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자국에서 열린 코파아메리카 2019에서 정상에 오른 브라질 대표팀.
하지만 그 이후 A매치에서의 성적은 아주 부진합니다.
9월
vs 콜롬비아 2 대 2 무
vs 페루 0 대 1 패
10월
vs 세네갈 1 대 1 무
vs 나이지리아 1 대 1 무
코파아메리카 이후 치른 4경기에서 3무 1패로 승리가 없는 브라질 대표팀인데요...
치치 감독 부임 이후 승승장구하던 브라질 대표팀이 갑자기 부진에 빠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1. 코파아메리카 우승으로 인한 동기부여 저하.
치치가 처음 브라질 대표팀에 부임했을 때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예선이 한창 치러질 때였고, 예선 6위까지 떨어지며 월드컵 탈락의 위기까지 갔었죠.
이런 상황에서 참가한 코파아메리카 센테나리오에서 조별리그 탈락으로 망신을 당한 브라질은 둥가 감독을 경질했고, 축구 전문가들, 팬, 국민들이 염원하던 치치가 감독으로 부임합니다.
치치는 브라질 대표팀을 한순간에 바꿔놓으며 브라질을 다시 세계 정상급 팀으로 올려놓습니다.
개최국 러시아를 제외하고 가장 먼저 월드컵 본선을 확정 지은 국가가 되었고, 벨기에에 8강에서 아쉽게 패배하긴 했었지만 나쁘지 않은 경기력이었죠.
월드컵이 끝나고 남은 건 1년 뒤 자국에서 열릴 코파아메리카였고, 에이스인 네이마르가 빠졌음에도 우승에 성공했습니다.
코파아메리카가 끝난 지금 시점, 현재 브라질 대표팀에 동기부여가 될만한 대회나 타이틀이 딱히 보이지 않습니다.
내년에도 코파아메리카가 있긴 하지만 4년 주기를 맞추기 위해 급조한 대회고 이미 우승을 차지했기에 딱히 간절하진 않고, 3월부터 열릴 월드컵 예선도 빡세게 준비해야 할 경기들은 아니죠.
그래서 그런지, 9월부터 열린 경기들을 보면 선수들의 경기에서 보여주는 움직임이 최근 몇 년간에 비해서 적극성이 많이 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 장거리 비행, 익숙하지 않은 경기장에서의 경기.
브라질 대표팀의 9월 A매치는 미국에서, 10월 A매치는 싱가포르에서 열렸습니다.
유럽파가 다수인 브라질 대표팀이라 미국, 아시아 지역으로의 비행은 컨디션 조절에 문제가 많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미 예선을 치를 때도 남미 대륙으로 이동을 하긴 하지만 자국이기 때문에 적응이 쉽지만 타 대륙이라면이야기가 다르죠.
그리고 경기를 치른 경기장들이 모두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기에는 미흡한 잔디 상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페루와의 경기가 열린 LA 메모리얼 스타디움이나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은 잔디가 많이 훼손된 모습이었죠.
10월 A매치가 끝나고 나서 치치 감독은 경기장의 잔디 상태와 이런 경기장에서 경기를 잡은 경기 에이전시 회사에 안타까움을 표시하기도 했습니다.
3. 흔들리는 수비라인
화려한 개인기와 공격력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브라질 축구 대표팀이지만, 최근에는 탄탄한 수비력으로 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포스트도 하나 작성한 적이 있었죠.
실제로 치치 감독이 부임한 이후 코파 아메리카 2019 결승전까지 브라질 대표팀의 42경기에서의 실점이 단 12실점에 불과했고, 이 중에 클린시트가 32경기, 2골이 상 실점한 경기도 벨기에와의 월드컵 8강전에서 당한 2실점이 전부일 정도로 엄청난 수비력을 선보였었죠.
그러나 코파아메리카 이후 펼쳐진 경기에서는 4경기에서 5실점을 했으며, 모든 경기에서 실점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두 가지 문제 정도가 원인으로 뽑히는 데, 첫 번째는 주전 골키퍼 알리송의 부상입니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당한 부상으로 인해 약 두 달간 결장하다가 지난번 맨유전에 복귀해서 경기를 치렀죠.
알리송 대신에 출전하는 맨시티의 에데르송이 소속팀과는 달리 대표팀에서는 불안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페루와의 경기 실점 장면이 결정적이었죠.
이번 11월 A매치에는 반대로 에데르송이 부상으로 빠지고, 알리송이 회복되어 복귀한 상황이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센터백인 마르퀴뉴스의 불안함입니다.
