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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4/06/30 02:13:46 |
Name |
Tigris |
Subject |
유랑담 약록 #11 / 120612火 _ 동네 한 바퀴 / 외전3 _ 게임, 계층, 취미, 한류 |
'아, 귀찮다.'
잠에서 깨어났을 때 든 생각은 오직 그것 뿐이었다. 일어나기도 귀찮고, 짐을 다시 꾸리기도 귀찮고, 다음은 어디로 갈지, 또 오늘은 또 어디서 잘지 생각하는 것도 귀찮았다. 가끔 이렇게 누구와도 마주치지 않는 외진 곳에서 조용히 빈둥거리고 싶은 날이 찾아온다. 의욕이 없으면 보름이고 한 달이고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나 같은 인간―'기분파'라 하면 말은 그럴싸하다―에게, 게으름에 대한 욕구는 꽤 버거운 적이다. 학교나 회사 같은 시스템에 속해 있다면 정해진 일과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효율은 끌어낼 수 있겠으나, 혼자 무언가를 만들거나 쌓아나가는 사람에게는 그것조차 쉽지 않다. 자기만의 루틴을 만드는 게 그나마 상책이지만, 정처도 없는 여정에 규칙적 일상을 기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루 제끼자.' 이미 여정이 본 궤도에 오른 이상 하루쯤 공쳐도 괜찮겠지 싶었다. 쉬고 싶어도 쉬지 못하는 날이 오면 그때 무리해서 다니면 된다. 나는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를 덮었다. 아무래도 좋으니 일단 한숨 더 자고 싶었다.
해가 기울어질 무렵에야 느즈막히 일어났다. 세수하러 나가는 김에 카운터에 들러 숙박을 하루 더 연장했다. 전날 사둔 편의점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고,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돌아다니거나 하며 소일했다. 오랜만에 뉴스도 살펴보았다. 세상은 변함없이 혼탁한 요지경이었다.
저녁 무렵, 적절히 흐린 날이 마음에 들어서 바람이나 쐬러 나가기로 했다. 사진기를 챙기려다가 그만두었다. 사진기를 챙기면 뭐 하나라도 더 찍어두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들어 마음이 분주해져버린다. 오늘은 그냥 편하게, 목적지도 없고 네비게이션이나 지도도 없이 아무 길이나 마음대로 다니자고 정했다.
다니던 도중 문득 서점이 눈에 띄었다. 들어가서 잡지, 소설, 만화를 잠깐 살폈다. 언제나 일본의 잡지 수에는 놀라게 되는데, 그 중 우연히 관능소설 잡지가 눈에 들어와 잠시 읽어보았다. 두께도 상당하고 잡지의 수도 여럿인 것으로 보아 의외로 수요가 꽤 되는 모양이었다. 소설 코너에서는 주로 문고본을 살폈는데,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읽어보니 역시 문장의 템포가 한국어 번역판과는 달랐다. 한국의 하루키 열풍은 번역가 유유정 씨의 공이 꽤 크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무라카미 류나 가네시로 가즈키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번역판과 문장이 비슷했다. 코단샤(講談社)의 문고본으로 나와있던「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잠시 읽어보았는데 역시 류시화의 번역이 무척 날카로우면서도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 종류는 랩핑되어 있어서 볼 수 없었지만 「엑셀 사가」의 완결편이 있어서 반가웠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를 사서 나왔다. 워낙 작은 책인지라 카고바지의 옆주머니에 쏙 들어갔다. 이륜차에 시동을 걸어 또 다시 모르는 길로 향했다.
주택가에 우체국 지점이 있기에 들어갔다. 내일 체크아웃하면서 지불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나 시각 때문인지 통장으로는 출금이 되지 않았다. 내일 다시 들리기로 했다.
슬슬 숙소(아키타현 청소년 교류센터 유스펄)로 돌아가려 했는데 너무 이리 저리 멋대로 방향을 꺾어가며 돌아다녔더니 대체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잠시 헤매다가 로손이 보이기에 들어갔다. 일본의 편의점에는 꼭 지도책 코너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이륜차 여행자들은 도시에서 길을 헤맬 때면 편의점에 들린다. 손님용 화장실도 갖춰져있고 음식이나 음료의 가격도 터무니없이 비싸진 않은데다 가끔 삼각김밥이나 자체 브랜드 상품을 대폭 할인해서 팔 때도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유용하다.
지도를 살펴보니 나는 숙소에서 동쪽으로 출발해서 큰 반원을 그리며 숙소의 남쪽 방면으로 내려와 있는 듯했다. 먹거리와 맥주를 조금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목욕탕에서 느긋하게 몸을 씻고 방에 왔다. 노곤한 몸을 침구에 뉘인 채 내일의 여정을 짰다. 서쪽 해안까지 왔으니 다시 동남쪽으로 향하면 될듯 싶었다. 조금 찾아보니 아키타 현의 동부에는 '도호쿠의 작은 교토'라고 불리는 가쿠노다테(角館)라는 지역이 있는 모양이었다. 오토캠프장을 검색했더니 가쿠노다테로부터 십 수 킬로미터 떨어진 다자와 호(田沢湖)라는 호수에 두 곳이 있었다.
