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3스날!?
믿기지 않는 사실이지만 아스날은 저번 라운드 기준 프리미어리그 3위였습니다. 하지만 경기력은 말그대로 똥망에 가깝습니다. 많은 분들이 '아니 3위 팀이 배가 부른 소리를 하시네'라는 말씀을 하실 수 있지만 진짜 똥망입니다. 그것이 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지표가 골득실이고요. 질 때는 매번 지적받는 문제점이 곪아서 처참하게 지고, 천운이 따라서 혹은 오바메양이 몇 안되는 찬스에서 골을 넣어서 이기거나 비긴 경기들이 많습니다. 이번 시즌 리그 경기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할거에요. 밑에 있는 팀들이 이보다 더 못할 수는 있겠지만 아스날의 경기력은 절대 3위를 할 만한 퀄리티가 아닙니다. 오죽하면 이번 시즌 리그 경기에서 가장 잘했다고 평가받았던 경기가 리버풀한테 진 경기였겠습니까. 지금 지적받고 있는 팀의 문제점을 고치지 못하면 다른 빅클럽들이 정신을 차리고 반등하느냐와 별개로 떨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2. 우나이 에메리
개인적으로 지난 시즌에 에메리에게 나쁘지 않은 평가를 내렸던 이유는 첫 시즌이었고, 현실적으로 팀의 스쿼드 퀄리티가 변변찮지 못했다는게 사실이며, 전반은 말아먹었지만 후반에 뒤엎는 경기가 굉장히 많았다는 점에서 에메리가 포인트는 제대로 잡을 줄 아는 감독이라고 생각했던 점, 그리고 폼이 떨어진 고주급자 외질을 과감히 정리하려 하는 등 나름 스쿼드를 개편하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시즌 막판 눈뜨고 보기 힘든 니가 가라 챔스 레이스와 유로파 준우승 등은 폼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몇몇 선수들 때문에 불가항력이었다라는 생각이었고...
하지만 이번 시즌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었던 점들에서 전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부상 복귀와 영입으로 스쿼드가 나아졌음에도 경기력은 지난 시즌 좋을 때보다 못하며, 무슨 이유인지 끊임없이 지적받고 있는 전술적인 문제를 고치지 않고 있고 그것의 최고 원인으로 꼽하고 있는 자카를 중원 미드필더 조합에 무조건적으로 고집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아스날은 에메리를 클럽의 장기적인 동반자로 생각하지는 않아왔는데,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현지 언론에서 이대로라면 에메리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내더라도 보드진이 에메리를 재신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거겠죠.
3. 기대보다 잘하고 있는 선수들
오바메양은 이번 시즌 가장 먼저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야 할 선수. 아스날이 지금 안좋은 경기력에도 그나마 승점을 챙기며 3위에 올라와있는 이유 중 절반 이상이 오바메양의 공입니다. 보통 많이 놓치고 많이 넣는다는 오바메양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이번 시즌 초반만큼은 적은 찬스에도 대단한 결정력을 보여주면서 아스날의 리그 득점 13점 중 절반 이상인 7점을 책임지고 있는 중. 동시에 수비 가담도 열심히 하고 어린 선수들을 이끌며 필드 위에서 실질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체임버스는 최근 우측 풀백 땜방을 해주고 있는데 수비적으로는 단단하고 오버래핑도 적극적으로 해주며 나일스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때문인지 그 자리가 체임버스에게 적격으로 보이지만은 않더군요. 장기적으로 체임버스에게 자리를 마련해준다면 수비진 로테이션을 시키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사용해보는 것도 어떨까 싶은데 에메리는 체임버스를 백업 수비롤로만 여기는 듯.
18살 부카요 사카는 이번 시즌 아스날의 수확 중 하나. 다른 유스들 혹은 페페보다 더 날카롭고 번뜩이는 센스를 보여줄 때가 많습니다. 아직 어려서 경험이 부족하고 수비 가담을 소홀히 한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요즘 이 포지션에서 얘보다 더 나은 애도 없어보인다는게 안타까운 현실이네요.