18살의 어린 나이에 치치 감독과 2012년 클럽월드컵에서 우승을 이끈 후 AS로마를 거쳐 PSG에서 활약 중인 마르퀴뉴스는 월드컵 이후로 미란다 대신에 팀 동료 치아구 시우바와 함께 대표팀 센터백을 지키고 있습니다.
코파때까지는 괜찮은 움직임을 보여주던 마르퀴뉴스가 최근 A매치에서는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10월 세네갈전에서 왼쪽 윙포워드로 나온 리버풀의 마네에게 완전히 농락당하면서 PK를 내주는 모습은 최악이었죠.
센터백이지만 패스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른 마르퀴뉴스를 지난 시즌부터 PSG 투헬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중용하고 있는데 소속팀에서는 수미, 대표팀에서는 센터백을 소화하면서 혼란이 온건 아닌가 싶습니다.
4. 네이마르에 맞는 전술을 찾는 과정에서 오는 혼란.
치치 감독은 코파아메리카가 종료된 이후 네이마르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술을 실험 중입니다.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에베르통 소아레스가 공백을 메워주며 코파아메리카 우승을 따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대표팀의 미래, 즉 월드컵을 위해서는 공격진의 에이스이자 크랙인 네이마르의 활용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전술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치치 감독은 지난번 소집에서 "나는 브라질 대표팀의 공격 라인에 PSG와 리버풀의 게임 모델을 섞은 전술을 사용하고 싶다"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네이마르를 PSG에서처럼 2선 중앙에서 프리롤로 뛰게 하며 공격 전개에 있어 자유도를 주고, 원톱인 피르미누는 리버풀에서처럼 밑으로 내려와서 빌드업과 수비에 관여하며, 측면 자원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죠.
수비 시에는 4-4-2로 전환시켜 네이마르를 측면이 아닌 톱의 위치에 놓고 수비에 적게 가담시켜 체력을 아끼고, 역습에도 용이하게 하는 전술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 전술을 제대로 시험해보려던 경기가 10월 2번째 A매치인 나이지리아전이었습니다.
치치 감독의 애제자이자 브라질 공격의 핵심인 쿠치뉴가 빠지고, 네이마르가 그 자리에 대신 뛰는 전술이었는데 네이마르가 경기 시작 후 얼마 되지 않아 부상으로 빠지면서 쿠치뉴가 다시 투입되었습니다.
그때 입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네이마르는 11월 대표팀 명단에도 빠졌고, 치치가 원하는 실험도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네요.
5. 오랜 시간 함께 일하던 코칭스태프들의 이탈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결정적이라고 보는데, 그동안 치치 감독의 오른팔 역할을 잘해주던 핵심 코칭스태프인 에두 디렉터가 아스날로, 시우비뉴 수석코치와 라자루 전력분석관이 리옹으로 떠난 점입니다.
에두와는 특히 10년 가까이 코린치안스와 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춘지라 더 빈자리가 큰 듯싶습니다.
시우비뉴는 원래 코파아메리카가 끝나면 올림픽을 준비하는 U-23팀으로 가는 걸로 내정되어 있었으나, 주닝유 페르남부카누가 풋볼 디렉터로 합류한 올림피크 리옹의 감독으로 가게 됩니다.
시우비뉴가 갈 때 대표팀 전력 분석관인 페르난두 라자루 역시 그와 함께 리옹으로 가게 되죠.
라자루는 브라질 분석가 모임 CPA (Centro de Pesquisa e Análise)의 수장으로, 코린치안스에서 치치와 함께 일했던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 시우비뉴와 라자루는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면서 내년 시즌 코린치안스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긴 합니다.
슈틸리케가 한국 대표팀 초창기에 성적이 잘 나오다가, 신태용 당시 수석코치가 올림픽 대표팀으로 가면서 무너지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되네요.
현재 에두가 있던 디렉터 자리에는 2002 월드컵 우승의 주역이자 미들즈브러의 레전드인 주닝유 파울리스타가 왔고, 시우비뉴의 빈자리에는 98 월드컵 대표팀에서 중원을 지켰던 삼파이우가 왔습니다.
글을 길게 썼는데, 간단하게 요약해보면
1. 코파아메리카 우승으로 인한 동기부여 저하.
2. 장거리 비행, 익숙하지 않은 경기장에서의 경기.
3. 알리송 골키퍼 부상, 마르퀴뉴스의 부진으로 인해 흔들리는 수비라인
4. 아직 미완인 네이마르 전술 최적화
5. 치치와 함께하던 코칭스태프들의 이탈
이렇게 됩니다.
11월 A매치는 유럽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아부다비고, 라이벌팀인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있으며 코칭스태프들도 보강되었기 때문에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기대중입니다.
아르헨티나부터 꺾고, 한국과 경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구요.
부진한 브라질 대표팀의 11월 A매치 결과를 지켜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