나는 블로워와 솔을 꺼내 사진기를 소제하고, 각종 전자기기를 모두 충전시켜둔 채 일찍 잠을 청했다. 잠은 더디게 왔다. 어쩌면 편안한 잠자리가 지겨워진 듯도 싶었다.
(계속)
【 외전 #3 - 게임, 계층, 취미, 한류】
- 11편은 지금까지의 연재분 중 가장 양이 적었네요. 적절한 분량보완을 위해 이번 외전은 게임을 위시한 각종 취미에 관한 사진을 모아봤습니다.
2011년 여름 당시, 부산과 오사카를 오사는 팬스타 드림 호의 오락실에는 철권 태그 토너먼트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조작부를 보시면 SEGA 로고가 있고, 동전투입구에는 100엔이라는 표시가 보입니다.
한 판에 1,500원(당시 환율이 그 모양이었습니다)이나 내고 하려니 어째 오기가 생겨서, 정색하고 원코인 클리어했습니다.
일본기계답게 레버가 사각입니다. 원형 레버만 쓰던 입장에서는 최악이죠. 풍신 한 번 쓰기도 힘듭니다.
'ROUND 1'이라는 종합어뮤즈먼트 시설 내의 오락실 풍경입니다.
일본의 오락실은, 뭐 워낙 다양한 곳이 있긴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UFO캐쳐(토이 크레인)나 프리쿠라의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가끔은 그 두 가지만으로 된 거대 오락실도 있습니다.
위 사진보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왔습니다. 대형 오락실에서는 메달을 이용하는 도저(dozer)형 게임도 꽤 인기 있습니다.
콘솔게임의 인기가 주춤했던 시기에는 코나미, 닌텐도, 세가 등 유수의 게임업체가 주력사업으로 밀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죠.
이게 빠찡코 비슷한, 운 좋으면 막 터져주는 재미가 있습니다. 조작이 어렵지 않고 룰도 단순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도 인기가 많습니다.
도저에 쓰이는 메달은 환전이나 상품교환을 해주지 않기 때문인지, 기계의 잭팟 확률이 느슨합니다. 업소 입장에서도 손해 볼 거 없다는 거죠.
또한 '환전이나 상품 교환이 없다 = 사행성 게임이 아니다'이므로 전체이용가입니다.
사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이들도 제한없이 플레이합니다. 아예 3대가 가족 나들이를 나온 경우도 보이더군요.
(포켓몬스터에서 매 시리즈마다 항상 빠찡코 미니게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실제로 아이들이 그런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다만 본격적인 빠찡코 업소는 청소년 출입금지구역입니다.)
저도 가끔 친구와 함께 몇 시간씩 놀며 잭팟 맛을 봤습니다.
4,763개의 메달이 쏟아져도 그 중 상당량이 측면의 거터로 들어가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건 반 이하더군요.
이게 꽤나 화려한 비쥬얼과 사운드, 조명효과 속에서 쏟아지게 되어 있어서 묘한 흥분을 유발합니다.
허나 이렇게 딴 메달은, 이 게임장 안에서 다른 메달 게임을 즐기는 거 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좀 큰 게임장에서는 메달 자동보관 기계도 갖춰두었습니다.
간단한 회원가입과 지문입력을 통해 개인 메달을 보관하거나 찾을 수 있습니다. 한 번 터지면 다음에 와서 또 놀 수 있죠.
오락실 지분을 왕창 먹고 있는 스티커 사진기입니다. 일본에서는 '프리쿠라'라고 합니다.
아틀라스(『여신전생』 시리즈의 그 회사 맞습니다)와 세가에서 합작해 만든 최초의 스티커 사진기 '프린트 클럽(プリント倶楽部)'이 일반명사화 된 경우죠.
시장성이 상당하기 때문에 SNK 등 여러 게임 업체에서 여전히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아예 여학생들의 문화로 자리잡은 덕분에 앞으로도 한동안은 공급/수요가 계속 이어질 듯 합니다.
각종 글씨나 마크는 물론, 변장술에 가까운 사진조작(…)까지 지원하다보니, 옆에서 보고 있으면 '어떤 의미로는 게임기'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UFO캐쳐의 상품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봉제인형은 물론, 피규어, 프라모델, 사탕, 아이스크림 캐쳐도 있지요.
(앞에서부터 둘째 사진 하단의 기계가 하겐다즈 캐쳐입니다. 물론 캐쳐 안은 냉동 상태지요.)
피규어에 대한 조예가 깊은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제 눈에는 제법 퀄리티가 좋아보이더군요.
이쪽도 반다이의 초호기 프라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스케일 및 퀄리티군요.
뒤에는 어떤 표정을 지으면 좋을지 모르는 상태의 아야나미가 보입니다.
저는 둘 중 하나라면 레이입니다. 다만 더 좋아하는 에바 캐릭터가 따로 있는 게 함정.
청순가련소녀 레비도 있네요. 「블랙라군」 다음 권 언제 나오나요….
인기 절정인 원피스도 빠질 수 없지요.
피규어를 모으지 않는 사람도 현혹시킬만한 퀄리티더군요.
여자에의 길.
담요도 있습니다. 「나츠메 우인장」의 냐옹 선생이죠.
우측의 카피바라 인형도 인기품목입니다.