귀앵두지는 워낙 말이 많이 나왔으니 안써도 될 것 같네요.
4. 기대보다 못하고 있는 선수들
니콜라 페페는 당연히 여기 들어와야 합니다. 적응 문제를 고려하더라도 퍼포먼스가 영 신통치 않습니다. 최근에는 도움이 된다 안된다를 떠나서 턴오버를 양산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고요. 발재간을 보면 리그 앙에서의 모습이 아예 버스트같지는 않아보이는데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는 그걸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아예 감을 못잡는 느낌. 마음이 조급해져서 그런건지 최근에는 기본적인 킥까지도 빗나갈 때가 보입니다. 리그를 옮기는 선수들이 시즌 단위로 적응에 애먹는 것도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긴한데 아스날이 그걸 감당할 수 있을만큼 여유가 있는 구단은 더더욱 아니라서...
지난 시즌 사이드 한 쪽을 담당해줬던 콜라시냑도 꽤 부진합니다. 물론 프리시즌동안 사고에 휘말리기도 했고 그것의 영향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을수도 있겠지만... 지난 시즌 뛰어났던 공격력은 줄었고 어설프던 수비 실력은 그대로더군요. 티어니가 핏을 맞추면 무난히 밀려날듯.
역시 지난 시즌 전반기 매우 훌륭한 활약을 펼쳤던 토레이라도 다소 부진합니다. 코파 문제인지 체력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듯한 모습. 에메리가 좀 더 전진적인 롤을 맡긴 것이 토레이라에게 잘 안맞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걸 고려하더라도 폼이 썩 좋진 못했습니다. 최근 경기에서 그래도 좀 괜찮아지고 있다는게 희망적이긴 하네요.
많은 기대를 받고 임대로 들어온 세바요스는 본인에게나 아스날에게나 레알 마드리드에게나 모두 아쉬운 활약을 보여주는 중. 패스길을 보고 내주는 모습이라던가 테크닉은 뛰어난 편이고 본인 실력 이상으로 열심히 수비 가담에 신경 쓰는 모습도 보이기는 합니다만 아스날에서 발전하여 레알 마드리드에 다시 도전하겠다는 그의 야망에는 미치지 못하는 퀄리티입니다. 물론 제 몫을 못하는 미드필더가 고정으로 하나 박혀있으니 밸런스가 무너져서 활약을 펼쳐보이기 힘든 상황일 수도 있는데... 플레이스타일을 생각해보면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전으로 한자리 차지하려면 여기서는 어떤 카테고리든간에 월등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장점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경기에 대한 영향력도 꽤 떨어지는 느낌.
자카랑 외질은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어서 하지 않겠읍니다.
5. 플레잉 타임을 받고 있는 어린 선수들
부카요 사카는 앞에서 전술했으니 생략. 리스 넬슨이나 조 윌록은 아직 특별함이 보이지는 않더군요. 뎁스가 좋은 편이 아니라 팀에 남겨도 둘 다 플레잉 타임 자체는 꽤 나올 것 같은데 솔직히 아직은 회의적입니다. 싹수가 괜찮다 아니다 이야기가 아니라 현 아스날에서 본인의 잠재력을 만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반면 마르티넬리는 주로 리그컵 경기이긴 했지만 기대가 될만한 장면들을 여럿 보여준 선수입니다. 움직임도 나쁘지 않았고 피니시도 간결하고 좋더군요. 이런걸보면 톱 자원이 아닌가 싶은데 인터뷰를 보면 에메리는 측면 공격수로 분류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현재 스쿼드에서 원톱 자리에는 1순위 라카제트 2순위 오바메양일테니 1군에서 경쟁적인 플레잉 타임을 얻으려면 사이드로 가는게 맞기는 하지만요.
긍정적인 전망 위주는 아니지만 리그컵에서 리버풀에게 져서 떨어진다 하더라도 유로파리그 32강 토너먼트 정도까지는 어린 선수들과 백업 선수들에게 플레잉 타임을 주면서도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이 되니 좀 더 여유있게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그 때까지 정작 리그 레이스를 잘 펼칠 수 있을지가 걱정이 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