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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12/02 04:31:57
Name 애패는 엄마
Subject 인격신의 개념에 대해서 질문 드립니다.
저도 인격신을 문학에서 흔히 이해하듯이 인격성을 갖는 신으로 대표적으로 그리스 신화쪽을 생각했는데
저번에 LOVE&HATE님 쓰신 글에 몽키 D 루피님이 댓글 다시고 논하신 걸 보고 좀 다른가 하고 찾아봤더니
좀 다르군요.

레너드 스위들러의 절대 그 이후 종교간의 대화라는 책에서 그리스 언어 중 테오스라는언어가 인격신은 아니고 인격신 개념을 갖는 단어인데 이 부분이 GOD으로 번역되면서 유대-그리스도교에서 신성을 인격신으로 이해한다고 설명하고

위키랑 다른 책을 참조하면 그리스인들에게 신이란 어떤 것의 훌륭한 모습을 상정했다고 하고 이들은 주로 동사로 사용되었다고 하네요. 또한 불멸한 존재이나 전능한 존재가 아니며 운명에 복종해야 했으며 호메로스에 나온 희생 의식은 그러한 신들이 외적인 존재로 보는게 아니라 구성원으로서 보았다. 즉 인격' 신'이 아니다 라는 것으로 이해되는 거 같고 현상에 대해 인격적인 캐릭터와 스토리를 부여한 것이라 보면 될 거 같은데.

근데 다른 글에서는 그렇게 현상에 대해 신이라고 말한 것은 초기 그리스 종교의 특징이고 거신들과 초기 신들의 이야기고 후에 그리스 종교가 발달하면서 시나 이야기가 도구로 사용하면서 그러한 신들은 인격신이라고 부를만한 스토리, 시 등이 완성되고 신전과 종교가 형성되었다라고 보네요. 비슷한 출발점같은데 결론을 반대로 내리는 거 같습니다. 현상을 인간에 빗대어 이야기하는데서 출발하는 건 맞는데 신이라고 형성 지을만하냐 종교적 형태를 갖추었냐에 대해 보는 데가 갈리는 거 같고

브리테니커 사전을 보면 인격신을 1) 유일신 2) 실존 인간을 신격화한 것으로 나누더군요. 2번은 현 주제에 좀 동떨어져있으니
인격신이 등장하기 전에는 자연 만물에 각각 어떠한 정령이나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고 따라서 현상을 숭배했다고 설명하고 그리스는 자연신이라고 보구요  

그리고 다른 글들을 종합해서 봤을 때 그리스 신들은 인격신이라고 보긴 어려울거 같긴 한데. 원형을 지니고 있는 수준 같은데
다신교가 인격신을 출현시킬 수 없는 것이 다신교들이 대체로 현상이나 동식물들을 숭배하기 때문에 그런걸까요
아니면 불교나 힌두교처럼 딱히 현상이나 동식물을 숭배하는 느낌이 적은 종교들도 비인격신이라고 하는 걸 보면 인간적인 의식을 지닌 신이면 인격신 하는게 맞는거 같은데 그냥 그리스 종교는 신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라서 그렇게 된 건지. 유일신이랑은 어떻게 연결될까요