아사히카와 동물원에서 카피바라를 실제로 보았는데, 덩치는 커다란 녀석이 아주 순한 게 한 마리쯤 키우고 싶더군요.
일본원숭이들이 귀 잡아 당기고, 엉덩이를 철썩철썩 때리고 하며 괴롭혀도 그저 멍-한 표정으로 속수무책 서 있는 게 보노보노 같기도 했습니다.
컵라면과 목캔디도 있습니다. 광고모델은 각각 티아라와 소녀시대네요.
(2012년엔가 신라면 광고모델이 다른 한류 아이돌그룹으로 바뀌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가끔 조약한 상품도 있습니다.
마우스패드는 실용성이나마 있을 거 같은데, 이런 조그마한 물건이 볼록해봐야 뭐에 쓸까 싶더군요.
심미적 만족감을 추구한 거라면, 조형적으로 부족함이 있습니다. [정색] 바람직하지 않아요. 대충 둥그렇게 만든다고 재현될만큼 만만한 곡선이 아닙니다.
마작이나 퀴즈, 경마 게임 등도 수요가 상당합니다.
사진 중앙부는 마작 게임의 관람 모니터입니다. 일본에는 이런 모니터가 꽤 많더군요. 웬만한 인기게임에는 다 붙어 있더라구요.
듣기로는 아예 게임기를 판매할 때 클라이언트 4대에 센터 모니터 1대를 기본 세트로 판다고 합니다.
모니터 뒤에 8대의 게임기나 나란히 놓여 있는 상태입니다.
「세가 네트워크 대전 마작 MJ5」라는 게임명 답게 ALL.Net을 통한 전국 네트워크 대전이 기본지원됩니다.
오소독스한 오프라인 작방도 여전히 많지만 젊은이들이나 여성들 사이에서는 이쪽도 꽤 인기인 모양이더군요.
2012년 당시 캐비닛 게임 중 가장 인기 있던 것은 단연 「기동전사 건담 익스트림 vs.」였습니다.
기계 수도 가장 많고, 기다리는 사람이나 구경하는 사람도 많고, 아예 팀 단위로 게임을 즐기는 이들도 꽤 되더군요. (2대2 대전이 기본입니다.)
사진은 삿포로 스스키노의 DINOS라는 오락실인데, 여긴 대전용 기계 8대와 별개로 CPU전 전용 기계 2대를 따로 둘 정도였습니다.
그래픽이 뛰어나서 놀라고, 참전기체가 많아서 또 놀랐습니다. 이제까지의 건담 게임과는 수준이 다르더군요.
저도 CPU전 기계에 앉아 좋아하는 기체(제타, 뉴, 백식, 듀나메스 등)들을 골라 해봤는데, 생각처럼 조작이 안되어서 금방 게임오버 당했습니다.
그러다 '설마….' 하는 기분으로 갓 건담을 골랐는데… 원코인 클리어가 되더군요. 거짓말처럼 손에 쫙쫙 달라붙더라구요.
저는 캡파를 접어도 묵기를 벗어날 수 없나봅니다.
이건 스스키노 DINOS에 철권TT2가 설치되던 날(2011년 10월 5일)의 사진입니다.
어째 스파이샷처럼 찍혔는데 딱히 촬영제한이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가동도 며칠 후에 시작됐고 말이죠.
며칠 후에 가보니 TT2가 가동되고 있길래 슬쩍 난입해보았습니다.
역시 사각레버였는데, 제 주캐가 레이븐인지라 어찌어찌 할 만 했습니다. 나머지 한 캐릭터도 레버 덜 타는 백두산으로…. 끄끄끄.
6를 안해본 탓에 시스템이 영 낯설더군요.
5 시절의 레이븐 이지선다와 백두산 짤짤이띄우고 원투플라 원투플라 원투플라 핵꿀밤가지고 어떻게든 비벼서 3승은 했습니다.
카드 자판기입니다. 워낙에 많은 게임에서 카드시스템을 운용하다보니 카드 자판기만 세 종류가 있었습니다.
이 자판기에는 버추어 파이터5, 철권 TT2, 철권6, 킹 오브 파이터즈 XII, 스트리트 파이터4 등의 카드가 보이네요.
오락실의 건담 게임 중 또 놀라웠던 것이 이 「기동전사 건담 전장의 유대」였습니다.
캡슐형의 기계 안은 180 인치 아이맥스식 화면과 2개의 페달, 2개의 레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헤드셋도 기본으로 달려 있고요.
1플레이 500엔이었는데, 한 스테이지에 대략 5분 소요되고 첫 스테이지에서 패배하지 않으면 두 번까지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지에서의 인기는 별로 없었습니다….)
내부 화면은 이렇습니다. HUD도 제법 그럴싸합니다.
좌석은 진동하지 않지만, 아이맥스식 화면에 컬러필터나 흔들림을 넣어둔 것만으로도 상당한 피격감이 들더군요.
플레이 해본 영상입니다. 초심자답게 퍼덕거릴 때가 많습니다.
스스키노 DINOS에서 현역으로 돌아가고 있던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입니다.
버튼이 2개군요. 1게임 50엔입니다. 재떨이가 눈에 띕니다.
