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Date 2002/05/06 04:41:41
Name addict.
Subject [짧은 생각II] 전제에 있어서.
결혼은 미친짓이라는데.
정우성과 (상상속에서의) 저의 연인 장쯔이는
서로 사랑하며 우린 미쳤다고 외쳤는데.
왜 전 이 밤에 혼자 미쳐서 이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T.T

그래도 이건 마무리하고 자겠습니다.

제가 보기엔 탄야님과 다른분들 생각 사이에는
매우 근본적인 전제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냥 저 나름대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아직도 명맥은 유지하고 있지만.
제가 대학 막 다닐 무렵 학생운동이 침체기라는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학생회 선거율이 너무 저조해서 투표기간 연장이라는 상황이 반복이 되었었죠.
'일반' 학생들은 더 이상 운동에 관심이 없어지는.

그런 운동권안에 두가지 큰 흐름이 있었습니다.
이 두 흐름의 가장 큰 차이는 현재 한국을 어떻게 규정하는냐에 있었습니다.

맑스의 5단계 발전설을 전제로 한쪽에선 한국을 아직 제국주의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못한 반봉건-반식민지 상황으로 규정하여 투쟁의 제일 목표를
반미투쟁-남북통일에 두었고(오노와 F-16으로 힘 좀 받고 있죠 ^^)

다른 한편에선 한단계 더나아간 자본주의 국가로 규정,
자본가 타도-노동운동에 방점을 찍죠.
'일반' 학생들이 보기엔 비슷한 이야기 였음에도.
그 두 노선사이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때론 훨씬 더 날이 선 논쟁이 이어지곤 했죠. 상대방을 깍아 내리면서까지.

저에겐 지금 게임계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이런 차이가 있지 않나 합니다.
탄야님에 반발하시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아직 게임계는 발전이 덜 된,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한 격려와 보살핌으로 힘을 모아
어떻게든 현재의 불안한 상황에서 탈피해 나름대로 하나의 산업으로 뿌리내려야 할 시기라고 생각하시는 듯 하고.

(이 부분은 순전 제 추측입니다만) 탄야님은 작년의 어수선한 리그운영이
옥석이 가려져 방송사 위주로 재편-정리되고,
팀들도 정비되어 가는 추세이니,
앞으로 프로리그가 존속하기 위해선,
많은 명경기들이 필요하며 그걸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현재 잘하는 선수들보단,
부진한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시는 듯 합니다.
탄야님은 그 부진의 원인이 제대로 된 근거를 가진
비판문화의 부재라고 생각하신 듯 하고요.

전 결국 이번 논쟁 또한 이전에 있었던 프로게임계의 산업으로서의 정착 가능성에 대한 논쟁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를 깔고 본다면.
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시는 분들은 탄야님의 글과 표현은 충분히 수용가능한 수준이며
유머스럽고, 장난기 가득한 독설이 되는 것이구요.
전자의 입장에서 보시는 분들이 보기엔, 이건 정말 너무나 속상하며 기운 빼는 일이겠죠.

아예 '일반' 학생이 꼭 대외 투쟁에만 힘쓰지 말고
학내 복지에 대해서 신경쓰라고 이야기하면
차라리 그 이야기들을 귀담아 들어야겠다고 생각되다가도.
나름대로 같이 '진보적'이란 수사를 공유하면서도.
이다지도 내 생각을 몰라줄까. 하는 데에서 그 날선 논쟁들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말입니다.
저조한 투표율로 대표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학생회와 마찬가지로.
제가 내일 학교가서 애들한테 어제 PGR21에 글 쓰느라 밤샜어. 머 이러면.
캡 한심한 눈으로 쳐다 볼겁니다. 야아. 엄재경씨가 내 글에 리플도 달아 주었다니까.
이런다면. 한 대 꿀밤도 매기겠죠. 나이 값좀 하라고. 낼 셤은? 졸업은 안할꺼야?

이건 제 자신의 현실이기도 하지만. 게임계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제 주위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타를 즐기지만.
그들에게 프로 게임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입니다.

결론은? 어쩌면 무가치하고 뻔한 결론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서로의 생각과 전제에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는 서로를 인정하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가질지라도.
각자가 옮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마치 겜큐와 PGR이 공존하듯 말이죠.
그러다 보면 분명히 사안과 상황에 따라선 한 목소리를 낼 일도 생기겠죠.
그러면서 서로 소통의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지금처럼의 감정대립보다는 말입니다.