그러면 당시 그리스 종교도 신전 같은 것이 신뢰성 있는 글들을 보면 아예 지금의 신전이랑 개념이 다른거 같은데 그냥 의식을 돋구는 수준인건지. 참 애매합니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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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D.루피
12/12/02 06:39
수정 아이콘
일단 시기상의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그리스 신앙도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로 이어지는 문학에서 보이는 초창기 신앙이랑 여러 철학자들이 출현하고 난 다음에 소크라테스가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죽게 되는 기원전 3,4세기 쯤의 신앙은 좀 다르거든요. 흔히 그리스의 신개념은 거의 초창기 개념을 주로 다룬다고 보셔야 할 겁니다.
그리스 신앙의 특징은 교의가 없다는 겁니다. 교의, 도그마라는 건 다른 신앙과의 차이, 구분이라는 거죠. 쉽게 말해 이집트 신들이 그리스에 들어왔을 때 그들을 이단 정죄하면서 배척하면 교의가 있는 것이고 아니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리스 신앙에는 그런게 없습니다.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신인데 사랑은 누구나 하는 거잖아요. 사람이 사는 곳이면 사랑이라는 개념이 있고 그게 꼭 굳이 아프로디테라는 인간화된 형태를 띄지 않더라도 그리스 사람들에게는 다 같은 사랑의 신이 되는 거죠. 테오스가 동사로 쓰인다는 의미가 바로 신이라는 개념 자체가 명사화된 존재로 표현되기 보다는 이상적인 행위의 극한이라고 보는게 맞을 겁니다.
그리스 신들을 표현하는 말로는 신인동형 혹은 신인동감이 적당합니다. 다음 사전에서 인격이라는 단어를 쳐보면 (6) [종교] 신에 대하여 인성(人性)을 지닌 존재로서의 성격. 이라고 나오는데 이게 여기에 해당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인격신의 개념에서 인격은 (3) [철학] 도덕적 판단 능력을 지닌 자율적 의지의 주체.에 해당하죠. 즉, 그리스 신앙과 철학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자연법, 로고스 위에 있냐 밑에 있냐의 차이입니다. 그리스의 신인동형적인 신들은 자연의 질서, 우주의 질서, 운명 밑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들이죠. 그렇게 보면 그리스의 진짜 신은 운명(디케) 하나 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히브리인들의 신은 그 자체로 질서를 좌지우지할 수 있고 질서를 만들어 버리는 신입니다. 그리스의 창조주라고 할 수 있는 데미우르고스의 진짜 뜻은 그냥 장인, 제작자의 의미입니다. 즉, 기존에 있던 재료(질료)들을 가지고 형상을 만든 것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히브리인들과 기독교에서의 신에게는 무에서 유를 창조, 소위말하는 무로부터의 창조(엑스 니힐로)가 중요합니다.
소크라테스를 죽인 그리스의 신앙의 형태가 뭐였는지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그 당시의 신앙은 기존 그리스 신앙과 좀 많이 변질됐던 거 같습니다. 일단 소크라테스를 이단 정죄해서 죽인 거 자체가 일종의 교의가 있다는 것의 방증이니까요. 그래서 플라톤이 한 일이 바로 이런 엉망인 상황을 바로 잡는 일이었죠. 플라톤이 말한 국가의 형태가 결국 우주의 형태, 질서를 그대로 모방해서 바로 세우자는 겁니다.
얘기가 좀 빗나갔는데, 인격적이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리스인들은 운명은 절대 거스를 수 없는 우주의 질서이므로 운명이라는 신과 인간은 인격적인 관계가 아닌 것이죠. 하지만 기독교나 유대인의 신은 때론 우주의 질서 마저도 무시합니다. 구약성서에 보면 태양이 잠깐 멈추기까지 하는데 그리스인들이 이 장면을 본다면 기겁을 할 겁니다. 그리스인들에게 혼돈, 카오스, 무질서를 가져다 주는 것은 악마적인 존재이지 신이 아니거든요. 하지만 기독교나 유대교의 신은 인간을 위해서라면 잠깐의 무질서마저도 상관없다는 식입니다. 그래서 인격적이라는 거죠.
문제는 기독교에서 말하는 섭리라는 개념이 이것과 충돌합니다. 우리의 모든 자유의지와 행위가 신의 섭리 안에 있다는 건데... 그러면 스토아철학자들이 말하고 그리스인들이 말하던 운명과 뭐가 다르냐는 거죠. 기독교인들의 대답은 어쨌든 다르다는 겁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그리스와 스토아의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이라 자연스럽게 들어온 것 같은데 이걸 거부하면 기독교에서는 일단 이단이죠. 인간의 자유의지와 신의 섭리 사이의 조율은 기독교 내에서도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아마 이 문제는 어디가서 물어도 명쾌한 대답을 얻을 수 없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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