같은 업소의 한쪽 구석에서는 무려 「이 얼 쿵푸」가 현역으로 돌아가고 있더군요. 제 기억 속 MSX 버전과는 꽤 달랐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아주 옛날 인베이더 시절에나 쓰였을 법한 평면 캐비닛에서 가동중이더군요.
'열도를 뜨겁게 할 열두 싸움 - 톱이 되는 건 나다!'
오락실 화장실 앞에 붙어있던 코나미 게임 전국대회 포스터입니다.
종목은 비트매니아, 댄스 댄스 레볼루션, 기타 프릭스, 드럼 매니아, 유비트, 팝픈뮤직, 리플렉 비트, 퀴즈 매지컬 아카데미,
베이스볼 히어로즈 등이군요. 의외로 이 중에서 가장 많은 수익이 나는 건 퀴즈 매지컬 아카데미라고 하지요.
어느 종합쇼핑몰 내 오락실을 지나가다가 발견한 난데없는 한류의 흔적입니다.
사실 일본에서 한국음식 열풍, 구체적으로는 '한국음식은 건강식', '매운 음식이 건강에 좋다' 하는 유행을 불게 한 건 「대장금」이라더군요.
한국 식품업체 입장에서는 꽤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한 시기였을텐데,
당시 정치적으로 부추겨진 반감 때문에 우물쭈물 지나쳐버린 거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임금님의 적절한 웃음이 적절합니다.
어느 중고 게임 매장의 진열대에서 발견한 PS1용 비트매니아 컨트롤러입니다.
구시대의 유물답게 80엔이라는 파격적인 가격표가 붙어있군요.
삿포로에는 특히나 중고매장이 많습니다.
게임만이 아니라 책, 음반, 의류, 신발, 가방, 가전제품, 전자제품, 취미용품 등 웬만한 건 다 중고로 사거나 팔 수 있습니다.
저도 냉장고, 세탁기 등 살림살이를 전부 중고로 사서 해결했다가 돌아올 때 다시 중고로 팔았습니다.
이쪽은 북오프 산하 취미용품 중고매장인 '하비오프'의 SFC 카트리지 코너입니다.
극히 일부 제품(사진에서는 「심시티 2000」만 525엔이네요)을 제외하면 모두 210엔이라 되어 있습니다.
슈퍼 동키콩 2, 파이널 판타지 6, 드래곤 퀘스트 5, 뿌요뿌요, 진 여신전생 2, 드래곤볼 초무투전 등이 보입니다.
'하비오프'의 다른 코너입니다. 저 아이에게서 유희왕의 자질이 엿보이네요.
이만한 중고매매가 형성될만큼 인기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이쪽은 '빅뱅'이라는 이름의 중고매장입니다.
유희왕 만이 아니라 다른 트레이딩 카드도 상당히 많았는데, 잘 모르는 분야라서 구분할 수가 없었습니다.
기왕 카드가 나왔으니 다른 카드 게임을 소개해볼까요.
이것은 만화 「치하야 후루」를 통해 국내에도 알려진 '경기 카루타(競技かるた, 쿄-기 카루타)'라는 게임입니다.
사진은 집 근처 구민회관에서 매주 토요일에 열리는 경기 카루타 모임에서 찍었습니다.
(전일본 경기 카루타 협회에 e-mail로 견학방법을 문의했더니, 이 모임을 알려주며 견학해보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보니 생각보다 스포츠적 요소가 많은 게임이었습니다. 테이블 게임치고는 상당히 격렬하고, 두뇌싸움 요소도 있습니다.
경기 카루타는 중세 일본의 시(단가) 100편을 상하구로 나누어둔 '백인일수 카루타' 한 더미(100장)를 이용합니다.
시의 상구가 적힌 50장은 낭독자가 섞어서 가지고, 하구가 적힌 50장을 두 사람의 플레이어가 25장씩 랜덤하게 나눠 갖습니다.
25장을 세 단에 걸쳐 내용이 보이도록 펼쳐놓고 15분 간의 암기시간을 갖습니다.
이후 경기가 시작되면 낭독자가 무작위로 시의 상구를 읽을 때 그에 대응하는 하구를 상대보다 빨리 찾아내서 쳐냅니다. 이게 핵심이지요.
내 구역의 카드를 쳐내면 그대로 빼고 플레이하고, 상대 구역의 카드를 쳐내면 내 카드를 상대의 구역으로 한 장 넘깁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구역에 있는 25장의 카드를 먼저 없애면 승리합니다.
스타를 제대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유닛상성, 빌드오더를 알아야 하듯,
경기 카루타를 제대로 플레이하기 위해서는 100편의 고전 시가를 외워야 합니다. 처음 몇 글자만 듣고 카드를 골라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이 덕분에 경기 카루타는 고전문학 교육의 일환으로서 일본 각급학교에서 널리 시행됩니다.
어린 시절에 시를 음미하고 시적 표현을 학습하는 건 무척이나 좋은 일입니다. 표현의 폭이 무척 넓어지니까요.
사실 조금만 시적인 표현, 과감한 비유가 보여도 오글거린다느니 중2병이라느니 하며 손가락질을 하는 건
속된 일상언어가 아니면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협한 언어관이 드러나는 일이죠.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가 시, 더 넓게는 시적 표현이나 감정을 드러낸 표현을 박대하는 것에 유감이 있습니다.
