멋있게 써주신 분이 계신데, 김완선이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퍼포먼스적으로 절대 뒤지지 않는다고 써주셨습니다.
저는 좀 다르게 말하고 싶은데요, 김완선이 그 양반들에게 퍼포먼스로는 좀 꿀릴지도 몰라요. 하지만 ‘춤’은 적어도 네 티어 정도는 위입니다. 말도 못붙일 수준이에요.
퍼포먼스는 되게 종합적인 거죠. 아주 좋은 감독이 훌륭한 연출을 해야 됩니다. 그러나 춤은 좀 달라요, 춤은 그냥 누적입니다. 한 번 쯤 무대를 조져도 그 무대를 준비하며 쌓아온 과정은 남습니다.
제가 명예가 없다 보니 이런걸 쓸려면 뭔가 납득가는 말을 잔뜩 늘어놔서 최소한 이 글 안에서는 사기를 쳐서 전문가 노릇을 해야 되는데 안타깝게도 모든 자료가 컴퓨터에 있고 저는 지금 스마트폰 하나를 들고 있네요.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좋은 글로 찾아 뵙겠습니다.
뭐 제가 구구절절 늘어놨지만 예체능의 특징이 뭡니까, 딱 보면 압니다.
뼈만 앙상한 30대 청년이 청산유수로 본인이 운동잘알임을 어필해봤자 구석에서 조용히 120 치고 있는 근돼 앞에선 입에 달린 모터가 고장나기 마련이죠.
한예종 졸업해서 국립발레단 들어간 발레리나의 일상 혹시 아세요?
적은대로라면 말 그대로 업계 탑인 로열로드거든요. 이 사람들 어디 가면 막 다 알아보고 여가 시간에는 명품 두르고 해외여행 다니고 이러지 않습니다; 예전 박지성 발이라며 짤 돌 때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발도 함께 돌았었죠. 대체 뭘 어떻게 해야 발이 그렇게 되겠습니까;
주구장창 춤만 춥니다. 일년에 공연이 100여개 쯤 있고, 그 남은 260여일동안 발끝으로 서있어요. 이걸 몸을 고장내가면서 왜 할 까요?
그 답을 여러분들은 고작 초동 ‘몇천장’ 파는 오마이걸을 통해 알 수 있을 겁니다.
언젠가 ‘인기 있어지기 위해’ 아이돌을 하는거면
솔직히 너무 슬프지 않을까요?
무슨 상양을 상대하는 북산마냥, 지금 1위를 2번 연속으로 해버렸는데 솔직히 결승은 힘들 것 같습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똑같은걸 세 번 당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다들 아시겠지만 똑같은걸 세 번 당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하지만 오마이걸엔 북산의 채치수와 정대만처럼 졸업하는 멤버가 없습니다. 무슨 akb도 아니고...
이 친구들이 설령 우승을 못하더라도 퀸덤에서 보여준 양질의 무대는 아주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재생목록에 남을 겁니다.
앞으로의 무대를 기대하게 하는 팀, 오마이걸을 주목하세요.
그럼 전 태연 팬미팅 티케팅 연습하러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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