흠. 전 어쨌든 이것도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PGR같은 공간의 존재가.
현재 저에게 PGR이라는 공간의 특성은.
아까 탄야님이 쓰셨다 지운 임요환 게이머 언급부분에 대해.
'그래. 역시 넌 임빠였어' '난 너같은 임빠들땜에 임요환이 재수없어'하는
리플이 안 달릴 수 있는 유일한 곳입니다.
이 정도만 해도. 어디입니까?

운영진 여러분의 노력은 헛되지 않습니다. 기운 내십시오.

일단 게임시작하고 일군이라도 제대로 나눌 줄 알게 되었다면.
기뻐해야 할테니까요. ^^
아직 익혀야할 빌드오더와 필살기는 수두룩하지만요.
(흑. 제가 읽어야할 교과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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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5/06 17:36
수정 아이콘
좋은 "의도"에서 나온 "효과"있는 "실천"이 있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지요. 낭천님 말씀대로 탄야님의 글은 좋은 "의도"(탄야님의 글에서 이런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에서 나온 부정적인 "파급 효과"만을 부른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그런 부정적인 파급 효과(언급된 당사자들의 상처등등...)에 대해 분개하시고 걱정하시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요. 사실 나쁜 "의도"에서 나온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 의도를 칭찬해야 할까요? 아님 비나해야 할까요?
예전에 도덕 과목에서 읽던 "과정"과 "결과"에 대한 이야기 같습니다만 저는 부정적인 "파급 효과"에 대해서만 너무 집착을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실 탄야님의 글은 게이머 들에게 상처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많은 것을 남겨 줬습니다. 그것이 탄야님이 의도한 것이었든 아니었든 말이죠.
탄야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 글이 꼭 삭제되어야 한다는 의견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많은 분들이 요청한 사과와 글 수정의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사과를 거부(사실 탄야님은 사과를 하셨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만)하고 글의 수정을 거부(이 부분도 사실 탄야님이 몰랐을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감을 합니다.
02/05/06 13:51
수정 아이콘
의미라... 저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제 기본적인 생각의 틀은 변함 없습니다..
탄야님의 글은 게이머 들에게 상처를 남겼을뿐입니다

"의도" 가 아무리 좋아도 "실천" 의 "효과" 가 없다면?
그 "의도" 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게 되어 버린답니다
에이취알
02/05/06 12:50
수정 아이콘
단순히.. 전적데이타만 보구.. 승/패에 따른 승률로서 선수들을 평가하고 인신공격하면서 글의취지에는 '당신들을위함이다' 그러니 다 이해해 주십시오

전 탄야님의 글을 이렇게만 생각했습니다.

머리가 나뻐서 그정도까지 많은 의미가 담겨있을줄은
생각도못했군요..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글이군요...... GG
식용오이
02/05/06 11:48
수정 아이콘
p.p님.. 마음 상하다니요? 그렇게 보이세요? ^^;;;
PGR21과 PGA 때문에 밤 꼴딱 세우고 회사에 왔지만 저는 아주 무사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02/05/06 11:29
수정 아이콘
아래의 [짧은생각 Ⅰ]에 이어 강력 지지 1표 !!! ^^
아, addict 님, 전 어젯밤 12시에 잠자리로 들었답니다 ~(에뒤트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너무나 재미있는 생중계, 실시간 스토리였지만 내일을 위해서, 월요일을 위해서 ~ 왓하핫 ^^
식용오이님? 괜찮으세요? 혹 마음 상하셨지는 않으신지요? 좀 걱정되요. 괜찮으시죠? 식용오이님은 강해 보이시니까 괜찮으실꺼라고 믿습니다. 전 식용오이님 생각과 반대지만, 그래도 식용오이님을 좋아한답니다 ~ ^^
02/05/06 04:50
수정 아이콘
그리고 보니 혼자 미쳐서 밤새는 건 아니군요.
동지<?>들과 함께.
혹시 오늘 출근하시는 분들중에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이나 그런건 없으신지요. 그래야 좀 더 동병상련이. T.T
식용오이
02/05/06 05:38
수정 아이콘
타이슨 최 12번홀 까지 선두네요. 두타차 리드구요. 어쩌면 역사적인 모습을 보고 출근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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