이 날 견학하면서 제가 찍은 영상도 있긴 합니다만,
공개허락을 받아두지 못했기 때문에 유튜브의 다른 영상을 대신 소개합니다.
A급 선수들의 연습 영상이라 합니다.
(여기서 A급이란 임의로 붙인 말이 아니고 전일본 카루타 협회의 공식적인 등급입니다. 공인 4단부터 8단까지를 A급이라 한다네요.)
실질적인 카드쟁탈을 보시려면 1분 10초 지점부터 보시면 되겠습니다.
흔히 위 게임의 이름을 '카루타'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사실 카루타는 약 50장 단위의 카드 세트 자체와 그것을 이용한 놀이를 두루 의미합니다.
포르투칼어 Carta에서 유래한 말이며, 외래어다보니 음차도 歌留多、加留多、嘉留太、骨牌 등 다양합니다.
다이소에도 히라가나 카루타, 잡학상식 카루타, 비지니스 상식 카루타, 역사 카루타 등 다양한 카루타를 팔더군요.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일본은 어딜 가나 만화나 일러스트를 볼 수 있습니다.
식당에도 만화책을 비치해둔 곳이 많지요.
사진은 동네 식당에서 라멘과 볶음밥 셋트를 기다리면서 잠깐 살펴본 「이니셜 D」와 「엠블럼 테이크 2」입니다.
「이니셜 D」 이야기가 나온 김에 차 이야기도 잠깐 해볼까요.
예전에, 그러니까 2003년 처음 일본에 갔을 때는 FD가 자주 보여서 눈이 즐거웠습니다만,
이제는 단종된 차량이라 그런지 예전만큼 보이지 않더군요.
2012년 당시 가장 많이 보였던 차는 도요타 프리우스였습니다. 원래 단일 차종이 압도적인 인기를 끄는 나라가 아닌데도 아주 흔히 보이더군요.
사진은 동네에 주차되어 있던 스바루 임프레자입니다. 아쉽게도 분프레자 모델은 아니네요.
이쪽도 동네에 주차되어 있던 차들의 사진입니다.
이니셜D 아케이드 스테이지 Ver. 3 시절 제 주력 차량이었던 180SX(통칭 원에이티)가 있길래 반가워서 한 장을 찍었는데….
뒤로 돌아가보니 원에이티가 아니네요? 뒤가 실비아군요?
이건 실에이티도 아닙니다. 실에이티는 180SX 바디에 실비아(S13)의 프론트를 이식한 모델이니 이 차량과는 정반대죠.
아마도 이게 말로만 듣던 '원비아'일 겁니다. 실비아에 180SX의 프론트를 이식한 거지요. 대체 왜…?
이런 마니악한 차량이 한적한 주택가에 대충 주차되어 있다니… 흥미롭습니다.
일본에서도 아주 드물게 현대차를 만날 수 있습니다. EF소나타도 몇 대인가 보았네요. 혼슈에서는 현대차 공식 정비소도 본 적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투스카니는 디자인이 꽤 좋다고 생각합니다.
RC카 또한 인기있는 취미인데요, 이 사진은 잡화점 '돈키호테'에서 봤던 특이한 RC카입니다.
짐수레 RC에요. 발상이 재밌더군요. 위의 짐에는 '맛있는 밀감'이라 되어 있습니다.
미니카의 명맥도 아주 끊어지진 않았습니다. 스스키노의 어느 잡화점에서 타미야 미니카를 팔고 있더군요.
(사실 얼마 전 콩두스타즈 직관 갔을 때 알았는데, 용산 아이파크몰의 타미야 매장에도 미니카가 있더라구요. 조만간 하나 사올까 합니다.)
사실 저는 「달려라 부메랑」 세대였고 당시에는 캐논볼을 가장 좋아했는데, 부메랑의 시대가 끝난 후에는 이 스핀액스로 갈아탔죠.
지금 생각해도 멋진 디자인 아닌가 싶습니다. 충전지 색깔논쟁 기억하면 노인네 인증
언젠가 집에 대형 레일을 깔아 미니카 10대 정도 정성스럽게 조립해서 놀고 싶다는 소박한 희망이 있습니다.
이 사진은 모 오타쿠 취향 매장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미사용 전화카드를 판매하고 있네요.
제가 에반게리온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도 슬쩍 보입니다.
상단의 세일러문 카드 2장 세트가 31,500엔이고 가운데의 뉴타입 - 에반게리온 3종 세트는 52,500엔이라고 합니다.
(52,500엔이면 당시 환율로 78만 7,500원, 지금 환율로는 52만 5천원 정도군요.)
이 미칠 듯한 가격은 아마 비매품 또는 한정판 특유의 프리미엄이 붙어서 형성된 모양입니다.
축소된 사진에서는 잘 안 보이지만 좌측의 스즈미야 하루히는 위가 840엔, 아래 2장 세트가 1,575엔이라 되어 있으며,
하단의 일반적인 에반게리온 카드 또한 450 내지 850엔 정도의 가격표가 붙어있습니다.
잠깐 영화 이야기도 해볼까요.
일본에서 영화는 한국에 비하면 위세가 약합니다. 멀티플렉스도 적고(삿포로엔 없었습니다), 영화 관람객도 적어요.
요금도 한국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보니 이래저래 영화 볼 일이 적습니다.
2012년 3월 2일, 삿포로 스스키노의 '키노'라는 단관극장에서 이창동 감독님의 영화 「시」의 선행특별상영 겸 감독 대담회가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이 영화가 「포에트리 - 아그네스의 시」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가운데가 이창동 감독님이십니다. 좌측이 영화관 사장이고, 우측은 문학평론가라고 하더군요. 사이에 있는 두 여성 분은 통역입니다.
일반관객에게 질문기회가 주어지지 않아서 아쉬웠습니다.
당시 오간 문답을 요약해서 소개하자면 이하와 같습니다. (내용누출 방지를 위해 글자색을 하얗게 처리합니다. 불편하시더라도 드래그해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 문 : 살구가 나오는 장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듣고 싶다.
- 답 : 여러 의미를 담고 싶었다. 미자가 자신의 운명을 깨닫는 부분이며, 동시에 자신이 왜 그곳에 왔는지 망각하는 부분이다. 후자의 경우 예술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 종종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잔인한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
- 문 : 영화 속 시짓기 강좌에서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대답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 답 : 설명하신대로, 관객에게도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을 생각해보라는 의도였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성립하는 게 아니라 괴로움, 슬픔, 분노 등 반대되는 것들과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주인공 미자가 추한 것을 껴안아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달아가는 과정이다. 한편으로는 죽음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게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 문 : 영화에서는 '글의 힘'이라는 것이 하나의 화두로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시인 및 문학가의 작품활동이 왕성해진 경향이 있는데,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지는지.
- 답 : 당시 나도 큰 충격을 받고 마음에 상처를 느꼈다. 바로 우리집 문턱, 아파트 베란다까지 물이 차오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생생한 두려움을 느꼈다. 이 세상과 일상적 안온함이 영원한 것이 아니며 한순간에 빼앗길 수 있는 것임을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종말이 올 수 있다는 생각이 우리의 삶을, 일생을, 이 세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어떤 의미로는 삶을 다시 긍정하게 하는 역할도 하는 듯하다. 미자는 죽은 소녀의 고통을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인 뒤에야 비로소 한 편의 시를 쓸 수 있었다. 나는 이 영화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어떻게 자기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 문제가 결국 아름다움을 찾는 것과 같은 일이라는 것을 관객과 함께 느껴보고 싶었다.
- 문 : 삿포로 출신의 감독 겸 영화평론가 시오토 씨는 이창동 감독을 '라스트 씬의 작가'라고 하던데, 확실히 오늘 영화도 라스트 씬이 인상적이었다. 이에 관하여 한 말씀 하신다면?
- 답 : 첫 장면의 감독이라 불리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일동 웃음) 사실 나는 내 영화가 늘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이라도 좀 인상적으로 해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라스트 씬이 괜찮다고 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고맙긴 한데, 어떤 관객들은 라스트 씬에서 굉장히 당황하기도 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제 영화의 끝장면이 나오면 '뭐야?', '끝난 거야?', '끝이 왜 이래?' 이런 식으로 남들 다 듣게 이야기하는 관객도 종종 볼 수 있다.
- 문 : 이창동 감독님은 여러 대담을 통해 '영화에 정답을 바라지 말라'고 하신 바 있다. '영화는 대답을 내놓는 미디어가 아니라, 역으로 수많은 관객에게 말을 거는 미디어가 아닐까'라고 말씀하신 것이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적이었다. 금방 흑이냐 백이냐, 선이냐 악이냐 하는 식의 양비론적 태도로 결론을 성급히 요구하는 분위기가 일반화되어 있는 세태를 감안하면 묘한 기분이 든다. 잠깐 영화라는 미디어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시는 바를 들을 수 있을지?
- 답 : 그거 참 어려운 이야기다. 관객 여러분들께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영화에서 이야기의 끝을 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영화가 끝나면 '이게 뭐야', '그래서 결론이 뭐야'하면서 화를 내는 게 그런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테면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해도 관객이 극장 문을 나섰을 때 우리가 사는 이 세상까지 해피엔딩이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관객이 영화가 끝난 뒤에 그 영화 속 이야기가 남의 일이 아닌 자기 이야기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그 이야기의 진정한 결말을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보기를 바라는 것이다. // 종종 사람들이 내 영화를 두고 '메시지가 강한 영화'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영화에 메시지를 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메시지라는 건 관객에게 해답을 전해주고, 주장하고, 강요하는 것이다. 사실 극장에서 흔히 보는 상업영화나 대중적인 흥행영화 쪽이 메시지가 가장 강하다. 그 대부분의 영화가 가진 메시지는 '권선징악'이다. 허나 그런 메시지의 영화를 본다고 해서 실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정의가 승리하고 악이 패배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런 메시지를 가짜 메시지, 있으나 마나한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그 질문을 함께 생각하고 그 결말이 어떻게 될 건지, 어떤 결말을 자기가 원하는지, 어떻게 되었으면 좋겠는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고 느끼면서, 각자가 스스로의 대답을 찾길 바란다. // 사실 영화가 아닌 다른 예술들도, 특히 위대한 예술작품들은 다 그런 질문, 우리 인생에 대한 또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대한 질문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왜 영화라는 매체는 그런 질문을 담은 작품이 점점 없어져가는지, 그에 대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한다. 영화도 그런 의미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고,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문 :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삿포로에 대한 인상을 간단히 표현한다면?
- 답 : 참 좋은 곳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비밀의 애인과 사랑의 도피를 떠날만한 곳, 이라는 느낌이다. 물론 그렇다고 나에게 비밀의 애인이 있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 말기를. (일동 웃음)
제가 삿포로에 사는 동안 조금이나마 화제가 된 일본영화가 이 「탐정은 BAR에 있다」였습니다.
삿포로를 배경으로 하고, 홋카이도 방송에서 활약하다 전국구로 넘어간 배우 오오이즈미 요(大泉 洋, 포스터 우측)가 주연인 영화라 그런지
홍보를 무척 열심히 하더군요. 사진은 삿포로 지하철에 붙어 있던 홍보물입니다.
뭐, 까놓고 말해서 영화는 별로였습니다…. 서사의 완급조절이나 개연성이 꽤 어설프더군요.
덧붙여 포스터 좌측의 안경 쓴 남자는 마츠다 유사쿠(아오키지의 모티브이자 「귀무자2」 주인공의 모델이었던)의 장남 마츠다 류헤이입니다.
우하단의 여성은 마츠야마 겐이치(「데스노트」 영화판의 L,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네기시=크라우저2세 등을 맡았던 배우)의 아내인 고유키죠.
이번엔 건담 계층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도쿄 이북 최대의 환락가인 스스키노에는 다양한 종류의 술집이 잔뜩 모여 있습니다.
그 한가운데에 위치한 모 빌딩의 지하에는 건담 바인 '자브로'가 있습니다.
(뭐, 사실 건담 바 자체는 여기만 있는 게 아닙니다. 스스키노에만도 두 곳이라더군요.)
안내판에 빨간 글씨로 '찾았다… 자브로의 입구다….'라고 되어 있군요.
좌우에 그려진 기체 실루엣이 이 가게의 정체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거 같습니다. 연방의 기지를 지온 기체가 지키고 서 있는 부조화
바 입구는 이처럼 건담과 관련된 셀화나 일러스트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우주세기 중심이지만 G건담도 보이긴 합니다.
제가 건담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문제적 인물 카미유의 셀화도 있군요.
사실 '만다라케'나 '아니메이트' 같은 곳에서도 건담의 셀화는 보기가 힘듭니다. 이미 전국 방방곡곡에 소장되어 있겠죠.
'미하루 행위 금지'
입구에는 이러한 경고문이 붙어있습니다.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듣는다면 당신도 이미 훌륭한 동료입니다.
금지라기에 내부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연방 제복 차림의 여점원들이 서빙을 하고 있더군요.
이곳의 요금체계는 이러합니다. 90분간 술 무제한에 3,000엔, 이후 30분당 1,000엔.
뭐 시간제로 자유롭게 먹거나 마실 수 있는 가게가 워낙에 많아서 어떤 방향으로는 놀라운 가격은 아닙니다.
하단에 놓인 가게 명함도 V작전 매뉴얼의 모양이네요.
요금 이야기가 나온 김에 메이드 카페 홍보물도 소개합니다.
메이드 카페는 전혀 취향이 아니기 때문에―주종관계 자체를 싫어합니다― 가본 적이 없지만, 나중에 자료로 쓰려고 요금표만 찍어왔습니다.
22시 전까지는 30분당 300엔, 22시 이후에는 30분당 400엔이며, 1인당 1주문이 필수군요. 소프트 드링크가 330엔부터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쪽은 실제 점원을 모델로 썼군요. 뭐 요금은 대동소이하네요.
음악 계층으로 슬쩍 넘어갑니다.
삿포로에는 중고 음반매장도 꽤 흔합니다. 중고 서점 같은 곳에서 음반도 같이 다루는 경우가 많은데, LP판 매장도 꽤 있더군요.
사진은 주택가를 걷다가 뜬금없이 발견한 가게입니다.
얼핏봐도 아트 페이퍼, 티 렉스, 비틀즈, 아이언 메이든, 롤링 스톤즈 같은 으리으리한 음악가의 음반들이 보이는군요.
존 콜트레인 좋죠. 블루 트레인은 예전부터 자주 들었습니다. 듀크 엘링턴과 함께한 앨범이 좋더라구요.
마일스 영감님이시군요.
이 앨범에서는 'Head for Backstage Pass' 밖에 모릅니다.
사실 저는 로이 뷰캐넌을 좋아하다가 'Cause we've ended as lovers'를 통해 얼떨결에 제프 벡을 알게 됐지요. 그래서 아는 곡이 별로 없어요.
SG워너비가 아예 그룹명부터 '이들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했던 바로 그 SG군요.
히트곡도 물론 좋아하고, 조금 덜 유명한 중에서는 'Mrs. Robinson'을 좋아합니다.
굳이 한 쪽을 뽑으라면 'Soldier of Fortune'이 더 좋습니다.
스탄 게츠도 잘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의 수많은 'Autumn Leaves' 중에서는 스탄 게츠의 것이 가장 좋지 않나 마 그래 생각함니다.
퀸 좋아합니다. 프레디 머큐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보컬이죠. (그 다음은 에릭 마틴입니다.)
이건 삿포로 시내의 큰 음반매장에서 찍은 K-POP 음반 코너입니다.
친구 생일선물로 전제덕 혹은 이루마의 CD를 선물하고 싶어서 갔던 건데… 정말로 아이돌 밖에 없더라구요.
아이돌 음악도 질이 굉장히 좋아졌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나쁠 거 없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원사이드한 건 좋지 않지요.
다양한 한국 음악이 일본에도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좋은 음악 진짜 많은데 함께 누리지 못하면 아깝잖아요.
노래방 얘기가 나왔으니 이야기 좀 해볼까요.
일본어로는 가라오케라 하죠. '서명을 가라로 한다'고 할 때 그 '가라(가짜)'와 '오케'스트라를 합친 말입니다.
사실 노래방의 보급보다는 스낵(술집의 일종)에서 백밴드 없이도 노래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장비라더군요.
지금도 일본의 소규모 술집에는 가라오케 기계가 있고, 손님들이 거기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한다네요.
한편, 일본에서 노래방을 가면 점원이 어떤 기계로 하겠냐고 물어봐 곤란할 때가 있지요.
DAM 사의 제품이 가장 흔하지만, 사실 제가 추천하는 건 JOYSOUND 쪽입니다. 한국노래나 마니악한 일본노래가 훨씬 많아요.
예전에 한창 수록곡 리스트로 금영을 압박하던 시절의 태진 같은 느낌입니다.
일본의 노래방에서는 술이나 음료, 음식을 팝니다. 먹을만은 해요.
사진은 제가 한국어를 가르쳤던 두 분과 제 친구까지 넷이서 함께 노래방에 갔을 때의 사진입니다.
한국어 노래경연대회에서 '여행을 떠나요'를 부르기로 했다며 연습을 도와달라시기에 마련한 특별수업이었죠.
개인적으로는 김밥천국이 생각났습니다. 냉동제품 적당히 데워서 내온 느낌이에요.
이번 외전의 마지막 소재인 한류군요.
일본에서 한류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워낙 많은데, DVD 대여점도 그 중 한 곳입니다.
사진의 좌우 진열대가 몽땅 한류 관련 DVD고, 이런 코너가 몇 곳이나 이어져 있습니다.
이렇듯 방송 컨텐츠가 개별적인 후속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잘 마련되어 있는 건 바람직해 보입니다.
(미국의 영화판에서 극장수입 비중이 낮은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인 것으로 보아, 이게 일본만의 기형적인 구조는 아닐 듯하네요.)
당연하다는 듯이 토렌트에서 다운받아 보는 것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모두 컨텐츠 도둑질이죠.
가만보면 어쩐지 TV방송에 관해서만은 관대한 느낌이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 또한 제대로 된 유료화 모델을 마련해야 한다고 봅니다.
수익이 돌아야 창작의 질도 높아질 수 있으니까요. 소비자가 제대로 부담하지 않은 비용은 산업구조의 기형화를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장금」 방영 이후 한국 사극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KBS의 정통파 사극 또한 일부에서는 인기가 있더군요. 「태조 왕건」도 일부에서는 인기였다고 들었습니다.
「왕초」는 '왕초 - 전설의 영웅'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군요.
아래 단에 보이듯 꼭 연속극만 출시되어 있는 건 아닙니다.
좌측에는 한국에 대한 다큐멘터리(아마도 한류 연속극 팬들을 위한 여행지 소개)인 듯하고, 가운데는 인기 쇼프로그램이었던 '야심만만'이네요.
(이건 일본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속극은 물론 각종 토크쇼나 코미디 프로그램도 DVD로 출시되어 렌탈점에 비치되어 있습니다.)
우측에는 콘서트 DVD도 보이네요. 타이틀 로고로 보아 '제국의 아이들'인가보군요.
그리운 얼굴도 보입니다. 사실 박용하 씨는 초기 한류열풍을 주도했던 핵심인물이었죠.
케이스 전면 좌측에는 '「겨울연가」의 박용하 5년만의 드라마 주연작!'이라 되어 있습니다.
그 왼쪽에는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가 있군요. 「허준」으로 인해 무척 고전했던 작품이라는데도 발매되어 있는 게 이채롭습니다.
저는 잘 모르는 작품이라서 '오, 케이블 드라마도 나와 있네'라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찾아보니 KBS 방영작 「얼렁뚱땅 흥신소」군요.
무려 지난 세기의 작품도 있습니다. 소지섭 씨의 앳된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 또한 저는 모르는 작품이네요. 이거 방영할 당시 부산에는 SBS가 안 나왔거든요. 「모래시계」도 못봤습니다.
케이스 상단에는 「유리구두」의 한재석, 「프로미스」, 「프라더후드」의 장동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이라 설명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이들을 대표하는 인기작이라는 이야기겠죠.
「프로미스」는 아마 영화 「무극」을 말하는 듯하고, 「브라더후드」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의 영제죠.
좌측에는 「명랑소녀 성공기」도 보입니다.
이번 외전은 여기까지입니다. 일요일 아침부터 쓰기 시작했던 외전이 꽤나 오래 걸렸네요.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화에서는 '이 동상엔 슬픈 전설이 있어, 하지만 난 전설 따윈 믿지 않아.'하던 그 호수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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